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츄]한여름의 불꽃놀이. 下
생각나는 장면대로 쓴거라 상편에 비해 짧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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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의 열기가 펄럭이는 옷자락 사이로 지나갔다. 아무리 시원한 소재로 만들어진 유카타라고 해도 덥기는 마찬가지였다. 나카하라는 최대한 올려 묶은 머리카락이 한 올씩 흘러내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좁히며 다시 머리를 정돈했다. 부채를 부치는 것만으로는 더위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직접 내린 차의 수색은 마음에 들었지만, 안에 든 얼음이 빠르게 녹아내리며 그것마저도 옅어졌다.
“츄야, 찡그리고 있으니 가뜩이나 성격 나빠 보이는 인상이 더 나쁘게 보이지 않나.”
옆에서 한가롭게 아이스크림을 두 개 째 뜯고 있던 다자이가 신경질 적으로 부채를 부치고 있는 나카하라에게 말했다. 평소 같았다면 그저 무시하고 넘길 말이었지만, 인내심 대신 더위가 차오른 것인지 ‘부채로 맞기 싫으면 그 재앙 가득한 입부터 다물어라.’라고 대꾸하며 머리를 다시 묶었다. 한 낮의 정원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나무와 꽃들이 가득했다. 나카하라는 우거진 녹음을 바라보며 옷가지 사이에 더위를 털어버리려는 듯이 펄럭거렸다.
“그래 봤자 더 열만 오를 텐데. 츄야는 바보야?”
‘움직이면 더 더워진다고.’ 열린 창에 기대 중얼거리던 다자이는 벌써 반쯤 사라진 아이스 크림을 아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나카하라는 ‘이렇게라도 해야 좀 시원하지... 다 벗을 수도 없고.’라고 대꾸하며 애꿎은 옷자락만을 더 세게 털어대었다. 다자이는 마지막 한 입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더니, 그에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정도로 태연하게 ‘그럼 다 벗고 있던가.’라고 말했다.
“내가 누구 좋으라고 벗고 있냐? 미쳤지.”
피식 웃은 나카하라는 아이스크림 스틱을 정리하는 다자이를 바라보았다. 다자이는 ‘당연히 나 좋으라고 한 말이지 않겠나.’라고 말하고는 미소를 지은 채로 포장지를 버리기 좋게 접어 스틱에 묶었다. 나카하라는 방금 그가 먹은 아이스크림이 마지막인지 물으며 그대로 대청마루에 몸을 뉘였다. 하지만 창을 넘어 들어온 햇볕 때문인지,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았다. 그저 바닥의 냉기를 훔치며 몸을 뒤집던 나카하라는 아이스크림이 더 없다는 다자이의 대답에 크게 한 숨을 내쉬며 들었던 고개를 떨어트렸다.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머리칼이 반쯤 흘러내려 바닥에 흐트러진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인지 그대로 그의 묶인 머리카락을 풀어내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먹은 아이스 때문인지 시원한 손끝으로 머리카락부터 목선까지 쓸어내려보고는 ‘많이 길렀네.’라고 중얼거렸다. 나카하라도 시원한 손길이 나쁘지는 않은지 가만히 그의 손길을 받으며 ‘시간이 꽤나 지났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의미를 모를 대화를 끝으로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다자이는 그저 노을빛 머리칼이 짙은 색의 마루에 퍼지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며 눈에 담을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내려 그의 어깻죽지 부근까지 쓸어내렸다. 나카하라는 그의 손이 은근하게 옷자락을 흘러내리게 하자 ‘어제는 참아줬는데 오늘은 꿈도 꾸지마라.’라고 대꾸하며 그의 손을 쳐냈다.
“그냥 쓰다듬기만 할 거니 걱정 말게.”
그를 안심시킨 다자이는 그대로 그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에 누일 수 있게 도와주고는 본격적으로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었다. 기나긴 여름 해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중천에 머물러 있었다. 그사이 그림자는 가려진 것인지 나카하라 근처에 있던 햇볕은 점점 사그라졌다. 더위가 조금 가신 것인지 뒤척거리던 몸을 바로 누인 나카하라는 자신을 빤히 내려다보는 다자이를 올려다보았다. 몇 년을 함께 지내면서도 변한 것이 없다면 저 자식의 외모이려나. 그렇게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꺼낼 말이 마땅치 않은 사람처럼 고민하다 ‘축제하려나.’라고 입을 열었다. 다자이는 곧 할 거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항상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하던 불꽃놀이를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매년 보는 불꽃놀이 보고 싶네.’라고 말하며 같이 보던 다자이의 표정이 생각나는지 키득거렸다. 항상 같은 패턴으로 뿜어져 나오는 불꽃들은 언제 봐도 경이로웠다. 어두운 하늘을 빼곡히 메운 불꽃, 그리고 비처럼 흘러내리다 사라지는 것까지 눈을 뗼 수 없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더위도 참을 수 있을 것 같던 나카하라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는 다자이에게 왜 웃는지 물었다.
“방금 츄야 표정이 바보 같아서.”
다자이의 대답에 화내지 않고 피식 웃은 나카하라는 ‘바보 같다고 하면서도 표정은 좋아 죽네. 말은 잘해.’라고 대꾸했다. 다자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내비치고는 그렇게 티가 났냐며 장난스레 물었다.
“어릴 때보다 나름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주체가 안 되더라고, 자존심 상하게도 말이야.”
미소를 띤 채로 중얼거리던 다자이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와 얼굴을 마주했다. 조심스레 고개를 숙이던 다자이는 그대로 드러난 그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대고 떨어졌다. 아주 잠시간 맞닿은 것인데도 이마가 화끈거렸다. 나카하라는 갑자기 하지 말라며 부끄러움을 죽이려는 듯 버럭 소리를 치고 몸을 돌려 누웠다. 다자이는 가려진 얼굴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중얼거리며 머리카락 사이에 숨은 그의 귀를 살살 매만졌다. 얼굴 못지않게 붉어진 귓가를 쓸어주던 다자이는 ‘그러는 츄야도 숨기는 건 전혀 안 늘었군.’이라 말하며 어린 아이처럼 키득거렸다.
“이번 불꽃놀이도 츄야와 보고 싶네.”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던 다자이는 자신을 힐끔거리는 나카하라를 내려다보며 ‘응? 같이 봐줄 거지?’라고 물었다. 나카하라는 그의 물음에 ‘나 아니면 누구랑 본다고 말하는 거야.’라고 대답하고는 다시 몸을 바로 누워 자신을 응시하는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다자이는 그런 그의 시선을 받아주며 장난스럽게 “이제는 좀 여유가 생긴 모양이네? 전에는 하나도 없었는데.‘라고 말하며 그를 놀렸다.
“몇 년이 지났는데. 그래도 이제는 숨기지 않아도 되니 좋긴 하네.”
그때와 다를 바 없는 미소를 띠고 있는 다자이를 바라보던 나카하라는 그대로 그의 옷깃을 끌어내려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산 중턱을 넘어 돌아가는 노을빛에 비친 그림자가 겹쳐졌다 떼어지자, 다자이는 붉어진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갑자기 하지 말라던 사람이 갑자기 하는군.’이라고 말하며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나카하라는 그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아는 것인지 소리를 내 웃으며 ‘복수라고 생각해.’라고 대답하고는 노을빛에 차마 가려지지 못한 그의 붉어진 뺨을 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