[다자츄아츠아쿠]점심
“후우... 막상 살 때는 얼마 없어 보이 더만 뭐가 이렇게 많은지.”
츄야는 금세 장을 봐온 봉투를 식탁위로 올려두었다. 뒤 따라 들어온 다자이도 그것보다 큰 봉투를 두 개씩 들고 와서는 ‘츄야가 너무 많이 산 것 아닌가.’라고 하며 그가 올려둔 봉투 옆에 봉투 두 개를 한 번에 올려두었다.
“그래도 걔네... 막 뭐 먹지도 못했을 거라고. 아유 어렸을 때 생각해봐. 리히토는 그래도 얌전한 편이지.”
츄야는 봉투를 들고 오느라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말했다. 그의 말에 먼저 올라와 있던 아유는 ‘아빠, 나 많이 울었어?’라고 물으며 봉투의 내용물 들을 하나하나 꺼냈다. 그녀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다자이었다. ‘우리 아유는 떼쟁이긴 했지. 그래도 이렇게 예쁘게 잘 자랐잖아?’라고 하며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녀는 다자이의 말에 활짝 웃으며 ‘파파, 아유 공주님 같아?’라고 물었다. 다자이는 그런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며 그녀를 안아 토닥였다.
“얼씨구, 둘이서 잘 노네. 리히토는 잘 자고 있지? 나 고기 재울게.”
다자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유를 안은 채로 리히토가 잠들어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슈퍼에서 오는 길에 까무룩 잠든 차였다. 아유는 ‘리히토는 맨날 자네.’라고 속삭이며 다자이를 끌어안았다.
“리히토는 아기니까. 아유는 이제 어린이지?”
그런 다자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아유는 ‘이제 어린이야. 아유는 파파보다 더 커지고 싶어!’라고 하며 자신을 안아준 그와 키를 재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츄야는 그런 아유의 말에 ‘아빠보다 커지고 나서 그런 말해라.’라고 대꾸하고는 소리 내어 웃었다. 그는 사온 스테이크 용 고기를 도마에 올려두고 소금과 후추를 뿌렸다. 그런 모습을 보던 다자이는 ‘아츠시군네는 10분 후면 도착한다는 군.’이라 하며 아유를 식탁 의자에 앉혔다.
“그럼 이제 구우면 되겠네. 야, 너는 샐러드용 야채 좀 씻어줘.”
다자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직 포장조차 뜯지 않은 양상추와 양파, 파프리카를 씻어서 식탁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양상추는 먹기 좋게 뜯어두고, 파프리카와 양파는 적당히 잘라 큰 보울에 넣은 뒤, 그의 옆에 가져다 두었다. 츄야는 그 사이 파스타 면을 삶아두고는 본격적으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달궈진 무쇠 팬에서 기분 좋은 지글거리는 소리가 가득 차올랐다. 다자이는 보울에 미처 담기지 못한 파프리카를 먹고 있는 아유를 안아들고 ‘자, 아츠시 삼촌네가 오기 전까지 거실에서 기다릴까-.’ 라고 하며 그녀를 소파에 앉혔다. 그 순간 현관문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다자이는 ‘양반은 못 되는 군.’이라 중얼거리며 현관문을 열었다.
“어서 오게나. 아쿠타카와 군은?”
다자이는 한 팔에는 잠든 아이와 함께 선물을 들고 온 아츠시를 보며 물었다. 아츠시는 ‘밑에서 주차하고 온다고 해서요. 금방 올 거예요!’라고 대답하고는 익숙하게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집으로 발을 들였다. 츄야는 고기를 그릇에 담다말고 몸을 돌려 그에게 인사했다. 아츠시는 그런 그의 인사에 잠들어있는 아이가 깨지 않도록 고개를 숙여 보인 뒤, 다자이가 가리키는 방에 아이를 눕혀둔 채로 나왔다.
“휴... 오늘 아침에 날씨가 좋아서 공원 산책을 좀 했더니 곯아떨어졌지 뭐에요.”
아츠시는 방문을 조심스레 닫고 나오며 흘린 땀을 닦아내었다. 다자이는 그런 아츠시의 말에 ‘이제 꽤나 잘 걷나보지?’라고 물으며 아쿠타카와가 들어올 수 있도록 현관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네, 이제는 막 뛰어서 류는 따라잡기 힘들어해요. 츄야씨 뭐 도와드릴 거 없나요?”
아츠시는 다자이의 질문에 대답하며 츄야가 요리를 하는 주방으로 향했다. 츄야는 고기를 썰어내다 말고는 도와줄게 없다며 그를 만류했다. 그 사이, 아쿠타카와가 와서는 미처 가져오지 못했던 과일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츠시, 네 놈이 혼자서 짐을 다 가지고 가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 다자이씨 안녕하십니까.”
‘류가 힘들까봐 그랬지.’ 아츠시는 들어오는 그의 손에 들린 과일 바구니마저 채가며 대꾸했다. 아쿠타카와는 그의 말에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다음에는 내가 들 테니까 무리 하지마.’라고 말하고는 아직 신혼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다자이에게 고개를 숙여 다시 인사해 보였다.
“사이좋네, 원래 이맘때 제일 많이 싸우는데 말이야.”
‘그렇지 다자이 자식아?’츄야는 아쿠타카와의 인사를 받아주며 말했다. 다자이는 마치 새겨들으라는 듯 자신을 힘줘 부르는 그의 말에 ‘우리는 언제나 사이가 좋지 않나.’라고 말하고는 접시를 나르는 그를 도와 더 큰 접시를 꺼냈다. 아츠시 그런 둘의 모습에 미소를 짓고는 다가가 식기를 나르는 것을 도왔다. 아쿠타카와도 굳이 안 도와줘도 된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사온 과일을 정리하며 일을 도왔다. 그러나 그의 도움은 오래가지 못했는데, 금세 붙어온 아유 때문이었다. 아쿠타카와는 자신의 소매를 잡고 ‘아쿠 삼촌!’이라 부르는 아유의 목소리에 과일을 하나하나 꺼내던 아쿠타카와는 고개를 돌렸다.
“야, 아쿠타카와. 너는 가서 아유랑 놀아줘.”
츄야는 그의 손에 들린 과일을 뺏어가듯이 가져가고는, 그를 거실 쪽으로 떠밀었다. 아쿠타카와는 엉겁결에 아유를 안은 채로 거실로 나왔다. 아유는 그의 품에 안긴 것이 마냥 기쁜지 베시시 웃으며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쿠타카와는 그녀의 시선이 익숙지 않은지 시선을 피하다가, ‘아유는... 뭘 좋아하지?’라고 물으며 그녀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
“나요? 나는 원피스도 좋아하구... 과자도 좋아해요! 그리고 또... 영화 보는 것도 좋아 하구요... 과일도 좋아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하나 늘어놓던 그녀는 아쿠타카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하다는 듯 ‘아쿠 삼촌은요?’라고 물었다. 그는 갑자기 되묻는 그녀의 질문에 ‘소...소생도 과일을 좋아한다만.’이라 대답하고는 그녀를 쓰다듬었다. 그 한마디에, 아유는 활짝 웃으며 신난다는 듯이 ‘아쿠 삼촌도?’라고 되물었다. 그저 그와 공통점을 찾았다는 것이 기쁜 건지, 그녀는 신난다는 표정으로 ‘아유는 과일 다 좋아해요!’라고 말하며 요 근래 먹었던 과일들을 주르르 읊기 시작했다.
“어이, 아가씨. 빨리 와서 밥 먹자. 아쿠타카와도 어서 밥 먹어.”
츄야의 등장에 조잘거리던 아유의 작은 입은 다물어졌다. 아쿠타카와는 그녀의 텐션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인지, 한층 지친기색을 띄며 그녀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향했다. 다자이는 그런 아쿠타카와를 보며 ‘아유의 수다에 당했나보군.’이라 말하며 키득거렸다.
“파파, 파파! 아쿠 삼촌이랑 나랑 운명인가 봐! 나 아쿠 삼촌이랑 결혼할래!”
다자이의 옆에 앉으며 말하는 아유의 말에 아쿠는 물을 마시다 사래가 들린 듯 크게 기침했다. 그 말에 놀란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런 그의 등을 다독여주던 아츠시도 ‘류... 나 말고 누구 꼬시지 말랬잖아.’라고 말하며 그의 손에 휴지를 건네주었다. 아쿠타카와는 장난을 섞어 말하는 아츠시의 말에 그를 흘겨보았다.
“네놈... 애들 앞에서 이상한 말 하지마라.”
연신 콜록거리던 기침을 멈추고 말한 아쿠타카와는, ‘인기 많네, 아쿠타카와.’라고 말하는 츄야의 말에도 아니라며 연신 손을 내저었다. 아츠시는 눈을 반짝이며 다자이에게 연신 ‘아쿠 삼촌이랑 결혼하면 안 돼?’라고 묻는 아유를 불렀다. 그런 아이에게 츄야나 다자이가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미소를 띤 아츠시가 먼저 입술을 떼었다.
“아유, 아쿠 삼촌은 아츠시 삼촌이랑 이미 결혼해서-. 아유 공주님은 더 멋있는 왕자님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아유는 아츠시의 말에 아쉽다는 듯이 입술을 내밀고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쿠타카와는 은근히 단호한 아츠시의 발언에 그와 아유를 번갈아 보고는 시무룩해진 아이의 표정에 한숨을 내쉬었다. 손가락까지 꼬물거리며 아무런 말이 없던 아이는, 어린 나이에 거절이 익숙지 않아보였다.
“아유, 사...삼촌이랑 같이 맘마 먹을까.”
아쿠타카와의 입에서 나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단어가 나오자, 식탁에 앉은 사람의 반 이상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가렸다. 자신의 실수를 알아챈 그는 ‘...하루 때문에... 입에 붙어서...’라고 중얼거리고는 붉어진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모두가 피식거리며 웃는 중에 먼저 입을 뗀 것은 츄야였다. 그는 ‘뭐 그럴 수도 있어. 애 낳으면 그렇지.’라고 말하고는 손을 내저었다. 그런 어른들의 대화 사이에서 아유는 다자이의 옆에서 아쿠타카와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고는 ‘나 아쿠 삼촌이랑 밥 먹을래.’라고 대답했다. 아쿠타카와는 그런 그녀를 쓰다듬어주고는 그녀의 그릇에 파스타 샐러드와 고기, 밥, 그리고 잘 씻은 과일 등을 올려주고는 ‘먹기 좋게 잘라줘야 하나...’라고 중얼거렸다.
“삼촌! 아유는 어린이라 괜찮아.”
아유는 그런 아쿠타카와에게 손을 내저으며 포크로 고기를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아쿠타카와는 그런 아유의 말에 피식 웃고는 ‘많이 컸군. 무척 작았는데 말이지.’라고 말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의 칭찬에 기분이 더욱 좋아졌는지, 아유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고수하며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류, 여기 류 접시.”
아츠시는 그가 아유를 챙길 사이에 그의 접시를 챙겨 건네주었다. 그는 아츠시가 그득그득 담은 음식들을 바라보며 ‘이 정도는 못 먹는 다니까... 내가 너인 줄 아는 거냐.’라고 말하면서도, 그가 건넨 접시를 물리지는 않았다.
“아까 아츠시군이 코하루를 안고 들어오는 것을 보니 많이 컸던데... 이제는 뛰어다닌다지?”
다자이는 밥을 먹기 시작한 아쿠타카와에게 물으며 반쯤 마신 그의 컵에 물을 따라주었다. 아쿠타카와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요즘은 저도 따라잡기가 힘듭니다... 얼마나 잘 뛰는지.’라고 말했다. 아이에 대해 말하는 그의 표정이 꽤나 기분 좋아보였는지,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연신 경청하던 츄야와 다자이는 셋이 행복해보여서 다행이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아유도 많이 컸네요? 하루하루 볼 때마다 커가는 것 같아요.”
아츠시의 말에 츄야는 말도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벌써 저번에 산 원피스가 작아졌다니까.’라고 말하던 츄야는 다자이를 닮아 엄청 클 것 같다며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유가 예전에 입던 옷들 코하루에게 물려줘도 되지 않나.”
다자이는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츄야는 그의 말에 옆구리를 찌르고는 ‘야, 쟤네들도 사 입히고 싶은 게 있을 것 아니냐. 남의 취향 들이밀어 봤자 기분 안 좋다고.’라고 말하며 둘의 표정을 살폈다.
“아... 말씀은 정말 감사한데... 사실 제가 하루 옷보는 것 너무 좋아해서요. 벌써 1년 뒤에나 입을 옷까지 전부 사뒀어요.”
머리를 긁으며 말하는 아츠시의 말에, 아쿠타카와까지 한숨을 쉬며 ‘팔불출이 따로 없습니다...’라고 말을 더했다. 츄야는 그런 아츠시의 말에 ‘다자이보다 더한 자식이 여기 있네.’라고 중얼거렸다.
“뭘 입어도 예쁠 것 같아서... 너무 많이 사버린 거 있죠.”
아츠시는 웃으며 자신이 산 옷들을 연신 자랑하기 여념이 없었다. 아쿠타카와는 그런 아츠시의 수다에 ‘또 시작이군...’이라 중얼거리고는 식사를 마저 하며 아유가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며 연신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물었다. 츄야는 아츠시가 자랑하는 것을 들으며 뭔가 정보를 얻는 듯 했고, 다자이마저도 ‘다음에는 그런 스타일도 좋겠군.’이라 말하며 아유에게 어떤 옷이 좋은지 물었다.
“아유는 아빠가 사주는 옷이 좋아.”
고기를 우물거리며 단호하게 대답하는 아유의 말에 다자이는 ‘그럼 파파는?’이라 말하며 과장되게 울상을 지었다. 츄야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들었냐. 촌스러운 트렌치코트.’라고 말하며 그의 옆구리를 찌르며 호탕하게 웃었다. 츄야의 웃음에 아유도 그를 따라 웃으며 입을 가렸다. 다자이의 과장된 반응도 한 몫을 한 듯했다. 화목한 한 식탁 안은 시간이 흘러가는 지도 모른 채 즐거운 식사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