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하나

[마츠하나]고백

송화우연 2017. 1. 5. 15:16

시골의 밤에는 별빛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밤이 깊어갈수록, 쏟아지는 별빛에 압사할 것만 같아 초반에는 오래 올려다 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늘을 보면서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는 눈을 뗄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르렀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넘어지면 놓고 갈 거야.”

자신을 보라는 듯 한 하나마키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웠다. 하늘에서 눈을 떼고 그를 바라보자 눈부신 웃음으로 답하는 하나마키가 있었다.

“같이 걸으면서 하늘만 보는 건 뭐야. 나는 안보고 싶어?”

장난스럽게 말하는 말에 사랑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사랑스럽게 자신을 봐 달라 하는 그의 말에 ‘이제부터는 너만 봐야지’ 하며 웃었다. 항상 그와 헤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간 늦은 저녁이었지만, 언제나 아쉬웠다. 집에 돌아가면 괜히 아른 거리는 핑크색 머리카락과, 자신을 온전히 봐주던 맑은 눈동자 생각이 났다.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도 항상 헤어질 때 아쉬워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면, 하나마키는 웃으며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 진다며 타박했다.

“헤어지기 싫어.”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어깨동무를 하고 말하자 ‘어째 매일 똑같이 그러냐.’라고 묻는 말에 그저 웃어 보였다.

“ 질리지가 않아. 매일매일 보는데도.”

그 말에 하나마키는 잠시 당황한 듯 멍하니 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마츠카와는 굳이 말리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붉어진 얼굴을 반쯤 가려서는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무렇지 않게 부끄러운 말을 잘도 한다며 웃어온 건 조금 진정된 후였다. 다 와가는 하나마키 집에 마츠카와는 조금 조급해졌다. 마츠카와는 분홍색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이런 걸 사랑이라고 하지 않아?”

마츠카와의 말에 하나마키의 눈이 커졌다. 하나마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마츠카와를 보자 진지한 눈동자가 자신을 꽤 뚫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 사이에도 이런 감정은 있지.”

얼버무리려던 하나마키의 목소리는 떨려왔다. 긴장한 투가 역력히 드러나 조금 안쓰러웠다.

“너도 나랑 같이 있을 때는 기분이 좋다고 했잖아. 뭔가 간질하고 더 같이 있고 싶고,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야?”아까 고개를 돌려서 보지 못했던 하나마키의 새빨간 얼굴이 지금에서야 보였다. 하나마키는 당황했는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입술을 달싹거리기만 했다. 그것마저도 멈추고는 가만히 마츠카와를 바라봤다.

“나도 너랑 같이 있으면 간질거려, 너무 간질거려서 고통스러울 때도 있어.”

다시금 말을 이어가는 마츠카와를 보며 하나마키는 눈을 피했다.

“제일 좋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너고 제일 슬플 때도 네 생각을해. 그래야 내 기분이 좋아지니까.”

덤덤하게 이어나가는 마츠카와의 말에 하나마키는 고개를 숙였다.

“네 생각을 하면 하루가 좋아. 항상 그랬어.”

하나마키는 흐느끼는 것 같았다. 어깨를 들썩였다. 한발자국 앞에 있는 그를 가서 안아주었다.

“이렇게 고백을 갑자기 하면 안 됐는데, 미안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용기가 안 날 것 같았어.”

그를 달래는 마츠카와의 목소리에는 다정이 흘러 넘쳤다. 그런 목소리에 더욱 어깨를 들썩이던 하나마키는 그대로 그를 안아왔다. 품에 안겨 몇 분을 보낸 하나마키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나도... 네 생각이랑 같은 생각을 해왔어.”

훌쩍임을 멈추지 못하고 연신 울먹이는 하나마키는 힘들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차마 말할 수가 없었어. 네가 싫어 할 까봐.”

이 부분에서 하나마키는 오열할 듯이 미간을 좁히며 눈물을 참아왔다. 그런 하나마키의 얼굴에 마츠카와는 자신의 옷소매로 하나마키의 얼굴을 살살 닦아내주었다.

“ 내가 어떻게 미워해.”

마츠카와는 안심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잔뜩 굳어져 있던 어깨에 힘이 풀렸다. 하나마키가 우는 데도 기쁨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항상 앞에 선을 두고 당기고 밀고 하던 끈이 뚝하고 끊어진 기분이었다. 속이 시원하고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짜증나게 여기거나 하지는 않을까, 잠깐 놀아 줬다고 기고만장해진 거냐고 할까봐 걱정했어.”

“내가 어떻게 너한테 그런 말을 해.“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말에 놀라 바로 대답하고는 볼을 살살 쓸어주며 눈물을 닦아 내주었다. 도대체 자신이 어떻게 보였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거지라고 생각한 마츠카와는 다시 하나마키를 안아왔다. 거의 훌쩍임이 잦아들자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보지 마.”

이제야 창피한지 고개를 돌려 피하는 하나마키를 보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웃어왔다. 그리고 마츠카와의 사귈까? 하는 말에 다시금 하나마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내가 이러는 거 보려고 놀리는 거지, 진짜.”

새빨개진 얼굴로 말하는 하나마키에게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말하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왔다. 하나마키는 부끄러운지 연신 눈을 피했다.

“평소에는 애교도 잘 부리면서, 이럴 때는 왜 그렇게 피해.”

마츠카와의 말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하며 성을 낸 하나마키는 붉어진 얼굴로 씩씩대었다. 하나마키는 뒤돌아서 먼저 걷기 시작했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지 먼저 걷는 하나마키를 따라잡아 같이 걸어가는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에게 물었다.

“너는 어때.”

단박에 모른다고 대답하며 피하는 하나마키의 말에 별들이 다 봤는데도 거짓말 할 거냐며 놀리듯이 물었다. 조금 걷던 하나마키는 멈춰 서서는 마츠카와를 바라봤다.

“ 다 알면서 묻지 마... 괜히 부끄럽게, 대답 들으려고 계속 묻는 거 다 알아.”

하나마키의 새빨개진 얼굴로 툴툴대며 대답하자 마츠카와는 피식 웃어 보였다.

“듣고 싶어서 그랬어.”

다정하게 그를 안아오며 말하고는 동그란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 주었다. 잠시 토닥여주던 마츠카와는 손을 잡고 다시금 하나마키의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 이렇게 되면 집에 보내는 것도 안 아쉬울 줄 알았는데. 더 아쉽게 느껴지네.

바로 앞에 보이는 하나마키의 집에 마츠카와가 말하자 하나마키가 늦었으니까 조심히 들어가라며 마츠카와를 바라봤다.

“ 나도 아쉬워. 내일봐”

그 말을 하고 대문 안으로 사라진 하나마키는 대문 틈 사이로 마츠카와가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마츠카와는 대문 밑으로 보이는 하나마키의 신발에 왜 들어가지 않는 거지라고 생각하다가 피식 웃으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꽤나 멀어졌을 무렵 대문 밑에 운동화가 사라진 모습에 조금 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