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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츄]그대 손을 잡고라면 어디든지(서울편).3

송화우연 2019. 5. 19. 18:59

 

 

피곤함이 더욱 쌓여있을 여행 5일차, 다자이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눈을 떠 밖을 바라보았다. 늦봄에서 초여름이 넘어가는 계절이라지만 너무 더웠던 날씨가 전부 이 비가 오기 위해서인 듯 했다. 다자이는 잠 묻어나는 눈을 비비며 흐린 새벽하늘 사이로 빗줄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여유로운 여행임에도 바쁘게 다녀서 다행이었을까, 오늘은 호텔에서 조금 시간을 더 보내야지 생각하던 그는, 세상모르게 품에서 잠이든 나카하라를 바라보며 어둑한 방 안에서도 잘 보이는 주황빛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제일 신나게 돌아다녀서 일까, 나카하라는 매번 돌아오자마자 목욕을 후 대화도 나눌 새 없이 곯아떨어졌다. 더 보고 싶고 더 재미있게 놀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그가 마냥 귀여운지, 다자이는 따로 불평불만 없이 그를 따라다녔다. 물론 그와 함께 다니는 게 즐겁다는 이유도 한몫을 했지만 말이다. 오늘은 호텔에서 좀 쉬다가 나가자고 해볼까. 다자이는 자신이 쓰다듬는 것도 모른 채 미동도 않고 자는 나카하라를 응시하며 생각했다. 이렇게 가다간 여행을 굳이 여유롭게 시간을 들여 한 이유가 없어질 것 같았다. 다자이는 오늘은 깨우지 말고 곤히 자게 내버려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그의 핸드폰에 설정된 알람을 끄고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비가 와서인지 더욱 운치 있어 보이는 호텔 주변의 숲은, 물기를 머금어서 인지 더욱 짙은 녹색을 띄고 있었다.

우산 쓰고 산책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

작게 속삭이듯 중얼거린 다자이는, 한참 나카하라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며 어슴푸레한 새벽의 분위기를 즐겼다. 창을 톡톡 두드리는 빗소리와 바람에 나무들이 흔들려 숲이 울리는 소리, 그리고 아침에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까지. 어디하나 낭만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다고 느껴졌다. 다자이는 이렇게 나카하라와 함께하는 조용한 새벽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의 입술에 짧게 입 맞추고 떨어졌다.

나카하라가 일어난 것은 알람이 몇 십 번이 울리고도 남을 점심시간이 다 된 시각이었다. 다자이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리기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고, 옆자리가 비어있는 것도 모른 채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나카하라는 뻗힌 머리를 긁적거리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1?”

분명 아침 830분에 알람이 울렸어야 했는데. 나카하라는 부재중이라고 뜨지도 않은 알람을 확인하다가 다자이를 불렀다. 주방에서 커피메이커를 만지작거리던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부름에 츄야 왜?’라고 대답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나카하라는 알람 소리를 들었는지 물으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왔다. 다자이는 일정이 엉망이 되었다고 말하는 나카하라에게 오늘은 비도 많이 오는데 조금 쉬자. 어차피 내일도 있잖아.’라고 대답하고는 그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나왔다. 다자이가 미리 룸서비스를 시켜두었던 건지 식탁에는 아침식사가 준비 되어 있었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있는 프렌치토스트와 쌓여있는 팬케이크, 그리고 같이 온 음식들은 온기를 머금고 있어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카하라는 이게 다 뭐야.’라고 물으면서 다자이가 빼준 의자에 앉았다. 일정은 전부 틀어지고 급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같이 온 연인은 여유롭게 아침을 먹자고 한다니. 나카하라는 기분이 풀어지지 않는지 답지 않게 토라진 아이처럼 멀뚱히 자리에만 앉아있었다. 다자이는 그가 토라질 거라는 것은 예상했던 건지 미소를 띤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접시에 프렌치토스트를 잘라 건네준 뒤 많이 먹어.’라고 말하며 자신도 식사를 시작했다.

늦게 일어나서 일정이 엉망인데 이게 무슨 소용이야.”

츄야랑 있으면 엉망이어도 좋은데.”

프렌치토스트를 한입 정도로 잘라 나카하라의 입에 대어준 다자이는 투덜거리는 그에게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하는 수 없다는 듯이 프렌치토스트를 받아먹는 나카하라에게 좀 쉬엄쉬엄 다녀 츄야.’라고 말하고는 겨우 내린 커피를 나카하라의 옆에 놓아주었다. 나카하라는 입 안에서 녹듯이 부서지는 프렌치토스트를 우물거리다, 결국 포크를 들어 제대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달달하고 녹진하게 녹아내리는 토스트와 핫케이크에 조금 기분이 풀어지는 것도 같았다. 나카하라는 그런 자신을 힐끔거리며 아침을 먹는 다자이에게 아까 그렇게 말해서 미안해 다자이.’라고 사과하고는 멋쩍은 마음에 커피를 홀짝거렸다.

... 내가 알람을 끈 거였긴 했으니까. 그래도 일중독처럼 여행 다니는 건 싫단 말이지.”

넌 좀 더 혼났어야 했는데……. 아니다. 그냥 이렇게 하루정도는 쉬어도 좋겠지.”

이제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 건지 나카하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핫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었다. 확실히 여행을 오고 나서부터 여러 곳을 가고 싶다는 욕심에 하루도 쉬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다자이도 좀 지쳤겠지. 나카하라는 여유롭게 쉬자는 마음으로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아침을 전부 먹었다. 평소 먹는 양보다 많은 양을 먹고 그대로 누워버린 그는, 자신을 따라 들어오는 다자이에게 언제부터 비왔어?’라고 물으며 침대에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새벽에 일어났을 때에도 이미 오고 있었어. 밤부터 왔었나봐.”

비가 오니까 어디 나가기 힘들까나…….”

잠시 고민에 빠진 듯이 보이던 나카하라는 침대 시트를 몸에 둘러두고는 나른하게 눈을 깜빡거렸다. 다자이는 눈을 끔뻑이다 비비기 시작하는 그의 옆에서 졸리면 더 자지 그래?’라고 말하고는 침대에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돈해주었다. 나카하라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루를 잠으로 보낼 수 없다고 말하고는 침대 옆 협탁을 더듬어 수첩을 꺼냈다. 택시를 타고 나가서 뭐라도 먹고 올까. 진짜 걷지도 않고 오늘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는 거지. 나름 괜찮은 계획이라 생각한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뭐 먹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물었다.

배불러서 전혀 생각이 없는데.”

게먹을까? 킹크랩. 랍스터도 맛있다던데.”

지금 당장 가자.”

아까까지 배부르다고 하더니만. 나카하라는 곧장 가자고 대답하는 다자이를 보며 키득거렸다. 하여간 게라면 사족을 못 쓴다니까.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따가. 나 조금 더 쉬고.’라고 말하고는 침대 위에서 기지개를 켰다. 다자이는 나른한 몸을 쭉쭉 늘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나카하라에게 그렇게 늘리면 늘어나?’라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나카하라는 평소였다면 바로 일어나 그의 머리에 딱밤이라도 놓아주었을 테지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럴지도.’라고 대답했다. 조금 더 잘까. 나른하게 감기는 눈을 몇 번이고 끔뻑이던 그는, 그대로 눈을 감은 채 다자이, 10분 있다가 깨워.’라고 말했다.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저렇게 말해놓고 한 시간은 잘 것을 알았지만 일단 알겠다고 대답한 뒤, 나카하라가 챙겨온 서울 여행 가이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마치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라도 된 듯이 여유를 즐기며 휴식하던 두 사람은,결국 예상했던 한 시간이 지나도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느지막한 오후에 호텔에서 나온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하다는 평이 자자한지라, 나카하라는 한국에 오게 된다면 다자이와 함께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나카하라는 택시에서 내리자 뭔가 터미널과 같이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바다 앞에서나 볼 법한 전경이 펼쳐지고 물이 흘러넘치는 수조 안에는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이 보이는 해산물들이 싱싱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다자이와 나카하라는 처음 보는 광경에 이리저리 안을 둘러보며 천천히 상점가를 걸었다.

이런 데를 오다니……. 우리 스시 집 직원 같지 않아?”

네가 만든 스시는 별로 안 먹고 싶은데.”

해맑게 말하는 다자이에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 나카하라는 유독 큰 게가 있는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자이도 그것을 본 것인지 수조에 몸을 반쯤 걸치고 있는 게를 가리키며 츄야 엄청 크다.’라고 말했다.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얼마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지 물었다. 괜히 두 사람 밖에 없는데 많이 시켜 남기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다자이는 물론 게는 한 마리 전부 먹지.’라고 대답하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카하라를 바라보았다. 나카하라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수조 안의 게를 바라보았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게를 볼 수 있을까. 물론 일본에도 게는 많지만……. 고민하는 티가 역력한 나카하라의 옆에서 그의 대답을 기다리던 다자이는 결국 저걸로 하자는 그의 말에 곧바로 번역기를 실행했다. 구두 대화가 아닌지라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두 사람은 아무래도 좋았다. 어서 저 큰 게와 새우, 그리고 랍스터로 배를 채우고 싶은 마음뿐이기에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나카하라와 다자이가 고른 해산물을 바구니에 담은 직원은 두 사람을 위층으로 안내했다.

츄야, 게가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어.”

그래서 안 먹을 거냐?”

아니 다 먹을 건데.”

시답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식당 안으로 안내해준 직원은 기다리고 있으면 음식이 나올 거라고 설명해준 뒤 가게를 나갔다. 나카하라는 식당 주인의 손에 건네진 게를 바라보며 저거 다 삶아지긴 할지 모르겠다.’라고 중얼거렸다. 다자이는 마냥 신나보였다. 이렇게 타지에 와서 싱싱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니. 일본도 해산물이 유명한 나라였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이런 호사는 나카하라가 없다면 누리기 힘든 것이었다. 나카하라는 받은 카드 영수증을 보며 보면 볼수록 놀라운데.’라고 중얼거렸다. 다자이는 굳이 가격을 몰라도 좋다는 주의였지만, 나카하라가 놀랍다고 말하자 궁금해졌는지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얼마인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말없이 영수증을 보여주었고, 다자이는 물끄러미 바라보며 우리 여기서 집구해서 살까?’라고 물었다.

게 때문에 이민을 와야겠냐.”

그럴 수도 있지.”

나카하라는 한숨을 쉬면서도 작게 웃었다.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이곳의 주인 같은 사람이 랍스터 회를 가지고 왔다. 나카하라는 일본어로 메뉴를 말해주는 남자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바로 젓가락을 들었다. 랍스터 회는 마치 살아있기라도 한 듯이 탱글거렸다. 곧바로 살점을 입에 넣은 나카하라는 그대로 느껴지는 단 맛과 쫄깃함에 말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말을 할 때 하나라도 더 입에 넣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두 사람은 먹는데 집중하느라 대화도 없이 랍스터 회를 해치웠다.

나 여기서 정말로 살고 싶어.‘

요코하마에서나 좀 잘 살아보고 그런 말을 해라.”

나카하라와 다자이의 앞에 붉은 킹크랩과 소금구이한 새우가 나오자 다자이는 계속해서 여기서 살 수 없는지 나카하라에게 물었다. 나카하라는 그런 다자이를 혼내듯이 말하면서도 큰 쟁반에 받혀져 나온 게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렇게 큰 걸 어떻게 먹지? 걱정과 기대감이 엄습했다. 아까까지 자신들에게 설명을 해주던 주인 분은 게가 나오자 곧바로 게의 등딱지를 열어 안을 보여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안은, 신선한 내장으로 차있었고 살이 가득했다. 곧바로 게의 다리와 몸통을 해체하던 주인은 그들에게 시범으로 다리 껍데기를 까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나카하라와 다자이는 안에 가득 차있는 속살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리를 까서 먹기 시작했다. 안에 가득 차 있는 살들은 김을 내며 단내를 풍기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게를 정말 원 없이 먹겠다고 생각하며 다리를 하나씩 없애가기 시작했다. 껍데기가 쌓여갈 무렵, 새우를 까던 나카하라는 오늘 이렇게 오길 잘한 것 같아.’라고 말하며 게살을 바르기 바쁜 다자이를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에는 엉망이라며?”

그건 일정이 안 지켜졌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엉망이어도 상관없어. 네 말마따나 너와 함께라면 엉망이어도 이렇게 즐겁잖냐.”

나카하라는 게 내장과 볶아져 나오는 등딱지 볶음밥을 주문하고는 다시금 새우를 까 다자이의 접시에 놔주었다. 다자이는 그의 한마디에 기분이 들뜬 건지 미소를 띠며 그렇게 즐거워?’라고 물었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거림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새우를 입으로 가져갔다. 여유롭게 게 다리를 다 먹은 다자이는 어렵게 새우를 까는 그에게 자신이 깐 새우를 건넸다. 나카하라는 , 고마워. 이거 잘 안까지네.’라고 말하며 그가 주는 새우를 받아먹기 시작했다.

츄야는 손이 많이 가네.”

너도 못지않으니까 그냥 받아드려.”

마치 오래 같이 산 부부와도 같은 대화에 피식거리며 웃은 두 사람은 이걸 먹고 어디 갈 건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카하라는 이제 배도 제대로 채웠겠다, 몸을 움직여야하지 않겠는지 물었다. 하지만 내리는 빗줄기는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고, 다자이는 비가 멈추지 않는 이상 별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렸다.

그냥 배부르니까 가서 자면 안 돼?”

... 그것도 나쁘지는 않네. 목욕 하고 쉬고 밤에 비가 그치면 앞에 산책 나갈까?”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건네는 새우를 입으로 받아먹으며 물었다. 다자이는 안 그래도 아침에 그 생각했어. 앞에 산책이라면 비가와도 운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하고는 쌓여있는 게와 새우 껍데기를 쟁반에 치웠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래도 좋을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처럼 피로도 싹 풀려야 할 텐데. 나카하라는 다 먹었다며 플라스틱 장갑을 벗는 다자이에게 아직 볶음밥이 남아있다고 말하고는 어서 숟가락을 들고 있으라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츄야, 진짜 나 배 터질 것 같아. 더는 못먹어.”

볶음밥 나오고 나서 말해봐. 너는 그냥 먹고 있을 테니까.”

다자이는 장난스러운 나카하라의 대답에 손을 내저으며 그럴 리가 없다고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볶음밥이 나오자 다자이는 숟가락을 들었고, 두 사람이 음식을 남기는 일은 없었다.

 

***

 

정말... 위장이 터져서 죽을 지도 몰라.”

끔직한 소리 하지 마.”

나카하라는 젖은 수건 마냥 소파에 늘어진 다자이에게 그래가지고 산책을 갈 수 있겠냐며 물었다. 다자이는 산책이든 뭐든 좋으니까 뭔가 소화시킬만한 걸 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고는 나카하라에게 그런 게 있는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그가 운동을 할리 없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그냥 산책이나 가자.’라고 말하고는 목욕부터 할 건지 산책을 할 건지 물었다.

목욕부터 할래. 지금 나가서 걸으면 걷다가 체할 것 같아.”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물을 받아두겠다며 욕실로 들어갔다. 꽤 넓은 욕조는 두 사람이 들어가고도 넉넉할 만한 크기였다. 나카하라는 따뜻한 물을 받으며 입욕제를 풀고, 물이 거의 다 받아졌을 때쯤 다자이를 불렀다. 다자이는 소파에 기대듯 누워 겨우 고개를 들어 보이고는 츄야 먼저 할 거지?’ 그에게 물었다. 나카하라는 딱히 대답이 없었다. 뭔가 묘한 미소를 띤 채 다가온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를 똑바로 앉힌 채 그에게 기대었다. 다자이는 영문을 모른 채 그를 바라보며 ? 내가 먼저 할까?’라고 다시 물었지만 나카하라는 그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그를 가만히 올려다볼 뿐이었다.

같이하는 건 싫냐?”

가만히 손을 뻗어 다자이의 뺨을 쓰다듬던 나카하라는, 그의 허벅지에 올라앉아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변한 탓인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츄야?’라고 그를 부르던 다자이는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그에게 괜찮겠는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갑자기 같이 하고 싶어졌는데. 싫어?’라고 물으며 입술에 짧게 입 맞추고 떨어졌다. 벌써 한국에 온지도 닷새가 되어가니, 일본에서부터 안 한 날짜를 세면 일주일이 넘어갔다. 다자이는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라고 묻는 그의 허리를 안아오며 이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있겠냐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 산책은 물 건너갔네. 다자이는 품에 안긴 나카하라의 입술에 마주 입 맞춘 뒤, 그에게 경고라도 하듯 말했다.

츄야가 그만해달라고 울면 안 돼.”

그래도 여행은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짓궂은 표정이 된 다자이에게 신신당부하던 나카하라는, 자신을 번쩍 안아들고 욕실로 향하는 다자이를 끌어안았다. 나카하라는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입 꼬리는 내리지 않는 다자이에게 좋으면서 빼지 마.’라고 말하고는 따뜻한 물 때문에 김이 서린 욕실 문을 그대로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