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츄]우당탕탕 회장님!!.4
“오다사쿠 씨, 다 나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일주일 만에 깨어나셨다고요?”
“네. 제가 분명 뭔가를 먹고 쓰러졌었는데, 기억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몸은 더 가뿐해진 것 같습니다.”
다자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정말 다행이에요.’라고 말하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카구치가 보았더라면 분명 양의 탈을 쓴 늑대와도 같은 미소라고 했겠지만, 집 안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그렇게 긴 유급휴가를 얻게 된 오다는 일어나고 몸을 회복하자 가정부 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 일이 적성에 맞지 않은 편이었던 것인지 딱히 업무에 미련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 오다는, 일단 휴가 중에 다자이를 만나 함께 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나카하라는 뛸 듯이 기뻐했지만, 그 반응과 상반되게 사카구치는 걱정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일단.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아, 좋은 것 같네요. 만들어서 츄야한테 점심시간에 먹으라고 가져다줘야겠어요.”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한 다자이는 재료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오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매사 진지한 모습, 재료를 다루는 섬세함, 게다가 용모도 출중한 편인데. 다자이는 무언가 자신이 아는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오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안경 너구리가 어떻게 이런 알파랑 결혼했지……. 다자이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오다는 자신의 얼굴에 무엇이 묻기라도 했는지 그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잘 생기셨네요. 안겨…. 아니 안고가 오다 씨를 많이 좋아하겠어요.”
“과찬이십니다. 게다가 제가 먼저 안고를 따라다니며 구애했던 터라…. 부끄럽군요.”
응? 그 안고를 따라다녀서 결혼까지 했다고? 다자이는 학창 시절부터 알고 있던 그 안고가 맞는지 잠시 고민하다가 그가 하는 말을 가만히 경청했다. 오다의 말에 의하면 짝사랑하던 자신이 계속해서 사카구치에게 다가갔다는 이야기였지만, 다자이가 보기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 같았다. 그 안고가 자기한테 다가오도록 여지를 준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인데. 하지만 이미 결혼까지 한 사이의 부부 이야기를 덧붙여 무얼 하겠나. 다자이는 수다를 끝내고 재료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오다에게 ‘그러면 요리는 어떻게 잘 할 수 있는 건가요? 오다 선생님?’이라고 장난 섞인 말투로 물었다.
“요리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노력하며 열심히 하다가 보면 늘어있는 거죠.”
“흠…. 여기서 더 노력해야 하나. 별로 노력해본 일이 없어서 요리가 제일 힘드네요. 아니다, 츄야랑 연애하던 때 생각하면 요리가 더 쉬울 지도요.”
“연애 말입니까?”
다자이의 말에 오다는 의문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연애하시며 우여곡절이 많았었나. 오다는 한숨을 쉬며 요리 재료를 하나하나 씻던 다자이를 응시했다. 그는 수려한 외모이지만 그것만으로 한 회사를 이끄는 후계자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마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을 상상하던 오다는 재료를 전부 다 씻은 다자이에게서 ‘저는 안고를 쫓아다녔던 오다 씨가 이해가 갑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오다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인지 ‘무엇이 말입니까?’하고 되물었다.
“저도 츄야를 되게 따라다녔었거든요.”
“열렬히 사랑하시나 봅니다. 요즘 재벌가에서 보기 힘든 부부상 아닌가요?”
“그런가요…. 사실 츄야가 싫다는 거 엄청 쫓아다녀서 사귀다가 결국 회사까지 물려받게 만들어서인지 초반에는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토마토를 썰어내던 오다는, 옆에서 오이에 소금을 흩뿌리는 다자이의 말을 경청하다 그를 바라보았다. 회사를 물려받게 만들었다는 말이 이치에 맞나 가만히 생각하던 그는, ‘요새도 가끔 제가 탄탄대로였던 인생 이렇게 꼬았다면서 신세 한탄해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는 다자이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나카하라 씨가 원래 후계자가 아니셨습니까?”
“딱히 후계자라고 거창하게 말할 사람도 없었어요. 결국, 제가 사고 거나하게 치고 눈 밖에 나서 데릴사위인 츄야가 대신 회사 물려받았죠.”
“그렇군요.”
오다는 과연 어디까지 ‘그렇군요,’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한 치 앞도 예측이 되지 않는 대화 속에서 그의 고민은 무용지물이었다. 오다는 자신이 말실수한 건가 싶은 마음에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천천히 토마토를 썰어 물기를 빼고, 양파를 썰어 물에 담가둔 오다는, ‘그래도 많이 사랑하시나 봅니다. 이렇게 집안의 자산을 맡긴다는 게 부부라도 쉽지 않은 일이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며 마른입에 침을 바르며 칭찬했다. 다자이는 오다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다는 그 미소가 긍정의 뜻이라 생각하며 역시 부부는 부부라고 생각하며 호밀 식빵을 꺼냈다.
“츄야가 회사 일하기 싫다고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거 볼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아, 다들 이 맛에 결혼을 하나 싶더라니까요.”
원래는 보고 싶어서 라던가, 같이 있고 싶어서라고 하지 않나. 오다는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딱히 그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오다는 조금 주제를 바꾸어야 생각한 것인지 ‘그럼 다자이 씨는 꿈이 있으셔서 회사 경영을 포기하신 겁니까? 멋있으십니다.’라며 그의 꿈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오다의 설명대로 겨자 소스를 바른 호밀 빵 위에 햄과 양파 토마토, 그리고 양상추를 차례대로 올리던 다자이는 그런 것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딱히 하고 싶은 거라고는 츄야랑 같이 사는 것 말고는 없었어요. 경영은 전 회장님이 조금 짜증이 나게 해서 회사 보안 시스템 해킹하고 주식 폭락시켜서 제가 전부 사버렸거든요. 그 뒤로 회사 일은 전혀 간섭 못 하게 해요. 그 꼬장꼬장한 늙은이.”
주제를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고 느낀 오다는 ‘그렇군요. 이제 샌드위치를 잘라서 담아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상황을 모면했다. 다자이는 ‘요리 잘하게 되는 게 꿈이라면 꿈이네요. 잘 부탁드려요. 오다사쿠 씨.’라고 하며 잘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흐트러지지 않게 도시락통에 담았다.
“같이 노력해보죠. 다자이 씨의 꿈은 이루어질 겁니다.”
오다는 희망찬 한마디를 건네며 다자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던하게 넘기니 훨씬 수월하군. 다자이와의 첫 요리에서 많은 것을 깨우친 그는, 완성된 샌드위치를 담은 도시락통을 도시락 가방에 담은 채 다자이와 나갈 채비를 했다.
***
그 시각, 나카하라의 집무실에는 종이 소리와 만년필이 움직이는 소리를 제외하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화도 할 새 없이 바쁜 와중, 점심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나카하라의 말에 마지막 서류철을 묶어 그의 앞에 내려둔 사카구치는 ‘드실 시간 있으십니까?’라고 물으며 그의 옆에 쌓인 서류를 자신의 책상으로 옮겨갔다.
“아침 내내 봤더니 오후 내로 끝낼 것 같은데. 나는 못 먹어도 너는 시간 때 되면 챙겨야지. 또 위에 구멍 뚫려서 실려 가지 말고.”
“그럼 오늘은 도시락이 없으니 배달이라도 시키겠습니다.”
안경을 추켜올리며 나카하라에게 말한 사카구치는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서류철을 넘긴 뒤, 음식 배달 책자를 한 장씩 넘기며 배달시킬 만한 음식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국물 있는 건 조금 그렇겠지…. 밥도 너무 더부룩할 것 같은데 나가서 샌드위치라도 사 올까. 여러 가지 가능성을 고민하던 사카구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나카하라의 모습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이 불안해져서.”
“열량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어서 밥을 시켜야겠네요.”
현대 사회인은 전부 그렇게 살아간다고 말하던 사카구치는 근처 샌드위치 전문점에 주문을 넣기 위해 전화를 들었다. 하지만 그의 다이얼을 누르던 손은 묵직하게 울리는 집무실의 나무문 너머에서 들린 노크 소리에 의해 멈추었다. 사카구치는 습관처럼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물으며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치고 집무실 문을 열었다.
“나라네 안고.”
사카구치는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다자이의 모습에 다시 집무실 문을 닫아버렸다. 사카구치는 상황을 보지 못한 것인지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 나카하라에게 회사를 이끄시는 게 아니라 어디 가서 점집이라도 차려보라고 말하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집무실 문을 열어 한층 심통이 나 있는 다자이에게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물었다.
“내가 내 남편 있는 회사에도 못 와?”
“보안 시스템 층에 가서 다 날려버릴까 봐 출입 금지당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그래도 회장님께서 들어오실 수 있게는 해주신 거에 감사하십시오.”
사카구치의 딱딱한 언사에 연신 투덜거리며 집무실 안으로 들어간 다자이는 ‘웬일로 직접 온 거냐, 다자이.’라고 묻는 나카하라의 말에 점심 도시락을 가지고 왔다면서 두 사람의 앞에 도시락통을 꺼내 보였다. 사카구치는 그 도시락을 보자마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맞느냐며 얼굴을 찌푸렸다. 다자이는 ‘안고는 다행히도 남편분이 직접 사랑을 담아 만들었으니까 그거나 먹어. 먹다가 죽으면 더 좋고.’라고 말하고는 그에게 오다가 싼 도시락을 떠넘기듯 줘버렸다.
“오다랑 같이 오지 같이 안 왔어?”
“내일 아침에 츄야랑 내가 먹을 아침밥을 미리 준비해놓고 싶다고 해서 그냥 나 혼자 왔어.”
천사가 따로 없구만. 나카하라는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말을 마음속으로 하며 메뉴가 뭐일지 상상했다. 그러다가 앞에서 다자이가 조심스럽게 건네는 도시락통을 발견하고는 ‘너도 같이 만들었어?’라며 도시락을 열어보았다.
“당연하지. 이번에는 오다사쿠 씨에게 전부 검수받고 만들어서 문제없을 거야.”
“응 맛은 있어 보이는데 샐러드냐?”
“응? 샌드위치인데.”
오면서 이리저리 던지다 온 건가. 안에 너저분하게 섞여 있는 호밀빵과 채소들, 그리고 햄들을 바라보던 나카하라는 그래도 고소하게 풍기는 소스의 냄새를 맡고 평소 배달음식을 먹을 때를 대비해 두었던 일회용 포크를 꺼냈다. 다자이는 ‘엉망인데 먹으려고?’라고 물으며 나중에 오다에게 말해서 다시 만들겠다며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그를 저지시켰다. 평소라면 사랑을 담았으니까 제발 먹어봐 이번에는 성공이야 츄야, 라고 하며 먹는 것을 종용했을 다자이건만. 나카하라는 자신에게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모습이 조금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네가 정성 들여서 싸줬는데 먹어야지.’라고 하며 포크로 샐러드를 먹듯이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나카하라는 지금 먹고 있는 샐러드인지 샌드위치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음식이 이때까지 다자이가 만들었던 음식 중(하얀 벽돌이었던 두부를 제외하고,)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오다의 도움을 전적으로 받았다 하더라도 이건 정말 큰 발전이었다.
“맛있다. 다자이.”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환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자이는 예상보다 더욱 기뻐하는 나카하라의 모습에 놀란 건지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반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부끄러운 것인지 그의 밝은 표정에 기쁜 것인지 귀 끝을 붉히며 ‘많이 먹어, 츄야. 오늘은 몇시에 끝나?’라고 말문을 돌려버렸다.
“오늘 서류가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 같은데…. 오랜만에 외식이라도 하면서 데이트라도 할까?”
와, 츄야가 진짜 기분이 좋은가 보다. 다자이는 데이트 신청을 하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카하라에게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카하라는 멍하니 있는 그에게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면 데리러 가겠다고 말하고는 다 먹은 도시락은 직접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예쁜 옷 입고 기다리고 있어. 너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가자.”
“언제는 아무거나 입어도 다 좋다고 했으면서.”
“그렇게 말했더니 어느 순간 다 벗어버리니까 그런 말을 못 하겠더라고.”
농담조로 말하지만, 진심이 가득 담겨있는 나카하라의 말에 투덜거리던 다자이는, 습관처럼 그의 이마에 입 맞췄다. 인사치레로 하는 거로 생각해서인지 가만히 있던 나카하라는, 감질나게 입술을 맞춘 그가 몸을 일으키기 전에 그대로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겨 입술에 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딱히 반항하지 않은 다자이는, 진하게 쪽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나카하라의 입술에 다시 짧게 입 맞추고는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방을 잡으시고 싶은 거라면 옆에 회의실이 비어있습니다. 2시까지 가능하십니다.”
“그런 거 아니다.”
나카하라는 덤덤하게 받아드리는 사카구치에게 얼굴을 붉히며 말하고는 어서 다자이에게 가보라며 인사했다. 다자이는 ‘더 하고 싶은데….’라고 아쉬움을 표현하며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물론 지나가면서 사카구치에게 ‘안고도 건강히 잘 지내. 물론 그냥 하는 말이야.’라고 말하며 집무실을 나섰다. 사카구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 잘한다며 중얼거리고는 문득 뭔가 생각나는지 집무실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에게 말했다.
“어디로 또 빠지지 말고 곧장 나가요. 앞에 경비실에 말해버릴 거니까요.”
“거참 안고는 너무 빡빡하다니까. 어차피 내 남편 회사인데 어때.”
“전적이 있지 않습니까.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요.”
다자이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사카구치는 그를 믿으면서도 불안함을 감출 수 없어 엘리베이터가 곧장 로비 층까지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집무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물론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간부진들을 제외하고는 극히 드물겠지만, 어디 신입사원으로 변장해 놀고 있을지도 모른 인간이 다자이 오사무 아니던가. 그가 건물을 나갔다는 말이 들릴 때까지 불안해하던 사카구치는 태평하게 도시락을 전부 먹고 조금 가벼운 표정이 된 나카하라가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회장님과 다자이 씨가 왜 부부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알던 다자이 씨는 세 번까지는 뒤통수를 치던 사람이어서 말이죠. 사카구치는 그 말을 굳이 꺼내지 않고 한숨으로 뒤의 말을 대신하며 남은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 사람을 이정도로 믿을 수 있는 걸까. 사카구치의 마음속에서는 평생 남을 미스터리일 것이다. 나카하라는 그 속뜻을 정확하게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저 웃으며 다자이와의 약속을 위해 남은 서류를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