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독/다자츄

[다자츄]우당탕탕 회장님!!.7

송화우연 2019. 6. 30. 18:42

쇼핑몰 로비 중앙 카페에 어색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다자이는 마냥 신나는 표정으로 반쯤 마신 커피를 휘저으며 우연히 해외에서 마주친 사카구치와 오다에게 그래서 두 사람,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었나?’라고 질문했다. 나카하라는 너 때문에 좋은 시간도 전부 날아갔을 것 같다고 말하려 했지만, 불난 집에 기름을 부어넣는 꼴이었음으로 말을 아꼈다. 사카구치는 얼음이 가득 담긴 레몬차를 크게 들이키고 얼음을 소리 내어 깨물어 먹었다.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던 오다와 나카하라는 무슨 말이 나올지 몰라 걱정하는 눈치였다.

나카하라 씨, 그 셔츠는 뭡니까?”

아그작 소리를 내며 부서지던 얼음이 녹아 사라지고 사카구치가 조금 진정 되었을 때, 사카구치는 나카하라와 다자이가 입고 있는 분홍색과 파란색의 하와이안 셔츠를 보며 물었다. 다자이는 자신들의 패션을 불쾌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사카구치에게 안고는 입국심사 프리패스 패션도 모르나?’라고 물으며 자신과 같은 셔츠를 입고 있는 나카하라에게 팔짱을 껴왔다.

이렇게 완전히 관광객처럼 입고 있으면 입국 심사는 별로 안 걸린다네.”

입국 심사는 범죄자만 아니면 거의 다 들어옵니다만. 다자이 씨는 뭐 찔리시는 거라도 있으신가보죠.”

아니, 말 많이 시키면 별로잖아.”

다자이는 싸늘하게 맞받아치는 사카구치의 말에 투덜거리듯 대꾸하고는 입술에 빨대를 물었다. 오다는 오랜만에 뵙는 군요 나카하라 씨. 잘 지내셨습니까?’하고 나카하라에게 늦은 인사를 건넸다. 나카하라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는 듯 밝게 인사하며 오다에게 다자이와 시간을 보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행 행선지가 겹치는 것도 인연인데 언제 식사 한 번 하자고 말하며 두 사람에게 언제까지 묵는지 물으며 최대한 즐거운 여행을 보내기 바라는 듯이 선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호텔에 가서 술이라도 한 잔 할래?”

아뇨, 저희는 아직 일정이 있어서요. 그리고 다자이 씨 달래주러 오신 거 아니십니까?”

사카구치가 나카하라에게 물음을 던지며 다자이의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다자이는 툴툴거리는 표정으로 풀어주긴, 우린 그냥 즐기러 온 거거든?’이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사카구치는 지지 않았다. 오다는 두 사람이 거의 언쟁 수준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화제를 전환해 나카하라에게 다자이와 함께하는 여행의 일정을 물었다.

저희는 일주일 정도 묵을 생각입니다. 나카하라 씨와 다자이 씨께서는 언제 돌아가십니까?”

? 우리? 아직 안 정했는데. , 다자이 언제 갈래.”

어차피 전용기니까 돌아가기 하루 전에만 말하면 되잖아. 그냥 좀 더 있을래.”

어깨를 으쓱이며 모르겠다는 듯이 말하는 다자이의 행동에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사카구치는, ‘저희는 예매해둔 비행기 표가 있어서요.’라고 말했다. 나카하라는 잠시 고민하더니, ‘내일 호텔 뒤에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하는 건 어떠냐? 그리고 너희는 밑에 수족관 가보거나 뒤에 바다로 가면 되잖아.’라고 제안했다. 물론 사카구치와 오다가 특별한 일정이 있었다면 힘들었겠지만, 나카하라는 어떻게든 이 두 사람에게 자신과 다자이가 (대부분 다자이의 몫이었지만.) 한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다. 사카구치는 오다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어보더니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카하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얼마 안 되는 휴가 쪼개서 온 여행인데, 많이 즐기다가 가라.’라고 말했다.

비행기가 별로면 자리 많으니까 전용기 타고 같이 가도 된다.”

아뇨, 다자이 씨랑 같은 비행기를 타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안 됩니다.”

뭔가 더는 권유할 수 없는 완강한 거절에 나카하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좁아터진 이코노미석이 전용기 좌석보다 좋을 리 없겠지만, 사카구치에겐 다자이가 있고 없고가 선택에 큰 폭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나카하라는 이제 자신들은 호텔로 돌아가 보겠다고 말하고는, 아직 살게 남아있던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다자이는 무언가 아쉬워 보이는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 뒤, 자신을 끌고 나가다시피 하는 나카하라의 손에 이끌려 쇼핑몰을 나갔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호텔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아서라, 안고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손사래를 쳐 보이며 안 된다고 하고는, 곧장 호텔로 돌아갔다. 아까까지 맑고 푸른 바다가 펼쳐졌던 발코니에는, 주황빛 석양이 물들고 있었다. 나카하라는 이제 저녁인가보다.’라고 중얼거리며 침대에 누워있는 다자이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다자이는 아까 먹었던 코코넛 크랩이 아직 소화가 안 된 것 같다며 그에게 손을 내저어보이고는 잔뜩 늘어진 자세로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있었다. 나카하라는 조금 아쉬운 모양인지 가만히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 먹기 전에 한 번 걸어보고 식당가고 싶었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발코니로 나갔다. 많은 가족들이 바다를 나갔다가 돌아오는 모양인지 수영복과 래쉬가드 차림으로 풀 사이드를 걸어 나오고 있었다.

츄야, 옆에 와서 안 눕고 뭐해.”

누워만 있기엔 아까워서.”

다자이는 한참 더운 바람을 맞으며 발코니에 기대있는 나카하라를 뒤에서 끌어안고 그가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갔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여기 계속 서 있는 거야. 다자이가 가만히 바다에 잠겨가는 해를 보는 나카하라에게 츄야는 경치가 예뻐서 계속 여기 있던 거야?’라고 물으며 그의 허리에 팔을 감아 안았다. 나카하라는 투정부리듯 묻는 다자이의 행동에 웃어버리고는 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아 당겨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남겼다. 다자이는 감질나게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다시금 고개를 숙여 나카하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 천천히 혀를 내어 부드러운 입술을 쓸어보다 입술로 그의 입술을 베어물어보던 다자이는 유혹이라도 하듯 나카하라의 입술을 간질였다. 나카하라는 그의 재촉임 같은 행동에 웃어버리고는 그대로 그의 목에 팔을 걸어 안아 그의 입 안으로 혀를 넣어 얽어오기 시작했다. 해가 점점 바다 안으로 떨어지며 어둑한 밤하늘을 끌고 왔을 때야 두 사람은 입술을 떼었다. 나카하라는 한참을 타액을 섞어오며 입술을 비벼대었던 탓에 번들거리는 입술로 더운 숨을 내뱉고는 다자이를 향해 팔을 벌려 보이며 안아줘.’라고 말했다. 다자이는 별다른 대답없이 그를 그대로 안아 들었고, 나카하라는 그대로 낭창한 다리를 허리에 감아왔다.

오늘 따라 적극적이네.”

후우... 해외에서 하는 거라 그런가. 더 흥분되네.”

다자이는 달달하게 쏟아져 내리는 나카하라의 페로몬 향기를 들이쉬며 그를 더욱 품에 끌어안았다. 나카하라는 은은하게 자신을 감싸는 다자이의 향기에 드러난 목덜미에 입맞춰주고는 오늘도 숨막히게 할 거냐?’라고 물었다.

안 그래도 지금 엄청 노력중인데. 츄야가 유혹해서 무리일 것 같아.”

, 그럼 안되는데. 나 진짜 죽는다고.”

심각한 말과 다르게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은 나카하라는 셔츠 단추를 풀어가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셔츠가 그대로 침대 아래로 떨어짐과 동시에 그를 침대에 눕혀 천천히 그를 내리누르기 시작했고, 나카하라는 그것마저도 즐긴다는 듯이 다자이의 목을 끌어안은 채 미소 지어 보였다. 온전하게 밤이 하늘 위로 내려앉자 각자 흘러나오던 페로몬은 언제부터 두 개였는지 모를 만큼 서로에게 섞여들기 시작했다.

 

***

 

밤을 지나 새벽, 아침이 다 되어서야 뒤엉켰던 두 사람이 결국 지친 듯 침대 위로 늘어졌다. 나카하라는 숨을 고르며 자신에게 붙어오는 다자이를 간신히 밀어내었다. 이럴 때만 힘내서 들러붙고 난리야. 말을 내뱉을 힘도 없는 나카하라는 잠깐그만…….’이라고만 중얼거리며 자신을 당겨 안아오는 다자이를 최대한 밀어내며 몸을 침대시트로 감쌌다.

왜 츄야. 아직 향기 좋은데.”

하아...네가 틈도 안 주고 하니까 그냥 마구잡이로 흘러나오잖아... 나 조금만 쉬자.”

물론 나카하라가 말하는 조금만의 의미는 오늘은 끝이라는 뜻이었지만, 다자이는 끝이란 단어를 모른다는 듯이 그의 목덜미에 입 맞추며 그를 끌어안았다. 나카하라는 한숨을 내쉬며 도 예전 같지 않거든?’이라고 중얼거리고는 어제의 잔해가 널브러진 침대와 침대 아래를 바라보았다.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너 콘돔 몇 개 썼냐?’라고 묻고는 자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는 그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다섯 개 이후로는 기억 안 나는데.”

“... 미쳤냐?”
다섯 번이라니. 어제 한 것만 세어도 손가락이 모자라는데. 나카하라는 그러다가 계획에도 없는 일이 생기면 어쩌려고 그러냐며 그를 다그쳤다. 다자이는 갑자기 혼나는 분위기가 된 상황에서 크게 뜬 눈을 끔뻑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나카하라는 그런 그에게 네가 회사 나갈래?’라고 물으며 헝클어진 머리를 신경질 적으로 쓸어 넘겼다.

미안해 츄야. 근데 빨리하자고 콘돔 집어 던진 건 츄야인거 알아?”

……내가 언제.”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말에 시치미를 떼며 다시 자리에 누워버렸다. 기분 좋아해서 해버린 관계임에도 이렇게 걱정거리가 하나 늘어버렸다. 마음의 틈이 생겨서일까. 평소 같았으면 딱 횟수를 정해두고 피임은 정확히 해가며 했을 관계였지만, 여행의 분위기에 휩쓸려 임신 걱정 없던 연애 시절마냥 몸을 섞었다는 생각에 기쁨보단 걱정이 앞섰다. 아직, 아직은 안 되는데.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서 등을 돌려 누워서는 손톱을 입에 물었다. 다자이는 그런 그를 다시금 품에 끌어안고는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주었다.

츄야, 어제 노팅도 안 했으니까 임신 확률 거의 없는걸,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

그래도 혹시 모른다고. 저번에 노팅 안 해도 임신한 사례도 있었단 말이야.”

다자이는 불안해하며 손톱을 무는 나카하라의 행동을 저지하며 그의 손에 깍지를 껴온다. 나카하라의 불안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인지 아무런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아온 다자이는 나는 츄야가 싫으면 싫어.’라고 중얼거리며 그의 손등에 입 맞췄다. 나카하라는 대답 없이 그가 자신을 만지는 대로 가만히 누워 있다가, 문득 미안.’이라고 사과하며 몸을 돌아누웠다.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다. 내가 아이를 가지기 싫은 게 아니라…….”

츄야, 괜찮아. 난 츄야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아. 그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돼,”

뭔가를 구구절절 설명하려하는 나카하라에게 고개를 저어보이던 다자이는, 미소를 띤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나카하라는 그의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대로 품에 안겨 들었다. 다자이가 답지 않게 어른스럽게 느껴진 나카하라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철부지였는데, 언제 이렇게 됐지. 자신이 더 철부지가 되어가는 기분에 한숨을 내쉬던 나카하라는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다자이의 손길을 느끼며 무거운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츄야, 츄야가 원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 우리는 가족이니까. 두 사람이 삐끗거리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거잖아?”

잠에 빠진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다음 말을 들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다자이는 그가 안심할 수 있도록 천천히 머리부터 등을 쓸어내리길 반복하며 아침을 보냈다.

 

***

 

어째 더 피곤해보이십니다?”
, 좀 덜 쉬어서 그렇다.”

그렇다기에 는 목도 좀 쉬셨는데요.”

나카하라는 하나하나 물고 늘어지는 사카구치의 말에 됐어 너무 캐묻지 마라.’라고 대답하고는 손을 내저었다.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은 마치 바다 속에 와있는 듯이 장관이 펼쳐졌다. 나카하라는 둥글게 자리가 잡힌 안 쪽 자리에 안내를 해주는 웨이터에게 인사치레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마주앉은 사람들의 앞에 메뉴를 하나씩 들려주었다.

맛있는 걸로 먹어라. 내가 다 살 테니까.”

회장님이랑 이렇게 만나서 좋은 일도 있군요.”

사카구치가 우스갯소리를 하며 메뉴를 열자 나카하라는 나 따라다니면 콩고물이 떨어지는 거 몰랐냐?’라고 받아쳤다. 오다와 다자이는 신나는 표정이 되어 옆에 앉아있던 나카하라와 사카구치에게 연신 어떤 메뉴를 같이 먹는 게 좋을지 상의하기 시작했다.

츄야, 나 역시 랍스터는 다 먹고 싶은데.”

먹고 또 시켜. 또 한 접시 시켜두고 배부르다 울지 말고.”

다자이의 조름을 한마디로 떨쳐낸 나카하라는 곧바로 먹고 싶은 것을 몇 가지 추려내었다. 그리고 각자 주문을 마친 뒤 먼저 나온 술을 홀짝거리던 네 사람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나카하라였다.

그래서, 너희는 어쩌다 괌으로 왔냐?”

나카하라의 질문에 마티니 안에 올리브를 먹던 사카구치가 오다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사쿠노스케 씨가 가보고 싶다 해서 급하게 준비를 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오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지인이 괌에 갔다가 왔다는 말에 부러웠다고 설명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되물은 오다는 기대가 찬 표정으로 다자이와 나카하라의 쪽을 바라보았다.

난 별거 없는데.”

뭔데 그래.”

그냥 TV에 나왔었어. 여행지 상품으로는 괌이 최고라는 홈쇼핑이.”

위스키를 홀짝거리며 답하는 다자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은 나카하라는 , 누가 가정주부 아니랄까봐 홈쇼핑을 보고 여행가자고 하냐.’라고 말하고는 눈물을 닦는 시늉까지 했다.

이래서 말하기 싫었는데.”

그런데 홈쇼핑이었으면 분명 패키지여행이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두 분은 그냥 자유로 다니는 거 아닙니까?”

안고, 내가 패키지여행 같은 거 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자이의 물음에 곧바로 수긍한 사카구치는 좋은 선택이었네요. 가이드가 무슨 죄겠어요.’라고 답하고는 바로 마티니를 홀짝거렸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식탁에는 식사가 가득해졌다. 네 사람은 적당히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시작했다. 네 사람이 이렇게 여행지에서 만날 일이 언제 또 있을까. 나카하라는 꽤나 의외의 조합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 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도 이렇게 모일 수 있으면 모이자.”

...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다자이 씨가 너무 떠들지 않는 다면 말이죠.”

안고, 다 들려.”

다자이, 안고에게 미운 털 박히면 안 좋다.”

오다까지 거들자, 다자이는 오다사쿠는 안고 편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라고 대답하고는 나카하라의 팔에 팔짱을 껴왔다. 후덥지근한 습기가 많이 누그러진 괌의 밤바람은 나름 상쾌하게 느껴졌다. 오다와 사카구치를 보낸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은 채 천천히 호텔 쪽으로 걸어갔다.

다자이, 고맙다.”

뭐가? 오늘 츄야가 쐈잖아.”

그냥 고맙다면 고마운 줄 알아.”

나카하라는 예전보다 크게 느껴지는 자신보다 어린 연인의 손에 깍지를 꼈다. 다자이는 영문도 모른 체 그와 함께 걸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나카하라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였다.

츄야, 사랑해.”

오냐. 나도 사랑한다.”

츄야는 무슨 대답하는 게 할아버지 같아.”

그렇게 장난 섞인 투닥거림을 나누며 걷던 두 사람은, 걱정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다자이는 왁왁 거리며 무어라 하는 나카하라의 이마에 아무렇지 않게 입 맞춰 주고는 웃어버렸고, 나카하라는 더위 때문인지 상기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투덜대었다. 그렇게 열대야의 밤이 깊어 가면 깊어갈수록, 섬의 행복하게 반짝거리는 조명은 꺼질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