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독/츄야른

[피츠츄]다정은 꽃의 눈물도 녹인다.

송화우연 2017. 4. 1. 19:38

“주인님은 저런 창기를 뭣 하러...”

츄야는 나부끼는 오비 끈 끝으로 들려오는 그들의 수군거림을 무시하며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항상 들어오던 말이니 괜찮다 마음을 다잡아도, 츄야는 자신을 훅 찌르고 들어오는 상처에 진정 되지 않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츄야는 빠른 걸음을 걷는 다고 걸었지만, 기모노의 폭에 종종걸음 밖에 걸을 수 없어 몇 번을 주춤거리며 방까지 도착했다. 붉은 카펫트와 고풍스러워 보이는 액자는 분명 그의 취향이라. 아직도 자신이 익숙해지기에는 어려운 방이라 생각한 츄야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푹신한 이불은 요시와라의 제일 좋은 비단 이불보다 부드러웠다. 츄야는 연신 그곳에 얼굴을 부비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보고 싶은 체취였다. 츄야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워 졌는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침대에 바르게 앉았다. 해가 점점 떨어져가고 있었다. 저녁시간과 가까워 졌나... 가만히 침대에 무릎을 꿇은 채로 몸을 틀어 노을이 져가는 창밖을 내다보던 츄야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문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츄야, 웬일로 내 방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프랜시스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노을빛에 반짝이는 그의 머리칼이 눈이 부시다고 생각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츄야는 그런 그가 들어오자, 침대에서 조심스레 내려와서는 ‘아무 일도.’라고 하며 고개를 저었다.

“실례했어. 잘 못 들어온 거니까.”

츄야는 그의 침대에서 일어나서 말하고는 그를 스쳐 지나갔다. 프랜시스는 ‘그런가.. 그럼 이렇게 만난 김에 오늘 산책이라도 같이 나갈까?’라고 말하며 몸을 돌려 스쳐 지나가 문고리를 잡은 그의 손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츄야는 그의 손 안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고는 ‘산책은 이미 다녀왔어.’라고 싸늘하게 대꾸했다.

“그럼, 같이 와인이라도? 이렇게 까지 일찍 끝난 건 오랜만이니 같이 있고 싶어서 말이야. 저번에 보니 잘 마시던데... 응?”

자신을 달래듯 허리에 매인 오비를 따라 팔을 감아 안는 그의 행동에 츄야는 몸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의 애정표현에 움찔한 츄야는 그의 팔을 풀어버리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럼 오늘은 술 마시고 분탕질 하는 건가?”

프랜시스는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그의 발언에 얼굴을 굳혔다. 츄야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물은 말에 대답을 원한다는 듯, 그의 눈을 응시했다. 프랜시스는 흘러내린 그의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츄야와의 처음을 그렇게 보낼 리 없잖아.’라고 말하고는 그의 이마에 입 맞췄다. 츄야는 그런 그의 다정한 말에 눈가가 뜨거워졌다. 아까의 수군거림에 의해 꿰뚫렸던 마음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평생 못 받았던 사랑이라도 받으라는 듯, 쏟아지는 그의 사랑은 숨 막힐 정도로 깊었다.

“당신은 왜 나를 샀어?”

볼 위를 가로질러 흘러내리는 눈물은 스스로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츄야 눈물이비처럼 흘러내리는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의 눈가를 엄지로 매만져 주며 눈물이 흐르는 족족 닦아주었다. 츄야는 그런 그의 행동에 드문드문 울먹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왜...? 아무 것도 안 할 거면서... 이런 창기를 왜 돈 주고 샀어. 사달라고 해서... 그냥 심심풀이로 산거야?”

츄야는 더욱 쏟아지는 눈물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여버렸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를 그대로 품에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대로 프랜시스의 품에 파묻힌 츄야는 작게 훌쩍거리며 그의 옷깃을 잡았다.

“츄야가 부탁해서 산 게 아니고, 내가 평생 같이 살고 싶어서 데려 온 거야.”

‘응? 츄야, 착각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프랜시스는 급기야 허리를 숙여, 고개를 숙인 그의 얼굴을 보려했다. 츄야는 그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그래도 그 돈 주고 다 닳은 창기를 사는 인간이 어디 있냐고...’라고 하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의 눈가에서 눈물이 똑똑 떨어져 카페트에 동그란 자국들을 잔뜩 만들어 내었다. 프랜시스는 ‘역시 츄야가 마음먹고 숙이면 절대 안 보이는군...’라고 중얼거리며 그의 턱을 살짝 잡아 고개를 들게 했다. 츄야는 그가 고개를 들게 하자 눈물로 엉망이 되어 버린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지, 그의 손을 쳐내었다. 프랜시스는 그의 행동에 ‘그래, 보여주기 싫으면 괜찮아.’라고 하며 그를 그대로 꽉 끌어안았다. 츄야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어깨가 들썩이지 않도록 참으며 눈물을 삼켰다.

“츄야, 처음 만났을 때, 비가 왔었나.”

츄야는 그런 그의 말에 여전히 눈물에 젖어 축축한 목소리로 ‘알게 뭐야...’라고 대꾸했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의 노을 빛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찬찬히 기억을 더듬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츄야가 우산도 없이 엉망인 채로 뛰어나와서 내 우산 안으로 들어 왔지. 아직도 그 순간은 똑똑히 기억나는군.”

츄야는 그런 그의 말에 그의 옷을 꽉 잡았다. 마치 옛날이야기 따위 꺼내지 말라는 듯이 옷을 구기던 츄야는 결국 ‘그만해...’라고 말하며 고개를 들었다. 프랜시스는 눈물이 아직도 고여 있는 눈가를 매만져주며 ‘내가 츄야에게 반한 이야기 하고 있는데.’라고 말하고는 가만히 미소 지었다. 츄야는 그런 그의 말에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틀었다. 죽을 듯이 당할 뻔 한 곳에서 빠져나와, 반쯤은 풀어 헤쳐진 옷을 여미면서 도망가던 참이었다. 젖은 맨발로, 숨기위해 들어갔던 우산이, 그의 우산이었을 뿐. 그는 그저 손님으로 몇 번을 본 게 다였었다. 시간은 잔뜩 사놓고 몸은 섞지 않고 술만 연거푸 마시다 가던 신기한 남자가 정말 우연치 않게, 지나가던 중이었을 뿐이었다. 츄야는 그의 말에 처참했던 그 때의 자신이 떠올라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냥 우연이었잖아...”

츄야는 자신의 뺨을 감싸 쥔 그의 손을 끌어내리며 말했다. ‘운명이었지.’ 프랜시스는 그런 그의 말을 고쳐주며 다시 부드럽게 볼을 쓰다듬어주었다. 츄야는 이번에는 끌어내리지 않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프랜시스는 눈물에 반짝이는 그의 눈을 응시하며 미소 지어주었다.

“웃게만 할 작정이었는데, 눈물이 많아.”

프랜시스는 츄야의 눈가에 입 맞춰주며 얼굴을 마주했다. 츄야는 미간을 좁히며 ‘우는 게 잘못도 아니고...’라고 투덜거렸다. 프랜시스는 피식 웃으며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건 기분이 좋잖아.’라고 대꾸하고는 그를 그대로 안아 들었다. 츄야는 마치 인형이라도 된다는 듯, 자신을 가볍게 번쩍 든 그의 행동에 놀라 그의 목에 팔을 둘러 안았다.

“뭐하는 짓이야! 내려!”

츄야는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그의 품을 벗어나려했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를 더욱 꽉 안아 들어서는 ‘츄야, 그러다가 떨어져.’라고 하며 그를 토닥였다. 츄야는 그의 말에 파닥거림을 멈추고 그의 품에 안겨 ‘이게 뭐야...’라고 웅얼거렸다.

“츄야, 여기봐.”

프랜시스는 그를 부르며 고개를 돌리게 했다. 츄야는 고개를 돌리자 이제야 눈높이가 맞아서 가까워진 얼굴에 도로 고개를 돌렸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를 달래며 겨우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츄야는 몇 번이고 그의 눈을 응시하려하였지만, 부끄러운지 다시 시선을 피해버렸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가 귀여운지 피식 웃고는, 그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 곳에서 꺾이게 놔두고 싶지 않아 데려왔는데, 왜 데려왔냐고 울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제 그런 말 안 한다고 약속해줘.’ 프랜시스는 시선을 피하다 못해 고개를 살짝 돌려버린 그의 귓가에 속삭이고는 입 맞추었다. 츄야는 그가 귓가에 입 맞추자, 놀랐는지 귀를 손으로 가리고는 그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프랜시스는 ‘이제야 봐주는 건가.’라고 말하고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그를 달래듯 토닥이며 ‘어서. 대답.’이라고 그를 닦달했다.

“알겠어... 안 하면 될 거 아니야...”

‘짜증나...’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웃으며 ‘약속 지켜야 해.’라고 쐐기를 박듯 말했다. 츄야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여간 이상한 인간이야... 프랜시스는 그런 그의 입술에 살며시 입 맞춰 주고는 다시 그가 자신을 마주보게 만들었다. 츄야는 그런 그의 행동에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뭐하는 거냐고 소리를 쳤다.

“츄야, 반응 귀엽네. 가끔은 이렇게 갑자기도 해봐야겠어.”

프랜시스가 소리 내어 웃자, ‘뭘 웃어!’라고 소리친 츄야는 기모노의 소매로 연지라도 바른 듯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의 소매를 살짝 걷어내고는 ‘사랑해, 츄야.’라고 말했다. 츄야는 그가 들춘 소매 사이로 들어난 새빨개진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채로 프랜시스의 시선을 피하며 말없이 그의 목에 팔을 둘러 안아 그대로 입 맞췄다. 눈물이 지나간 자리인 것인지, 그의 입술이 닿자 느껴지는 짠 맛은 금세 사라졌다. 어둑해진 하늘은 내일이 맑을 것이라 말해주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바람만 시원하게 불었다. 다정하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은, 하늘하늘 꽃잎을 날리며 바람에 녹아들듯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