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츄/오다안고]When the Trigger is Pulled(센티넬 버스).1
헬리콥터에서 뛰어내린 다자이는 울렁거리는 속을 주체할 수 없었다. 오다가 헬기를 착륙시키자마자 나가떨어진 그는, 헛구역질을 하며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으으...최악이네.”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중얼거리는 다자이는, 곧바로 따라 내리는 나카하라를 올려다보며 ‘내가 츄야를 올려다보는 날도 있다니 놀라운걸.’이라 중얼거렸다. 방독면을 벗은 나카하라는 그의 꼴이 우습기 그지없는지 소리 내어 웃으며 그를 손가락질 했다.
“고맙다. 일부러 먼저 벗어서 가스가 어디까지 퍼졌는지 몸소 알려줘서.”
나카하라는 나머지 요원들이 헬기에서 내린 뒤에도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오다는 누워있는 다자이를 일으켜주며 ‘훈련용이라 몸이 상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보스가 계신 의료반으로 가자.’라고 말하며 비틀거리는 그를 부축했다.
“내가 죽도록 설명하고 이해시켜줄때는 안 듣더니, 이제 몸소 체험했으니 절대 방독면은 안 벗겠지?”
나카하라의 비꼼에 ‘다 계획이었다네, 츄야. 그리고 그렇게 방정맞게 웃는 츄야도 우스워 보이니 그만 웃게나.’라고 대꾸하며 진정되었는지 천천히 심호흡을 하듯 숨을 내쉬었다. 나카하라는 순진하게 자신이 유도한 대로 방독면을 벗은 그가 우습기만 한지, 오다에게 웃기지 않은지 연신 되물었다. 그러자 다자이는 자신을 부축한 오다에게 ‘오다사쿠... 하나도 재미없다고 말해주게...’라고 중얼거렸다.
“다자이가 조용해져서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 같지만, 다음에는 그러지 마라, 나카하라.”
오다의 말에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옆구리를 찌르며 오다가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을 그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다자이는 잔뜩 이골이 난 표정으로 ‘자네마저 그러면 나는 이 팍팍한 세상에서 어찌 살아가나...’라고 말하며 마치 비극의 주인공처럼 몸에서 힘을 빼어 죽은 척을 해댔다.
“다자이씨, 오다 요원이 당신을 번쩍번쩍 들 수 있는 센티넬이라도 갑자기 힘을 빼버리면 휘청거립니다.”
의학 연구실 근처에 다다랐을 때여서인지, 미리 나와서 준비를 하고 있던 사카구치가 그에게 쏘아붙이며 차트에 무언가 적어 내렸다. 이제 좀 기운을 차린 것인지 제 발로 걸어 사카구치가 준비한 회복실로 들어간 다자이는, 안고에게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며 엄살을 피웠다.
“나카하라씨, 그 동안의 다자이씨에게 해주신 가이딩은 어땠습니까.”
회복실 침대에 누워있는 다자이를 뒤로 한 나카하라에게 질문을 한 그는,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나카하라의 말을 적었다. 나카하라는 굳이 묻지 않은 오다의 가이딩 내용도 이야기 해주고는 다자이보다 오다 쪽이 더 가이딩이 자주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말하고는 사카구치에게 허락이라도 받는 듯이 오다와 그를 번갈아 보았다.
“안고, 내가 생각하기에 가이딩 시간을 늘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사카구치를 설득 시키려는 듯이 그에게 넌지시 말한 오다는 그가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응시하자 눈빛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여기서는 사카구치입니다. 오다 요원.’이라 답한 그는, 검사부터 해보자며 그를 연구실 안으로 들여보냈다. 다른 연구원들에게 그의 검사를 맡긴 그는, 이번 훈련에서 그가 사용한 힘 정도를 나카하라에게 물으며 다자이가 있는 회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번보다 안정화는 되었지만... 워낙 가이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센티넬이다 보니 힘드네요. 다자이씨처럼 나카하라씨와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반이라도 따라가면 좋겠습니다.”
다자이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린 그는, 맥박과 혈액을 채취하는 연구원에게 사적인 농담을 주고받는 그를 보며 나카하라에게 고생이 많겠다며 그를 다독였다. 나카하라는 한숨을 내쉬며 ‘그래도 머리 하나는 끝내주니 다행이지. 아, 얼굴도 그럭저럭이라 여자들이 환장해.’라고 답하고는 피식 웃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츄야, 내 미모는 능력이 아니라 타고 난 거라고?”
‘당신 능력도 타고난 거랍니다.’이리저리 회복실 타블렛을 눌러 그의 상태를 체크하던 사카구치가 그를 가로막고 말했다.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린 다자이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안고 박사.’라고 대꾸하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사카구치는 다자이가 멀쩡하다는 결과를 말하며 이제 방독면은 함부로 벗지 말라 다시 한 번 경고했다. 이미 수 십 번들은 내용 같은지 한숨을 내쉬던 다자이는 사카구치가 이왕 회복실로 온 거 그에게서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싶다고 말하자 사색을 표하며 이유를 물었다.
“사실 이 문제 때문에 말씀을 드릴 작정이었습니다만... 다자이씨가 나카하라씨와 완벽한 상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대해 연구를 하라는 보스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만약 연구가 통과 되면 가이딩이 잘 듣지 않는 센티넬도 더 안전하게 힘을 쓸 수 있으니까요.”
‘이번 연구는 협회에게도 이익이지만 모든 나라의 센티넬이 폭주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사카구치의 심오한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린 나카하라는 확실히 같은 S급을 가이딩 해주어도 시간을 들이면 들어가기 나름인데 말이지... 유독 다자이가 잘 받아드리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며 다자이를 응시했다. 다자이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죽지 않을 정도로만 뽑아가게나...’라고 말하고는 한 쪽 팔을 내주었다.
“이런 연구는 거의 처음이나 다름이 없으니... 초반에 조금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사카구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린 다자이는 ‘많이 뽑아가게나... 그 대신 죽지는 않도록 조심해야해.’라고 경고하며 핼액을 담기위한 앰플을 가져오는 연구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오자키씨께서 나카하라씨가 도착하시면 연락 좀 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연락드릴까요? 훈련이 끝난 뒤 예상 도착 시간에 연구실에 오셨지만 여러분들의 훈련이 늦어져서 먼저 부서로 돌아가셨습니다.”
다자이는 오자키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며 ‘누님... 무슨 일이시지...’라고 중얼거렸다. 나카하라는 그런 그에게 네가 아무 짓도 안했으면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어보이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사카구치에게는 직접 연락을 드리는 게 낫겠다며 말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저 안부를 가끔 물어오던 그였기 때문에 나카하라는 오자키에게 간단한 문자를 남겨두고는, 다시 사카구치가 그에게서 체혈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츄야... 변태야? 이런 걸 왜 빤히 봐.”
“네가 질색팔색 하는 걸 보니까 좀 즐겁네.”
나카하라의 대답에 ‘보스 밑에서 일하더니 변태라도 된 거야?’라고 말한 다자이는 밖에서 다 들린다고 말하는 모리의 목소리에 미간을 좁혔다. 쌤통이라는 듯이 그에게 혀를 내보인 나카하라는 ‘보스한테 불려가겠네.’라고 말하며 그를 끝까지 놀려대었다. 오다는 그 사이에 검사가 끝난 것인지 다자이가 누워있는 회복실로 돌아왔다. 그는 훈련 때 다친 것인지 멍이 든 팔뚝을 문지르며 사카구치에게 오늘은 퇴근 하는 지 물었다. 그의 생각에는 나름 조용히 물은 것이었겠지만, 나카하라와 다자이는 투닥거리는 것을 멈추고 둘의 대화를 들었다.
“저는 오늘 작업이 남아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당신은 오늘 훈련도 있었으니 나카하라씨께 가이딩 받도록 해요.”
“굳이... 그냥 조금 더 훈련하다가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제 말 들으시는 편이 좋을 텐데요.’결국 말싸움의 승자는 사카구치였다. 오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나카하라에게 저녁에 시간이 있는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당황한 듯이 말을 더듬으며 가능하다 대답하고는, 사카구치에게 어색하게 맡겨만 달라고 말했다.
“ 오다사쿠, 완전 잡혀 사네.”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등을 툭툭 치며 눈치도 없냐는 듯이 그를 흘겨보았다. 다자이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역시 박사학위 2개인 박사님 말은 잘 듣는 게 좋은 걸까, 츄야.’라고 말하며 장난 그만치라는 듯 그를 쿡쿡 찌르는 나카하라를 올려다보았다.
“3개 다만.”
그의 말을 끼어든 것은 오다였다. 사카구치는 오다의 끼어듦에 피식 웃으며 ‘네, 분자 생물학 박사 학위를 저번 년도에 취득했으니 3개군요. 저에게는 2개든 3개든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요.’라고 대답하고는 유전정보 파악과 연구에 진척이 있다면 다시 연락 주겠다고 말했다. 사카구치가 오다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말한 뒤 나가자, 다자이는 ‘2개든 3개든 일반인이 맞는지 걱정인데.’라고 중얼거리며 바늘이 빠진 팔뚝을 쓸어보였다.
“야, 너 안경교수 화나게 좀 하지 마. 연구실 내에서 나가는 것도 본적이 없어서 쓰러질까봐 걱정인데 너까지 왜 그러냐?”
나카하라의 타박에 ‘아니, 안고 놀리는 게 재미있어서... 알겠다네. 안 하면 되지?’라고 대꾸하고는 말을 돌리기 위해 오다에게 몸은 괜찮은지 물었다. 오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자이에게도 몸은 괜찮은지 물었다. 물론 멀쩡하다고 대답해준 사람은 나카하라였지만 말이다.
“일단 난 보스에게 보고하고 온다. 니네 둘은 쉴 수 있을 때 쉬어놔. 훈련하고도 작전 나가는 팀 많으니까, 우리도 그럴지도 몰라.”
엄포를 놓듯이 말한 나카하라는 바로 의학부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자마자 보고해야 하는데 시간을 너무 뺏겼다고 중얼거리던 나카하라는 열린 문 사이로 오자키와 함께 서류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리의 모습에 문에 가볍게 노크했다.
“보스, 훈련에서 무사 귀환 했습니다. 다자이의 부상 치료와 오다의 검사 때문에 조금 늦었습니다.”
나카하라의 등장에 먼저 반색을 표한 것은 오자키였다. 모리는 먼저 인사부터 나누라며 말하고는 나카하라를 어린 아이 다루듯이 쓰다듬는 오자키를 내버려 두었다. 나카하라는 오자키에게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물으며 짧게 잘라낸 단발머리를 보며 잘 어울린다 말해주었다.
“얼마 전 작전에서 폭탄 때문에 태워먹어서 잘랐단다. 역시 짧은 머리가 편하긴 하지만... 길러야겠지. 그나저나 훈련은 잘했고? 비실이 다자이도 거뜬히 통과했다던데 너무 수준이 낮은 건 아니었을지 모르겠네. 무엇하면 기밀 작전부서 쪽으로 부서를 옮기는 건 어떻겠니? 츄야, 네 실력이라면 충분하단다.”
“코요, 가뜩이나 인력부족인데 나카하라마저 데려가면 나는 힘들다네.”
만날 때마다 계속되는 오자키의 권유를 먼저 막아선 것은 모리였다. 장난스럽게 손사래를 치며 못살겠다고 말한 그는, 그럼 어쩔 수 없겠다고 말하며 웃어 보이는 오자키에게 미소지어보였다. 나카하라는 나중에 차라도 한 잔하자고 말하는 오자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모리가 헛기침을 하며 운을 띄우자 그를 바라보며 정 자세로 섰다.
“다름이 아니라 다음 임무는 조금 시간이 걸릴 임무여서 말이지, 나카하라 요원이 같이 갈 요원을 골라주었으면 싶네.”
나카하라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그를 응시하다가 ‘침투 작전인가요? 소수가 편하다면 전투 정예인 오다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모리는 오자키에게 부가 설명을 부탁하는 듯이 눈빛을 주고는 오자키는 바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카하라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팀원들이 전부 발각되어서 말이다.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 필요해. 그리고 그쪽의 정보가 필요한 거라 굳이 정예가 필요하지도 않고, 그저 단순 잠입 임무라고 생각하렴.”
나카하라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지만 저희는 누님의 팀원들처럼 특수 잠입이 가능하지 않습니다만...’이라 대답하며 둘을 응시했다. 모리와 오자키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바라보다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듯 웃는 오자키가 먼저 ‘능숙한 애 한명 있잖니.’라고 말했다.
“츄야가 같이 들어가면 좋겠구나. 무해해 보이게 말이야.”
“아니 누님... 제가 어디가 무해해 보인다는 말씀이십니까?”
반문하던 츄야는 작아서 귀엽다고 말하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코요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제 반문은 안 받는다고 말하는 모리를 너무하다는 듯 바라보던 나카하라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자이 요원에게도 말해두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는 서둘러 사무실을 나왔다. 나카하라는 그저 재미있겠다는 듯이 바라보는 둘에게 말려들어버린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지금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