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7
“마츠카와님, 모자란 것은 없으시옵니까?”
옆을 지키며 서있는 궁녀에게 괜찮다 손짓하자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하나마키는 그런 궁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마츠카와를 보며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를 보고는 가만히 서서 자신과 하나마키가 먹는 것을 바라보는 궁녀들에게 말했다.
“너희도 나가 볼일 보도록 하거라.”
궁녀는 그의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이곤 뒷걸음질로 방을 나갔다. 마츠카와는 한숨을 쉬며 다시 젓가락으로 밥알을 깨작였다.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하나마키는 긴 침묵 속에서 겨우 말을 꺼냈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의 말에 가만히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생각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데 강제로 너와 식사를 하게 되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아이에게 상처이지 않나... 내가 식사를 안 해서 이렇게 되어버렸다...이것도 아닌데... 마츠카와는 마음속으로 고민을 하며 하나마키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멍하니 있는 마츠카와의 얼굴에 ‘근심이 많으신 건가’라 생각하며 말했다.
“밥이 맛있으니 많이 드세요.”
하나마키의 말에, 마츠카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움찔했다. 그리고는 평정심을 되찾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너도 많이 들거라.”
마츠카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하나마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이쯤 되니 깊이 생각한 자신이 조금 웃기다고 생각한 마츠카와는 깨작거리던 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마츠카와는 모르겠지만, 하나마키는 그가 오기 전까지 다시 그를 만나는 것에 기대하고 있었다. 궁녀에게 언제 점심을 먹느냐 여러 번 묻고, 시계를 보며 기다렸다. 궁녀들은 그런 그의 행동에 장난스럽게 ‘마츠카와님께서 오신다고 하여 그리 좋은 것이야?’라며 놀렸다. 하나마키는 그런 것까진 아니라며 소심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나마키는 밥을 먹으며 마츠카와를 힐끔거렸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의 행동에 젓가락을 내려두며 말했다.
“불편할 터인데 이런 부탁을 받아줘서 고맙구나.”
하나마키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마츠카와는 속으로 이와이즈미를 탓하며 당황한 듯 빠르게 밥을 먹는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지내는데 불편한 건 없느냐.”
밥을 양볼 가득히 넣고 씹고 있던 하나마키가 마츠카와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차마 대답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찬 끄덕거림에, 다행이라는 듯 미소 지어 보인 마츠카와가 책장에 한 두 권 꽂힌 서책을 바라보았다.
“서책이 몇 권 안 되는구나.”
하나마키는 입에 가득 담겨있던 것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챙겨주시는 것들을 받은 것뿐이라... 그래도 아직 그렇게 많이 읽지도 않았어요.’라며 서책을 바라보았다. 마츠카와는 잠시 고민하다가 하나마키에게 말했다.
“서책이 필요하면...서재가 있으니 와서 읽고 싶은 것들을 빌려가도 좋다.”
마츠카와의 말에 하나마키가 놀라 커진 눈으로 마츠카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연신 마츠카와에게 정말로 그래도 되는 것이냐 물어왔다.
“그리고 이제 계속 여기에 있을 터이니. 무언가 배워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느냐.”
마츠카와의 물음에 눈동자만 굴리는 아이를 보니, 너무 근엄하고 진지하게 이야기 하지 말라하던 오이카와의 말이 떠올라 마츠카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의 아이들은 서당에 가고 검도 배운다고 들었다. 만약 그런 것이 배우고 싶다면 언제든지 이야기 하도록 하여라.”
하나마키는 끄덕이며 밥을 입에 가득 넣고 우물거렸다. 밥을 먹으면서도 마츠카와의 말에 깊이 고민하는지, 눈이 연신 데굴거렸다. 마츠카와는 그것을 보며 소리 없이 웃곤 천천히 식사를 마저 했다.
“저는 글을 쓰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활 쏘는 것도 배우고 싶은데...”
머뭇거리는 아이의 입을 바라보던 마츠카와는 입가심으로 내온 냉차를 내려두고는 ‘그럼 둘 다 배우면 되겠군.’라 말했다. 마츠카와는 궁금한 것이 있어 보이는 하나마키를 기다려주었다. 하나마키는 머뭇거리다가 마츠카와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츠카와님이 가르쳐 주시는 것이옵니까?”
마츠카와는 오래 걸린 질문치고는 정말 별 거 아닌 질문이라 피식하고 웃더니 그대로 소리 내어 웃었다.
“우...웃지 마십쇼! 저는 진지했사옵니다.”
하나마키가 얼굴이 붉어진 채 소리 높여 마츠카와에게 이야기를 해도, 마츠카와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웃음이 멈추는 것을 기다리며 크게 심호흡을 하고 얼굴을 식혔다. 마츠카와는 눈가를 닦는 시늉을 하며 하나마키를 다시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에게 배우는 게 별로면 다른 이를 구해다 줄 수 있단다.”
우스갯소리를 하듯 말하는 데도 하나마키는 그의 말이 항상 진지하게 들렸다. 하나마키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고...그저 궁금해서 그런 것이옵니다. 그때 뵌 다른 두 분께서 가르쳐 주실 수도 있다고도 생각되어 물어본 것이옵니다.”
하나마키의 말에 마츠카와는 가만히 고민하는 듯, 턱을 매만지다가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와이즈미나 오이카와도 빠지는 것 없이 잘 알기야 하지만, 이와이즈미는 요 근래 일이 많아졌고, 오이카와는 활보단 검을 잘 쓰지. 전적이란 것도 있고... 뭐 글을 배우는 것 정도는 맡겨도 되려나.”
하나마키는 걱정된다는 표정을 하다가 마츠카와에게 ‘그 분은 무서운 신이신가요?’라고 물었다.
“날 처음 봤을 때 있었을 텐데... 경황이 없어서 그랬나. 별로 안 무서우니 걱정 말거라. 오이카와라고, 운명의 신이다.”
마츠카와의 설명에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카와는 오이카와가 흔쾌히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한편, 자신의 수하의 들어온 아이니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없잖아 있어 고민스러웠다. 그럼에도 과자를 먹으며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를 보자니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게 느껴졌다.
“여봐라.”
마츠카와가 생각 끝에 밖에 있는 궁녀를 불렀다. 궁녀가 방문을 열고 마츠카와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자, 마츠카와가 말했다.
“혹시 오이카와가 서재에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겠느냐.”
궁녀는 마츠카와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바로 방문을 닫았다. 마츠카와는 궁녀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것을 듣고는 하나마키에게 말했다.
“오이카와가 있으면 좋겠군. 바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낫겠지. 여기 온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으니... 히로, 너도 홀로 이리 지내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
마츠카와의 말에 ‘심심하긴 하지만 모두들 바쁘시니까요.’라 대답하며 과자를 아작거렸다. 궁녀들이 자신을 계속 돌봐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츠카와도 마냥 유배하듯 아이를 방에만 놔두는 것도 못할 짓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서책을 좋아하니 배우는 것도 잘 할 것이라 생각되는구나. 오이카와가 허락한다면 많이 배워보거라.”
‘성품이야...가끔 심술궂을 때가 있긴 하다만 좋은 신이니 말이지.’ 조용히 중얼거리는 마츠카와의 말을 들은 하나마키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마츠카와도 피식 웃으며 하나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이카와님께서 식사가 끝났으니 와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궁녀가 조용히 나무문을 두드리고는 말했다. 마츠카와는 알았다라고 대답한 뒤, 일어나 벗어두었던 도포를 도로 입었다. 그리고는 하나마키에게 ‘같이 가보아야지.’하며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아, 얼마 전에 눈꽃 사탕을 전부 줬다고 혼났는데... 설마 네게 뭐라 하지는 않겠지.”
그의 중얼거림이 한껏 기대하며 방을 나서는 하나마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는지, 하나마키는 그저 들뜬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