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독/다자츄

[다자츄]둘만 모르는 고백

송화우연 2017. 10. 10. 22:15

‘나카하라. 그렇게 계속 전전긍긍하는 거면 누가 대신 말해주면 되는 거죠?’

안고의 그 한마디가 문제였다. 츄야는 그렇게 말만 툭 던져놓고 자신이 당황하는 사이 다자이에게 다가가 말해버린 그의 행동이 믿을 수가 없었다. 망연자실하게 응시하고 있던 자신을 힐끔거리던 다자이의 눈빛이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잊히지를 않는다. 분명 그렇게 툴툴 거린 것도, 짜증내며 밀어낸 것도 다 자신을 좋아하고 있어서 라는 걸 알아버린 거야. 짜증과 부끄러움에 머리를 헤집던 츄야는 다른 여학생들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다자이를 엎드린 팔 사이로 힐끔거렸다. 그러다가도 다자이의 시선이 자신의 쪽으로 향하자 바로 고개를 숙이며 그를 피했다. 하교시간에도 같이 가겠다며 정한 주번은 서로를 어색하게 만들 뿐이었다. 어제는 사정사정을 해 친구와 순번을 바꾸었지만, 다들 약속이 있다는 오늘은 그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만 고민 하는 그녀였다.

“츄야, 자나?”

바로 앞에서 들린 그의 목소리에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이미 들켰을 거라 생각한 그녀는 ‘아니야... 깼어.’라고 말하며 엎드리고 있던 탓인지 눌린 앞머리를 정돈하며 자신의 앞자리에 앉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왜 나 피해?”

‘내가? 언제?’순간 혀라도 깨물듯이 놀란 츄야가 격하게 부정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다자이는 그의 말에 ‘어제 주번 말없이 넘긴 것도 그렇고, 자꾸 등교할 때 두고 가는 것도 그렇고. 점심시간에 이렇게 계속 자는 척하고.’라고 그녀의 만행을 하나씩 꺼냈다. 츄야는 이미 다 들켰다고 생각하며 입술을 잘근거리다 ‘나 안 피했거든. 니가 예민한 거야.’라고 말하고는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나한테 할 말 없어?”

식은땀이 흐를 듯이 섬뜩했다. 안고의 말 때문에 그런 것이 분명해. 그의 말에 조개마냥 입술을 꾹 닫은 츄야는 ‘나는 할 말 많은데.’라고 하는 다자이의 말에 더욱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의 반응이 답답하다고 느낀 다자이는 한숨을 내쉬며 ‘내가 무슨 말을 할 지 알아도... 피하지 말고 좀 들어주게 츄야.’라고 말하고는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맞은편에서 일어났다. 그의 말에 더욱 불안감만 차오르는 그녀의 속은 이미 안고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찼다.

“차이는 걸 입으로 직접 듣고 싶은 사람도 있냐고...”

그가 교실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츄야는 물기가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눈을 소매로 문질러 닦았다.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거면 다정하게 쓰다듬지나 말지. 속으로 욕을 하던 그녀는 그대로 다시 책상 위로 엎드리며 눈물이 새어나오지 않도록 눈을 감아버렸다.

***‘나카하라에게 들켰습니다, 다자이군. 당신이 나카하라를 좋아하는 걸요.’

안고의 말은 다자이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그 눈치 없는 츄야에게 친구 이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 자신의 인고의 시간이 전부 무너지는 듯한 말이었다. 그 말만은 하고 돌아서려던 안고를 붙잡은 다자이는 멀리서 망연자실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츄야를 힐끔거렸다. 다자이는 얼마 전 다른 친구의 물음에 자신이 친구이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손사래를 치던 그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안고, 누가 말해준 건가?”

다자이의 다급한 물음에 안고는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티내는데 누구라도 알아채고 나카하라에게 말했나보죠. 직접 물어보세요.’라고 대꾸하고는 다시금 가던 길을 가버렸다. 그 이후 츄야의 행동은 눈에 띄게 어색해져 갔다. 자신을 피해 등하교를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주번마저 다른 친구에게 말없이 넘겨버리고 자신을 피했다.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차라리 싫다하면 모르겠지만 다른 여학생이랑 대화를 나눌 세면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어색하게 가리며 자신 쪽을 힐끔거리는 그녀의 눈빛이, 다자이는 화살 같다고 느껴졌다. 그러다가 대화라도 하려고 다가갈 때면 어떻게 눈치 챘는지 빠르게 사라졌다. 다자이는 한숨을 내쉬며 매점에서 산 빵을 뜯었다. 일단 츄야와 가까운 친구들에게 절대 주번 바꿔주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그는, 학교가 끝날 시간만을 기다리며 계속 그녀가 도망가지는 않을까 주시했다. 결국 마지막 교시의 종이 치자, 츄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로 가방을 챙긴 뒤, 아이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

“츄야, 내가 대충 정리는 해뒀으니까. 오늘은 쓰레기만 버리면 된다는군.”

츄야는 그의 말이 마치 도살장에 가자는 이야기와도 같이 들렸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린 그녀는 말 없이 그와 같이 학교 뒤 공터로 가 쓰레기 버리는 곳에 쓰레기 봉투를 던져넣었다. 둘은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쓰레기를 버린 다음에도 ‘오늘은 일찍 끝났군.’이라 말하는 다자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한 츄야는, 이 자리를 피해보려는 듯 ‘나 가도 되지?’라고 말하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할 말이 있어.”

올게 왔구나. 츄야는 긴장한 듯 그의 앞에 똑바로 서서는 시선을 내리 깔았다. 아직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눈물이 나는 듯 눈가가 뜨거워졌다. 다자이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긴장한 듯 자신의 머리를 헤집으며 고개를 숙인 그녀를 빤히 응시할 뿐이었다. 결국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츄야였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싫었냐, 나쁜 새끼야...’라고 중얼거린 츄야는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싫으면... 흑... 그냥 모른척 하면 되잖아...”

눈물을 소매로 거칠게 닦아내며 말한 그녀는 엉망이 된 얼굴은 보이기 싫다는 듯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영문 모를 얼굴을 한 다자이는 ‘그거야 말로 츄야가 싫어서 피한 거 아닌가. 내가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다며.’라고 말한 그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훌쩍거리는 그녀와 서로를 빤히 응시했다.

“너... 나 좋아한다고?”

아 진짜 안고... 다자이는 훌쩍거리며 자신의 말을 되묻는 그녀의 질문에 붉어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려버렸다.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한 얼얼함에 잠시 관리가 안 되는 표정을 갈무리 하던 다자이는 ‘야, 다시 말해봐. 너가 날 좋아한다고?’라고 저돌적으로 묻는 츄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대로 넘어가버렸군...”

다자이는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다가 새빨개진 얼굴로 당황한 듯이 보이는 츄야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꼴사납게 말해버렸지만... 좋아한다네, 츄야.’라고 다시 말하며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모르겠다는 듯이 눈동자를 굴리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서는 픔에 안았다. 자신이 작다며 놀리던 그녀의 체구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품에 들어왔다. 이렇게 저돌적이게 들키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 다자이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품에 숨기며 자신의 허리를 꽉 안는 츄야의 행동에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