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독

[다자츄 후쿠모리 오다안고]When the Trigger is Pulled.4

송화우연 2018. 6. 10. 23:29

기본적인 가이딩은 스킨십을 기반으로 한다. 협회의 가이드와 센티넬은 대부분 임무를 위해 정해진 팀이기에 그저 임무 완수를 위한 기본 가이딩을 교육받는다. 가벼운 경우에는 정해진 가이딩 시간에 포옹을 하고 보낸다던가 하지만, 만일 임무 후 폭주 가능성이 있다면 입맞춤이나 성교까지도 스스럼없이 할 수도 있으니 대부분의 가이드와 센티넬은 이런 과도기를 거치며 연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대부분이다 보니, 서로들 처음 들어오는 가이드와 센티넬에게는 사심 없는 가이딩은 있을 수 없다며 손사래 치고들 이야기 한다.

“오다군, 지금 가이딩 해주는 가이드와 잘 맞지 않아 힘들어한다고 들었네.”

오다는 가이딩이 끝난 직후인 침대를 정돈하며 그에게 말을 거는 모리를 돌아보았다. 그의 가이딩을 맡은 가이드는 이미 자리를 떠난 지 오래였다. 잘 전해지지 않는 힘에 답답함을 느끼며 아무런 대화조차 하지 않고 바로 방을 떠나는 가이드는, 이제 오다에게는 일상이었다. 사카구치의 말에 따르면 협회 내에 있는 그 어떤 S급 가이드도 그를 안정화 시키는데 무리가 있다고들 말했다. 물론 몸을 섞어 서로의 기운을 더욱 잘 받아낸다면 분명 그와 좋은 상성의 가이드는 분명 있을 테지만, 오다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연구원인 사카구치가 그의 불안정한 수치들을 자세히 설명하며 그를 설득했으나, 일편단심인 애인의 소고집에 사카구치는 이미 포기한 뒤였다.

“그나마 츄야군이 괜찮았는데 말이지. 자네에게도 무리를 시킨 것 같아 미안하네.”

모리의 사과에 오다는 ‘저는 익숙하니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며 그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모리는 천연덕스럽게 각인이 되어있지 않다면 자기라도 도와줬을 거라 말하며 그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몸이라도 섞으면 더 상성을 잘 알 수 있을 텐데 말이지.”

“그건 제가 싫습니다.”

방을 나서며 미소를 띤 채로 가볍게 물음을 던진 모리는, 바로 그의 조언을 쳐내는 오다의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분명 사카구치 때문이겠지. 속으로 생각하던 모리는 ‘그래도 안고군은 자네가 힘들어하는 것이 더 싫다던데 말이야.’라고 말하며 그의 반응을 살폈다. 가이딩이 부족한 센티넬은 전력 손실일 뿐만 아니라 폭주 가능성 때문에 모든 임무에서 제외된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오다지만, 구태여 다른 가이드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었고 가이딩을 받아야 할 때조차 연구실로 찾아가 사카구치에게 가이딩 일정을 일러두었다. 그런 모습이 다른 가이드들에게는 더욱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지만, 그와 한번이라도 가이딩을 해본 가이드들은 전부 고개를 저어보였다.

“내가 자네 나이였을 때는 사람이 귀했던 때여서 말이야, 말 안하고 서로 다른 사람에게 가이딩을 하기도 했었는데 말이지. 오다군은 고지식하군.”

“그러다가 싸우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듣긴 했습니다.”

오다의 말에 ‘그게 아직도 소문이 도나? 하여간 소문은 참 무서워.’라고 말한 모리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오다는 두 분이 각인 전까지 싸운 횟수를 세면 손가락 발가락을 합쳐도 모자란다는 말은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그와 발걸음을 맞춰 걸었다. 오다는 센티넬의 힘이 제어라도 가능하다면 자신의 힘을 가둬두고 폭주를 막고 싶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런 불필요한 가이딩도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하던 그는, 훈련실을 가는 도중, 보이는 의학실의 내부를 들여다보며 발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모리는 그가 누구를 찾고 있는지 알아채고는 같이 발걸음을 늦추며 ‘거기 없다면 자료실에 있을 것 같군. 안고군은 쉬어가며 일하는 사람이 아니니 말이야.’라고 말하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인사라도 하고 가겠나?”

모리가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오다에게 묻자, 오다는 잠시 고민하는 듯이 안을 응시하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집에 가면 계속 보니 괜찮습니다. 제때 퇴근만 해준다면 말이죠.’라고 대답한 그는 아쉬움에 결정을 번복하기 전에 의학 실험실 근처를 빠르게 벗어났다. 모리는 사카구치에게 오늘은 정시에 퇴근하라 말하겠다고 그에게 언질하고는 그대로 의학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

분명 아무도 없을 시간대에 찾아온 훈련장에는 후쿠자와가 먼저 몸을 풀고 있었다. 단독 임무 이후로 얼굴을 잘 비추지 않았던 터라 오다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반색을 하며 안부를 물었다. 후쿠자와조차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온 훈련장에서 만난 인물에 꽤나 반가움을 표하며 ‘모처럼 반가운 얼굴이 왔으니 대련을 피할 수는 없겠군.’이라 말했다. 같은 팀에도 불구하고 단독임무가 유독 많은 그였기에 이렇게 임무가 끝난 시기에나 잠깐 볼 수 있었다.

“이번 임무는 구조팀이 따로 꾸려지지 않은 채로 투입되었다 들었습니다.”

칼을 도로 칼집에 넣는 그를 바라보며 물은 오다는 그에게 물을 건넸다. 그런 그의 말에 대답 없이 물을 받아 들이키던 후쿠자와는 입을 떼기 힘든지 물 한 병을 비울 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오다는 아무런 말없이 벤치에 앉은 그를 바라보며 어깨에 매어놓은 홀스터를 풀어내고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모리 요원이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면 폭주해서 사살당할 뻔 했지. 딱히 다시 떠올리고 싶은 기분은 못되는군.”

후쿠자와의 말에 잠시간 정적이 흘렀다. 둘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오다였다. ‘죄송합니다.’ 간결한 사과에 후쿠자와는 고개를 저어보이며 대비하지 못한 자신의 탓이라 말했다. 가이드가 투입되지 못하는 단독 임무의 끝에는 언제나 가이드와 함께 살상무기로 무장한 기동대가 같이 대기한다. 혹시라도 과도하게 방출된 힘을 가누지 못하고 폭주했을 경우에 대한 최선책이었다. 후쿠자와는 모리가 그대로 자신에게 달려들지 않았다면 기동대가 먼저 자신을 쏘았을지 모른다는 말을 담담하게 꺼냈다. 오다는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특유의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돌아오셔서 기쁩니다.’라고 말했다.

“후쿠자와씨께서는 왜 보스... 아니 모리씨와 각인하셨습니까.”

아무리 연인이 된 센티넬과 가이드라고 해도, 각인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나 그와 같이 단독임무가 많은 센티넬이라면 각인을 하지 않는 편이 그에게 나았다. 후쿠자와는 그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듯이 한곳을 응시하다가 ‘모리 요원의 말을 빌리자면 속궁합이 잘 맞아서 해버렸지.’라는 그가 할 것이라고 상상도 못한 대답을 꺼냈다. 후쿠자와는 자신의 말에 놀란 오다의 모습을 보고는 헛기침을 하고는 ‘모리 요원의 말이다.’라고 다시금 언질 했다.

“나는 확실히 우리가 상성이 잘 맞으니 하는 편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각인을 하게 되면 확실히 작은 접촉으로도 효과가 커지니 좋다고 생각 했지. 우리 때에는 사람이 유독 적어서 거의 짝이 정해져 있었던 것도 있고.”

‘물론 그 사람들이 전부 각인을 한 것은 아니다만.’ 후쿠자와는 오다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오다에게 ‘네가 잘 버티고 있어서 나도 기쁘군.’이라 말한 후쿠자와는 쉽게 볼 수 없는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련을 시작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다는 앞뒤가 꽉 막힌 것은 둘 다 마찬가지라고 푸념하는 모리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고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

“야, 그래서 너 내 여동생은 누구로 할 건데. 생각해둔 거라도 있냐?”

기숙사로 돌아온 나카하라의 첫마디였다. 다자이는 ‘이제부터 생각해봐도 늦지 않는 문제인 것 같은데 라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답답한 다자이의 행동에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크리던 나카하라는 태평하게 굴지 말고 어서 그 좋은 머리나 굴리라며 그를 재촉했다.

“쿄카는 어떨까.”

“지금 쿄카가 어디에나 있는지 알고 말하냐?”

‘나카지마 요원이랑 장기 훈련 갔다고! 사막 한가운데일거다!’ 다자이에게 발길질을 하며 소리친 나카하라는 진정하려는 듯 숨을 고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일단 그의 임기응변으로 어떻게든 초대장을 받았지만, 그 여동생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내기에는 협회의 도움이 절실했다. 오늘 밤 모리에게 임부 보고를 할 때 넌지시 물어 봐야하나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이리저리 다른 여자 요원의 이름을 대는 다자이에게 하나하나 반박을 해주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극기 훈련 주간이라 다른 팀들은 거의 본부에 남아있지 않는다고... 아, 진짜 대책이 없네.”

“대책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자네가 여장이라도 하던가.”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진심으로 그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다자이가 순간적으로 몸을 틀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을 지도 몰랐다. 씩씩거리는 츄야에게 농담이라고 말하던 다자이는 최대한 방도를 찾아보겠다며 황급히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나카하라는 ‘그건 정말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보루다.’라고 말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