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츄]우당탕탕 회장님!!.2

문스독/다자츄 2019. 4. 23. 20:57

알오버스 다자츄입니다. 오메가인 츄야가 회장님이고 다자이가 전업 주부입니다. 앞에서 썼던 우당탕탕 회장님의 속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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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크나큰 한숨소리가 집무실 안을 메웠다. 때마침 서류를 가져다 놓던 안고는 자신의 상사의 한숨소리에 그렇게 땅이 꺼져라 한숨 쉬셔 봤자 서류는 안 끝납니다.’라고 말하고는 그가 사인을 끝낸 서류를 챙겼다.

그게 아니라. 가정부가 안 오네. 면접은 어찌저찌 오긴 하는데, 다자이랑 이야기하고 나면 다들 도망가 버려서 문제야.”

언제나 그렇듯이 다자이 씨가 문제군요.”

안됐다는 듯이 혀를 차던 사카구치는 다시금 크게 한숨을 내쉬는 나카하라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 집안에서 가정부를 한다는 건, 그 다자이 씨를 감당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요, 나카하라는 사카구치의 말에 더욱 막막해졌는지 그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중얼거렸다. 나카하라가 잔뜩 의기소침해진 채로 책상에 엎어진 것을 본 사카구치는 잠시 시계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점심시간. 조금 쉴 때가 되었다는 생각에 나카하라에게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라고 물은 사카구치는, 나카하라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도시락을 꺼내보이자 인상을 찌푸렸다.

드시게요?”

한 번 열어보기라도 하려고...”

힘없이 대답하는 나카하라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사카구치는 자신도 도시락을 싸왔으니 같이 먹자고 말하며 서류를 자신의 책상 안쪽에 밀어두었다. 나카하라의 도시락은 상자 하나로 단출하게 보였지만, 그 안에 든 것은 그 무엇보다 위압감이 느껴졌다. 나카하라는 아직 열지 못한 도시락을 앞에 두고 심호흡을 했다. 삼단 도시락을 들고 들어오던 사카구치는 그 모습이 마치 전쟁에 나가는 사람과도 같은 모양새라 생각했다.

그냥 도시락이라고 생각하십쇼. 아무리 못 만든 음식이라 해도.. 음식이지 않습니까.”
안 먹어봤다고 막말하지 마라. 그런데 너... 뭔 도시락이 그렇게 크냐.”

나카하라는 삼단으로 되어있는 도시락에 국이 든 보온병까지 들고 오는 사카구치에게 물었다. 분명 자신의 기억 상의 사카구치는 철저하게 식단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카하라의 질문에 의기양양하게 안경을 치켜쓴 사카구치는 남편이 오늘 도시락의 날이라고 조금 넘치게 해서 말이죠... 솔직히 조금 문제였습니다.’라고 말하며 그의 앞에서 도시락을 열었다. 먹기 좋게 쌓여진 유부초밥에는 색색의 채소들과 햄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곁들이는 절임과 소시지들은 분명 간단한 반찬임에도 귀엽게 만들어 저절로 손이 갔다. 게다가 아래층에는 오리엔탈 드레싱에 무친 샐러드와 구운 연어, 그리고 혹시 몰라 함께 담긴 쌀밥은 아침에 지은 것인지 윤기가 흘렀다. 장아찌마저도 범상치 않게 담겨있어 나카하라는 어디부터 젓가락을 들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카구치는 미리 가져온 종이컵에 조개와 파뿌리, 다시마로 국물을 낸 미소시루를 담아 나카하라에게 건넸다.

...너희 남편...요리사냐?”

아뇨. 회장님께서 운영 중이신 D 코퍼레이션 사원입니다.”

나카하라는 국물을 한 입 마셔보고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왜 요리사를 안 하고 회사원을...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싸준 도시락을 열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사카구치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나카하라는 말도 없이 식사를 시작했다. 사카구치는 그런 그에게 천천히 먹으라고 이르며 자신도 식사를 시작했다. 나카하라는 이렇게 맛있는 식사는 오랜만이었다. 심지어 그는, 휴가 때 고급 료칸에서 먹었던 식사보다 이 도시락이 더 좋게 느껴졌다. 입이 짧은 사카구치는 잘 먹는 그의 모습을 보다가 아직 열어보지도 않은 다자이의 도시락을 끌어와 열어보았다. 물론 그는 5초 만에 다시 뚜껑을 닫고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나카하라가 식사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지막 칸에 든 예쁘게 깎인 과일과 직접 만든 쿠키까지 먹은 뒤, 식사를 마친 나카하라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모습이었다. 사카구치는 며칠 굶기라도 했냐면서 그를 놀렸지만, 나카하라는 한없이 진지했다.

, 니네 남편 사원이라고 했지?”

. 왜요, 해고하시고 가정부로 쓰시기라도 하시려합니까?”

.”

저 미친 상사가. 사카구치는 헛소리 하지 말라며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나카하라의 눈은 정상인의 눈이라기에는 많이 풀려있었다. 사카구치는 진심인지 누차 물으며 제발 정신 차리라며 그를 설득했지만, 나카하라는 막무가내였다. 결국 사카구치는 그를 막아내는데 성공했지만, 나카하라는 그에게 제발... 연차 많이 써 줄 테니까 우리 집에 와서 반찬만이라도 해줘.’라고 말하며 역으로 그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안고. 내가 이런 부탁 잘 안하는 거 알잖냐. 그리고 저 도시락 통 열어봤을 거 아니야. 저거 먹고 어떻게 살아.”

그건 누가 보아도 사실이었다. 새카맣게 타다 못해 쪼그라든 양념 오징어와 죽다 살아난 듯이 보이는 연근. 그리고 닭고기 조림에 닭은 거의 살아있는 무언 가였다. 사카구치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자신의 남편은 사원보단 요리 쪽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 다자이씨를 상대해야하는 거라면 무조건 피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깊이 고민하고 있는 사카구치의 앞에서 눈을 빛내고 있던 나카하라는 청소는 됐으니까, 정말 음식만이라도.’라며 그에게 누차 이야기했다.

“...한 번 이야기 해볼 테니까 그런 눈빛 하지 마세요.”

나카하라는 마지못해 대답한 사카주치의 한마디에 뛸 듯이 기뻐했다. 다자이의 요리가 아닌 정말 따뜻한 가정식과 같은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지금의 나카하라로서는 그것이 제일 기뻤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맙다고 이야기하던 나카하라는 남은 유부초밥을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그에게 말했다.

연봉은 만나서 협상할 테지만 기본급은 시급 ****엔이라고 전해줘. 그리고 특별 수당이나 휴가, 당연히 있고 상여금도 있어.”

무슨 가정부가 저보다 대우가 좋습니까?”

, 다자이랑 붙어서 요리할래. 아니면 나랑 서류할래.”

전 제 일을 사랑합니다.”

바로 말을 바꾼 사카구치는 고개를 저으며 다자이와 무슨 일을 같이하면 분명 자신의 머리가 터지던지 아니면 자신이 다자이의 머리를 터트리던지 둘 중 하나일지 모른다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나카하라는 그래도 귀여운 구석이 많다고 대꾸하며 사카구치가 싸온 도시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네말단 사원... 아니 네 남편분 이름이 뭐라고?”

오다 사쿠노스케입니다. 그런데 왜요?”

오다... 오다 사쿠노스케... 이름을 몇 번 중얼거려보던 나카하라는 좋은 이름이네, 꼭 우리 집으로 오게 좀 해줘.’라며 설득이라기에는 막무가내인 말을 했다. 사카구치는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손을 내저었다. 사카구치는 자신의 도시락을 정리해주는 나카하라를 따라 밥을 먹은 탁자를 닦아내었다. 그리고 아직 한입도 먹지 않은 다자이의 도시락을 보다가 이건 버리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나카하라의 도시락을 들었다.

아냐, 냅둬.”

버릴 때 한꺼번에 버리려는 겁니다.”

먹을 거니까 그냥 둬.”

? 사카구치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인지 재차 되물었다. 나카하라는 사카구치에게서 도시락을 받아들고는 저녁에 먹을 거야.’라고 말하며 도시락을 도로 도시락 가방 안에 넣었다. 분명 먹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그걸 먹는 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보이는 사카구치의 표정에 한숨을 내쉰 나카하라는 안 먹으면 다자이가 삐져서.’라고 말하고는 자신의 집무 탁자 위에 도시락을 도로 올려두었다. 왜 두 분이 결혼했는지 알겠네요, 정말. 사카구치는 혀끝까지 나온 말을 내뱉지 않고 씹어 삼켰다.

회장님이 그렇게 먹어주니 다자이씨가 계속 요리를 하는 겁니다.”

오냐. 그래도 어쩌냐. 이런 게 즐겁다는데.”

손을 흔들어 보이며 괜찮다는 듯이 말한 나카하라는 이따가 소화제를 사오라고 말하며 다시 집무실 의자에 앉았다. 사카구치는 그에게 회장님이 그걸 먹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운 거 아닐까요?’라고 질문하고 싶었지만, 부부사이를 이간질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저 조용히 알겠다고 대답할 뿐이었다.

이걸 사쿠노스케 씨께 어떻게 이야기하나...”

사카구치는 고민이 되는지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서류를 정리하기 위해 책상 앞에 섰다. D 코퍼레이션의 맨 상위층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7층에 위치한 영업부의 오다 사쿠노스케 사원은 걱정 없이 자신의 동료들과 점심 도시락을 나눠먹고 있었다. 등골에서 느껴지는 섬찟함은 그저 가져온 냉녹차를 빈속에 마셔서라고 생각한 오다는 즐겁게 자신이 만든 유부초밥을 먹었다.

뭔가 이상한 낌새가 드는데... 츄야가 무슨 꿍꿍이라도 꾸미나.”

같은 시각, 다자이는 큰 냄비에 든 무언가를 젓다가 순간의 촉이 왔는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지만 다시 아까 같이 느껴지는 것이 없자, 그냥 기분 탓이라 여긴 다자이는 다시 냄비 안을 저으며 웃었다. 가정부를 구하겠다기에 오는 사람마다 전부 퇴짜를 놓고 돌아가게 만들었는데, 츄야가 또 무슨 일을 벌이겠어. 아무것도 모른 채 냄비를 젓던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무엇을 꾸미든 말든, 오늘 밤 이 냄비에 든 것을 먹을 때의 그가 어떤 표정일지 생각하며 썰어둔 고기를 전부 냄비 안으로 밀어 넣고 냄비 뚜껑을 닫아버렸다.

posted by 송화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