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코요츄 교류회에 들고갔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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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볕은 누군가를 노리는 듯이 집중적으로 내리쬐었다. 그것을 창문가에서 가만히 쬐고 있던 나카하라는 눈부시게 빛나는 해를 가리려는 듯 블라인드를 천천히 내려 닫았다.

“츄야, 한동안 장마였어서 이런 햇볕도 오랜만이잖니.”

천천히 블라인드를 내려버린 나카하라를 부드럽게 설득한 오자키는 가만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완강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나카하라는 ‘눈이 부셔서 무립니다.’라 대답하며 일부러 반항하듯 블라인드를 닫아버렸다. 오자키는 나카하라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투정을 받아주었다. 나카하라는 그런 그의 여유로운 반응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돌리며 최대한 표정을 숨겼다.

“뻔뻔스럽게 5년 만에 나타나서는 약혼부터 한 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드니?”

그의 빈정거림이 섞인 물음에 억세게 문 입술이 벌어지려는 찰나, 노크한 문 너머로 ‘오자키님, 나카하라 가주님께서 당도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사용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갈 데 없는 말은 다시 입술 사이로 넘어가고, 오자키는 다시 얌전해진 나카하라의 반응에 ‘나가겠네.’라고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모님께서 오셨는데, 직접 나가보아야겠죠, 부인.”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표정. 먼저 일어난 오자키는 앉아있는 나카하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카하라는 그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지나쳐 나갔다. 이미 예상한 일인지 따로 그를 잡지 않고 같이 발걸음을 돌린 오자키는 싸늘한 그의 어깨에 오자키 가문의 하오리를 걸쳐주며 웃었다.

“고집은 여전하구나. 츄야”

오자키가 입고 있는 붉은 하오리는 마치 붉은 피를 뒤집어 쓴 것과 같아 늦은 밤 사람을 놀라게 만든다. 나카하라는 길게 늘어진 대청마루를 지나가다 본 오자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연못 속 잉어들을 바라보고 있던 것인지 한참 물속을 응시하던 그는, 나카하라의 시선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려 부인.이라 부르며 아는 척을 하였다.

둘만 있을 때는 그런 호칭 삼가해달라 말했지 않습니까 형님.

나카하라의 싸늘한 한마디에 그래도 보는 눈이 많지 않니.라고 말하며 나카하라의 뒤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임의 뒷정리를 하는 사용인들의 수다 소리가 닿은 것인지,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술에 검지 손가락을 대었다.

이제 막 회의가 끝난 참인 모양입니다?

나카하라의 물음에 천천히 마루로 다가간 오자키는 부인이 저를 그리워할까 싶어 빨리 끝냈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나카하라에게 내려오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나카하라는 그런 그의 친절에도 불구하고 주춧돌로 바로 발을 딛고 내려와 그의 옆에 섰다.

이제 그렇게 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어리지 않으니까요.

나카하라의 말에 부인의 어리광을 받고 싶어 그러는 것이니 내킬 때 기대시길.이라 대꾸한 오자키는 나카하라의 걸음걸이에 보폭을 맞추어 걸으며 연신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카하라는 그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어릴 때와 달라진 것이 없구나. 그래도 그때는 나에게 이렇게까지 곤두서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투정부리듯이 말하는 오자키의 발언에 거슬린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나카하라는 스스로 깨달으실 때도 되었다 생각합니다만.이라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오자키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웃으며 그와 함께 정원을 벗어났다. 정원의 입구에 다다르자, 회의에 참여했던 의원들과 같이 온 그의 부인들이 입구 앞에서 사용인들의 인사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지나가던 둘을 발견하자마자 반갑다는 듯이 농담 섞인 안부인사를 했다.

오자키님, 다음 회의 때 뵙겠습니다. 신혼이셔서 인지 두 분 사이가 무척 좋아 보입니다

오자키는 한 의원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롭게 의원님께서도 부인과 항상 사이가 좋지 않으십니까. 두 분을 따라가려면 한참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웃어 보였다. 그런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의원과 그의 부인은 기분 좋은 웃음을 띄우며 수다를 그칠 줄을 몰랐다. 부인은 일부러 나카하라에게 아는 척을 하며 다음에도 같이 우리 오메가끼리 다과라도 즐기자며 그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손등을 훑고 지나가는 긴 손톱. 나카하라는 소름 끼치는 그녀의 견제에 손을 빼내려는 찰나, 오자키가 그의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그의 손을 빼 맞잡고는 부인, 너무 밖에 나와있어서 인지 지치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녀를 향해 미소 지어 보였다.

나중에라도 좋은 차가 들어오면 의원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 부인.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 채로 그들을 배웅하던 그는, 모두가 사라지자 손톱이 긁힌 나카하라의 손등을 보며 괜찮은지 물었다. 그러나 나카하라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대꾸하며 그의 손 안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었다.

저도 피곤한지 어서 방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오자키는 장식이 단아하게 걸쳐져 있는 그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어서 들어가자는 말을 돌려 말했다. 나카하라는 그런 그의 말에 사용인들이 열어주는 문을 군소리 없이 들어가서는 저택의 맨 안 쪽, 그의 방으로 향했다. 그가 전부 물린 것인지 뒤따라 오던 사용인들은 한 명도 없었다. 오자키는 방문이 닫히자 마자 나카하라의 머리에 꼽힌 비녀를 빼내 주며 예전처럼 자유분방한 머리도 상관없는데 말이다. 긴 머리, 답답해 하지 않았던가?라고 물으며 흐트러진 나카하라의 머리칼을 쓸어 내렸다.

어차피 여기가 아니어도 길러야 했을 머리입니다. 형님의 부인 아니었어도 이쪽의 알파들은 자기 오메가가 제멋대로 하는 걸 싫어하니까요.

나카하라의 대답에 하긴, 네 아버지가 그러긴 했지.라고 말하고는 그대로 그를 의자에 앉히고 그의 머리카락을 빗으로 빗겨주었다. 마치 천천히 의식이라도 행하는 듯한 그의 손길이 익숙한지, 나카하라는 그런 그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내 주며 거울을 빤히 응시했다.

이제 오자키이니, 네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단다.

아이를 달래듯이 말하던 오자키는 그의 머리칼을 하나로 모아 묶어주고는 거울 너머로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알 수 없다는 눈빛으로 오자키를 빤히 보던 나카하라는 비싼 돈 주고 팔려온 부인이 말을 안 들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부러 대외용으로 만들어둔 불편한 복장을 갈아입을 생각인지 오비를 풀어내던 나카하라는 옷 갈아입는 것까지 지켜보시려고 하십니까?라고 말하며 붉은 빛 옷자락을 벗어내었다. 오자키는 잠시 나가있지, 라고 말하고는 여닫이 문을 열어 방 밖으로 나와 방 가까이 오지 못하고 수군거리던 사용인들에게 경고하듯, 입술에 검지를 댄 채 그들을 응시했다. 마치 언제 어디서라도 듣고 있다는 듯한 그의 행동에 고개를 조아린 그들은 황급히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그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그를 보며 미소 짓고는 옆에 앉아도 되는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마지못해 그에게 끄덕여 보이고는 그가 옆으로 와 앉자 그가 기대지 못하게 자세를 바꾸어 앉았다.

오늘은 같이 자야겠더구나. 안 그래도 네 사용인이 네 히트사이클 예정일이 온다고 좋아하던데.

오자키는 침대에 기대어 앉아 그를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 나카하라는 더 이상의 반항이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 다고 생각한 것인지, 기댄 채로 주신 약은 잘 먹고 있으니 예정일은 안 올 겁니다.라고 말하고는 그가 실망한 표정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자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나도 몰래 잘 먹고 있단다. 아주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 억제제 한 알을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라고 말하며 장난에 동참한 어린 아이의 웃음을 띄었다. 나카하라는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웃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그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오자키는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입술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하는 눈으로 그를 응시하다가, 그래도 보는 눈이 많으니 어쩔 수 없이 침소는 같이 들어야겠지.라고 말하고는 그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나카하라는 그의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앉아서는 반항하기도 피곤하다는 표정을 하며 눈을 감았다.

알파들만이 인정받는 가문에서, 학교에 다닐 때 조차 다른 형제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더 일찍 출발하던 것을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옆에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오자키를 응시했다. 어릴 때부터 옆에 붙어서 자신을 친형제 못지않게 챙겨주던 그였다. 삭막하기 그지없던 집안에, 자신을 보며 어머니를 죽여서 태어난 오메가라 말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지켜주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허영심밖에 모르는 아버지에게서 자신을 사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서려 마음껏 때리기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나카하라는 어릴 때와 다름없이 다정하게 웃기만 하는 그의 얼굴에 차마 주먹을 날릴 수가 없었다.

부인, 그리 뜨겁게 보면 나라도 부끄러운데 말입니다.

아침 잠이 섞인 무거운 목소리로 말한 그는, 부스스 눈을 떠 나카하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오자키의 말에 뜨겁게 본 게 아닙니다만. 그리고 형님, 그런 낯 간지러운 말은 어디서 배우셨습니까.라고 대꾸하며 몸을 돌려 그의 시야에서 벗어나려 했다. 오자키는 나카하라를 뒤에서 끌어안고 츄야가 사랑스러우니 저절로 입에서 나오는 구나.라고 말하고는 흐트러진 나카하라의 노을 빛 머리를 쓸어 내리며 정돈해 주었다. 나카하라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으며 뒤에서 자신을 안아온 그에게 더 자겠다고 말하고는 방해하지 말라는 듯, 그의 손을 쳐냈다. 그런 투정조차 기분 좋게 받아드린 오자키는 나카하라의 허리를 더욱 끌어안은 채 그의 머리칼 사이에 코를 묻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확실히 기간이 기간인지라 억제제를 먹어도 동백꽃 향이 짙어지긴 했구나.

오자키의 말에 나카하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가 무슨 짓이냐며 소리치려는 찰나, 사용인이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며 방문을 노크해오자, 오자키가 먼저 선수 치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용인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발갛게 달아오른 나카하라의 뺨을 보며 요새도 당황하는구나. 네가 잘 때도 많이 맡았으니 부끄러워할 필요 없단다, 츄야.라고 말하고는 흐트러진 분홍 빛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며 방을 나섰다. 처음부터 불쾌해하는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혼자서라도 결혼생활을 즐기려 오자키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츄야는 그의 베개에 애꿎은 화풀이를 하며 얼굴을 진정시켰다.

츄야님. 일어나셨다면 주인님과 함께 식사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나카하라는 자신을 달래려고 노력하는 나카하라 가에서 온 유모의 말에 일부러 대꾸하지 않았다. 유모는 대꾸도 하지 않는 나카하라의 행동이 익숙하다는 듯, 물러가겠다며 조심스레 방 문을 닫았다. 오자키는 여유롭게 식사를 하던 도중, 혼자서 어정쩡하게 돌아오는 그의 유모의 모습에 오늘도 부인은 침상에서 밥을 먹겠다지? 내가 어제 꽤나 괴롭혀서 인지 무리를 하였으니 잘 보살피도록 하거라.라고 말하고는 기분 좋다는 듯이 식사를 계속했다. 유모는 그의 한마디에 화색이 돌며 그렇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많이 무리 하셨나 봅니다. 원래 더 일찍 일어나 산책하시던 분이신데 말입니다.

그의 반가운 한마디에 꼬리를 물었다는 듯, 그의 옆에서 나카하라의 식사를 정리하던 유모가 그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오자키는 여유롭게 말을 지어내며 너무 예뻐서 새벽까지 못 놔주었으니 못 일어날 만도 하지.라고 대답하였다. 그의 흰소리에 기쁘다는 듯이 두 분이 사이가 좋으시니 저희 가문까지 기뻐합니다.라고 말하던 유모는 말할 거리가 생겼다는 듯이 신나는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오자키는 신나 보이는 유모를 보며 가증스러움이 담긴 코웃음을 쳤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조용히 서있던 오자키의 비서가 그에게 넌지시 말을 얹었다. 오자키는 뭐 어떠냐는 듯이 웃으며 나카하라 가는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한다지. 후사가 생기면 자신들의 몫도 톡톡히 떨어질 테니까.라고 말하며 미지근하게 식은 차를 들이켰다. 그의 비서는 그래도 없는 말을 지어내면 나중에 뒷감당이 안 된다고 말하며 그에게 자중할 것을 권했다.

내가 하는 말 중에 지어낸 말은 없다. 내 품에 안고 잤으니 내가 괴롭힌 게지. 집사도 알지 않나? 어린애 취급은 질색하는 아이가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장난스레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오자키의 말에, 비서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를 따라갔다. 그리고 서재로 들어가는 그에게 실례하겠다며 같이 들어가서는 오늘은 일정이 없는 걸로 아는데, 무슨 일 있나?라고 묻는 그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 일부러 사람이 없는 곳으로 왔다고 말하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네가 궁금한 거라니 놀랍구나. 나에 대한 거라면 다 아는 줄 알았더니.

오자키의 말에 도련님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영문을 모르겠습니다만.이라 말한 비서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츄야님께서 오자키 가문으로 오셨으니 나카하라 가문에게는 이제 원조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째서 그리 신경을 쓰시는가 궁금해서 여쭙고 싶었습니다.

비서의 말에 오자키는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하긴, 게다가 츄야가 보는 앞이라 너도 주저하는 것이 보이더구나. 그건 나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야.라고 말하고는 잠시 고민하듯이 결이 좋은 마호가니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그 집안이 든든한 뒷배경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건 그대도 알고 있지?

비서는 그의 말에 오자키가 손을 대지 않아도 나카하라가 자신의 힘으로 가문을 나올 수 있었을 거라 설명하며 그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문했다. 오자키는 그의 말이 전부 정답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렇긴 하지, 내가 손대지만 않았으면 시간을 벌 수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을 거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츄야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 돌아가고 있는 거란다. 비록 그게 그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는 방법이어도, 그 사람들이 츄야에게 무릎을 꿇고 비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말이지.

오자키의 말에 비서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그의 뜻을 이해했다는 듯이 알았습니다.라고 말하고는 그에게 고개 숙여 보였다.

네가 도와주어서 무척 수월해졌어. 고맙구나.

고개 숙여 보인 비서에게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 그저 가주님의 행복을 바랄 뿐입니다.라고 대답한 비서는 서재를 나섰다. 그리고는 우리 도련님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분이시라 중얼거리며 나카하라가 아직 잠들어 있는 방문에 조심스레 노크했다.

츄야님, 들어가겠습니다.

나카하라는 오자키의 비서가 놓고 간 억제제 약통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이런 고집, 끝까지 유지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나카하라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작정이라도 하고 달려든다면 자신은 이미 그의 품에서 아이처럼 울며 매달릴 것이라. 그렇게 생각한 나카하라는 한숨과 함께 누가 볼 새라 약통을 서랍 안으로 넣어두고 아예 몸을 틀어 돌아누웠다. 흰 시트 끝에 드리우는 햇빛이 오늘은 날이 좋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해 나카하라는 블라인드 사이로 보이는 정원을 내다보다가 시야를 가리는 블라인드를 올렸다. 환하게 바치는 햇빛과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이 창문 가득 눈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예쁘네……”

해를 바라보고 있는 해바라기와 꽃밭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레국화의 물결을 보던 나카하라는 중얼거리며 창문을 열어 내다볼까 고민했다. 그러나 정원을 정돈하고 있는 정원사들의 모습에 창문을 여는 것은 포기한 듯싶었지만, 꽃에서는 눈을 떼지 못했다.

츄야, 산책이라도 갈까?

나카하라는 오자키의 목소리에 창 밖을 응시하던 것을 뒤로하고 돌아 보았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문 앞에 서서는 그가 창 밖을 구경하던 것을 보던 그는, 햇볕이 좋아서인지 만개했더구나. 꽃, 좋아하지?라고 물으며 나카하라의 곁으로 다가갔다. 나카하라는 그의 물음에 별로라는 듯 고개를 저어 보이고는 다시 침대에 앉으며 오늘은 몸이 안 좋아 쉬고 싶습니다. 형님의 비서에게도 전달 한 걸로 알았는데요.라고 대꾸하고는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내리는 그에게서 눈길을 피했다.

나에게까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츄야는 푹 잤잖니?

나카하라는 그의 말에 푸른 빛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변명을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것을 아는 것인지 오자키는 그런 그의 손을 부드럽게 그러잡고 그와 눈을 마주했다. 그가 피하려고 할수록 더욱 집요하게 얼굴을 마주하던 오자키는 그가 고개를 숙여버리자 츄야는 짓궂구나. 내가 계속 괴롭혀 주는 것이 좋으니?라고 말하고는 하얀 나카하라의 뺨을 매만졌다. 살살 쓰다듬듯 매만지던 그의 손은 그의 고개를 들게 하여 그와 시선을 마주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카하라는 잔뜩 이골이 난 표정으로 그를 응시하다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형님이라면 충분히 괴롭히실 수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제가 싫어하는데 이렇게 괴롭히고 계시면서 말입니다.

오자키는 화를 내며 말하는 그의 모습이 투정하는 어린 아이와 같다고 생각하며 내가 그렇니?라고 되물었다. 나카하라는 그에게 스스로 생각해보라 말하고는 그대로 그의 손을 쳐내며 고개를 돌렸다. 오자키는 뒤돌아버린 그의 머리칼을 응시하며 피식 웃었다. 어릴 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 뒷모습. 아담한 체구의 나카하라를 뒤에서 끌어안은 오자키는 제가 이렇게 부인을 생각하는데 부인은 매정하십니다.라고 속삭이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끌어안음에 화들짝 놀란 나카하라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듯 버둥거리다가 이내 포기해버리고는 더욱 힘을 주며 버티는 그의 품에 기대어버렸다. 오자키는 그가 쉽게 포기할 것을 알고 있었는지 연신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그의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말랐구나. 밥을 더 많이 먹여야 하는 걸까.

오자키는 뼈마디가 만져지는 팔뚝과 손가락을 매만지며 그에게 말했다. 나카하라는 그의 말에 더 먹으면 힘들어서 죽을 지도 모릅니다.라고 대꾸하고는 자신의 손에 깍지를 껴오는 큰 알파의 손을 바라보았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어야 할까.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진 츄야는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며 그에게 쏘아붙이듯 중얼거렸다.

눈칫밥이야 많이 먹어서 괜찮지만 형님이 괴롭혀서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겁니다.

오자키는 그의 말에 빠져나가려는 그의 손을 마주 놓아버리고는 그를 침대로 밀어 눕혔다. 순간적인 그의 행동에 미처 반항할 새도 없었던 나카하라는 놀란 눈으로 그를 빤히 올려다보며 놀라 크게 떠진 눈을 끔뻑거렸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괴롭히는 것이라면, 진짜는 시작도 하지 않았단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는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느낄만한 것이었다. 흩어진 나카하라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준 오자키는 내가 왜 네게 손대지 않고 억제제를 챙겨주고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집을 채워주는 지 생각해보렴.이라 말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나카하라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마주했다. 입술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그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위험하다. 은은하게 풍겨오던 등나무 향이 짙어지기 시작하자, 숨을 참으려 해도 계속해서 그의 향기가 밀러 들어왔다. 마치 머릿속을 헤집어 놓듯 쳐들어오는 페로몬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진했다. 이제 한계라고 느꼈을 때, 나카하라는 그대로 그를 밀어버리며 숨을 골랐다. 오자키는 나카하라가 힘없는 손으로 자신을 밀어내자 그 손바닥에 입 맞추며 마지못해 져주듯, 그에게서 떨어져 주었다.

보렴, 아직 진짜 괴로운 것은 시작도 하지 않았어.

힘이 빠져 일어나지도 못하는 그를 보며 말한 오자키는 그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땀에 젖은 그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미소 지어 보였다. 오자키는 장난은 이 정도로만 하자는 듯, 침대에서 일어나 겨우 몸을 일으킨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문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생각났다는 듯 그를 힐끔 돌아보고 말했다.

확실히…… 네가 아이라도 낳는다면 나카하라 가문에서 널 이길 세력은 없겠더구나.

나카하라는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나가버린 그를 빤히 응시하다 뒤 늦게 화가 치미는지 베개를 던져 방문을 맞추었다. 그러나 오자키에게 그의 화가 닿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순간의 두근거림이 화가 되어 자신에게 떨어지는 것 같다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짜증나는 분풀이를 침대 시트에 해대며 먹먹해지는 가슴의 통증에 다른 이불을 끌어안고 그대로 얼굴을 묻었다.

오자키는 아까의 여유로운 모습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흐트러져있었다. 최대한 티가 나지 않도록 방문을 닫고 나온 그는, 방까지 걸어온 기억조차 희미했다. 서재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그는,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최대한 다시 여유를 찾으려는 듯 심호흡했다. 하지만 그가 끓어오르는 열기를 식히려 할수록, 야속하게도 아까까지 곁에서 맴돌던 동백의 향이 온 몸을 간질이는 듯 했다.

가주님, 급한 용무라도 있으셨습니까?

생전 본 적 없는 그의 모습에 뒤늦게 서재로 들어와 멀찍이 떨어져 서있던 그의 비서는,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오자키는 별일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그에게 수습하지 못한 자신의 표정을 숨기려는 듯 의자를 등 뒤로 돌려 앉고는 소매로 입가를 가렸다. 머리가 어질해질 정도의 열기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다시금 생각나는 붉어진 나카하라의 얼굴에 다시 눈을 뜬 오자키는, 한숨을 내뱉으며 평소의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려 하며 미간을 좁혔다.

가주님, 다자이님께서 츄야님을 뵙기 위해 방문을 하신다고 전화를 주셨는데…… 오늘은 무리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에게 할 말이 있던 것처럼 보이던 비서가 어렵사리 말문을 열자, 오자키는 의자를 도로 돌려 그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무리하여 몸이 안 좋다고 말해뒀으니 그 편이 낫겠지. 그러나 잠시 생각하던 오자키는, 분한 듯 자신을 노려보던 그를 떠올렸다. 설레도록 붉어진 얼굴을 하던 나카하라의 얼굴이 일그러지던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인지 마음속에 박혀 떠나가지 않았다. 열기에 흘린 땀을 식히던 오자키는 그럼 나가보겠다는 비서를 다시 불러 세웠다.

부인도…… 결혼하고 나서는 친분이 있던 친구를 집에 들이지 못했으니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을 것 같군. 그리고 침실과 가까운 응접실이나 방을 사용하면 되니까.

다자이지만...... 뭐 상관 없나. 비서는 오자키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다는 듯 바로 알겠다고 말한 뒤, 서재를 나섰다. 오랜만에 나카하라의 웃는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걸까 생각하던 비서는, 기쁜 소식을 어서 전하고 싶다는 듯 발걸음을 빨리 했다.

부른다는 내 친구가 너였냐……?

나카하라는 여유만만하게 응접실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는 다자이에게 쏘아붙였다. 그 오자키의 비서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주려는 부모와 같은 얼굴로 말할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생각하던 그는, 다자이의 맞은편에 앉아 사용인이 내온 금잔화 차를 바라보았다. 투명한 유리잔에 떠있는 꽃잎이 하늘하늘 날리듯 펴지자, 그제야 찻잔을 든 나카하라는, 사용인들이 나간 뒤에야 그래서 무슨 일인데.라고 그에게 본론을 물었다.

에이, 츄야. 우리가 언제 용건이 있어 만나던 사이인가? 그저 친구가 결혼 했으니 방문해 주는 것은 예의일 것 같아서 말이야.

게다가 코요 형님께서도 계시니 일석이조 아닌가? 굳이 딱딱하게 인사드리러 가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라고 말한 그는 우러난 차를 홀짝이며 마음에 든다는 듯이 미소 지어 보였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 마라. 네가 인사 안 하고 갈건 이 집 마당에 있는 개도 알 테니까.

나카하라의 말에 다자이는 농담 섞인 말투로 ‘벌써 들켰군.이라 대꾸하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피식 웃는 나카하라의 표정이 아까보다 풀어진 것이 보이자 잘 지냈나?라고 때 늦은 안부를 물었다. 나카하라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보다시피, 집보다 호화롭게 생활하고 있다.라고 대꾸해주었다. 다자이는 그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로 차를 홀짝거렸다. 잠시간의 정적은 차를 비우기에 적당한 시간이었다. 거의 바닥을 보이는 차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나카하라는 결혼한 지 몇 달이 넘어가는데, 가족 지인을 통틀어 처음 보는 사람이 너라니 기분 나쁘네.라고 말하며 그를 응시했다. 다자이는 오자키를 향한 원망이 섞여있는 그의 말투에 아무런 대답 없이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솔직히, 그렇게 화내고 그러면 친정 보내버리지 않냐? 나 막 찬장도 부수고 그랬는데. 찻잔도 다 깨고…… 화내라고 한 건데 웃더라. 짜증나는 사람.

오자키에 대한 험담을 주절주절 늘어놓던 나카하라는 집에서도 연락 없더라. 잘 지내시긴 하냐?라고 가볍게 가족의 안부를 물으며 화제를 넘겼다. 다자이는 그의 물음에 츄야, 그런 집은 이제 생각할 필요 없다네.라고 말하며 그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피하듯 차를 홀짝거렸다. 나카하라는 반박할 거리도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리고는 본심을 내비치듯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짜증나잖아 팔아넘기듯 보내버리고 돈 받았는데 잘 살기라도 하나 궁금하니까.라 말하고는 입술을 짓이기며 화를 삭였다.

가족도 남편 된 사람도, 다 사랑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모르는 사람들이고…… 남들에게 보이는 게 중요해서 지위 앞에서 벌벌 대잖아.

나카하라는 밖에 대기하던 사용인들이 들을 새라 목소리를 죽이고 분한 마음을 토해 씹어내듯 말을 뱉었다. 다자이는 그런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하듯 그를 응시하다가 완전히 비어 꽃잎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츄야, 형님이 자네를 사랑하는 건 이 집안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다자이의 말에 코웃음을 친 나카하라는 ‘새장에 새를 예뻐하는 거와 뭐가 다르냐.’라고 투덜거리며 대꾸했다. 다자이는 그의 찻잔에 다시 차를 따라주며 ‘그러니까 그렇게 부수고 화내도 웃으면서 받아 주신 거 아닌가.’라고 말하고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결혼 전에도 항상 자네가 곤란할 때마다 손쓰시던 건 형님이었으니까.”

‘지금도 손 많이 쓰고는 계시지만.’ 그와 눈을 마주한 다자이는 의도가 깔린 한마디를 던졌다. 츄야는 그의 의미심장한 다자이의 말에 잠시 생각하듯 차를 홀짝거렸다.

그게 무슨 말이냐?

잠시간의 정적이후, 나카하라가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다자이가 따로 단서를 흘릴 새도 없이 파고들며 지금 무슨 상황인건 데.라고 다자이를 추궁하던 나카하라는 말을 꺼낼지 말지 고민하는 표정의 그를 재촉했다.

알겠다네, 알겠어…… 정말 자네도 정말 돌려 말할 줄 몰라서 문제야.... 지금 자네 가문, 내부에서 뇌물과 횡령 혐의로 고발당해 전부 검찰에 이송되었다네. 한 명도 남김없이 지금 재판에 올라갔어.

청천벽력과 같은 그의 말이 믿기지 않는지 나카하라는 연신 그에게 그 인간들 전부 잡혀간 거야?라고 되물었다. 다자이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네 부모, 형제들이 사치스럽게 자네 앞에서 거들먹거릴 수 있었던 이유도 전부 그것들 때문이니까.라고 대꾸하고는 이제 놓아달라며 나카하라가 잡은 멱살을 가리켰다. 나카하라는 그의 셔츠를 놔버리고는 소파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그렇게 원망하고 미워하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벌을 받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멍하니 한곳을 응시하던 나카하라는, ‘역시 형님은 자네에게 아무런 말도 안 해주셨나보군.’이라 중얼거리는 다자이의 말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소파에 기댔다. 허무하기 짝이 없는 복수다. 게다가 당사자는 알지도 못하는 복수. 허탈함에 한숨마저 나오는 상황이 꽤나 웃긴지 바람 빠지는 소리로 웃었다.

“사실 나카하라의 주식이 대폭 폭락했을 때, 내가 살까 했다네.”

나카하라는 해맑게 ‘나 슈퍼에서 세일로 대게를 샀다네.’와 같은 가벼운 말투로 말하는 다자이의 목소리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다자이는 언짢은 듯 보이는 그의 표정이 웃긴지 소리 내어 웃으며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래도 자네가 있으니 나카하라는 망하게 두지는 않을 거 아닌가. 그런데 내가 제일먼저 사려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누가 전부 매입한 뒤였더군.”

‘누가 산건지는 바보 같은 츄야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네.’ 잠시 사고회로가 멈춘 듯 한곳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나카하라가 깨달은 듯 눈을 크게 뜨자, 다자이는 나는 그럼 남은 차나 즐기고 가보겠네. 오자키 가문의 차는 맛이 좋으니까.라고 말하며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야, 다자이. 다음에 연락할게.

고맙다. 이어지는 인사는 그가 응접실을 뛰어나가는 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자이는 개의치 않는 다는 듯, 문을 박차고 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렸다.

“형님께 죽어나겠군.”

그의 중얼거림은 아무도 듣지 못한 듯 했지만 다자이는 살벌한 말과 다르게 즐겁다는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두었다. 그리고는 겉옷을 챙겨 그가 나간 곳과 반대되는 응접실 문으로 나온 뒤, 마주친 사용인에게 나카하라가 뛰쳐나간 방향까지 알려주는 여유로움을 내비쳤다.

오래간만의 뜀박질에 숨이 턱 끝까지 치달았다. 평소에는 잘 가지도 않았던 그의 서재가 마치 구석으로 숨기라도 한 듯 멀게 느껴지던 나카하라는 ,숨을 고르며 다시 꾸준하게 등나무 향기가 점점 짙어지는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내리 누르며 위협하던 그의 향기가 길을 만들 듯 그에게로 가는 복도를 감싸고 있었다. 짙은 그의 페로몬은 나카하라의 예상대로 오자키의 서재 안에서 풍겨오고 있었다. 나카하라는 어질어질 할 정도로 풍겨오는 페로몬의 향에 코와 입가를 가렸다. 억제제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페로몬의 자극에 손끝이 떨렸다. 나카하라는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당겼다.

후우……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을 텐데……”

나카하라는 분명 어젯밤, 자신의 앞에서 억제제를 먹고 잠에 들던 그를 기억했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먹는 것과 같은 알약 두 알을 삼킨 그는, 이로써 한 달도 무사히 지나가겠다며 지나가듯 중얼거렸었다. 나카하라는 땀에 젖어 서재 한켠의 소파에 누워 숨을 몰아쉬는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까 자신의 위협하던 페로몬의 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무게였다. 그럼에도 나카하라는 천천히 발을 떼며 다가가서는 그의 머리맡에 앉았다. 오자키의 향 때문일까, 본능적으로 흘러나오는 은은한 동백의 향에 눈을 뜬 오자키는 나카하라를 올려다보며 잠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츄야?

방안 가득 자욱한 등나무 향 사이에서 느껴지는 동백꽃의 은은함에 알아챈 것인지, 아니면 그저 열 기운 가운데의 환각인 것인지 모를 목소리로 나카하라를 부르던 오자키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진짜 츄야인가……’라고 중얼거렸다.

“……저 맞습니다.

나카하라는 자신을 만져보라는 듯 가물거리던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대어주었다. 오자키는 그의 뺨을 살살 쓸어보고는 그대로 그의 어깨에 기대오며 연신 진짜라며 중얼거렸다. 나카하라는 페로몬이 조절되지 않아 난감한 그에게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조금씩 자신의 페로몬을 흘리며 그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오자키는 나카하라가 최대한 절제하고 있다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듯,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비며 그의 향에 심취해 있었다. 땀에 젖은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던 나카하라는 오자키를 안심시키듯 그의 이름을 속삭이며 평소보다 강한 억제제를 가져다 준 비서에게 꼭 감사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성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은 듯한 오자키는 그대로 자신보다 아담한 나카하라를 자신의 품에 안아버리고는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나카하라는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정신없이 자신의 몸에 얼굴을 맞대는 그의 모습이 새로운지 미소를 띤 채로 그를 안아 주었다.

츄야, 코요라고 불러주지 않으련?

나른한 목소리로 투정 섞인 물음을 하던 오자키는, 고민하듯 입술을 꾹 다문 나카하라의 눈을 응시했다. 그저 몸을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취하게 되는 것인지 촉촉이 젖어있는 눈동자가 마치 정사 뒤의 쾌감이 뒤섞여있는 것 같았다. 나카하라는 붉어진 얼굴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작은 목소리로 코요.라고 그를 불렀다. 그러자 오자키는 그대로 풀어진 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그저 본능에 따르는 그의 어린아이 같은 행동에 놀라 몸을 뒤로 빼려던 나카하라는, 오자키의 저지에 곧이곧대로 그의 입맞춤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오자키의 혀가 그의 입술을 훑으며 그를 달래듯 입술을 벌려갔다. 나카하라 그가 스스로 입술을 벌릴 때까지 그의 입술을 물고 빨던 오자키는 그대로 그가 입술을 벌리자마자 나카하라의 입안을 헤집었다. 그의 등나무 향이 뒤섞여 온 몸에 퍼지는 것 같았다. 녹아버릴 것 같이 혀를 얽어오던 둘은, 오자키의 페로몬 향이 멎어 갈 때쯤 입술을 떼고 숨을 천천히 고르며 서로를 응시했다.

하아…… 내가 실례했나 보구나.

거친 숨소리가 오가는 방안에서 먼저 말을 뗀 것은 오자키였다. 계속해서 숨을 고르던 나카하라는 그의 말에 실례…… 엄청 하긴 했죠.라고 중얼거리며 타액이 흐른 입가를 소매로 닦아내었다. 오자키는 피식 웃으며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품에 앉으니 기분은 좋구나.’라고 말하며 나카하라의 새빨갛게 익은 얼굴을 더 잘 보기 위해 머리칼을 넘겼다.

“...더 강한 억제제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오자키의 말을 피하듯이 중얼거린 나카하라는 숨을 천천히 고르며 작게 웃기 시작하는 오자키의 행동에 그를 빤히 응시했다. 오자키는 ‘미안하구나, 얼굴이 새빨개진 츄야도 귀여워서 말이야.’라고 대답하고는 그의 뺨을 쓸어주며 ‘다음번에는 일부러라도 약한 것을 찾아야겠습니다, 부인.’이라 말하며 나카하라와 시선을 마주했다.

“차...차라리 그럴 거면 그냥 말하고 하면 되잖아요. 억제제 먹을 필요도 없이.”

오자키는 그의 말에 놀란 듯 잠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크게 뜬 눈으로 나카하라를 바라보던 그는, 자신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챈 나카하라의 얼굴이 새빨개지자 크게 웃어오며 ‘그럼 다음부터는 그리 해야겠구나.’라고 대꾸했다.

“아...아니....매번 그러는게 아니라... 나중에라도 그럴 수 있다는 거죠!”

나카하라가 수습하려 할수록 그의 웃음소리는 커져만 갔다. 결국에는 나카하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잘못 말한 것이니 그만 웃어주세요...’라고 할 때까지 웃은 오자키는, 손사래를 치며 미안하다 중얼거렸다.

뭐... 언젠가는 꼭 필요한 절차 아니겠습니까, 부인

일부러 그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 심산인 것인지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 오자키는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춰 주고는 그를 마주보았다. 먼저 시선을 피한 것은 나카하라 쪽이었다. 오자키는 자신의 품에 안겨 얼굴을 가리는데 급급한 나카하라의 등을 다독여주며 웃고는 아까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듯 그를 불렀다.

그만 부르십쇼……”

투정부리듯 웅얼거리며 그를 밀어내는 나카하라의 행동에 그럼 부인, 부르지 않을 테니, 조금 진정하셔야겠습니다.’ 라고 대꾸하고는 발갛게 열이 오른 그의 뺨을 매만져 주었다.

우리 츄야…… 사랑스럽기도 하지.

나카하라는 마치 세상의 가장 귀한 보물이라도 다루는 듯 하는 그의 행동이 더욱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듯 했다. 이제라도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쳐보았지만, 오자키는 그를 내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듯 품에 끌어안고 그와 눈을 마주했다.

잠시만…….잠시만 이리 있자. 너무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로우니 말이야.

오자키의 말에 버둥거리던 나카하라는 이제 계속 이럴 거면서 뭘 그럽니까.라고 중얼거리고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빠른 심장소리를 맞추듯 서로에게 귀 기울이던 둘은, 누가 먼저랄 새 없이 서로를 눈동자에 비추며 마주보았다.

“오늘따라 솔직한 이유는 역시 다자이 덕분인가.”

웃으면서 말하는 오자키의 말에 찔리기라도 한 듯 움찔거린 나카하라는 ‘아니...뭐 들은 게 없지는 않습니다.’라고 대답하며 뺨을 긁적거렸다.

“뭐... 말하지 말라 한건 아니지만. 괘씸하긴 하구나.”

‘내가 말해도 늦지 않았을 터인데.’ 오자키가 말을 덧붙이며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나카하라는 스스럼없이 뺨을 쓰다듬어주고 예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것 같은 오자키의 행동이 마냥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그런 그의 손을 잡아 내린 나카하라는, ‘이미 늦었습니다...처음부터 말해주셨으면 그런 소동은 안 일으켰을 텐데. 형님이 나쁜 겁니다.’라고 삐진 아이처럼 투덜대었다.

“하지만... 츄야가 그렇게 성질부려도 나는 좋았는데 말이다.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지?”

나카하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오자키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마치 어린 연인의 이정도 투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집을 부수지 않아서 다행이지. 예전의 츄야였다면 전부 때려 부쉈겠지?’라고 농담하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나카하라는 피식 웃었다.

“형님은 예나 지금이나... 영문을 모를 분이십니다.”

이해하기를 그만두자는 듯 한숨을 쉬던 나카하라는 키득거리며 ‘우리 츄야의 관해서는 상식이 없는 편이긴 하지.’라고 대꾸하는 오자키의 말에 손을 내저었다. 부끄러운 말 좀 그만하라며 밀어내는 나카하라를 껴안은 오자키는, 그의 귓가에 ‘동백꽃이 사랑스러운 탓이라 생각하거라.’라고 속삭이며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내렸다. 그 한마디에 다시 얼굴이 새빨개진 나카하라는 한숨과 함께 ‘등나무 때문입니다.’라고 대꾸하고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그날, 열린 창사이로는 동백꽃인지, 등나무인지 모를 향이 창문 사이를 들여다보던 나무를 타고 온 저택으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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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

[피츠츄]Before Wedding

문스독/츄야른 2017. 7. 7. 15:39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안 믿기는데...”

눈을 감고 반짝이를 떨어뜨리듯 화장을 받던 츄야는, 옆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코요를 향해 말했다. 코요는 그런 츄야의 말에 ‘츄야, 말하면 화장이 흔들리잖니. 그리고... 그렇게 떨더니 당일에는 생각보다 덤덤하구나?’라고 말하며 잡지를 한 장 넘겼다. 츄야는 그녀의 말에 갑자기 부끄러워 진 것인지, 아무런 말없이 화장을 받으며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건... 아니 나는 뭐... 결혼 하자고 했긴 한데... 진짜 하는지도 몰랐고... 아, 몰라요.”

츄야가 얼버무리듯 말하자 코요는 재미있다는 듯이 작게 웃었다. 흰 피부에 하나하나 얹어지는 화장은 깜빡이는 속눈썹을 마지막으로 그녀를 놓아주었다. 코요는 그런 츄야를 바라보며 연신 곱다며 칭찬했다. 예쁘게 한쪽으로 땋아진 머리는 꽃으로 장식되어져 그녀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츄야는 어색한지 연신 자연스럽게 빠져나온 앞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예뻐요?’라고 물었다. 코요는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럼, 오늘 주인공 아니니.’라고 말하고는 웨딩드레스가 기다리는 대기실로 향했다.

“드레스는 저번에 그 드레스니?”

츄야는 코요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자이와 코요, 앨리스까지 불러 고른 드레스는 그녀의 것이라 해도 믿길 정도로 잘 어울렸다. 만장일치로 고른 드레스이니 만큼, 프랜시스에게 보여주면 놀라려나라고 생각한 츄야는 그녀의 도움으로 드레스를 갈아입은 뒤, 머리에 베일을 얹었다.

“신발은 혼자 신을 수 있어요. 그럼 신부 대기실에서 봬요. 고마워요 언니.”

베시시 웃으며 말한 츄야는 자신을 보며 웃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코요는 그런 츄야의 모습에 ‘네가 이렇게 커서 결혼까지 하다니... 세월이 너무 빠른 거 아닐까 싶단다.’라고 말하고는 그녀를 조심스레 끌어안아주었다. 츄야는 그녀의 품에 안겨들며 웃고는 ‘언니가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걸요.’라고 말한 뒤, 나가는 그녀에게 연신 손을 흔들어보였다. 츄야는 그녀가 나가자, 그녀가 웨딩드레스에 신을 신발을 찾아 방 안을 뒤졌다.

“분명 짐을 옮길 때 가지고 왔던 기억이 나는데...”

츄야는 그녀가 신고 왔던 스니커즈를 구겨 신고는 이리저리 방을 돌아다녔다. 그녀가 구두를 찾느라 정신이 없을 때, 누군가 방문을 노크했다. 츄야는 ‘누구세요.’라고 말하며 아무런 의심 없이 문을 열어젖혔다.

“츄야, 신발이 여기 있기에... 가져왔는데...”

츄야는 자신이 찾던 신발 상자를 들고 서 있는 프랜시스를 올려다보며 ‘나 그거 찾고 있었는데!’라고 말하며 그에게서 신발상자를 받아내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런 프랜시스는 웨딩드레스 차림의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겠는지, 그대로 굳어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프랜시스. 왜 그래요. 나 갈아 신어야하니까 이리 달라니까?”

그녀는 다시 그에게 말하며 신발상자를 달라는 듯 손짓하였다. 프랜시스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아, 그렇지.’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신발 상자를 건넸다. 츄야는 ‘고마워요. 이따가 봐요.’라고 인사하며 그대로 문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프랜시스는 ‘잠시만.’이라고 하며 그녀가 닫는 문사이로 구둣발을 넣어 열었다.

“왜요. 언니가 원래 결혼식 전에 보여주는 거 아니라고 하던데...”

츄야는 부끄럽다는 듯이 웅얼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온 그를 돌아보았다. 프랜시스는 문을 닫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누가 이렇게 예쁜 걸로 고르랬어.’라고 말하며 그녀가 앉은 소파 앞에 섰다. 츄야는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생긋 웃고는 여유롭게 다리를 꼬아보였다.

“오늘 좀 예쁘긴 하죠? 나도 알아.”

프랜시스는 츄야의 말에 피식 웃고는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가져간 상자를 열어 하얀색 구두를 꺼내고는 ‘이 구두를 웨딩슈즈로 쓸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라고 말하며 그녀의 한쪽 발을 한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발을 간질이던 그는 연신 꼼질대며 웃는 츄야를 바라보며 발에 구두를 신겨주었다.

“아하하, 그야... 당신이 프러포즈 할 때 썼던 구두잖아? 제일 마음에 든다고.”

츄야의 말에 신발의 스트랩을 매주던 프랜시스는 웃으며 구두 위로 드러난 그녀의 발등에 가볍게 입 맞췄다. 그리고 다른 쪽도 마저 신겨준 그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한 숨도 못 잤는데. 츄야를 보니 잠이 확 깨는군. 그 정도로 예뻐서 그런가.’라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츄야는 그에게 손을 내밀며 ‘누구 아내인데 안 예쁘겠어. 그렇지?’라고 말하며 그가 당겨 일으키자, 가뿐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게 말이야...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예쁜 사람과 결혼하게 됐는지...”

‘놀랍단 말이지.’라고 말하며 웃은 그는 그녀의 허리에 자연스럽게 팔을 감아 안았다. 츄야는 검은 색 연미복을 단정히 갖춰 입은 그의 허리를 마주 안으며 웃고는 그를 올려다보며 ‘이제 진짜 하네. 엄청 떨린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해맑은 웃음에 ‘그러게, 진짜 해버리네?’라고 대답한 그는 흐트러진 그녀의 앞머리를 살살 만져주며 가지런한 정수리 부근에 입 맞춰 주었다.

“아, 너무 예뻐서 혼났군. 그나저나... 드레스는 오자키씨와 고른 건가? 안목이 탁월하셔.”

프랜시스의 물음에 ‘다자이자식이랑 앨리스아가씨도 같이 골랐어. 셋이서 고르는데 셋 다 좋다고 한 건 이게 처음이어서.’라고 말하며 자신의 허벅지를 덮는 프릴을 탁탁 털어보였다. 그리고 뒤로 하늘하늘하게 이어지는 레이스를 보여주듯 뒤로 돌자, 프랜시스는 그런 그녀를 뒤에서 안아오며 손에 부케를 쥐어주었다.

“당연히 아름답지, 오늘의 주인공이니까. 안 그래, 아가씨?”

츄야는 그런 그의 말에 그대로 뒤를 돌아 ‘당신도 주인공이잖아. 우리 결혼식이니까.’라고 대꾸했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녀의 말에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래, 우리 결혼식이지. 츄야와 나의 결혼식.”

그녀는 그런 그의 말에 행복하다는 듯 웃으며 부케로 입가를 가렸다. 프랜시스를 그런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미소를 띤 채로 마치 보물을 다루듯 그녀를 쓰다듬었다.

“프랜시스, 나 들어가기 전이니까...그냥... 가볍게 해주면 안 돼?”

츄야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뭐를?’이라 묻던 그는, 분홍빛의 립글로스를 바른 입술을 가만히 모으고 눈을 감는 그녀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그가 웃자, 당황한 츄야는 ‘왜 웃어!’라고 소리치며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는지 입술을 웅얼거렸다.

“진짜... 츄야도 은근 선수라 생각해.”

그렇게 말한 프랜시스는 그런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 떨어졌다. 츄야는 그런 그의 행동에 입가를 빠르게 가려오고는 ‘그냥 해주면 될 걸 진짜...’라고 중얼거리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을 피했다.

“너무 예뻐서, 그럴 수가 있어야지.”

그는 츄야의 중얼거림에 그녀를 품에 안은 채로 토닥였다. 츄야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사람 당황스럽게...’라고 연신 중얼거리고는 그가 듣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었는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라고 속삭였다. 프랜시스는 작게 말했는데도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는지 ‘나도 사랑해, 츄야.’라고 대답하고는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둘은 그렇게 밖에서 누군가가 부를 때까지, 서로를 안은 채로 믿기지 않는 결혼식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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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츄흑츠시]3p무제

2017. 7. 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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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츄]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문스독/츄야른 2017. 6. 30. 00:53

“아저씨, 다녀왔어요? 오늘 미팅은 잘 했구요?”

오다 사쿠노스케, 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이게 꿈은 아닐지 걱정을 하며 들어온 현관문을 다시 돌아 나갔다. 분명 꿈이라면 다시 들어갔을 때 평소와 같이 앳된 연인이 자신을 반겨 주리라. 오다는 잠시 닫았던 현관문을 다시 열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그의 앳된 애인은 그의 셔츠만을 입고 현관 입구에 기댄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카하라. 감기 걸린다.”

오다는 한숨을 내쉬며 최대한 그의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았다. 나카하라는 그의 말에 ‘이제 여름이 다 되어 가거든요? 감기는 무슨.’이라 받아치고는 자신을 피해 현관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런 그의 따라다님에도, 오다는 그에게 눈길하나 주지 않으며 자신의 가방과 겉옷을 옷걸이에 걸었다. 나카하라는 이제까지 자신이 그에게 무시되었던 날의 복장을 찬찬히 생각했다. 3일 전에는 세라복, 그제는 샤워 가운에 어제는 대망의 누드 에이프런 이었다. 하지만 그는 감기 걸리니 어서 옷을 입으라는 둥, 아직은 어리니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헛소리 등을 하며 그를 밀어내었다. 지금도, 그는 나카하라에게 눈길하나 주지 않으며 ‘저녁 메뉴는 뭐가 좋은가, 나카하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쿠노스케. 지금 저녁이 중요해?”

오다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한마디에 놀란 눈으로 나카하라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사뭇 진지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미처 그가 풀어내지 않은 넥타이를 잡아 당겼다. 당황한 오다는 강한 힘에 그가 끌고 가는 대로 끌려가며 침대에 주저 앉혀졌다.

“진짜, 요 3일 간 얼마나 자존심 상하게 만들 생각인거야. 응? 사쿠노스케, 이정도 했으면 제대로 알아들어야지.”

나카하라는 꼬박꼬박 쓰던 존댓말도 날려버린 채로 그에게 쏘아 붙였다. 오다는 그런 나카하라의 모습은 처음인지, 놀란 기색을 감추지도 못하며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카하라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내가 이렇게 까지 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들어? 응? 이제 20살도 넘어서 21살이고 우리 사귄지도 꽤 됐는데 너무 하지도 않아?’라고 빠르게 말을 하며 그를 닦달했다.

“... 나카하라. 21살은 아직 어려.”

‘안 어려! 진짜 너는 벽창호야?’ 그의 한마디에 나카하라는 쌓인 것이 터진 듯 소리쳤다. 나카하라는 화에 벅차 울먹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최대한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눈에 힘을 주었다. 오다는 그런 나카하라에게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아오고는, 천천히 그를 당겨 자신의 품에 안기게 했다.

“...당신... 바보같아...”

나카하라는 물기에 젖은 목소리로 말하며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오다는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토닥이고는 ‘때가 되면 다 한다. 너무 안달해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며 그의 정수리에 입 맞춰주었다. 마치 보물을 다루는 것과도 같이 그를 쓰다듬던 오다는, 훌쩍거리며 고개를 든 나카하라의 눈가에 입 맞춰 주며 그만 울라고 그를 달랬다.

“왜... 나랑 안 해? 하기 싫어?”

나카하라의 질문에 오다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는 ‘아직 너무 작아. 그리고... 내 준비도 덜 됐다.’라고 대답하고는 그의 둔부를 토닥이며 어서 옷을 갈아입자 그를 다독였다. 나카하라는 그의 말에 입술을 비죽거리고는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또 뭐에 삐진 건지... 오다는 한숨을 내쉬며 입혀줘야 입을 거냐고 물으며 그의 얼굴을 마주하며 그를 꾸짖었다. 그 순간이었다, 츄야는 그대로 그의 목에 팔을 둘러 끌어안아서는 그의 입술에 입 맞춰왔다. 갑작스러운 키스였다. 오다는 놀란 눈을 하며 그에게서 떨어지려 하였지만, 츄야는 최대한 그의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키며 입술을 벌리고 그의 입술과 치열을 어수룩하게 훑었다. 오다는 완전히 작정한 듯한 츄야의 행동에 못 말리겠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고는, 그의 허리에 팔을 둘러 안고는 입술을 벌려 그의 입술을 베어 물듯, 입을 맞췄다. 천천히 부드러운 키스였다. 배려있게 입술을 열고 혀를 얽은 그는 입 안을 천천히 훑고 애무해주며 타액을 나누듯 그의 혀와 얽혔다. 나카하라도 그의 혀 놀림에 응수하듯 입술을 연신 우물대며 키스했다. 한참을 입 맞췄을까, 이제 됐다는 듯이 오다는 입술을 떼고 모자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에 반해 나카하라는 숨을 헐떡이며 상기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오다의 머릿속을 잠시 스쳐지나갔다. 달뜬 듯 붉어진 뺨과 물기 어린 눈, 그리고 몰아쉬는 숨까지 오다에게는 야한 기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카하라는 그런 그의 셔츠를 잡고는 잠시 고민하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고는 ‘사쿠노스케... 한 번만... 더 하면 안 돼요?’라고 물으며 한 번만 하면 다시 떼쓰지 않겠다는 조건까지 걸며 그에게 제안했다. 오다는 그런 그의 제안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위험하다고 하지만 자신은 그보다 어른이었고, 충분히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 오다는 다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허리를 끌어안았다. 순간적으로 당겨진 허리에 나카하라는 놀란 듯 몸을 흠칫 떨었다. 오다는 그런 그의 둔부를 가볍게 다독여주고는, 그의 입 안에 다시 혀를 넣고 훑어오기 시작했다. 나카하라는 아까 같이 멍하니 있지 않았다. 최대한 혀를 얽고 그의 타액을 빨아들이며 더욱 적극적으로 입 맞췄다. 게다가 그가 혀를 훑고 쓸어줄 때마다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그를 더욱 끌어안았다. 그리고 의도 한 것인지, 무의식적인지 알 수 없게, 엉덩이를 그의 허벅지 위에서 들썩거리며 그를 조금씩 자극했다. 오다는 나카하라의 움직임에 가만히 있으라는 듯, 그의 둔부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는 흠칫 놀람과 동시에 몸을 더욱 바르작거리며 조금 더 크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오다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이 의도한 것과는 뭔가가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듯 했다. 오다의 성기 근처에 엉덩이를 비비던 나카하라는 그의 손이 움직임을 저지하자 연신 반항하듯 허리를 비틀었다. 하지만 그는 풀어줄 생각이 없는지, 더욱 둔부를 꽉 쥐었다.

“흐읏!...흐으응....으....하아...읍...으...”

나카하라는 그가 악력으로 둔부를 꽉 쥐자 허리를 휘며 신음성을 질렀다. 하지만 다시 작게 흐느끼듯 신음하며 그의 입술을 탐닉하는 데 집중했다. 오다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둔부를 주물렀다. 그의 반응이 더 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그가 흠칫거릴 때마다 간헐적으로 떨리는 눈꺼풀이 그를 자극하는 듯했다. 오다는 그의 입술을 삼켜버릴 듯 키스해오며 그의 둔부를 대놓고 주물렀다.

“하아... 아저씨...응...아저씨 여기 섰는데...”

입술을 뗀 나카하라는 그의 사타구니를 더듬으며 말했다. 그의 말과 같이, 오다의 앞섬은 크게 부풀어있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럴줄 알았다는 듯이 나카하라를 바라보았다. 나카하라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나... 아저씨 오기 전에 뒤 풀어 놨는데.’라고 말하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오다는 그의 한마디가 믿기지 않는지, ‘뭐?’라고 되물었다. 나카하라는 ‘내가 다 준비 해뒀다고.’라고 그의 귀에 속삭이며 눈꼬리를 휘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니까...응? 사쿠노스케.”

오다는 유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그의 것 위에서 엉덩이를 흔들어 오는 나카하라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마치 오늘 승부를 봐야한다는 듯 모든 준비를 마쳐놓은 듯싶었다. 오다는 그런 나카하라에게 ‘괜찮겠나...’라고 물으며 자신의 넥타이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바지버클마저 풀어내려가던 그는 ‘멍청아...너면 상관없다니까...’라고 말하는 나카하라의 말에 그대로 그를 안아 넘어트렸다. 츄야는 순식간에 돌변한 그를 올려다보았다. 착하고 말 잘 듣는 고지식한 대형견이었던 오다는, 마치 언제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사냥개로 변해있었다.

“아...아저씨?”

나카하라는 당황한 나머지 그를 부르며 자신의 가슴을 두 팔로 가렸다. 하지만 오다는 그러 나카하라의 방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려버렸다. 아, 망했다. 츄야는 초점이 없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연신 그의 이름을 불렀다.

“후우... 츄야, 최대한 거칠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니...그런 눈으로 말해도...’츄야는 이리저리 허리를 비틀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츄야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오늘 밤, 혹은 내일까지 살아서 돌아가기는 힘든 사냥감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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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

[Ts코요츄]계절의 한 조각

문스독/츄야른 2017. 6. 10. 22:04

오자키는 집에서는 항상 마루와 연결되는 큰 창을 열어놓는다. 그 사이로는 계절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또렷하게 수 있는데, 그는 유독 장마철이 끝난 여름의 저녁부터 가을이 넘어가는 계절에 마루에 앉아 풍경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항상 단아한 차림으로 마루에 앉아 뜨거운 차를 내려 다과와 함께 앉은 그의 뒷모습은, 마치 그 계절에 녹아든 풍경 그 자체였다. 츄야는 항상 그런 그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그를 불렀다.

“오라버니.”

그는 츄야의 기척을 알면서도 막연히 그녀의 부름을 기다렸다. 그리고 츄야가 조심스레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가득 쌓인 목소리로 그를 부른 뒤에야, 그는 츄야를 돌아보았다. ‘오늘은 조금 늦었구나.’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물은 그는 곁으로 오라는 듯, 츄야에게 손을 내밀어 보였다. 그러면 츄야는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아 그를 일으켜 주었다.

“조금. 역시 시내를 나갔다 오면 해질녘에나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고개를 끄덕거린 오자키는 그녀를 마주보며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츄야는 그런 그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기다렸어요?’라고 물었다. 잔망스러운 그녀의 웃음에 마주 미소 지은 오자키는 ‘당연한 것을 굳이 묻는 구나, 배고프지는 않고?’라며 그녀를 부엌 쪽으로 이끌었다.

“그전에, 다녀왔습니다.”

츄야는 자신을 잡아 이끄는 그의 손을 당겨 그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인사를 건넸다. 오자키는 그의 말에 알아들었다는 듯이 미소를 띤 얼굴을 그녀에게 숙여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스스럼없이 그의 뺨에 입 맞춰오고는 두 뺨을 복숭아 마냥 붉히며 먼저 부엌으로 쏜살같이 가버렸다.

“아직도 적응을 못해서야...”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저으며 말하던 오자키는 그녀가 입 맞춰준 뺨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천천히 부엌으로 향했다.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건지 냉장고에서 채소를 꺼내던 츄야는 ‘그게 익숙해질리 없잖아요... 부끄럽다고요.’라고 반박하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래. 츄야가 익숙해 하면 이제는 내가 적응을 못할 것 같구나.”

츄야는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 ‘익숙해 질 거거든요? 오라버니도 진짜.’ 라고 대답하며 차갑게 흐르는 물에 배추와 표고버섯 등을 깨끗이 씻어 헹궈내었다.

“오랜만에 스키야키네.”

미리 사다둔 고기를 꺼내놓으며 오자키가 말하자,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제 가을도 거의 끝나가잖아요.’라고 대꾸했다. 오자키는 ‘이제 마루에 창문을 열지 못하려나.’라고 물으며 그녀가 씻은 야채들을 정갈하고 능숙하게 썰어내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찬장을 열어, 전골냄비를 꺼내고는 그곳에 잘라놓은 야채와 고기를 가지런히 담아내었다.

“츄야, 곤약도 사다뒀는데.”

오자키가 깜빡했다는 듯 이야기하자,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냉장고를 열어 곤약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가 곤약을 찾아 건네자, 오자키는 그것도 같이 냄비에 넣고 만들어둔 육수를 부어넣은 뒤, 천천히 전골을 끓였다. 전골냄비는 금세 끓는 소리를 내며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츄야는 기대가 되는지, 계란을 꺼내서는 노른자를 따라내 작은 그릇에 담았다. 어수룩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실력에 노른자는 터졌지만, 그녀는 저번보다 깔끔히 해내지 않았냐며 그에게 자랑해 보였다.

“그러게, 저번보다 잘 분리했는데?”

오자키는 작은 인덕션을 꺼내고는 그녀가 분리한 노른자를 보며 웃었다. 츄야는 그의 쓰다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음에는 안 터지게 해봐야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오자키는 어느 정도 끓은 전골냄비를 식탁으로 옮겼다. 빨갛게 불이 오른 인덕션이 냄비에 의해 가려지자, 냄비는 언제 불에서 떨어졌었냐는 듯 다시 끓어올랐다. 츄야는 기대되는 마음으로 냄비를 열었다. 따뜻하게 끓어오른 채소와 고기가 함께 익어가는 모습은 먹음직스러웠다.

“스키야키를 먹어야 겨울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자리에 앉은 츄야가, 젓가락을 건네는 오자키를 보며 말했다. 오자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겹창을 놓고 문풍지를 다시 바를 때가 되었다는 말이지?’라고 하며 마루 쪽을 바라보았다. 츄야는 ‘아쉬워요 오라버니?’라고 물으며 먼저 야채를 끓는 육수사이에서 건져내었다.

“뭐... 계절이야 항상 돌아오니 괜찮지만... 내가 아쉬운 건 혼인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츄야 쪽인걸.”

츄야는 그 말에 노른자를 가득 묻힌 고기를 입에 넣다 말고 ‘그게 왜요. 오라버니도 츄야라고 부르시잖아요.’라고 대꾸했다. 코요는 채소와 고기를 천천히 건져 앞 접시에 담고는 ‘내가 다르게 부르면 먼저 기겁하는 아가씨가 누구였지?’라고 그녀에게 되물었다. 츄야는 반박조차 하지 못한 채로 음식을 우물거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물론 등 뒤에서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츄야의 목소리도 좋지만.”

아까 자신을 부르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각나는지, 코요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 자신에게 온 12살 때부터, 그녀는 항상 자신의 뒤를 쫓아다니며 그를 불러대고는 했다. 아직도 애티가 벗겨지지 않은 그녀의 얼굴이 그 옛날을 상기시키는지, 코요는 대답을 피하려 입 안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는 그녀를 응시하며 미소를 띠었다. 츄야는 힐끔거리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입 안의 것을 전부 삼킨 뒤, ‘왜 그렇게 봐요. 나 안 말할 거예요.’라고 대꾸했다.

“츄야가 원하는 대로? 그럼 다음 해까지 기다리면 되려나.”

다시 고기를 건져내던 츄야는 그의 말에 입술을 비죽이며 ‘아니... 뭐 그렇게까지...’라고 웅얼거렸다. 코요는 그녀의 비죽이는 얼굴에 소리 내 웃으며 ‘그럼 오늘 밤은 기대해도 좋으려나.’ 라고 혼잣말 하듯 말했다. 츄야는 일부러 대답을 회피하며, 그에게 죽을 끓일 거니 어서 먹으라고 재촉했다. 코요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뗬다. 고기와 채소 국물이 우러난 곳에 다진 표고버섯과 하얀 쌀밥을 넣어 끓인 죽은 여느 때 먹는 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츄야는 연신 ‘이것 때문에 스키야키를 먹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몫의 죽을 전부 비웠다.

“디저트 먹을 배는 따로 남겨두고 먹었어야 할 텐데.”

코요의 말에 츄야는 ‘당연히 그건 따로 있죠.’라고 대답한 츄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 먹은 그릇을 치웠다. 어느새 져가는 노을은 이미 산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부엌 창문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보던 츄야는 ‘낮이 짧아졌네...’라 중얼거리며 접시를 전부 개수대에 쌓아올렸다.

“이제 겨울이잖니. 츄야가 좋아하는 코타츠도 꺼낼 수 있겠구나.”

천천히 차를 우려낸 코요는 조린 밤이 들어간 아기자기한 화과자를 꺼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화과자는 이제 마지막 가을 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듯, 떨어지는 단풍의 색을 띄고 있었다.

“오라버니가 좋아하는 가을이 가버려서 어떻게 해요.”

그의 허리에 팔을 감고 화과자를 구경하던 츄야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코요는 그의 물음에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고는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며 대답했다.

“츄야와 함께하는 계절이라면 어떤 계절이든 상관없단다.”

그의 대답에 벙찐 표정을 한 츄야는, 그가 자신의 표정을 보고 웃자 붉어진 얼굴을 감싸며 웃지 말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붉어진 얼굴은 쉬이 진정되지 않는지, 그가 쟁반을 들고 거실로 나갈 때까지도 발그스름했다.

“진짜, 날이 갈수록 능글맞아지시네.”

‘별로? 나는 맞는 말을 할 뿐인걸.’ 여유롭게 차를 따른 그는 화과자를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먼저 우러난 옅은 녹차를 먼저 그녀에게 건네고는, 자신은 좀 더 우려낸 녹차를 잔에 따라내었다.

“그래서, 겹창은 언제 꺼낼 거예요?”

아름다운 모양의 화과자를 천천히 자르던 츄야가 코요에게 물었다. 오자키는 열어둔 창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코타츠는 역시 다음 달에 꺼내야 하지 않겠니?’라는 우문을 내뱉었다.

“아니, 겹창 말이에요. 내가 언제 코타츠를 물었어요?”

코요는 그녀의 반박에 소리 내 웃으며 ‘돌려 말한 줄 알았잖니. 어릴 때 곧잘 그랬으니까.’라고 대답하며 차를 홀짝였다. 츄야는 속마음이라도 들킨 듯이 미간을 좁히고는 ‘여...여보는 무슨 내가 코타츠만 찾는 어린애인 줄 알아.’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코요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도 안 되는 호칭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아예 그에게서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발갛게 물든 목 근처와 귀가 그녀가 한껏 부끄러워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 여보는 겹창을 물었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보네.”

코요는 자신도 정말 오랜만에 써보는 그녀를 부르는 호칭에 가슴께가 간질거렸다. 차의 열기 때문일까, 조금 붉어진 뺨에 손등을 대던 코요는 더욱 붉어져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츄야를 보며 ‘여보?’라고 그녀를 다시 불렀다.

“아, 진짜! 못하겠어요!”

몸을 한껏 웅크리며 소리친 츄야는, 얼굴을 작고 하얀 두 손으로 가려버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코요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중에, 더 츄야가 익숙해지면 하자꾸나.’라고 말하고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는 한참 손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있었다.

“츄야, 보고 싶네, 갑자기.”

코요의 말에 마지못해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고개를 든 츄야는 ‘얼굴 엉망이야...’라고 뭉개지는 발음으로 중얼거렸다. 오자키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술이 있을법한 그녀의 손 위에 가볍게 입 맞추고 떨어지고는, ‘화과자는 마저 먹어야지.’라고 말했다.

“오라버니 때문에 못 먹어요...”

손을 떼어낸 츄야는 한껏 새빨개진 얼굴을 드러내었다. 코요는 그런 츄야가 익숙한지, 포크를 손에 쥐어주며 ‘먹여주길 원하는 걸까, 우리 츄야는.’이라 말하며 그녀를 재촉했다. 츄야는 그의 말에 포크로 화과자를 떠내 한입 먹었다. 그런 츄야를 바라보던 코요는 ‘츄야의 얼굴이 단풍이나 다름이 없으니 내가 가을을 그리워할 새가 없구나.’라고 말하고는 그녀를 빤히 응시하였다. 츄야는 그를 흘겨보며 입에서 녹아내리는 화과자를 삼키고는 입술을 떼었다.

“나는 온 계절이 다 있는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눈을 크게 뜬 채로 그를 바라본 코요는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츄야는 그의 환한 미소에 시선을 피하며 화과자를 포크로 찍어내어 입으로 가져갔다. 달달하게 조려진 밤이 입 안에 굴러다는 것을 핑계로 아까 발음했던 호칭을 되새기던 츄야는, 뺨을 스쳐지나간 코요의 시원한 손에 그를 응시하며 마지못해 베시시 웃어보였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한 발자국 다가오는 늦가을이었지만, 이곳은 눈이라도 덮여진 듯 포근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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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

[피츠츄]Taste of Romance

문스독/츄야른 2017. 6. 8. 16:12

큰 유리창에서 침대에 그대로 내리 쬐는 햇볕이 눈을 찌르듯이 츄야를 괴롭혔다. 츄야는 미간을 찡그리며 이불을 덮어 쓰고는 ‘프랜시스... 저것 좀 어떻게 해봐...’라고 웅얼거리며 그가 누워있을 자신의 옆자리를 더듬거렸다. 하지만 옆자리에서 만져지는 것은 그저 시트의 감촉뿐이었다. 츄야는 의아하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무도 없이 비어있는 옆자리는 누가 있었던 흔적마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츄야는 잠결에 흐트러진 머리를 헤집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츄야, 왜 그래.”

그가 그렇게 찾던 프랜시스는 샤워가운을 걸친 채로 여유롭게 양 손에 머그컵을 들고 들어왔다. 츄야는 그런 그를 보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당신?’이라 물으며 비몽사몽한 얼굴로 그가 들고 온 머그컵을 하나 받아 들었다.

“나는 항상 출근하니까 이정도 시간에 일어나는 걸?, 츄야가 늦게 일어나는 편이지.”

‘푹 자는 걸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프랜시스는 다시 자신의 자리에 걸터앉으며 그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츄야는 적당하게 씁쓸한 커피의 향에 잠이 깨는지 아까보다는 멀쩡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오늘 가서 블라인드부터 사야겠다. 왜 처음 이사 올 때는 바보같이 그 생각을 못했지? 저 망할 유리창이 침대 바로 옆에 그것도 양 쪽으로 있는데.”

츄야는 그를 바라보며 연신 투덜거리고는 다시 커피를 홀짝였다. 프랜시스는 그의 까치집이 된 머리칼을 쓸어주며 ‘그거야 츄야가 이 펜트하우스를 제일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우리가 둘러봤던 곳 중에서 가장 좋아했잖아.’라고 대답했다.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하면서도 ‘그래도 이런 햇빛을 아침부터 받는 건 너무하다고.’라고 하며 머그컵을 침대 옆 베드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이사한 것도 오랜만이고 이제 집 정리도 다 됐으니 파티라도 할까.”

‘무슨 정신없게 파티야. 그냥 밥이나 먹어.’ 츄야는 뒤늦게 좋은 아침이라 인사하고는 그의 뺨에 입맞춰주며 대꾸했다. 프랜시스는 그의 반응에 ‘단 둘이서 하는 파티도 정신이 없으려나?’라고 물으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뺨에 마주 입 맞췄다. 츄야는 단 둘이라는 말에 혹 한 것인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짐 정리도 끝났고 이제 주방만 대충 정리하면 이사는 전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랜만에 둘의 시간이기도 하고 새 집에서 어떻게 놀지 생각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주방부터 정리해야해. 당신이 전부 뜯어 고쳐서 나 잘 모른단 말이야.”

프랜시스는 츄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나도 당신이 드레스 룸을 전부 뜯어 고쳐서 고생 깨나 했지.’라고 대꾸하고는 피식 거리며 웃었다. 츄야는 그의 대답에 놀리는 거냐고 물으며 웃는 그를 밀어내고는 자기 넥타이 정도는 알아서 찾을 줄 알라며 소리쳤다. 프랜시스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내가 찾아오고 츄야가 매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라고 말하고는 등짝이라도 맞을 세라 재빠르게 침대위에서 일어났다. 츄야는 그런 그를 보며 ‘내가 언제 매준데? 진짜 혼자 다 해먹네.’라고 말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

“우리 언제 이렇게 후라이팬을 많이 샀어? 나 포트메이슨 그릇 세트 밖에 산 기억이 없는데.”

‘게다가 이 나이프 세트는 뭐고. 내가 레스토랑에서 쓰는 것만큼 종류가 많잖아.’ 츄야는 정리된 주방으로 바라보며 하나하나 꼬집듯이 그에게 물었다. 프랜시스는 ‘당신이랑 맛있게 요리해 먹으려고 산거지? 그리고 저건 프로용이 아니라 가정용이라고 당신 나이프랑 비교하면 슬프지.’라고 대답하며 나무 도마 위에 오른 고기에 후추와 소금 한 꼬집을 뿌렸다. ‘말이나 못 하면.’ 츄야는 그런 그의 옆에서 감자를 씻어 내어 그의 도마 옆에 놔두고는 자신은 샐러드라도 만들 생각인지 양상추를 꺼냈다. 프랜시스는 아까까지 츄야가 말한 후라이팬들 중 하나를 꺼내 불 위에 올리고 달궈진 팬 위에 올리브 오일을 부었다.

“츄야, 그 감자들 얇게 슬라이스 좀 해줄 수 있겠어?”

새 도마로 씻은 야채들을 먹기 좋게 자르고 그릇에 옮긴 츄야는 그의 말에 ‘그라탕 하게?’라고 묻고는 감자를 능숙하게 슬라이스 하기 시작했다.

“응, 슬라이스만 해주면 내가 할게. 당신이 좋아하잖아.”

츄야는 그의 말에 ‘뭐... 잘 먹긴 하지.’라고 중얼거리고는 붉어진 뺨을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살짝 틀어 후라이팬에 기름을 골고루 두르고 있는 그에게서 얼굴을 감췄다. 흥분해서있지 그의 칼 놀림은 더욱 빨라져 도마를 탕탕 내려칠 정도로 소리가 커졌다.

“츄야,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 도마까지 자르는 건 아니지?”

프랜시스는 그를 살짝 돌아보며 말하고는 달궈진 팬 위로 고기를 얹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 고기는 맛있는 향을 내뿜었다. 츄야는 그런 고기의 향에 다 썬 감자를 내버려두고는 그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후라이팬을 바라보았다.

“흐응... 새로 산 후라이팬이 좋기는 좋은 가본데?”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험하다며 그가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기를 뒤집고는 칼등으로 으깨놓은 마늘을 넣고 미리 따다 둔 로즈마리도 넣은 뒤 흘러나온 기름을 계속해서 고기위로 끼얹었다.

“당신은 요리를 어디서 배웠다고 했지?”

능숙하고 여유롭게 기름을 고기 위로 끼얹는 그에게 츄야가 물었다. 프랜시스는 그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어릴 때 이것저것 해볼 때?’라고 대답하고는 다 익은 듯한 고기를 접시위로 옮겼다. 츄야는 ‘쉐프를 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자신이 썬 감자 쪽으로 다가가는 그를 따라갔다.

“그랬다면 지금쯤 츄야와 이렇게 매번 시간도 안 보내고 요리 연구에 열중하고 있지 않았을까?”

츄야는 그라탕 그릇을 꺼내며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그를 프랜시스를 바라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에게 ‘그래서 그렇게 땡땡이를 치셨나, 회장님?’이라 말하며 그의 옆구리를 찔러대었다. 프랜시스는 그가 웃으며 하는 말에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로 감자를 차곡차곡 그릇 안에 정리해 넣으며 같이 웃었다.

“당신이면 충분히 잘 빠져나와서 날 만나러 왔을 거야. 물론 같은 레스토랑이었다면 시도 때도 없이 주방에서 싸웠겠고.”

츄야는 양파 줄기를 다져 넣는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동의 하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파슬리와 통후추 몇 알을 넣고는 파마산 치즈를 두 스푼 뿌리고 그 위로 조심스레 우유를 부었다. 그가 오븐에 들어갈 그라탕의 준비를 마치자, 츄야는 그것을 자신이 만든 것인 양 오븐 안에 넣고는 도마를 치우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집에 오면 요리하기 싫던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 간장 등을 꺼내 샐러드드레싱을 만들던 츄야는 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 그릇에 담는 그에게 말했다. 프랜시스는 ‘그게 프로와 취미로 하는 사람의 차이 아닐까.’라고 하며 다 쓴 도마를 싱크대에 넣고는 그의 정수리에 입 맞춰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드레싱이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쉐프님께서 휴일에 직접 만들어 주시는 거지?”

츄야는 그의 말에 웃으며 팔꿈치로 그를 툭 치고는 ‘당신이 좋아하는 건 내가 잘 아니까.’라고 대꾸했다. 그리고는 아까 만들어둔 샐러드 그릇에 드레싱을 부어 샐러드를 섞었다.

“나도 당신이 좋아하는 건 꿰고 있는데 말이야. 이정도면 우리 참 잘 맞는 커플 아닌가?”

츄야는 마치 18세 남고생이나 할 법한 대사를 치는 그를 바라보며 소리 내 웃고는 능글맞게 웃는 그의 얼굴을 밀어 내었다. 그러면서 ‘그런 말은 어릴 때나 해대지 왜 지금 와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고는 허리에 팔을 두르고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목에 팔을 감아 가볍게 입 맞추고 떨어졌다. 프랜시스는 같이 소리 내 웃으며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어릴 때는 츄야가 없어서 못했지.’라고 대꾸했다. 그리고 만들어둔 스테이크 소스와 고기를 식탁에 올려두며 그를 부르고는, 와인 샐러를 열어 와인을 꺼냈다. 샐러드, 감자 그라탕, 스테이크와 둘 다 선호하는 가벼운 와인까지 준비한 둘은 자리에 앉았다.

“대접 받는 기분인데? 마음에 들어.”

‘이래서 손님들이 우리 레스토랑에 오는 건가 본데.’ 츄야는 냅킨을 허벅지 위에 덮어두고는 반짝이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프랜시스는 ‘그건 츄야의 음식이 맛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고 말하며 그가 만든 샐러드부터 자신의 접시에 한가득 옮겨 담았다.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맛없으면 왜 먹겠어. 당신도 자주 오잖아. 아, 근데 올 때마다 나 좀 그만 불러. 일하는데 방해돼. 처음에는 컴플레인인 줄 알고 싸우러 갈 뻔 했잖아.’라고 투덜거리며 그릇에 떠놓은 그라탕을 떠먹었다.

“그래서 쉐프 모자도 벗고 나온 거야? 무서운데.”

그는 말과 다르게 웃는 얼굴로 말하고는 소스를 찍은 고기를 한 입 물었다. 츄야도 매우 만족스러운지 ‘당신도 은퇴하고 할 일 없으면 주방으로 올래? 와서 고기 좀 구워.’라고 하며 다시 고기를 포크로 찍었다. 프랜시스는 고개를 저으며 ‘침대에서도 감당이 안 되는 애인의 체력을 주방에서 까지 느끼기는 싫어서. 그리고 은퇴까지 하고 또 일을 하라고? 나는 싫은데.’라고 말하고는 피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츄야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당신도 예전에 비해서 좀 덜하지?’라고 비꼬며 대답한 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응시하였다.

“그런 말은 아니었는데... 오늘 시험해 봐야 알지 않을까?”

프랜시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츄야는 ‘일단 밥은 다 먹고. 이거 안 먹으면 당신의 팔팔한 어린 애인도 기절한다고.’라고 대꾸하고는 그에게 어서 더 먹으라는 듯 손짓했다. 프랜시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프랜시스는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썰어 맛있게 먹는 그를 보며 귀여운지 눈을 떼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반쯤 마신 와인 잔을 살짝 기울이며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 말하기 시작했다.

“요즘 당신 레스토랑, 무척 유명세를 타고 있던데... 걱정하던 것 치고는 잘 안착했네?”

츄야는 갑작스럽게 묻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뭐, 입소문 잘 타면 이 동네는 그래도 괜찮을 테니까. 오래 자리만 잡고 있으면 소용이 없잖아.’라고 대꾸하고는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냐며 그에게 물었다.

“아니, 우리 이제 같이 오래 살기도 했고... 당신도 초창기보다는 안정적이게 되었으니까. 결혼 할까했지.”

마치 ‘내일 아침에는 된장국이 좋겠어.’ 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말은, 다소 충격적인 말이었다. 츄야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사례가 들렸는지 가슴을 쳐대며 기침했다. 그의 반응에 놀란 것은 프랜시스였다. 그의 등을 쳐주며 괜찮은지 묻던 그는 ‘당신 미쳤어? 아니 잠시만 그거 프러포즈 맞는 거지? 죽을래?’라고 소리치는 그에게 진정하라는 듯이 등을 쓸어주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잖아. 아, 반지라면 저 안에 미리 사둔 게 있는데. 당신이 저번에 식상하게 프러포즈하면 죽여 버린다고 으름장을 놔서 무서워서 안 꺼냈어.”

‘그래도 그렇지 언질이라도 좀 넣으라고! 사람 놀라게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등을 토닥여주는 그의 가슴팍을 퍽퍽 치던 그는 진정된 듯 한숨을 내쉬며 그를 흘겨보았다. 프랜시스는 ‘자, 이혼 경력은 있지만 나는 츄야에게 좋은 남편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츄야도 나에게 과분한 남편이지만 말이야.’라고 말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츄야는 ‘진짜...저 입을 꿰맸어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리고는 눈높이를 맞춰 숙인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럼 당신이 하는 그런 말에 ‘싫은 데요?’라고 할 줄 알았어? 빨리 반지나 가지고와 이 아저씨야!”

프랜시스는 자신을 때리며 소리치는 그의 말에 활짝 미소 짓고는 그의 이마에 입 맞춰주었다. 츄야는 소리치다가 그가 입 맞추려는 듯 고개를 숙이자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이 닿는 곳이 자신의 입술이 아닌 것을 깨달고는 그를 밀어내며 목에 팔을 둘러 안고 끌어당겨 그의 입술에 도장을 찍듯 입 맞췄다.

“프러포즈 하고 거기다가 입 맞추는 사람이 어디 있어... 바보야?”

프랜시스는 입술을 떼며 중얼거리는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금 피식 소리를 내며 웃고는 그의 입술에 여러 번 입 맞춰 오며 그를 끌어안아 들었다. 츄야는 갑자기 들린 몸에 무슨 일이냐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어...어디가 밥 먹어야지!’라고 말하며 버둥거렸다.

“반지는 침대에서 받아야지?”

츄야는 그의 말에 밥도 안 먹고 이러는 것이 어디 있냐고 소리치며 그의 품에서 버둥대었다. 하지만 프랜시스는 아이를 달래듯 ‘그래, 이제부터 여기 있다고 하면 되겠네.’라고 대꾸하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문이 닫히면서 츄야의 소리침은 그에 의해 묻혀 들어갔는지 점점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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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

[피츠츄]동생이 생겼어요!

문스독/츄야른 2017. 5. 18. 21:38

“그래서... 아빠, 파파. 오늘 무슨 날이야?”

1년에 몇 번 올까 말까한 레스토랑 라운지를 둘러보던 레이카는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에 손을 대길 앞서, 먼저 입술을 뗐다. 레이카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유채 소스를 곁들인 와규 안심 스테이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응시했다.

“왜 그러지? 레이쨩이 제일로 좋아하는 레스토랑이잖아.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프랜시스는 그녀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레이카는 그의 말에 더욱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은채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피츠제럴드 가족 중 자신만이 좋아하는 이 레스토랑에, 저 두 사람이 먼저 가자고 말해주는 것은 거의 자신의 생일이나, 특별한 경우 빼고는 거의 없었던 터였다. 레이카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풀지 못하고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서... 평소에는 여기에 관심도 없던 두 분이 여기 오자고 하는 거면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무슨 사고를 치신 거예요?”

‘하하, 설마 동생이라도 생겼다거나-. 농담도.’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저은 레이카는, 정말 말도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해 말하며 두 번째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레이카의 앞에 앉은 두 사람의 표정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레이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둘을 보며 씹던 고기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 때문인지 막히는 목에 가슴을 치며 물을 들이키고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둘을 응시하며 ‘설마 그거야?’라고 물었다.

“응, 동생. 생겼더라.”

그녀의 물음에 먼저 답한 것은 츄야였다. 레이카는 그런 그의 대답에 남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웨이터가 들어와 물을 다시 채워주고 나갈 때까지, 잠시간의 정적이 이어졌다.

“저기... 두 분? 내가 몇 살이지? 이제 성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요? 그런데 뭐? 동새앵?”

레이카는 둘을 바라보며 쏘아대듯 말하다가 다시 고기를 썰어 입에 넣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던 고기가 껌처럼 질겅질겅 입 안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츄야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그래도... 생겨버린 걸 어떻게 하냐. 그냥 그러려니 해.’라고 대답하며 등을 편히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좀 계획적이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두 분 성생활에는 관심 없는데 이렇게 알아버려야 하겠냐는 말이죠. 그래서 저번에 제가 응? 그랬잖아요?”

미소 지으며 말하던 레이카는 다시 입에 큼지막한 고기를 썰어 넣고는 ‘콘돔 좀 잘 쓰라니까...’라고 중얼거리며 둘을 흘겨보았다. 츄야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한숨을 쉬며 ‘저 애는 무슨 못 하는 말이 없냐...’라고 중얼거리고는 옆에 앉은 프랜시스를 응시했다.

“그래서 레이쨩은... 동생이 싫니?”

‘아니, 완전 좋아. 근데 내가 5살 때 동생 가지고 싶다고 할 때는 어쩌고 지금 이렇게 오냐고. 응?’ 레이카는 연신 그에게 쏘아붙이며 입 안에 든 고기를 오물거렸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것인지 헛기침을 하며 ‘레이쨩, 사람 일이란 게...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다.’라고 말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여튼. 동생 생겼다. 야, 그리고 그런 말부터 하기 전에 축하하는 것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츄야는 입술을 비죽이며 레이카를 바라보았다. 마치 삐지기라도 한 듯한 츄야의 표정에, 레이카는 흠칫 놀라며 ‘아니... 축하는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빠 축하해...?’라고 말하고 앞에 놓인 그의 손을 잡았다. 츄야는 그런 레이카의 손을 잡으며 ‘나라고 안 놀랐겠냐? 오늘 알고 기절초풍 했다고.’라고 하며 오늘 낮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근데 솔직히... 내가 본 분위기로만 봐도. 동생이 안 생기는 게 이상했지.”

디저트를 시킬 요량인지, 메뉴를 뒤적거리던 레이카는 둘을 메뉴판 너머로 바라보며 말했다. 츄야는 그녀의 눈초리를 피하며 ‘아니... 너 낳을 때 너무 아파서 다시는 안 낳으려 했어.’라고 말했다. 프랜시스는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지, 고개를 저으며 ‘엄청 조심했지.’라고 중얼거렸다.

“그럼 지금은 안 아플 것 같아? 아빠 얼굴은 동안이어도 나이 들어서 힘들 거라고.”

아픈 곳을 찌르는 레이카의 말에 ‘너...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젊었을 때보다야 힘들기야하겠지만 할 수는 있다고.’라고 받아친 츄야는 프랜시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여차하면 그의 머리채를 잡으면 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츄야가 말하면 뭐든 진담 같다니까. 방금 조금 무섭기까지 했어.”

식은땀을 닦는 시늉을 하며 웃은 프랜시스는 그의 반응에 키득거리는 레이카를 보며 마주 웃었다. 츄야는 그런 둘의 웃음에 ‘진담인데?’라고 말하며 잘라낸 새우테린에 칠리소스를 묻혀 입으로 가져갔다. 그의 한마디로 식탁의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순간 싸해진 분위기를 뚫고 나온 것은 레이카였다.

“파파... 힘내? 레이쨩은 동생이 보고 싶어.”

‘이번에는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다. 나는 파파를 닮았으니까.’ 산딸기 밀푀유를 주문한 레이카는 턱을 두 손으로 괸 채 츄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간적으로 넘어간 분위기에 프랜시스와 레이카를 번갈아 보던 츄야는, ‘그러게. 나도 보고 싶네. 츄야를 닮은 아이.’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 프랜시스의 표정에 피식 웃었다.

“둘 다 진짜... 됐어. 나만 볼 거야.”

낯간지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힌 츄야는 고개를 돌린 채로 뺨을 긁적였다. ‘응? 아니지, 나와 함께 봐야지? 평생 함께 할 텐데.’ 능글거리는 말투로 그의 턱을 그러잡아 돌린 프랜시스는 큰 손에 한 번에 잡힌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귀엽다는 듯이 이마에 입 맞춰주었다. 그 둘을 앞에서 보던 레이카만이 ‘아... 저 바퀴벌레 부부.’라고 중얼거리며 밀푀유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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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

[피츠츄]무제...

2017. 4. 2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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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츄]유채꽃

문스독/츄야른 2017. 4. 24. 01:00

“파파 오늘 꽃구경 가요?”

프랜시스는 하얀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흔들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에게 ‘레이카, 지금 파파가 머리 하는데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되지?’라고 하며 아이의 고개를 다시 바르게 만들었다. 아이는 ‘그래도-. 궁금하니까 그렇죠.’라고 하며 연신 거울로 자신의 머리가 땋아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금발이 여러 가닥에서 한데 모여져 오른쪽 어깨로 떨어졌다. 아이는 그 광경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마술사 같다며 머리끈을 찾는 그에게 연신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아이는 ‘머리끈은 이걸로!’라고 말하며 푸른색 리본이 달린 머리끈을 프랜시스에게 건네었다. 프랜시스는 그 머리끈을 받아들고는 아이의 머리끝을 장식해 주었다. 레이카는 푸른 눈동자를 연신 굴리며 거울 속 자신을 뜯어보다가, 그를 돌아보며 자신이 예쁜지 연신 물어보았다.

“예쁘네. 우리 딸.”

프랜시스는 그런 아이를 거울 너머로 바라보다가, 그 동그란 정수리에 입 맞춰 주었다. ‘고마워요 파파.’ 자신이 땋은 머리를 가만히 매만지던 레이카는 몸을 틀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 빼고 뭐하나 했더니... 레이 머리 예쁘게 했네?”

그 순간, 츄야의 목소리와 함께 프랜시스의 허리에 팔이 감겼다. 프랜시스는 자신의 허리를 감은 츄야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옆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그에게 ‘공들였어. 물론 우리 딸이니 예쁠 수밖에 없지만.’이라 말하며 웃었다.

“아빠, 파파가 머리 예쁘게 땋아줬어요. 아빠도 해봐!”

‘응...? 나?’츄야는 자신을 보며 말하는 아이의 말에 고개를 기울이며 ‘아빠는 안 해도 돼’라고 대답했다. 레이카의 말에 프랜시스마저도 ‘어서 앉아봐, 당신도 땋아 줄 테니까.’라고 하며 아이가 일어난 자리에 츄야를 끌어 앉혔다.

“아빠도 레이카만큼 머리 기니까-. 분명 예쁠 텐데.”

레이카는 그렇게 끌어 앉혀진 츄야를 올려다보며 눈꼬리를 휘고 베시시 웃었다. 츄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프랜시스와 그녀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프랜시스는 그런 츄야의 머리를 빗어주며 ‘딸이 아빠를 저렇게 생각하는 데 말이지. 예쁘게 하고 나가야지 츄야.’라고 하고는 머리카락을 한데 모았다. 츄야는 프랜시스의 말에 ‘그럼 평소에는 안 예뻤어?’라고 물었다. 프랜시스는 그의 물음에 피식 웃고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올려다보는 츄야의 입술에 입맞춰주었다.

“당연히 예쁘지, 이건 그냥 내가 츄야 머리카락을 만지고 싶어서 구실을 만든 거잖아?”

츄야는 프랜시스의 능청스러움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고는 ‘그게 뭐야.’라고 혼잣말 하듯 말했다. 그런 츄야의 머리를 조금 모아 잡은 프랜시스는 ‘그러니까 이제 움직이면 안 돼.’라고 그를 주의시켰다. 그리고 차근차근 긴 쪽으로 머리카락을 점점 엮어 내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츄야의 머리는 하나로 묶여질 정도로 가지런히 땋아졌다. 가만히 땋아진 머리카락을 바라보던 츄야는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프랜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한테 이런 재주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배웠지, 예쁜 따님과 어울리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니까.’ 라고 대꾸하고는, 레이카가 건네준 에메랄드 빛 벨벳 리본을 그의 머리에 묶어주었다. 츄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반쯤 숙이고 있던 그의 볼에 입 맞춰주고는 ‘고마워.’라고 인사했다.

“파파, 고마워요.”

츄야의 인사에 레이카도 따라 인사하고는 그에게 안아달라는 듯이 팔을 벌려보였다. 프랜시스는 ‘이정도야, 둘 다 예쁘니까 나까지도 보람차군.’이라 말하고는 아이를 안아들었다.

“이제 갈까? 꽃 보러 가야지.”

츄야는 자기가 더 신났는지 문을 나서며 프랜시스를 돌아보았다. 프랜시스는 레이카의 원피스를 털어주며 고쳐 안고는, 먼저 가는 그에게 ‘당신, 너무 서두르는데.’라고 하며 방을 나섰다. 들뜬 츄야의 모습에 아이도 신이 나는지 ‘꽃밭이 있어요? 무슨 색이에요?’라고 연신 종알대며 프랜시스에게 질문했다. 프랜시스는 그런 아이에게 하나하나 대답해주며 츄야의 뒤를 걸어갔다.

***

“노란 색이네. 마치 햇빛이 파도가 된 것 같아.”

도착한 유채 꽃밭을 바라보던 아이는 손을 잡고 있는 츄야에게 ‘그렇지 아빠?’라고 되물었다. 츄야는 그런 아이를 보며 웃고는 ‘그러게, 레이카 말이 맞아.’라고 맞장구를 쳐주고는 아이를 안아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꽃들 사이로 지나갔다. 레이카는 그런 츄야의 품에 안겨 아래로 손을 뻗었다. 산들산들 흔들리는 부드러운 꽃잎이 손가락 사이를 스쳐지나가자, 레이카는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은지 연신 손을 내저었다. 프랜시스는 그런 둘의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자신의 행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지금 저 둘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그는,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둘을 불렀다.

“츄야, 레이.”

둘은 거의 동시에 프랜시스가 있는 뒤를 바라보았다. 프랜시스는 그런 둘의 모습을 바로 찍고는 ‘예쁘게 나왔네.’라며 둘에게 웃어보였다.

“파파-. 사진은 준비하고 찍어야 하는데!‘

‘맞아, 셋은 세고 찍어야 하는데.’ 레이카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츄야는 다시 찍어달라는 레이카의 말에 눈 꼬리를 휘며 웃는 얼굴로 프랜시스를 바라보았다. 프랜시스는 할 수 없다는 듯, 다시 휴대 전화를 들어 둘의 모습을 카메라 안에 담아내었다.

“하나, 둘, 셋.”

레이카가 말한 대로 숫자까지 센 프랜시스는, 사진 안에 담긴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츄야는 그런 그의 모습에 ‘당신도 들어오지 그래?’라고 말하며 그에게 손짓해보였다. 프랜시스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천천히 둘에게 다가갔다. 츄야는 다가오면서도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는 그를 보며 피식 웃고는 가까이 다가온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날 봐야지. 그 사진은 내가 없을 때나 보라고.”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프랜시스를 올려다본 츄야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프랜시스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소리 내어 웃고는 ‘츄야, 질투인가?’라고 말하며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어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안겨있는 레이카의 이마에도 입 맞춘 뒤, ‘알겠어. 신경 써 드려야지.’라고 하며 그의 허리에 팔을 걸쳤다.

“파파, 레이가 없을 때만 사진 봐야 해요.”

레이카는 츄야의 어깨에 뺨을 대고 안겨있는 채로 프랜시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츄야는 자신과 같은 말을 하는 그녀의 말에 ‘그렇지? 파파는 참 뭘 몰라.’라고 말하며 프랜시스를 바라보며 샐쭉 웃었다. 프랜시스는 그런 장난스러운 그의 모습에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둘은 정말... 레이가 누굴 닮은 건지는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라고 말하고는 천천히 꽃이 만발한 길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당신 닮았지 뭐.”

츄야는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프랜시스를 올려다보았다. 프랜시스는 그런 츄야의 묶인 머리칼에서 흘러나온 노을빛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내가 아니라 당신 판박이인데?’라고 대꾸하고는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종알대며 주고받던 둘은 결국 ‘나는 파파랑 아빠 둘 다 닮았어.’라고 말하는 레이카의 말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그들의 하늘에는 주황빛 노을이 물감을 섞은 듯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빛을 띄던 유채꽃 밭은 그런 하늘을 반사라도 하는 듯, 점점 빛으로 물들며 바람에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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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