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츄] Kiss Me Before Reach the Gun.1
Mr.&Mrs Smith 를 보고 쓰기 시작한 다자츄 킬러X킬러 소설입니다. 영화와 비슷하지만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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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햇살이 들어오는 방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상담사는 다자이 부부라고 적혀있는 서류철을 열어 이름을 확인했다. 다자이 오사무, 나카하라 츄야 부부. 속으로 앞에 앉은 두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린 상담사는 불안한 듯이 두 손을 모은 채 앉아있는 나카하라와 나름 여유로워 보이는 다자이를 번갈아 보며 가만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자이는 긴장되는지 마른 혀로 입술을 축이는 나카하라에게 괜찮을 거라고 속삭이며 상담사에게 이제 시작하는 게 어떤지 물었다. 상담사는 진정될 때까지 얼마든지 시간을 보내도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자이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 것인지 뒤에 일정이 있다는 말로 상담사를 은근하게 재촉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카하라 씨, 상담을 시작해도 될까요?”
나카하라는 유리잔에 든 물을 마시는 중이어서 인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상담사는 두 사람이 준 정보가 든 파일을 한 장씩 넘기며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그 파일을 덮고는 본격적으로 질문을 하려는 모양인지 인자한 미소를 띤 표정으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
“이곳을 찾아주시는 부부들은 큰 갈등이 있어 찾아오신 분들도 있으시고, 아주 간단한 문제로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두 분은 여기까지 오실 이유가 따로 있으실까요?”
“아뇨, 사실 저희는 아주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딱히 저희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상담가사의 질문과 동시에 대답을 내놓은 것은 다자이의 쪽이었다. 언제부터 잡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카하라의 손을 깍지 껴 잡고 있던 그는, 일부러 손에 쥐고 있는 나카하라의 손을 부드럽게 쓸어오며 상담사의 질문에 능수능란하게 대답했다. 상담사는 다자이의 말에 꽤나 흥미롭다는 듯이 ‘그럼 여기까지 어떻게 오게 되신 거죠?’라고 물으며 자신의 차트에 뭔가를 적었다. 다자이는 나카하라 쪽을 잠깐 힐끔 이고는‘한 번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추천을 받아서요.’라고 대답했다. 뭔가 숨기듯 미소 짓는 다자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상담사는, 덥다는 듯이 손 부채질을 하는 나카하라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저도 딱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친구 부부가 같이 와서 식사를 한 번 했는데, 그 친구들이 박사님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추천해주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흠… 그렇군요. 두 분 평소 대화는 얼마나 하실까요?”
상담사의 질문에 나카하라와 다자이는 누가 먼저랄 새 없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얼마나 했더라? 그걸 세면서 하는 인간이 어디 있어. 나카하라는 미간을 잠깐 찌푸렸다 펴서는 상담사에게 ‘돌아오면 계속 대화를 하니까… 거의 하루에 4시간 이상은 하는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하며 다자이가 깍지를 낀 손을 꽉 잡았다. 상담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물었다. 두 사람은 다시 입술을 떼기 힘들어진 것인지 입술을 달싹거리다 직장이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상담사는 한참 무엇을 대화하는 지 구구절절 하게 설명하는 다자이의 말을 경청하다가, 나카하라에게 다자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놀란 듯한 표정이 되어 생각을 골똘히 하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겨우 대답했다.
“제 남편은 술이랑… 게살 요리를 좋아합니다. 그걸 만들면 저녁을 전부 먹으니까요. 그리고 일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잔업이 있어도 얼굴 찌푸리고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일은 별로인데……”
다자이의 중얼거림에 나카하라는 그런데 어떻게 매번 웃으며 전화를 받느냐며 그에게 따졌다. 다자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상사에게 어떻게 얼굴을 찌푸리겠냐고 중얼거리고는 다리를 반대로 꼬아 자세를 고쳤다. 상담사는 가만히 두 사람의 대화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뺨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그렇게 별거 아닌 이야기로 실랑이 하는 모습을 바라보전 상담사는 다시 차트를 바라보며 다자이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럼 다자이 씨는요? 나카하라 씨가 어떤 걸 제일 좋아할까요?”
다자이도 잠시간 생각이라도 하듯 눈을 한 곳에 응시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카하라와 다르게 굳이 생각하는 것을 겉으로 보이지 않던 그는, 비교적 빠르게 대답을 내놓았다.
“츄야는 와인이랑 모자 정도일까요. 제일 좋아하는 모자는 오늘 쓰고 온 모자를 제일 좋아합니다.”
“아닌데.”
“아니긴, 제일 많이 쓰고 다녔지 않나?”
다시금 투닥거리기 시작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상담사는 작게 웃으며 차트에 무언가를 썼다. 연신 서로의 말에 아니라고 반항하던 두 사람은 상담사의 웃음에 싸움을 멈추고 다시금 앞을 바라보았다. 상담사는 이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도 괜찮은지 물으며 얼굴이 살짝 상기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나카하라는 고개를 거세게 끄덕거렸고 다자이는 헛기침을 하며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상담사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차트를 넘겨 다음 질문을 던졌다.
“두 분은 성관계는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그 질문으로 나카하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바라보던 상담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기다리며 펜을 내려두었다. 방 안은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상담사는 우스갯소리를 하려는 것이었는지‘대답이 힘드실 정도로 엄청 많이 하시나요?’라고 되물으며 다시 쉽게 질문하겠다고 말했다.
“그럼……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시나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조금 가라앉힌 나카하라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다자이를 힐끔거렸다. 다자이는 아까보다 어렵다는 듯이 턱을 쓸어보며 상담사에게서 눈을 피했다. 쉽게 질문을 바꾸었음에도 두 사람에게는 어려운 듯싶었다. 나카하라는 일부러 손가락을 접어 보이며 모션을 취하다 ‘많으면 두 번? 거의 한 번 정도?’라고 의문형의 대답을 남겼다.
“츄야, 그것보단 많을 것 같은데.”
“그런가…? 근데 우리 일주일에 4번 이상 야근하는 때도 있으니까 평균 이 정도일 것 같은데.”
두 사람은 다시 주 한 번 이상인지 이하 인지로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다자이와 나카하라가 대화를 주고 받는 동안 차트에 뭔가 써 내려가던 상담사는 이제 되었다는 듯이 차트를 덮고 웃는 얼굴로 시계를 확인했다. 상담사는 시간이 다 되었는지 ‘다자이 씨, 나카하라 씨.’라고 두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는 그제야 말다툼을 멈추는 두 사람에게 고생 많았다며 웃어 보였다.
“다음에는 한 분씩 집중 상담을 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다자이 씨 먼저 어떠실까요?”
다자이는 불편한 기색이 없는 선한 미소를 지으며 ‘저는 좋습니다. 상담 시간은 전화 드리겠습니다. 요새 일이 많아서요.’라고 말하고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 놓은 것인지 나카하라와 손을 잡고 있지 않던 다자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카하라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같이 상담실 문을 나섰다. 상담사는 두 사람이 나가는 문이 닫힐 때까지 두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있었다. 상담사는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부부에 대한 서류를 자신의 차트에서 빼서 다자이 부부라고 적힌 서류철 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류를 훑어보다 닫고는 마치 비밀이라도 된다는 듯이 끈을 감아 서류를 닫았다.
***
“어때?”
“뭐가.”
상담을 위해 금쪽같은 휴가를 쓴 것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조금 짜증스러운 어투로 나카하라에게 물은 다자이는, 고기를 썰어 입에 넣으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묻는 나카하라에게 ‘상담 어땠는지 묻는 거야.’라고 말을 덧붙였다. 나카하라는 잠시 생각을 하듯 고기를 씹으며 대답을 아꼈다. 굳이 해야 하나. 딱히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고기를 삼킨 그는, 자신들이 상담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다자이는 그의 말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는 좋았냐?”
“상담? 뭐 좋고 나쁠 게 뭐가 있겠나. 평범해서 시시했다면 시시했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던 그는 절반 정도 먹은 고기를 내려두고는 와인을 홀짝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취향은 아니었는지 얼마 마시지 않은 잔을 옆으로 밀어두었다. 나카하라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그가 밀어내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잔에 든 와인을 홀짝거렸다. 다자이는 장난이라도 치듯 고기를 아주 얇게 썰어 한 점씩 맛보듯 먹었다. 하지만 그것도 금새 흥미를 잃은 것인지 포크를 내려두고는 나카하라가 먹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카하라는 그런 다자이를 응시하며 자신에게 뭐라도 묻었는지 물었다. 다자이는 고개를 저으며 ‘그냥 귀여워서.’라고 말하고는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나카하라는 새삼스럽다는 듯이 웃으면서도 얼굴을 붉히며 갑자기 수작 부리고 있다며 중얼거렸다.
“내가 내 남편이 귀엽다고 하는데 뭐가 수작이야.”
“너 프러포즈 할 때도 수작 부려서 나랑 결혼한 거잖아.”
나카하라가 웃으며 말하자 다자이는 ‘그 수작은 츄야가 넘어가 줬으면서.’라고 중얼거렸다. 아까보다는 대화가 오가는 식탁은 화목한 부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다자이는 연신 나카하라에게 수작이 아니라고 말하며 나카하라에게 다시금 귀엽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말해도 내일 빨래 당번은 너야, 자기야.”
“그건 안 넘어가줘서 좀 아쉽네. 내일 야근일지도 모르는데 그냥 일찍 들어와야겠어.”
‘귀엽다고 해주면 츄야가 해 줄줄 알았는데.’라고 중얼거리던 다자이는 갑자기 식탁을 울리는 진동에 자신의 휴대폰을 빠르게 뒤집어 보았다. 하지만 그의 휴대폰의 화면에는 아무런 알림도 오지 않았다. 다자이는 고개를 들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나카하라를 바라보았다.‘일이야?’ 다자이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거리던 나카하라는 전화를 받고 오겠다며 잠깐 다른 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다자이는 그런 나카하라에게 저녁은 다 먹었는지 물으며 그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바로 테이블 위의 식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접시와 와인 잔을 먼저 옮긴 그는, 나카하라가 접시 위에 올려두지 않고 있던 스테이크 나이프를 들고 오다가 손 등 위에서 가볍게 장난을 치듯 돌렸다. 다자이는 능숙하게 나이프를 손등에서 돌리다 잡아내기를 반복하며 마치 공으로 묘기를 부리는 사람마냥 멍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나이프를 응시했다. 부부가 이 정도면 충분히 사이 좋은 거 아닌가. 오전에 다녀온 상담을 생각하는 건지, 의미심장한 상담사의 질문을 다시 되새겨보던 다자이는 돌리던 나이프를 낚아 채듯 잡았다 다시 돌렸다. 뭐, 우리가 평소에는 좀 무미건조 하지만 할 때는 제대로 하는데. 츄야네 회사가 새 프로젝트 때문에 좀 바쁘고, 나도 내 일이 바빠서 자주 못해서 그렇지. 몇 분 간 생각에 잠긴 채 손등 위에서 칼날을 놀리던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에 싱크대에 나이프를 던지듯 내려두고는 능청스럽게 그의 쪽으로 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조금 피곤한 티를 내며 다자이와 걸어 나와서는 잔업이 생긴 건지 난감한 표정으로 그에게 사과했다.
“미안, 회사 내에 파일에 문제가 생겼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원본 파일을 가지고 와서 수정해달라고 해서. 그 쪽 프로그램도 복구 할 겸 금방 가서 해결해주고 금방 올게.”
나카하라는 문 옆에 걸려 있던 코트를 꺼내 입고 자신을 따라 현관 앞에선 다자이에게 까치발을 들고 입 맞춰주려는 시늉을 했다. 다자이는 그가 까치발을 들자 작게 웃으며 그대로 고개를 숙여 아무런 말 없이 그의 입맞춤을 받았다.
“아까 와인 마셨는데 택시 불러 줄까?”
“이 정도는 괜찮아. 다녀올게.”
나카하라는 다녀온다는 인사 한마디를 남기고 바로 집을 나섰다. 차고에서 능숙하게 차를 빼낸 나카하라는 곧바로 빠른 속도로 동네를 벗어났다. 그는 초조한 건지, 즐거운 건지 알 수 없는 리듬으로 손가락으로 핸들을 규칙적으로 두드리며 시내로 차를 몰았다. 주말이 가까워진 평일이어서인지 시내로 들어서자마자 많은 차들이 어디론가 향하는 듯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나카하라는 돌아갈 길을 걱정하며 다자이의 말대로 택시를 타고나올 걸 그랬다고 중얼거렸다. 겨우 혼잡한 도로를 빠져 나온 나카하라는 회사가 아닌 제일 높은 호텔 앞에 차를 세운 뒤, 다시 전화를 할까 고민하는 듯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누군가 그를 지켜보기라도 한 듯이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메시지가 하나 왔다는 표시가 떴다. 나카하라는 그 메시지를 확인하며 곧장 차에서 내렸다. 다음부터 이런 곳에 올 때는 정말로 택시를 타고 와야겠다고 생각한 나카하라는, 호텔 안으로 들어가며 일부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앞에 둘, 뒤에 하나. 알아보지는 못하네. 나카하라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남색 빛이 도는 코트를 단단히 여민 채 호텔 프런트 앞에 섰다. 호텔 직원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은 나카하라에게 마주 미소를 지으며 무엇을 도와드려야 하는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순진한 연기를 하는 듯이 고심하는 모습으로 어물거리다‘여기에 N에게 남긴 게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라고 수줍게 물었다. 호텔 측에서는 나카하라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며 누군가 맡겨둔 작은 편지 봉투를 건네주었다. 나카하라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그 봉투를 든 채 호텔의 안 쪽으로 향했다. 호텔의 제일 안 쪽,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오른 그는 봉투를 털어 안에 든 카드 키를 손에 쥐었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 새끼는 굳이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위장용으로 달아둔 CCTV를 보며 피식 웃은 나카하라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나카하라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한 층에 한 방밖에 없는 곳에 들어서 문 앞에 섰다. 그는 다른 문들 보다 무거워 보이는 철문을 잡고 문고리를 돌려보다, 예상대로 열리지 않는 문에 손에 쥐고 있던 카드 키를 대었다. 무거워 보이는 문은 손쉽게 열렸고, 나카하라는 무서울 것이 없다는 듯이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나카하라가 안으로 들어가자,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것인지 뒤를 돌아보던 안의 남자는 방긋 미소 짓고 있던 로비에서와는 다르게 아무런 표정 없이 입술에 손가락을 대는 나카하라를 바라보다 그대로 뒤돌아 도망쳤다.
“그냥 가만히라도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던 나카하라는 품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꺼내 남자에게 겨누고 망설임 없이 총을 쏘았다. 남자는 스스로가 빠르게 도망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로 우스꽝스럽게 고꾸라졌다. 흔들려서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총알 낭비라고 중얼거리던 나카하라는 피를 흘리며 움찔거리는 남자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나카하라는 아직 죽지 않은 남자를 향해 짜증스럽다는 듯 혀를 차며 머리를 겨누어 다시 총을 쏘았고, 그 때문에 피가 튀어 남색의 바짓단과 코트 끝자락에 묻었다.
“시발…… 내일 다자이가 빨래 당번인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자국이었지만 짜증스럽게 말한 나카하라는 시체가 죽었는지 확인하고는 곧장 호텔을 나왔다. 다시 차에 올라 시내를 벗어나는 나카하라의 머릿속에서는 아까 남자를 죽인 일보다 옷을 버릴지 다자이 몰래 물에 담가 피를 빼어둘지 고민하고 있었다. 피가 물에 담가두면 되려나. 다자이가 사준 옷이라 버리기도 그렇고……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갈아입고 올 걸. 매일 하는 건데 가끔 이러면 짜증난단 말이지. 나카하라는 담배를 하나 빼물고 불을 붙였다. 생각에 잠긴 채 담배연기가 베지 않게 창문을 연 나카하라는 결국 다자이에게 빨래 당번을 대신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듯 담배 연기를 뱉었다. 일부러 담배를 살짝 창 밖에 내놓고 피우던 그는, 집 앞 편의점에서 집에 도착하기 전에 뿌릴 구강 스프레이를 사야겠다고 중얼거리며 모두가 부럽게 생각하는 다자이 부부의 행복한 집으로 차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