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독/다자츄

[다자츄]언제나 함께일 리 없음에

송화우연 2019. 7. 14. 20:00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났지만 샤샤님 생일 축전입니다! 함께 푼 썰로 쓴 글인데...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ㅜㅠ 샤샤님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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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자락을 따라 넘쳐흐르는 핏줄기가 나카하라의 걸음걸음마다 길을 만들 듯이 방울방울 떨어졌다.나카하라는 자신의 곁을 지키는 그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은 채 난장판이 된 자리를 걸어 나왔다.벌어진 상처가 분명 커 보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걷던 그는,물들어가는 조끼를 코트 자락으로 살짝 가린 채 창백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었다. 그는 자기 상태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 발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듯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던 그는, 자신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부하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카하라 ...부축을

됐으니까 다른 놈들부터 챙겨라.”

부하가 손을 내밀었음에도 그는 일부러 냉정하게 손을 밀어내며 차로 돌아갔다.심한 부상을 입은 그보다,그의 부하들이 더욱 분주하게 움직이며 그의 상처를 지혈하기 위해 겉옷을 벗었다.하지만 나카하라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채로 부하들에게난리 떨지 말고 어서 거점으로 돌아가라.보고해야 하니까.’라고 말할 뿐이었다.나카하라는 부하가 막무가내로 쥐여준 천으로 상처를 막은 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나카하라의 안색은 점점 차가워졌지만,그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그의 부하들뿐이었다.나카하라는 허리 한 번 굽히지 않은 채로 거점으로 돌아왔다.나카하라는 차에서 내릴 때조차 아무런 부상이 없는 사람과도 같았다.하지만 이미 코트를 흥건히 적신 피는 그가 발을 딛고 선 순간부터 바닥으로 흘러내렸다.부하들은 전전긍긍한 모습으로 그를 따라 걸었다.뒤에서는간부님께서 노하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라는 말이 간간이 들렸지만,나카하라는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긴 대리석 바닥을 지나 붉은 융단으로 들어서자 그의 움직임이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은 그의 위태한 모습에 부하들은 언제라도 손을 뻗을 준비를 했지만,나카하라는 그 누구도 먼저 그의 몸에 손을 대개 하지 않았다.

츄야.”

다자이가 있는 층에 도착했을 때쯤,나카하라의 얼굴에는 핏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그리고 승강기에서 한걸음 내딛는 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사람과 다름이 없었다.다자이는 그의 집무실 안에 있지 않고 나와 있었다.나카하라가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어서일까.나카하라는 츄야, 왔나?’라고 인사같지도 않은 인사를 건네는 다자이에게 아는 척을 하며 천천히 한 발자국씩 그에게 가까워졌다. 그렇게 몇 걸음을 걸었을까. 나카하라는 자신에게 달려오듯 오는 다자이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며 한쪽 무릎을 꿇을 준비를 했다.하지만 이미 무리할 대로 무리한 몸은 그의 마음처럼 잘 움직이지 않았고,나카하라는 그대로 달려온 다자이의 품에 안기듯 쓰러져버렸다.

거기 뒤의 자네.의무실에서 주치의를 불러오게.수혈할 혈액 팩도 준비해오라고 하게나.그리고 그 뒤의 자네는 깨끗한 물수건을 가져와.”

나카하라가 다자이의 품에 쓰러지자 놀란 부하들은 다자이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다자이는 품에 안긴 그를 쓰다듬으며이정도가 될 때까지 이렇게 찾아오고…………라고 중얼거렸다. 안타까움이 묻어나기보단 마치 큰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나카하라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던 다자이는 자신의 부하가 깨끗한 셔츠에 물드는 피에 대해 말해주는 것에도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과 같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못 들었다는 듯이 피가 더욱 물들도록 나카하라를 끌어안은 다자이는, 주치의가 올 때까지 나카하라를 최대한 지혈하며 죽어가는 듯이 파리해지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치의가 급한 모습으로 달려오자 다자이는 그대로 츄야를 안아 들고 집무실 안으로 향했다.나카하라의 부상은 꽤 심각했다.어떻게 이런 부상으로 여기까지 똑바로 걸어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주치의에게 다자이는 한마디를 해줄 뿐이었다.

츄야는 내 개니까.”

다자이의 한마디에 주치의는 아무런 대꾸 없이 나카하라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이미 마피아 안에서는 많이 들었던 말이어서인지, 굳이 다자이의 말에 하나하나 반응하지 않던 주치의는, 신중하게 나카하라의 옷을 잘라내었다. 심각해 보이는 상처를 소독한 뒤, 접합하고 붕대를 감는 주치의를 가만히 응시하던 다자이는 치료가 끝나갈 무렵 그에게괜찮은 건가?’라고 물었다.주치의는 수혈만 잘 받으면 문제없을 거라고 대답하고는 답지 않게 주변을 맴도는 다자이를 바라보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많이 걱정되시나 봅니다.”

주치의는 밖의 부하들만큼이나 걱정하는 눈치의 다자이를 알아챘다.하지만 다자이는 곧장 표정을 숨기고이정도야 마피아라면 당연한 상처 아닌가.’라고 중얼거리며 뒤로 돌아서 소란스러운 집무실 문을 열었다. 분명 츄야네 부하들이겠지, 그쪽 부하들은 다 츄야랑 똑같아. 속으로 빈정거리듯이 중얼거리던 다자이는, 자신이 문을 열자 금세 조용해지는 나카하라의 부하들을 한번 스쳐 지나가듯 훑어보았다. 그리고 대충 고비는 넘겼으니 인제 그만 떠들고 각자 할 일을 하라고 말하며 흩어지라는 듯 가볍게 손짓을 하고 집무실 문을 닫아버렸다. 나카하라의 걱정에 그가 들어간 다자이의 집무실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루던 부하들은 다자이의 손짓에 순식간에 흩어졌다. 지금 다자이의 얼굴이 영문 모를 불쾌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었을까. 부하들은 소곤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다른 볼일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뭔가 잔뜩 불만인 듯이 보이는 다자이의 표정에 어디 불편하십니까?’라고 물은 주치의는 고개를 저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렇게 다자이는 주치의가 나카하라를 치료하는 한참 동안,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서 있었다. 그러다 주치의의 치료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그는, 붕대를 감는 그에게 불안에 찬 목소리를 가다듬고 물었다.

그래서 언제쯤 깨어날 것 같나?”

그건………… 나카하라님의 의지에 달린 것 같습니다.”

곧 깨어나겠군.”

다자이는 망설임 없이 대답하며 수혈을 마치고 치료가 끝났다며 마무리를 하는 주치의에게 치료를 마쳤다면 나가보라고 말하고는 나카하라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나카하라의 표정이 한결 가볍게 보이자, 다자이는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다치지 말라는 주인 말도 안 듣고 말이야.’라고 중얼거렸다. 애완견을 쓰다듬어준다는 생각이었을 다자이는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그대로 귀 뒤로 넘겨주고는 그대로 나카하라의 이마에 입술을 맞대었다. 아까보다 혈색이 돌아온 그의 피부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체온이 느껴졌다. 다자이는 한결 안심한 표정으로 그의 옆에 팔을 베고 누워 잠에 빠진 나카하라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분명 나카하라의 상처는 보통 사람이었다면 고통을 참지 못하고 혼절했을 수도 있을 고통이었다. 다자이는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품에서 쓰러질 때까지 부하들 앞에서 강한 척을 했다는 것에 작게 웃으며 온기가 돌아온 뺨을 살살 매만져 주었다.

어디 가서 그러지 마, 츄야. 츄야는 내 개잖아, 그렇지?”

대답조차 들려오지 않는 물음을 던진 다자이는 그것이 마냥 좋은지 조금 자세를 바꾸어 그를 품에 살짝 안았다. 그리고는 방금 이마에 했던 입맞춤보다는 더욱 과감하게 나카하라의 입술에 입 맞추고는 살짝 이를 세워 그의 입술을 물었다. 마치 젤리를 베어 문 듯이 문 입술을 살짝 핥아보다 입술을 뗀 다자이는, 부스스 눈을 뜨는 나카하라에게 , 츄야가 무슨 공주님이야?’라고 물으며 웃었다.

“..., 아픈 사람을 왜 그렇게 괴롭히냐.”

그게 내 일 아닌가. 츄야 놀아주는 거.”

다자이는 능청맞게 말하며 나카하라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나카하라는 버둥거릴 힘조차 없는지 한숨을 내쉬며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있었다. 다자이는 흘러내리는 그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어 내리다, 갑자기 강아지를 칭찬하듯이 그에게 착하다.’라고 중얼거렸다. 물론 그런 그의 칭찬에 기쁘기는커녕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던 나카하라는 그런 자신의 반응에도 즐겁다는 듯이 반응하는 다자이의 행동에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닥쳐. 너한테 칭찬받아봤자 별로 기분 안 좋아.”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 츄야가 내 품에서 쓰러져서 주인인 나는 무척 기쁜데.”

누가 주인이냐. 그리고 그런 건 너 같이 변태 놈이나 기뻐하지.”

혀를 차며 중얼거린 나카하라는 연신 그가 쓰러졌던 때를 떠드는 다자이의 말을 들으며 잠자코 안겨있었다. 다자이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그래서, 죽을 만큼 다치니까 기분이 어땠어? 좋았지?’라고 물었다. 연신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다자이에게 넌덜머리가 난 나카하라는 혀를 차며 그에게 연신 닥치라는 말만 계속했다. 자살 매니아 아니랄까 , 저 미친놈이. 속으로 육두문자를 중얼거리던 나카하라는 자신의 머리칼을 가지고 장난치는 다자이에게 그만 만지작거리라고 말했다.

그래도 어디 안 가서 다행이네. 츄야가 죽었으면...”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어디 안 가니까.”

딱 잘라 말한 나카하라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그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다자이는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불만이었지만, 굳이 말하지 않고 그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었다. 나카하라는 괜스레 붉어진 뺨을 더듬거리며 거슬리니 붙지 말라고 다자이에게 쏘아붙이듯 말하며 허리에 올려진 그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덮었다. 다자이는 그의 행동에 웃음이 나는지 작게 웃다가 금세 표정을 굳혔다. , 이 기분. 별로인데. 다자이는 자신이 그의 목숨을 살렸음에도(순전히 다자이 자신의 생각이었지만.)마치 자신이 나카하라의 한마디에 구원 받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다자이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카하라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나카하라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다자이의 손에 깍지를 껴오며 그의 손을 끌어안듯 당겨 자신의 가슴팍으로 가져갔다.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자신과 마주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자신의 표정을 본다면 그가 무슨 반응을 할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안 간다는 그 말, 꼭 지키게나.”

겨우 생각해 내뱉은 한마디는 뭔가 구차하게 느껴졌다. 작게 속삭이듯 나카하라에게 읊조린 다자이는 그의 쵸커가 매여 있는 목덜미에 가볍게 입 맞추고 떨어졌다. 나카하라는 아무렇지 않게 알았다고 대답하려 했지만, 목덜미에 닿는 숨결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밤이 깊어갈 때까지 그저 서로의 체온이 느껴짐에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마치 오늘의 일은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듯 평범한 밤이었다. 술을 한 잔 마시거나, 푹 자고 나면 지나있을 언제나 돌아오는 그런 밤. 하지만 다자이와 나카하라는 선 위를 나란히 걸으며 떨어질까 봐 겁이라도 먹은 아이와도 같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온기를 느끼고, 숨소리를 조심스럽게 들으며 새벽을 보내고, 잠든 척을 한 나카하라를 모른 척을 하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나카하라는 연신 자신이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그의 행동에 맞잡은 손에 힘을 주어 깍지를 끼고 잠꼬대를 하듯 옅게 숨소리를 흘렸다. 서로가 사라질 것만 같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손을 맞잡고 있던 두 사람은 풀어지기라도 할까, 서로를 놓지 않은 채 이 밤을 보냈다. 언제라도 혼자가 될 수 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절대 혼자가 될 리 없다는 확신에 찬 마음을 의심과 함께 곱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