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독/다자츄

[다자츄]Kiss Me Before Reach the Gun.3

송화우연 2019. 8. 2. 00:03

“나카하라 씨, 남편 분께서는 직업이 어떻게 된다고 하셨죠?”

“아아, 이제 막 시작한 보안 회사인데, 거기 보안 프로그래머야.”

높디 높은 인공 암벽을 발로 딛고 오른 나카하라는 옆에 줄에 매달려 있던 아쿠타카와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주며 다음 돌을 잡아 몸을 움직였다. 나카하라는 점점 높은 곳으로 천천히 오르고는 꼭대기에 닿는 순간 숨을 고르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놓고 아래로 몸을 던졌다. 등반용 로프가 도르래에 말려 가는 소리와 함께 땅과 가까워진 그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대강 닦고 장비를 풀어내었다.

“저번에 보니까 사기꾼 같던데, 멀쩡한 직업도 있었나 보죠.”

“넌 그걸 또 듣고 있었냐…… 그리고 아쿠타카와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수건을 던지듯 건네는 사카구치에게서 수건을 받아 목에 두른 나카하라는, 인이어를 빼내고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아쿠타카와를 힐끔거리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사카구치는 딱히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카구치는 다자이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잘생기긴 했는데 가식적이에요.’라고 말하곤 했었다. 나카하라는 저 정도면 충분히 솔직한 거라고 말했지만, 그는 어딘가 모르게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중얼거리며 나카하라에게 이혼 할 경우에는 잘 대비하라고 까지 일러주었다. 물론 나카하라는 그럴 리 없다고 단언했지만 말이다.

“좀 이상하다니까요. 그래서 부부 상담은 다시 갈 겁니까?”

나카하라는 물을 마시는 곳까지 따라와 부부 생활을 캐묻는 사카구치에게 그만하라는 말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우리 부부는 그런 거 안 해도 괜찮다니까?’ 나카하라는 손을 내저으며 말하고는 사카구치를 탈의실에서 쫓아낸 뒤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사카구치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평범한 일반인과 연애를 한다기에 또 며칠 못 가 헤어질 거라 생각했던 나카하라가, 위장 직업까지 가진 채로 결혼까지 강행하는 것을 보고는 결사반대를 했던 사카구치였다. 모두가 결혼 사진에 찍힌 다자이를 보며 잘생겼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사카구치는 무언가 숨기는 것 같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나카하라는 자신이 암살자이기 때문에 위장 직업을 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라며 사카구치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해가 넘어갈수록 사카구치의 의심은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나카하라는 그가 왜 이렇게 다자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원한 물을 맞으며 찝찝한 몸을 씻던 그는, 사카구치의 말에 떨떠름한 마음을 지우지 못한 채 샤워를 마쳤다.

“너 아직도 안 갔냐?”

“어차피 같은 장소로 이동할 거니까요. 아쿠타카와 씨도 어서 씻고 오십쇼.”

도로 입고 왔던 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온 나카하라는 아직 앞에 서있는 사카구치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사카구치는 인상을 쓰는 그의 표정에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품에 든 서류를 체크하며 그와 함께 이동했다. 나카하라는 앞만을 보고 걷는 사카구치의 보폭을 따라 걸으며 ‘너는 내 남편이 그냥 그렇게 생겨서 마음에 안 드냐?’라고 화두를 꺼냈다. 사카구치는 잠시 생각하듯 말을 아꼈다. 그런 사카구치의 표정을 알아내려는지 그를 올려다보며 대답을 기다리던 나카하라는 ‘나카하라 씨의 이야기와 행동 양상을 조합했을 때 뭔가 뒤가 구린 느낌이 납니다. 그래서 싫습니다.’라고 하는 사카구치의 말에 혀를 차며 도로 시선을 돌렸다.

“남의 남편 험담하니까 좋냐?”

“여쭤보셔서 솔직하게 답했습니다만?”

나카하라는 좀 덜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사카구치에게 말하며 무기 개발실에 도착했다. 평소 쓰던 무기들이 한층 가볍고 더욱 성능이 좋아진 것을 확인 차 온 두 사람은, 장비를 손에 들어보고 몸에 장착해보기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취용 총알이 담긴 권총을 돌려 잡아 과녁을 조준하던 나카하라는 ‘나쁘지 않네.’라고 중얼거리며 나중에 온 아쿠타카와에게 총을 건네 쏘아보라고 말했다. 아쿠타카와는 그가 총을 건네자 곧장 앞에 있던 과녁을 향해 총을 쏘았고, 바늘이 붙어있던 작은 총알은 그대로 벽에 박혔다.

“저거 하나 집으로 가지고 가십쇼.”

“너는 또 그 소리냐. 야, 아쿠타카와. 안경 교수가 말 좀 그만하게 해줘라.”

아쿠타카와는 투덜거리는 나카하라와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잔소리를 하던 사카구치를 바라보다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총을 만지작거렸다. 연신 말싸움이라도 하듯 대화를 주고 받던 두 사람은 아쿠타카와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보고는 무슨 일이 있냐며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뇨. 소생은 그저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뭐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아쿠타카와는 ‘이걸 말해도 되나.’라고 아주 작게 중얼거리고는 눈동자를 굴렸다. 나카하라는 답답하게 구는 아쿠타카와의 행동에 어서 말하라고 재촉하며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소생의 생각으로는…… 어차피 나카하라 씨가 남편 분으로 인해 위험에 빠지신다면, 회사는 분명 그 분을 1위 암살 대상으로 올려 둘 겁니다. 그러니 안 죽을 리 없겠죠. 다른 상황으로 예를 들어 두 분께서 이혼을 하시게 된다고 한다면 나카하라 씨께서 직접 죽이실 수도 있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군요……”

진지하게 사건이 터진 후 암살 계획까지 말하는 아쿠타카와를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카하라는, 진지하게 맞장구를 치고 있는 사카구치를 올려다 보았다. 사카구치는 얼이 빠진 듯이 보이는 나카하라에게 ‘그럼 일단 아무런 말 하지 않고 기다리겠습니다. 그래도 부부 상담은 꼭 해보세요.’라고 말하며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나카하라는 언제나 자신의 편이라고 말하는 아쿠타카와에게 무미건조하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허탈한 웃음을 내보였다.

“너희 내 남편한테 못하는 말이 없다……

“아직 못 믿으니까요. 원래 뒤통수는 먼저 치는 사람이 승자인 법입니다.”

나카하라는 사카구치의 말에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안경을 고쳐 쓰며 말하는 그는 누가 보아도 논리 정연한 말을 하는 듯 보였지만, 나카하라에게는 전부 말 같지도 않은 말 같았다. 나카하라는 사카구치의 옆에 서서 깊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아쿠타카와의 모습에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담배 말리네. 마른 세수를 하며 두 사람 사이에 선 나카하라는 담배 연기를 뱉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나카하라는 오늘 있었던 이상한 대화로 인해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저녁 전에 들어온다고 한 말을 되새기며 저녁 준비를 위해 앞치마를 입었다. 오늘은 뭘 하지. 나카하라는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확인했다. 아침용으로 사왔던 착즙 오렌지 주스. 매일 먹는 식빵과 과일. 그리고 요거트와 파릇함이 조금 죽은 듯한 아스파라거스. 나카하라는 한숨을 내쉬며 차라리 장을 봐올 것을 그랬다며 난감하다는 듯 뺨을 긁적거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나가기도 뭐하다고 생각하던 그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무슨 중요한 결단이라도 내리듯 진지한 표정이 된 그는 통화 연결음이 멈추자 곧장 말을 내뱉었다.

“여기 크랩 케이크 두 개 부탁 드립니다. 구운 양송이와 작은 양배추 가니쉬도 같이 가져다 주세요.“

전화 너머의 사람은 알겠다고 대답하며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나카하라는 전화가 끊기자 멈추었던 숨을 내뱉고는, 차라리 잘 되었다는 듯이 냉장고 안에서 아스파라거스를 꺼냈다.

“매번 시켜서 줄 때마다 조금 찔리긴 하지만…… 뭐, 모르니 됐나.”

아스파라거스를 씻어 도마에 올린 나카하라는 시계를 확인하며 그가 올 시간을 계산했다. 나카하라는 시간을 계산하듯 중얼거리며 습관처럼 칼을 가볍게 돌렸다. 오랜만이네 집 식칼은. 가만히 칼이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다 다시금 손에 쥔 그는, 아스파라거스를 가볍게 썰어버리고는 프라이팬을 달궈 기름을 두르고 아스파라거스를 구웠다. 오늘 다자이 오면 같이 장보러 가자고 해야겠네. 달궈진 팬을 능숙하게 돌리던 나카하라는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에 잘 익은 아스파라거스를 접시에 덜어두고 곧장 현관으로 나가 주문해둔 크랩케이크를 받으러 나갔다. 역시 외식업체가 빠르다니까.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웃은 나카하라는 포장 용기에 담긴 음식을 가져와 다자이가 오기 전에 접시에 예쁘게 담기 시작했다.

나카하라가 음식을 담았던 포장 용기를 버리고 식탁에 잘 배치하던 중 다자이가 돌아왔다. 나카하라는 접시와 식기를 두며 ‘왔어?’라고 그에게 물으며 인사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어 잠시간 현관 쪽을 돌아보던 나카하라는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를 돌려 잡고 천천히 현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암살자인가. 설마 당당하게 현관으로? 미쳤군.’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며 발소리를 죽여 다가가던 나카하라는 나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벽 모퉁이만 돌면 바로 현관임에도 다자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에 암살자임을 확신하던 그는, 천천히 벽 너머로 발을 떼었다.

“왁!”

나카하라는 벽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놀라게 만드는 다자이의 행동에 그대로 손에 있던 나이프를 본능적으로 바닥에 던졌다. 순간 손을 들어 찔러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 식은땀을 흘리던 나카하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다자이를 응시했다. 다자이는 움찔하며 굳어버리는 나카하라의 표정에 성공했다는 듯이 박장대소하고는 많이 놀랐냐며 그를 품에 안았다.

“이……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잖아.”

나카하라는 입술까지 나온 육두문자를 꾸역꾸역 밀어 넣으며 자신을 안아주는 다자이에게 놀란 티를 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많이 놀란 것이라고 생각한 건지 그의 등을 쓸어주고는 ‘미안, 반응이 귀여울 것 같아서 해본 건데. 많이 놀랐어?’라고 묻고는 그의 이마에 입맞췄다. 나카하라는 한숨을 내쉰다고 생각하지 못하도록 뱃속부터 끌어져 나오는 숨을 나눠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불안에 떨며 들고 나온 나이프가 마루 틈 사이에 꽂혀있는 것을 보며 웃었다.

“츄야, 강도인 줄 알았던 거야?”

“대답이 없으니까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지. 어서 와서 밥이나 먹어.”

평소 성격에 다른 사람이었다면 엎어 치기라도 했을 나카하라였지만, 그 상대가 다자이였기에 포옹만으로도 금새 화가 풀린 건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나카하라는 조금 상기된 얼굴로 나이프를 뽑아 들고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자 다자이는 그를 뒤에서 따라가며 나이프가 없는 쪽 손을 뒤에서 잡았다. 나카하라는 간질거리는 느낌에 작게 피식 소리를 내며 웃고는, 그의 손을 깍지 끼듯 고쳐 잡았다.

“츄야가 놀라는 거 귀엽네.”

“뭐라는 거야…… 부끄러우니까 그만 말해.”

이렇게 다정하고 귀여운데 뭐가 의심스럽다는 건지. 나카하라는 환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다자이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사카구치가 말하는 그런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나카하라는 까치발을 들어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고 떨어졌다.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행동이 익숙하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숙여 조금 더 길게 입술을 맞대고 떨어졌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두 사람은, 다시 단란한 부부의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