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발랄해질 예정입니다.
--------------------------------------
“어이 나카하라! 벌써 취해서 비틀거리면 어쩌자는 거야!”
나카하라는 어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신을 툭툭치는 남자를 바로 떡이 되도록 패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술 약하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선배님...’이라고 대답하며 되도록 선한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었다.
“나카하라는 이쯤에서 기숙사로 보내고, 이제 저희끼리 마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러다가 나카하라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다음날 지장이 생기니까요.”
아무렇지 않게 나카하라의 등을 쓸어내리며 말한 다자이는 허리를 숙이고 가누지 못할 만큼 취한 듯이 휘청거리는 그를 잡아주었다. 그들이 선배라고 부르는 작자는 그러라며 손짓해주고는 학교 근처 술집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한 뒤, 빨리 오지 않으면 두 배로 마실 거라고 다자이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다자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 정도야 끄떡없다는 듯이 말하고는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고개를 숙여 나카하라와 시선을 마주했다.
“술도 못하는 사람이 그렇게 퍼마시면 어떻게 하나, 츄야. 마시는 것만 생각하면 나와 오다사쿠가 적임자인데 말이지.”
다자이는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며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구역질을 하며 힘들어하는 그를 들쳐 업어서는 바로 앞에 있는 기숙사 건물로 향했다.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하는 것인지 욱욱 거리던 나카하라는 조금 진정된 채로 ‘오다는 연기를 좁쌀보다도 못해서 안 돼... 그리고 그 새끼가 작정하고 먹이는데 안 받아먹을 수 있겠냐...’라고 대꾸하며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는 다자이의 등짝을 내려치며 천천히 가라고 소리쳤다.
“그래도 정도란 것이 있지... 이미 자네는 이미지부터 잘 못 잡았어. 순진한 명문가 도련님이랑 자네는 안 맞지 않나?”
나카하라는 역할을 정할 때가 생각나는 것인지 연신 키득거리던 다자이의 어깨를 부숴버릴 듯이 꽉 쥐어오며 시끄럽다며 그를 조용히 시켰다. 다자이는 일부러 인지 모를 엄살을 피우며 그에게 과격하게 굴지 말라고 투덜거렸다. 오자키의 팀이 실패한 임무는 정치 문제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있는 한 명문가의 뒷조사였다. 이미 사병들을 많이 두고 있어서인지 내부 사람들 모르게 침투가 어렵고, 몇 대째 같은 성에서 살고 있다 보니 숨은 방들이 많아 정보가 있는 방을 찾기도 힘들었다고 설명하는 그녀의 말에 나카하라가 침투하기는 똑같이 힘들지 않은지 묻자, 오자키가 내놓은 대답은 우회 작전이었다. 그 가문의 망나니 아들이 재학 중인 대학의 신입생으로 들어가 그에게 잘 보여 그 지역 일대 명문 가문 모임에 초대를 받는 것이었다. 풋내기 대학생 노릇도 모자라 사이비 모임까지 가서 그 집을 뒤져야한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듣던 나카하라는, 마지못해 한숨과 함께 임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 집안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길래, 가택잠입까지 해서 정보를 가져옵니까?”
“미안하구나, 츄야. 그건 기밀 사항이야.”
‘아, 예. 요새 기밀 아닌 게 없긴 하죠.’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한 나카하라는 그대로 임무 보고서를 가지고 방을 나와 버렸다.
“으으...침대에 누우니까 좀 살 것 같다...”
푹신한 이불이 깔린 침대에 몸을 누인 나카하라는 알코올 향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어서 나머지에게 가보라며 옷매무새를 정돈하는 다자이에게 손짓했다. 술자리에 약한 자신과 달리, 이미 그는 다자이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꽤나 큰 전진이라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그의 앞을 서성이며 ‘진짜 뭐 안 줘도 괜찮아? 물이라던가... 츄야 얼굴 평소에도 못생겼지만 지금은 금방이라도 전부 토해낼 것 같은 얼굴이거든.’라고 말하는 다자이에게 짧게 ‘닥쳐.’라고 말하고는 어서 가서 옆에서 뭐라도 주워들으라며 나가려는 그에게 소형 녹음기를 던져주었다.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가볍게 그것을 받아들고 방을 나서는 순간 술기운에 내려앉는 몸을 최대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도록 뒤척거렸다. 남자는 방탕하면서도 천재인 것인지 소문에 의하면 상위권은 놓치지 않는 다고 들었다. 술자리에는 빠지는 법이 없고 돈을 쓸 때도 흥청망청 써대 가문에서는 내놓은 자식이고 말하지만, 실상 그에게 들어오는 지원은 엄청났다. 기숙사 6인실을 개조해 만든 1인실, 수업 내에서 이득을 취하는 일도 간간히 있다고 들었고, 심지어 푼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용돈까지 그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3대 독자라더니 그래서 이렇게 막 사는 걸까,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점점 열이 오르는 눈가를 꾸욱 눌러오며 최대한 술기운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젠장...다음부터는 술자리는 따라가지 말고 수업이나 같이 들어야지...”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무언가의 성과라도 가져오기를 바라며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
다자이는 끝없이 술을 들이키는 이 술고래가 언제쯤 쓰러질까를 고민하며 그의 잔에 술을 채워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차라리 술에 잘 취하는 척 할 것을. 아니, 그렇게 되면 일에 차질이 생기는 군. 속으로 다른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계산하던 그는, 어깨동무를 해오며 치근덕거리는 그에게 붙어 술기운이 오른 사람처럼 목소리를 높여 좋다고 붙어왔다. 남자를 안는 취미는 정말 없는데, 라고 생각하던 그도 임무 앞에서는 예외는 없는지 그의 품에 안겨 뭐라 말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할 술주정을 들어주고 있었다.
“야, 다자이. 내가 말이야. 네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아냐?”
“저도 선배님이 잘 챙겨주셔서 감사한걸요. 술 한 잔 더 받으세요.”
다시 한 번 그의 잔에 가득히 술을 채우며 의미 없는 대답을 되풀이 하던 다자이는 ‘네가 잘만 하면 가을 추수 파티에 초대 해 줄 수도 있다.’라고 중얼대는 그의 말에 인내심을 가득 장전한 채 미소를 띠어보였다.
“저야말로 영광이죠, 선배님.”
그의 한마디에 재미있다는 듯 그의 머리를 헤집으며 격식 차릴 필요 없다고 말한 그는, 크게 웃으며 다시금 술잔에 든 술을 그대로 입에 털어 넣었다. 보드카를 자기혼자 다 마시는군... 저 정도면 괴물인데. 속으로 중얼거린 다자이는 그가 따라준 술을 홀짝거리며 나카하라가 간 것조차 까먹은 것인지 그를 찾는 남자에게 이제 내일 수업을 위해 들어가자며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조금만 더 마시겠다간, 이 주정뱅이의 배로 들어간 술이 전부 나올 때까지 두드려 패주고 싶다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는지 그를 재촉해 데리고 나오던 다자이는, 꼬이는 혀로 연신 더 마시자고 말하는 남자의 뒷목을 칠 속셈인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그의 목을 가볍게 내려쳤다. 그리고 다자이는 힘없이 늘어진 채로 자신에게 매달린 남자를 힘겹게 안아들어 옮겨서는 기숙사 건물 앞에 버리듯이 내려두고 ‘이렇게 더럽게 술 먹는 사람은 또 오랜만이네’ 라고 중얼거렸다.
***
“그래서 버려두고만 왔다고? 누가 봤으면 어쩌려고 그래?”
큰 뿔테안경을 올리며 자신의 품보다 큰 셔츠를 껴입은 나카하라가 자켓을 걸치는 다자이를 보며 목소리를 낮춰 쏘아붙였다. 다자이는 ‘아니, 더 마시자고 놔주지를 앉고 계속 헛소리만 해대는데 그 정도만 해도 감사하지.’라고 대꾸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빠르게 그와 친분을 쌓아야만 한다는 일념 하에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계속 해서 만들고 있었다. 그가 기숙사를 나오는 시간, 듣는 수업들, 최대한 비슷한 시간표로 비슷한 과목을 맞춰 들으며 그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위장 임무가 아니라 거의 스토커 수준인데.”
시계를 확인하며 기숙사를 나서는 는 다자이가, 뒤 늦게 따라 나온 나카하라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카하라는 ‘투덜거리지 말고 어서 끝내자고. ’라고 말하며 숙취에 쩔은 듯이 비틀거리며 돌아다니는 남자를 발견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스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호야견 신간 샘플]다자츄/후쿠모리 신간 샘플 (0) | 2018.12.15 |
---|---|
[다자츄 후쿠모리 오다안고]When the Trigger is Pulled.4 (0) | 2018.06.10 |
[다자츄 후쿠모리 오다안고] When the Trigger is pulled.3 (0) | 2018.06.10 |
[다자츄/오다안고]When the Trigger is Pulled(센티넬 버스).1 (2) | 2018.05.03 |
When the trigger is pulled (센티넬 버스).Prologue (0) | 2018.05.02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