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독/다른 커플링

[오다안고]갑작스러운 방문에, 울 수 밖에 없었다

송화우연 2018. 3. 27. 17:12

사카구치 안고는,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침대 옆자리에 누워 있는 누군가의 인영에 눈을 비볐다. 아직 깨지 않은 잠과 얽힌 현실이 와 닿지 않는 것인지, 그는 안경을 끼고 덩치가 있어 보이는 남자의 등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뒷모습, 붉은 빛이 도는 머리칼도 그의 것이 분명했다.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 그는, 손을 뻗어 상의를 입지 않은 남자의 등을 쓸어보았다. 따뜻하게 손끝으로 닿아오는 체온이 현실감이 느껴지자, 안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옆에 앉은 낯선 남자의 곁에서 천천히 떨어져 침대 옆에 넣어둔 총을 찾기 위해 뒤적거렸다.

안고? 오늘은 쉬는 날이니 자도 될 텐데 말이지…”

잠이 가득 묻어나는 낮은 목소리가 남과 동시에 사카구치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 일리가 없잖아. 호신용 총을 찾기 위해 허공을 휘젓던 손이 잠시 머뭇거렸다. 사카구치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뒤척거리던 남자는 그의 허리를 끌어당겨 안고는 그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물론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사카구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 굳어버렸다.

사쿠노스케씨…”

분명 그가 떠난 지 10년째 되던 어제, 항상 그러던 대로 하루만이라도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 탓일까. 아니라면 역시 열심히 대가를 신께서 주신 것일까. 사카구치의 머릿속에서 차마 전부 담아내지 못한 생각들이 뒤엉켜 그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을 알리 없는 오다는, 다시 그를 끌어안으며 조금만 자고아침 해줄 테니까조금만 참아 , 안고…’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눈을 감았다. 10년이 지나도록 잊은 없는 시원한 바디 위시향이 끝에 맴돌자, 사카구치는 진짜로 그인 것을 깨달았다. 만일 꿈이라도 일찍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그는, 자신을 끌어안고 잠이 오다의 가슴팍에 기대 다시금 눈을 감았다. 

                                                             

 

***

 

안고. 이제 아침이다만. 아까 깨우지 않았나.”

행복한 꿈을 꾸었다고 생각함과 잠시, 다시금 들려오는 오다의 목소리에 사카구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가 살아 돌아온 것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이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 것인지, 앞치마를 입고 침대 옆에서 자신을 깨우던 오다의 얼굴을 더듬어보던 사카구치는 당신이 여기 있는 겁니까…?’라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오다는 사카구치가 사색이 얼굴로 자신에게 묻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인지, ‘여기우리 집이지 않나?’라고 대꾸하며 어서 밥을 먹자고 그를 재촉했다. 역시 너무 열심히 당신만 생각하고 살아서 신이 선물이라도 걸까요. 속으로 삼킨 질문을 차마 그에게 물을 없었다. 사카구치는 오다가 뜨겁게 내린 커피를 건넬 때도, 토스트를 구워 버터를 발라 때도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다자이군의 지독한 장난이 아닐까 생각하던 그였지만, 그에게도 오다는 가벼운 사항이 아니었기에 금방 의심을 접었다. 오다는 평소와 다르게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카구치의 시선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 것인지, 식빵을 우물거리며 오늘은 하고 싶은 거라도 있나.’라고 물었다. 사카구치는 의외의 질문에 시선을 떨어트리며 커피를 식혀가며 홀짝였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이제 다시는 그를 없다면 함께 하고 싶은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의 대답을 기다려주던 오다는, 반쯤 그의 커피잔에 평소 그의 취향대로 각설탕을 하나 떨어트렸다.

사쿠노스케씨가 작업하는 하루 종일 구경하게 해주십쇼.”

터무니 없는 사카구치의 대답에 하루 종일? 그거 위험한데.’라고 답한 오다는 토스터기에 다시 식빵 두 개를 넣었다. 의외의 대답에 뭐가 말입니까?’라고 반문한 사카구치는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는 빤히 바라보았다.

안고 네가 작업하는 보는 날은 작업은 하나도 못하고 마지막은 침대로 가 버리게 되니까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도 거의 끝내놓았으니 상관은 없겠지.’ 사카구치는 부끄러운 말을 서슴없이 하며 아무렇지 않아하는 오다의 모습에 그의 몫까지 얼굴을 붉혔다. 사카구치는 못하는 말이 없어조용히 해요.’라고 대꾸해버리고는 남은 커피를 홀짝거렸다. 간단히 챙긴 아침을 뒤로하고, 다시 내린 커피를 가지고 오다가 작업을 하는 서재로 향했다. 오다의 작업은 딱히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단순했다. 그저 그가 담아둔 감정을 원고지에 쏟아내는 것이랄까. 사각거리는 만년필소리와 단정한 그의 글씨가 원고지를 채워 나가는 것이 보기 즐거웠다. 사카구치는 집중하고 있는 오다의 모습을 한시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 빤히 바라보았다. 평생을 그리워할 모습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터무니 없는 일로 다시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사카구치는 흘렸던 눈물이 많아서인지 눈물은 이상 흐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에게 저녁은 카레가 어떤지 물었다. 오다는 마음에 든다는 옅은 미소를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잉크가 조금씩 번져 까맣게 변하는 , 다음 장으로 넘겨 흐트러진 원고지, 그리고 집중하고 있는 진지한 눈빛. 그 와중에도 간간히 고개를 들어 사카구치와 눈을 마주하며 심심하지 않느냐고 물어주는 통에 사카구치는 고개를 저으며 열심히 하십쇼. 이대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시간 동안 서로에게 매진한 것일까. 요코하마 앞바다가 조그맣게 보이는 너머로 노을이 져갔다.

배고프지 않나, 안고.”

늦은 아침을 먹어서인지 건너 점심 걱정을 하던 오다의 말에도 고개를 젓던 사카구치는 이게 좋아요. 사쿠노스케씨 보고 싶으니까.’라고 말하며 컵을 손에 쥐었다. 오다는 나는 어디 가지 않는다만.’이라 대꾸하며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사카구치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 평소와는 다른 사카구치를 걱정하던 오다는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그에게 물었다. 사카구치는 머리를 쓰다듬는 오다의 손을 끌어내려 어리광을 부리는 아이처럼 손에 뺨을 부볐다. 오다는 그런 그의 반응에도 아무런 없이 그를 쓰다듬어주며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그를 안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사쿠노스케씨. 당신이 없이 제가 어떻게 살죠.”

그가 떠난 , 1 간을 아무것도 손에 잡지 못했다. 일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활 조차 힘들 정도로 병들어갔다. 당신을 잊어볼까 생각이라도 참이면 당신의 기일이 돌아왔고, 나는 울지 않을 없었는데. 차마 쏟아낼 없는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통에, 사카구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메어 들어가는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갈 새라 말을 멈춘 그는, 그대로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얕게 떨리는 사카구치의 어깨를 끌어안아주던 오다는, 그가 진정할 때까지 그저 그를 토닥여 주기만을 반복했다.

나는네가 나를 잊고 새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는데. 물론 그게 쉽지만은 않겠지. 나도 불가능 같다.”

네가 없는 아침은 있을 없을 같으니까.’ 눈물을 참아내느라 새빨개진 사카구치의 얼굴을 쓸어주던 오다는 고개를 숙여버리는 그의 행동에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으며 허리를 끌어안은 오다는, 그의 귀에 속삭이듯 달래주며 붉어진 뺨에 입맞춰주었다. 

그래도자주 올 거다. 네가 보고 싶다고 한다면 올 테니까.  너무 많이 울지 말고그저 계절을 기다리는 것처럼 기다려줬으면 좋겠군.”

네가 매일 눈물로 베개를 적시는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사카구치는 자신을 달래는 그의 목소리에 눈을 감아버렸다. 다시 그를 마주 보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다시 눈을 마주치면 꿈이 깨버릴 까봐, 정말로 일어났을 때는 축축하게 젖은 베개만이 침대 위에 덩그러니 남아있을까 겁이 그는, 그저 그가 어디로 가지 못하게 안고 있을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