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독/다른 커플링

[후쿠모리,다자츄]When the Trigger is Pulled.6

송화우연 2018. 7. 24. 00:39

늦은 시각에 협회에 남아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 사람들 중의 대부분은 의학 연구실에 남아있었으니 다른 곳들은 어두컴컴한 것이 정상이라. 회의를 마친 모리는 분명 꺼져있어야 할 훈련실을 바라보며 주변을 살폈다. 분명 누군가는 끄고 갔을 터인데 전부 불이 꺼진 사이에 홀로 켜진 불을 바라보던 모리는 으스스함을 뒤로하고는 훈련실의 문을 열었다.

“아... 끝났나 보군.”

훈련이 끝나 쉬고 있던 것인지 벤치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후쿠자와가 모리를 발견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리는 여태껏 집으로 가지 않고 뭐 한 거냐고 그에게 물으면서도, 협회 내에서 그를 본 것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에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갔다. 후쿠자와는 그저 ‘혼자 집에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했던 게 기억나서.’라고 대꾸하고 흘러내리는 땀을 대충 수건에 닦아내었다.

“그래도 이렇게 늦게까지 무리하면 몸에 안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나이도 생각해하지 않겠습니까?”

모리는 그를 놀리면서도 걱정을 담은 말투로 이야기하며 그의 손을 맞잡았다. 모리가 손을 잡아오자마자 몸 군데군데 엉켜있던 실타래 같은 힘이 금세 부드럽게 풀어지며 흩어지는 것을 느끼던 후쿠자와는 자신을 도로 벤치에 앉히는 모리의 행동에 자신의 앞에 서있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또 폭주하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만.”

후쿠자와의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겨준 모리는 그의 옆에 앉아 그의 손에 깍지를 껴왔다. 닿는 접촉면이 더 커지자 마치 얼레빗을 만난 머리카락과 같이 엉켜있던 힘들이 풀어져 나갔다. 후쿠자와는 기분 좋게 전해져오는 그의 힘에 그를 채근하듯 그대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어리광 부리는 유키치는 오랜만이군요.”

“일 터다만.”

기분이 좋으면서도 단칼에 잘라내는 후쿠자와의 말에 피식 웃은 모리는 ‘내가 그런 것을 신경 썼다면 팀원들에게 우리가 같이 산다는 말은 왜 했겠습니까?’라고 대꾸하고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둘은 아무런 말없이 그렇게 잠시간을 서로에게 맞닿아 있었다. 모리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후쿠자와가 잠든 것은 아닌지 간간히 이름을 불러보았다. 후쿠자와는 그때마다 ‘누군가 와서 들으면 볼만 하겠군.’이라 비꼬듯 말하고는 생각났다는 듯이 그에게 작은 사탕 상자를 건넸다.

“부탁한 것. 너무 많이 먹다가는 당뇨라도 오는 거 아닌가.”

모리는 ‘잘 관리 하고 있으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만? 유키치야 말로 뼈가 나가지 않게 조심해야 될듯 한데요.’라고 받아치고는 그가 건넨 상자를 받아들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일 듯이 새빨간 사탕을 하나 꺼내든 모리는 그것을 그대로 입에 넣어 굴렸다. 이와 맞부딪혀 도록도록 소리를 내는 사탕이 마음에 드는지 ‘체리 맛이네.’라고 중얼거리며 웃던 모리는 사탕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려는 듯 한쪽 눈을 감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예전보다 양이 줄었군요.”

“뭐든 예전과 같지는 않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 모리가 말하자, 후쿠자와는 가만히 깍지 낀 그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이 대답했다. 모리는 그의 말에 ‘하긴, 예전만한 것이 없긴 하죠.’라고 답하고는 연신 사탕 상자를 흔들고 들여다보며 안에 든 사탕의 수를 세었다. 상자가 흔들릴 때마다 사탕과는 다른 소리가 간간히 났지만, 둘 중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

“츄야, 좀 웃게나...”

다자이는 살벌한 표정으로 드레스 펄럭거리며 레이스가 많은 것이 짜증나는지 투덜대는 나카하라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카하라는 그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로, 핑크빛 립글로즈가 반짝이는 입술을 잘근거리다가 도착했다는 기사의 말에 바로 차에서 내려버렸다. 뒤늦게 따라 내린 다자이는 금세 다른 사람처럼 변한 나카하라의 천진난만한 표정을 바라보며 경력은 무시를 못하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츄야,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 건가?”

소녀풍의 팔랑거리는 분홍색 드레스 자락을 바라보며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른 다자이는, 작게 그의 귀에 속삭이며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미소를 띤 얼굴로 말했다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살벌하게 빨리 걸으라는 말 뿐이었다. 다자이는 하는 수 없이 그를 에스코트 하듯 천천히 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은 그의 부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듯한 성대함이 느껴졌다. 휘황찬란한 입구에는 이미 유명 인사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잠재적 범죄자들도 많네.”

나카하라의 중얼거림에 안 그런 사람도 있었냐고 우스갯소리를 한 다자이는 앞에서 초대장을 확인 하는 가드들에게 초대장을 건네고는 천연덕스럽게 ‘기대되지? 이런 파티는 처음이잖아.’라고 나카하라에게 물었다. 나카하라는 진심으로 대답해야하는 거냐는 눈빛을 보냈지만, 다자이가 연신 ‘응?’이라고 되묻는 통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엄청 화려해서 기대 되요. 올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시발 내가 뭔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속으로만 중얼거리는 육두문자가 튀어나오지 않게 꾹꾹 누른 나카하라는 다자이를 올려다보며 생글생글 웃었다. 다자이는 어서 들어가자며 안은 그의 허리를 살며시 당겨오고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화려한 파티장 답지 않게 감시망이 촘촘하게 잡혀있는 내부는 누가 어디로 가든지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꽤 어렵겠는데. 카메라가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샴페인을 나카하라에게 건네며 중얼거린 다자이는, 천천히 둘러보자며 그를 에스코트 하듯 팔짱을 낀 채로 파티장 내부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나카하라는 파티장 구석구석을 지키고 서있는 가드들을 보고는 ‘저 안에 들어가려면 역시 방법은 하나인가.’라고 중얼거리며 지나가는 웨이터에게 부탁해 칵테일 잔을 한잔 받아내었다.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를 챈 것인지 ‘그 방법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는 편이 낫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샴페인을 홀짝였다.

“어이, 다자이. 그리고 이쪽이... 나카하라 여동생인가? 진짜 닮았네. 나카하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나카하라를 찾던 남자는 이미 술을 꽤나 마신 것인지 얼굴이 붉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TV에서나 볼법한 모델 같은 여자가 둘에게 미묘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나카하라는 아파서 오늘 나오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이쪽이 나카하라네요.”

웃으며 나카하라를 가리키며 말한 다자이는 미소를 지으며 수줍은 표정으로 인사하는 츄야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거짓말은 그렇게 못하더니 이런 연기는 수준급이군. 입 밖으로 내기 뭐한 칭찬을 삼킨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아무렇지 않게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다가 잠시 마실 것이라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피했다. 감시 카메라의 궤도와 촬영 범위를 생각하면 건물 내부로 침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구석구석 사각지대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서있는 가드들과, 많은 인파 때문인지 조금이라도 수상하게 행동하다가는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었다.

“이러려고 내가 온 거겠지.”

천천히 인파가 적은 화장실 쪽의 복도를 걸어가던 다자이가 중얼거렸다. 다자이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화장실을 못ㅍ본 척 지나쳐 복도 끝까지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금세 끝날 줄 줄 알았던 복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다자이는 이리저리 얽혀 있는 복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을 확인하며 주변 감시카메라가 일제히 향하는 방향을 확인했다. 아, 여기서 나올 때가 됐는데. 다자이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무엇을 찾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조금씩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다자이가 발걸음을 향하던 곳에서 이곳은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그를 제지하는 가드가 복도의 끝 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여기가 화장실이라고 해서 왔는데... 화장실은 어디죠?”

당황스러움이 가득 묻어나는 표정으로 가드에게 물은 다자이는, 이러한 실수가 많았던 모양인지 의심없이 그대로 길을 따라 나가라고 하는 그의 말에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저 평범한 남자가 파티에 처음 와서 범할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한건지 다시 돌아 들어가는 가드를 힐끔이던 다자이는 그의 발자국 소리로 거리가 얼마나 되는 지 가늠하며 복도를 벗어났다. 다자이는 복도를 나와 테라스처럼 꾸며진 2층에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1층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일을 어찌 마무리할 지 생각했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한쪽 커프스단추를 떼어내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예상외로 이야기가 쉽게 마무리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도 한숨을 내쉰 다자이는 즐겁게 미소를 지으며 칵테일을 홀짝이는 나카하라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저 어색한 모습도 끝이겠군 그래.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미소를 응시하던 다자이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드는 나카하라의 모습에 같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다자이가 층을 내려와 나카하라에게로 가자, 나카하라는 능청스럽게 찾아다녔다고 이야기하며 다자이의 팔에 팔짱을 껴왔다. 다자이는 애교 있게 이야기하는 나카하라의 말에 걱정 말라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는 ‘미안, 길을 잃었었어. 우리 이제 춤출까?’라고 물으며 나카하라의 손을 잡았다.

“뭐 좀 찾았냐.”

인파 사이에서와 달리 거리를 둘 수 있는 무도회장에 들어온 둘은, 생각보다 능숙하게 스텝을 밟았다. 그 와중에 마음이 급한 나카하라가 먼저 다자이에게 묻자, 그는 천천히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며 그의 허리에 팔을 감아 조금 당겨 안았다. 나카하라는 최대한 밀착한 뒤 다자이를 올려다보며 어서 말하라는 듯이 그의 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복잡하게 이어진 복도, 일정한 간격과 각도 마다 설치되어 사각 지대조차 없는 감시 카메라, 그리고 다자이가 복도로 들어서자마자 나온 가드,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 저택의 보안실은 다자이가 지났던 복도의 가장 안쪽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보안실이 통제가 가능하다면 정보를 빼오는 건 일도 아니라고 설명하던 다자이는 ‘그 정보가 보안실에 있을 수도 있지.’라고 답하며 미소를 띤 채 말했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런 저택에 보안실 같은 것이 있는 게 더 이상하다 중얼거리고는 작전은 몇 가지인지 물었다.

“지금은 한 가지. 원래 몇 가지가 더 있었는데 뒤처리가 거의 없는 건 이것 밖에 없어.”

‘눈에 띄면 곤란하다고 했으니 조용히 가자고.’ 다자이의 말에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던 나카하라는 그럼 이제 뭐부터 해야 하는지 물었다. 다자이는 그의 말에 아까 떼어낸 납작한 동전 모양의 커프스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고는 ‘고양이 목에 방울부터 달아야지?’라고 대답했다. 노랫소리에 천천히 리듬을 타듯 움직이던 나카하라는 그의 말에 영문을 모를 표정으로 동전을 응시했다. 가만히 동전을 바라보던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눈동자로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시야에 들어오는 그 남자의 모습에 도로 다자이의 어깨를 잡고 밀착해서는 ‘이런 건 좀 직접해줘라...’라고 읊조렸다. 다자이는 이 재미있는 걸 빨리 끝낼 수는 없다고 중얼거리고는 나카하라를 놀리듯이 그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