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하나 온에서 재판할 구간, Flower on the Plate의 샘플 페이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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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카와의 말에 성급히 음식을 삼킨 하나마키는 사레에 들렀는지 콜록거렸다. 마츠카와는 놀랐는지 바로 물이 든 컵을 네게 건넸다. 한참 기침을 하던 하나마키는 진정되자 물을 마시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며 음식을 한입 더 먹었다.

크렌베리가 너무 많은 것 같아….”

천천히 음식을 씹던 하나마키가 말하자 마츠카와는 수첩에 천천히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나마키도 마츠카와가 자기 일만 하는 모습에 하나마키는 안심했다. 한 입씩 먹는다고 해도 여섯 접시 가까이 먹고 나니 배가 차는 듯했다.

“마츠카와, 나 이제 좀 배불러서….”

하나마키의 말은 마츠카와가 건넨 슈크림에 의해 끊겼다. 아무리 배불러도 이건 거절 못 하겠다고 생각한 하나마키는 접시를 받아들었다. 하나마키가 접시를 받아들자마자, 마츠카와는 넘치는 슈크림에 어린애처럼 미소 짓던 하나마키의 가슴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하나마키, 내가 불편해?”

하나마키는 다시 한 번 목이 막히는 듯했다. 저렇게 돌직구로 물어볼 줄은 몰랐던지라 많이 당황했다. 하나마키는 콜록거리는 자신의 등을 다독여 주는 마츠카와를 바라보았다.

“아니야, 만약 그랬으면 나도 이런 제안 하지 않았을 거고….”

고개와 양손을 젓는 하나마키를 보며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머리를 흩트리며 웃었다.

“뭘 그리 긴장해.”

하나마키는 피식 웃음소리를 내며 웃는 마츠카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당황한 자신과는 다르게 농담인 듯,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에 하나마키는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그냥 장난이야. 굳이 예전 이야기를 들먹일 필요도 없고. 우리는 이제 파트너잖아.”

사실상, 하나마키가 사라진 이유가 가장 궁금한 것은 마츠카와였다. 하지만 마츠카와는 하나마키가 그것으로 인해 자신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마츠카와는 그가 도망가지 않고 같이 일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선은 차근차근 넘으면 되니 여유를 가지자 생각한 그는 말을 돌렸다.

“그래서 요리는 어떤 것 같아?”

하나마키는 마츠카와가 또 자신에게 무슨 말을 걸까 싶어 허겁지겁 마츠카와가 건넨 디저트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더는 이어지지 않는 질문에 안도한 채, 맛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마츠카와는 그의 당황한 모습에 웃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막상 꿈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이렇게 묻게 되니 자신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하나마키가 생각이상으로 많이 당황하는 모습에 아직도 불편해하는 것 같아 마츠카와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

“하나마키, 하나라고 불러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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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카와가 멍하니 서 있던 하나마키의 어깨를 잡자 하나마키는 흠칫 놀라며 텅 빈 문 앞을 바라보았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를 돌아보며 그를 기다렸다. 마츠카와는 할 일을 끝냈다는 듯이 앞치마를 벗으며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를 뒤 쫓아간 하나마키는 주방에 들어서며 그를 불렀다.

“잠시 이야기 좀 해.”

마츠카와는 그와 사무실로 들어갔다. 잘 정돈되고 화사한 사무실조차 그닮았다고 생각하며 뜸을 들이는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하나마키는 다른 사무용 의자를 끌어와 그에게 일단 앉으라며 자리를 권했다. 마다할 것 없이 앉은 마츠카와는 가만히 앉아 그를 보다가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놓인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마키와 웃고 있는 검은 머리에 분홍빛 눈동자를 가진 아이. 사진 속의 둘은 환히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아이 아빠가 찍어준 건가 봐.”

말하자마자 입이 방정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렇게 굴어서 상처받는 건 너 하나야, 마츠카와 잇세이. 마음속으로 말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자 그는 고개를 저어오며 웃었다.

아이 아빠는 없어.”

뭔가 억눌린 목소리에 마츠카와는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괜찮다며 손사래를 친 하나마키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마음을 먹었는지 입을 열었다. 어차피 엘리제에게 소개한 순간, 이건 결정이 난 부분이었으니까. 하나마키는 입을 열어서도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네 제안, 받아들이고 싶어서. 같이 레스토랑 하고 싶어.”

혹시 다른데 면접 보거건 아니지? 마츠카와는 진심으로 기뻤는지 조심스럽게 묻는 그에게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왔다. 그의 끄덕임에 안심한 듯이 웃으며 바라보던 하나마키는 고민하듯이 말했다.

posted by 송화우연

[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8

마츠하나 2017. 1. 29. 21:52

“하나쨩! 어서와-.”

기다리고 있던 것인지 서재 책상에 앉아있던 오이카와는 서재 문이 열리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가와 눈높이를 맞추 오랜만이네? 하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하나마키의 행동에, 오이카와는 아니라며 숙인 허리를 다시 세우게 하고는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일단 좀 앉지?”

‘애 얼굴 뚫어지겠어.’ 마츠카와의 말에 그러자며 고개를 끄덕이 아이와 마츠카와 건너편에 자리를 잡은 오이카와는 신난다는 얼굴로 하나마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서 뭘 배우고 싶다고?”

하나마키만을 바라보던 오이카와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질문했다.

“글 쓰는 게 배우고 싶데.”

마츠카와가 대답하자 오이카와는 고개를 저으며 ‘맛층한테 안 물어봤어. 나는 우리 하나쨩한테 물어봤다고.’라 대꾸하곤 하나마키에게 다시금 물었다.

“저는 글을 쓰는 것이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책도 더 많이 읽고 싶어요.”

오이카와의 물음에 또박또박 대답한 하나마키는 가벼운 심호흡을 했다. 오이카와는 턱을 괴고 고민하는 듯이 눈을 굴렸다. 오이카와가 고민하는 사이 궁녀 한명이 들어와 차와 눈꽃 사탕이 한가득 든 그릇을 가져왔다.

“하나쨩 이거 좋아하지? 많이 먹어-.”

눈꽃 사탕을 하나 집어 입에 넣은 오이카와가 말했다.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탕을 하나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오이카와는 마츠카와를 힐끔 이며 씨익 웃었다.

“이 오이카와씨가 문장가지. 또 어떻게 알고 왔데.”

오이카와는 하나마키에게 시선을 고정 한 채,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마츠카와는 그것이 마음이 들지 않는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에 반해 오이카와는 그것을 즐기는 듯 보였다.

“하나쨩이 얼마나 잘하려나, 기대되네. 잘해보자 하나쨩?”

오이카와의 말에 하나마키가 환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는 일어나 책장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꼭대기에서 작은 책을 꺼내고는 하나마키에게 건넸다.

“이거 동화책인데 한번 읽어봐 하나쨩. 내용이 무척 귀여워.”

오이카와가 건넨 책을 받아든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에 뵐 때까지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하나마키의 웃음이 귀여운지 오이카와는 싱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에는 붓을 준비해야겠네. 다음에 봐, 하나쨩.”

오이카와가 손을 흔들자, 이제 가자며 마츠카와가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는 밖에 서있는 궁녀를 불러 아이를 데리고 국궁장으로 데려가라 말해두고는 하나마키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맛층 평소보다 여유가 없네―.”

오이카와는 놀리듯이 마츠카와에게 말했다. 마츠카와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오이카와에게 말했다.

“시험하듯이 굴지 마. 아직 어린아이라고.

마츠카와의 경고어린 말에도 싱글벙글 웃는 오이카와는 사탕을 하나 집어먹으며 말했다.

“나는 맛층이 이러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그랬지. 앞으로는 주의할게. 아이도 귀엽고 착하고 말이야. 그런데 장난기 가득해 보여서 가르치는 보람이 있겠어.”

오이카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튼 수작부리면 이와이즈미에게 이를 거다.’라고 말했다.

“그건 반칙이잖아!”

오이카와는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지만 마츠카와는 ‘다 네 업이지.’ 중얼거리며 서재를 나다.

*****

“활을 쏘는 것은 내가 가르쳐야겠군.”

마츠카와는 궁인들이 준비해둔 국궁장의 활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하나마키의 키를 가늠하며 조금 작은 활을 하나 골랐다.

“히로, 당겨 보거라.”

하나마키는 마츠카와를 멀뚱히 쳐다보다 활시위를 당겼다. 생각보다 잘 당겨지지 않아 끙끙대는 하나마키를 보며 ‘아직 무리군.’이라 말한 마츠카와는 조금 더 작은 활을 건넸다. 아까보단 수월하게 당겨지는 활에 마츠카와는 ‘그것으로 연습한 뒤, 나중엔 저것으로 써보자꾸나.’라 말하며 하나마키를 과녁 앞에 세웠다.

“아직 화살이 없는 채로 활만 당겨야겠군. 자세가 완벽히 되면 화살을 넣어 잡을 것이니, 너무 걱정 말거라.”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활을 매만졌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자세를 잡아주며 활시위를 당긴 하나마키의 뒤에 서서 하나마키가 잡은 활을 그의 손위로 잡았다. 그러면서 더욱 활시위를 당겨 하나마키의 뺨에 닿도록 자세를 잡았다.

“활시위를 당기면, 그저 고 싶은 곳만을 바라보거라. 몸가짐은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몸에서 힘을 빼야 한다.”

하나마키는 가까이서 들리는 마츠카와의 낮은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당황하여 활시위를 놓아버릴 뻔 했지만, 마츠카와 손에 단단히 잡혀 놓치지 않았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최대한 마츠카와가 말한 대로 자세를 잡았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가 자세에 익숙해지자 손을 천천히 놓았다.

“그렇게 당기는 것이다. 발은 가볍게 걷는 보폭으로 벌리고, 몸에 너무 힘을 주지 않도록 하거라.”

하나마키는 가만히 과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츠카와가 ‘이제 활시위를 놓아보아라.’라고 함과 동시에 활시위를 놓았다.

“매일매일 연습해야겠군.”

마츠카와가 말하자, 하나마키는 힘에 부쳐 새빨개진 얼굴로 마츠카와를 보았다. 마츠카와는 잘했다며 하나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이제부터 열심히 하면 분명 이정도 과녁정도는 가볍게 맞출 수 있을 거다.”

마츠카와의 말에 끄덕이던 하나마키는, 가까이서 느껴지던 목소리가 생각나는지, 연신 발개진 귀를 매만졌다.

posted by 송화우연

[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7

마츠하나 2017. 1. 23. 23:58

“마츠카와님, 모자란 것은 없으시옵니까?”

옆을 지키며 서있는 궁녀에게 괜찮다 손짓하자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하나마키는 그런 궁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마츠카와를 보며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 보고는 가만히 서서 자신과 하나마키가 먹는 것을 바라보는 궁녀들에게 말했다.

“너희도 나가 볼일 보도록 하거라.”

궁녀는 그의 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보이 뒷걸음질로 방을 나갔다. 마츠카와는 한숨을 쉬며 다시 젓가락으로 밥알을 깨작였다.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하나마키는 긴 침묵 속에서 겨우 말을 꺼냈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의 말에 가만히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생각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되는데 강제로 너와 식사를 하게 되었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아이에게 상처이지 않나... 내가 식사를 안 해서 이렇게 되어버렸다...이것도 아닌데... 마츠카와는 마음속으로 고민을 하며 하나마키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멍하니 있는 마츠카와의 얼굴에 ‘심이 많으신 건가’ 생각하며 말했다.

“밥이 맛있으니 많이 드세요.”

하나마키의 말에, 마츠카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움찔했다. 그리고는 평정심을 되찾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너도 많이 들거라.”

마츠카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하나마키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이쯤 되니 깊이 생각한 자신이 조금 웃기다고 생각한 마츠카와는 깨작거리던 밥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마츠카와는 모르겠지만, 하나마키는 그가 오기 전까지 다시 그를 만나는 것에 기대하고 있었다. 궁녀에게 언제 점심을 먹느냐 여러 번 묻고, 시계를 보며 기다렸다. 궁녀들은 그런 그의 행동에 장난스럽게 ‘마츠카와님께서 오신다고 하여 그리 좋은 것이야?’며 놀렸다. 하나마키는 그런 것까아니라며 소심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하나마키는 밥을 먹으며 마츠카와를 힐끔거렸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의 행동에 젓가락을 내려두며 말했다.

“불편할 터인데 이런 부탁을 받아줘서 고맙구나.”

하나마키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마츠카와는 속으로 이와이즈미를 탓하며 당황한 빠르게 밥을 먹는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지내는데 불편한 건 없느냐.”

밥을 양볼 가득히 넣고 씹고 있던 하나마키가 마츠카와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차마 대답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찬 끄덕거림에, 다행이라는 듯 미소 지어 보인 마츠카와가 책장에 한 두 권 꽂힌 서책을 바라보았다.

“서책이 몇 권 안 되는구나.”

하나마키는 입에 가득 담겨있던 것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챙겨주시는 것들을 받은 것이라... 그래도 아직 그렇게 많이 읽지도 않았어요.’라며 서책을 바라보았다. 마츠카와는 잠시 고민하다가 하나마키에게 말했다.

“서책이 필요하면...서재가 있으니 와서 고 싶은 것들을 빌려가도 좋다.”

마츠카와의 말에 하나마키가 놀라 커진 눈으로 마츠카와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연신 마츠카와에게 정말로 그래도 되는 것이냐 물어왔다.

“그리고 이제 계속 여기에 있을 터이니. 무언가 배워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느냐.”

마츠카와의 물음에 눈동자 굴리는 아이를 보니, 너무 근엄하고 진지하게 이야기 하지 말라하던 오이카와의 말이 떠올라 마츠카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의 아이들은 서당 가고 검도 배운다고 들었다. 만약 그런 것이 배우고 싶다면 언제든지 이야기 하도록 하여라.”

하나마키는 끄덕이며 밥을 입에 가득 넣고 우물거렸다. 밥을 먹으면서도 마츠카와의 말 깊이 고민하는지, 눈이 연신 데굴거렸다. 마츠카와는 그것을 보며 소리 없이 웃 천천히 식사를 마저 했다.

“저는 글을 쓰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활 쏘는 것도 배우고 싶은데...”

머뭇거리는 아이의 을 바라보던 마츠카와는 입가심으로 내온 냉차를 내려두고는 ‘그럼 둘 다 배우면 되겠군.’라 말했다. 마츠카와는 궁금한 것이 있어 보이는 하나마키를 기다려주었다. 하나마키는 머뭇거리다가 마츠카와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츠카와님이 가르쳐 주시는 것이옵니까?”

마츠카와는 오래 걸린 질문치고는 정말 별 거 아닌 질문이라 피식하고 웃더니 그대로 소리 내어 웃었다.

“우...웃지 마십쇼! 저는 진지했사옵니다.”

하나마키가 얼굴이 붉어진 채 소리 높여 마츠카와에게 이야기를 해도, 마츠카와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웃음이 멈추는 것을 기다리며 크게 심호흡을 하고 얼굴을 식혔다. 마츠카와는 눈가를 닦는 시늉을 하며 하나마키를 다시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에게 배우는 게 별로면 다른 이를 구해다 줄 있단다.”

우스갯소리를 하듯 말하는 데도 하나마키는 그의 말이 항상 진지하게 들렸다. 하나마키는 손사래를 치 말했다.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고...그저 궁금해서 그 것이옵니다. 그때 뵌 다른 두 분께서 가르쳐 주실 수도 있다고도 생각되어 물어본 것이옵니다.”

하나마키의 말에 마츠카와는 가만히 고민하는 듯, 턱을 매만지다가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와이즈미나 오이카와도 빠지는 것 없이 잘 알기야 하지만, 이와이즈미 요 근래 일이 많아졌고, 오이카와는 활보단 검을 잘 쓰지. 전적이란 것도 있고... 뭐 글을 배우는 것 정도는 맡겨도 되려나.”

하나마키는 걱정된다는 표정을 하다가 마츠카와에게 ‘그 분은 무서운 신이신가요?’라고 물었다.

처음 봤을 때 있었을 텐데... 경황이 없어서 그랬나. 별로 안 무서우니 걱정 말거라. 오이카와라고, 운명의 신이다.”

마츠카와의 설명에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츠카와는 오이카와가 흔쾌히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한편, 자신의 수하의 들어온 아이니 자신이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없잖아 있어 고민스러웠다. 그럼에도 과자를 먹으며 기대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를 보자니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미안하게 느껴졌다.

“여봐라.”

마츠카와가 생각 끝에 밖에 있는 궁녀를 불렀다. 궁녀가 방문을 열고 마츠카와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자, 마츠카와가 말했다.

“혹시 오이카와가 서재에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겠느냐.”

궁녀는 마츠카와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 바로 방문을 닫았다. 마츠카와는 궁녀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것을 듣고는 하나마키에게 말했다.

“오이카와가 있으면 좋겠군. 바로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낫겠지. 여기 온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으니... 히로, 너도 홀로 이리 지내는 것은 힘들지 않겠느냐.”

마츠카와의 말에 ‘심심하긴 하지만 모두들 바쁘시니까요.’라 대답하며 과자를 아작거렸다. 궁녀들 자신을 계속 돌봐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츠카와도 마냥 유배하듯 아이를 방에만 놔두는 것도 못할 짓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서책을 좋아하니 배우는 것도 잘 할 것이라 생각되는구나. 오이카와가 허락한다면 많이 배워보거라.”

‘성품이야...가끔 심술궂을 때가 있긴 하다만 좋은 신이니 말이지.’ 조용히 중얼거리는 마츠카와의 말을 들은 하나마키는 키득거리며 웃었다. 마츠카와도 피식 웃으며 하나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이카와님께서 식사가 끝났으니 와도 괜찮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궁녀가 조용히 나무문을 두드리고는 말했다. 마츠카와는 알았다라고 대답한 뒤, 일어나 벗어두었던 도포를 도로 입었다. 그리고는 하나마키에게 ‘같이 가보아야지.’하며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아, 얼마 전에 눈꽃 사탕을 전부 줬다고 혼났는데... 설마 네게 뭐라 하지는 않겠지.”

그의 중얼거림 한껏 기대하며 방을 나서는 하나마키 귀에는 들리지 않았는지, 하나마키는 그저 들뜬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갔다.

posted by 송화우연

[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6

마츠하나 2017. 1. 17. 22:39

“여어.”

이와이즈미가 인간계에서 돌아온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이와이즈미는 널부러져 있는 오이카와를 보며 무슨 일이냐는 듯이 마츠카와를 바라보았다.

“아...그게.”

마츠카와가 무언가 말하려 함과 동시에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를 부르며 튀어나갔다. 자신에게 뛰어나오는 오이카와를 피한 이와이즈미는 천천히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어제 오이카와가 사둔 눈꽃 사탕을 하나에게 전부 줬거든. 하나도 엄청 잘 먹더라고.”

이와이즈미는 넘어진 오이카와를 일으켜 소파에 내던지며 마츠카와의 말에 ‘네가 나빴네. 하나 사줘라.’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오면서 걔 봤어.”

‘인사하더라, 한번 봤는데.’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가 하나에 대해 말하는 것임을 단박에 알아 차렸다. 마츠카와는 차를 따라 이와이즈미에게 건네며 ‘뭐하고 있었는데?’라 물었다.

“음... 서책을 한가득 안고 가던데. 나한테 인사할 때 다 떨어뜨려서 내가 도와줬다.”

마츠카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와이즈미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는 혼잣말인지 서책을 좀 보내줘야겠다며 중얼거렸다.

“이와쨩, 맛층이 그 애 엄청 아끼나봐-. 이름도 벌써 지어줬다고!”

오이카와의 말에 이와이즈미는 마츠카와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츠카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뒷목을 쓸며 혀를 찼다.

“별 뜻 없어. 별궁 궁녀들이 닦달했다고. 예쁜 아이인데 왜 아직도 이름을 안 주는지 모르겠다며 상소까지 올릴 기세였으니까.”

이와이즈미는 그제야 눈빛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궁 궁인들 무섭지...”

요점이 살짝 벗어났지만 마츠카와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이즈미는 배가 고프다며 마츠카와와 오이카와를 향해 밥은 먹었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밖에서 마츠카와가 식사하기만을 기다렸던 궁인들에게 ‘이제 식사를 가져와도 된다.’ 말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너 밥 좀 잘 챙겨. 네 궁인들은 네게 큰소리 못 낸다고. 얼굴이 너무 무섭게 생겨서인가...”

이와이즈미의 말에 오이카와가 옆에서 ‘이와쨩도 만만치 않은데...’라고 중얼거리자 그대로 이와이즈미의 손바닥이 날아갔다.

“맛층이 밥 안 먹으면 그 하나쨩이랑 먹게 하면 되잖아. 하나쨩은 아이니까 웬만해서는 별궁 궁녀들이 다 챙겨줄 거고.”

오이카와의 말에 마츠카와는 미간을 좁혔다. 물론 싫다는 의사 표현보다는 당황한 감이 더 커서 표현한 것이었지만 놀란 오이카와는 얼굴을 풀라며 미간을 눌러왔다. 마츠카와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그 아이도 옮겨오기 귀찮을 텐데, 그냥 따로 먹는 것이 낫지 않아?’라고 말하자 이와이즈미가 가차 없이 말했다.

“니가 가야지. 어딜 애보고 오라해.”

이와이즈미도 좋은 생각이라 생각했는지 ‘서재와 별궁은 가까우니까 니가 가고, 만약 안 오면 별궁 궁인이 오게 해둘 테니까.’라고 말하며 마츠카와가 피할 구멍을 전부 막아두었다. 마츠카와는 입을 우물거리며 뭔가 말하려했다. 하지만 자신이 아무리 말해도 이와이즈미가 물러서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밥 잘 챙기랬잖아 맛층-.”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밉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오이카와의 얄미운 말에 마츠카와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와이즈미는 식사를 내온 궁녀들 중 최고참인 궁녀에게 마츠카와가 내일부터 하나마키와 함께 규칙적으로 식사할 것이라 말했다.

“이제야 밥 먹네. 맛층은 대지의 신인데 왜 밥을 제때 안 먹어?”

오이카와는 궁녀들이 차려놓은 것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마츠카와는 ‘그냥. 300년 전부터 소식하기로 마음먹었다.’라 대답하며 오이카와와 이와이즈미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많이 담겨있지도 않은 밥을 깨작거리기 시작했다.

posted by 송화우연

[마츠하나]좋다고 말해

마츠하나 2017. 1. 16. 23:54

볼빨간 사춘기 노래가 너무 좋아서 써버렸네요... 개연성 전혀 없는 단편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노래도 들어보셔요 완전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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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이른 오후, 이때쯤이면 없겠지 싶어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던 마츠카와, 방년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조금 늦은 29살. 자신의 추측과는 다르게 아파트 현관 앞 놀이터에서 뛰어오는 분홍머리 남자의 외침에 움찔했다. 아아, 이맘때면 애들이 전부 방학이던가. 아, 입시가 끝났으니 안 갈수도 있겠구나. 담배를 피지도 않는데 입안이 텁텁해졌다. 그가 다다다 뛰어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아씨!’라는 격한 말과 함께 계단을 오르는 소리에 이마를 짚었다. 그래...내가 미쳤지 어제. 그래 이게 다 나 때문이다. 세뇌하듯 중얼거리자 경쾌한 딩동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거의 뛰다 싶은 걸음으로 가 현관문을 열자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뛰어오며 ‘제발 그냥 도망가지 말고 이야기 좀 해요!’ 라고 외치는 소리에 문을 다 열지도 않고 몸을 우겨넣으며 문을 닫았다.

덜컥.

문을 닫았다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문과 현관을 가로막는 운동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대로 시선을 올리자 ‘씁 진짜 아프잖아.’라며 미간을 한껏 좁히고 있는 그가 보였다.

“저랑 이야기 좀 해요!”

헉헉대며 상기된 얼굴로 소리치는 모습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어떤 말을 해야 그냥 돌아갈까. 솔직히 어떤 말을 하던 간에 그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어제 자신이 한 말의 파급력을 자신도 알았다. 그럼에도 더 이상 이야기를 하다가는 , 자신이 말려들 것이 분명했다.

“어제 다 이야기 했어. 나는 더 할 이야기 없다.”

문에 걸쳐진 발이 다칠까봐 더 세게 문을 닫지는 못하고 발을 빼도록 밀어내었다. 하지만 그는 더욱 저돌적이게 발을 밀어 넣으며 자신에게 경고하듯 읊조렸다.

“그럼 저 여기서 사장님이 저 가지고 놀았다고 소리 질러 버릴 거예요.”

조용히 읊조리는 말에는 진심이 그득히 담겨있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열어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마츠카와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의 집으로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인사도 잊지 않고 들어와서는 바로 보이는 식탁 의자를 빼서 털썩 앉았다. 그의 두꺼운 패딩이 풀썩소리를 내며 천천히 꺼졌다. 어서 끝내고 내보내자, 그럼 되는 거야 마츠카와 잇세이. 아무 말 없이 냉장고 있던 주스를 꺼내 따라주고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서 할 이야기가 남은 거야 하나마키?”

감사하다 말하며 주스를 받아든 하나마키는 자신을 응시하며 주스를 홀짝였다. 그리고 자신의 물음에 컵을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자기 이야기만 쏙 해버리고 가면 그만이에요? 제 생각은 왜 안 들어요?”

하나마키는 다다다 쏘아내 듯 말했다. 확실히 어제의 자신은 이기적이었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없었고, 그의 고백은 솔직했다. 매번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출석도장을 찍던 것도, 말을 트며 친해진 뒤 자신이 좋다했던 것도 알고 있었다. 그때는 그저 장난으로 받아들여 ‘수능치고 와라, 애가 빠졌네.’라며 우스갯소리로 넘긴 것이 화근이었을까. 도대체 어디서 틀어진 걸까. 고개를 젖히고, 손으로 눈을 가리며 제발 꿈이었으면 바래보았다. 하지만 다시 반대편 식탁을 바라봐도 하나마키는 그곳에 앉아있었다.

“그래, 미안하다. 내가 너무 미안해. 내 이야기만 하고 가서 정말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했다. 자신이 섣불리 말한 것도, 그와 영화를 본 것도, 밥을 먹은 것도, 데이트라는 말에 아무 없이 받아들인 것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좋은 것과 가능한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을.

“사장님은 제가 좋다면서요. 그런데 왜 안 돼요?”

‘제가 10살이나 차이나서요? 아니면 아직 학생이라 서요? 저 이제 대학생 되요! 성인이라고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점점 물기가 서렸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닌데. 눈물이 서린 눈으로 그저 식탁만 내려다보는 그의 앞에 휴지를 밀어 주었다. 아이는 거절하지 않더니 뽑아들은 휴지를 손으로 구겨 버렸다.

“그런 문제보단... 내가 잘해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다. 정말 미안해.”

그의 입장에서는 가지고 놀았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들겠지만. 전혀 그럴 생각도, 마음도 없었다. 심지어 같이 있어 즐거웠고, ‘이렇게 사귀게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마저 문득문득 떠올랐던 자신이지만. 그의 저돌적인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자신이 너무 나이 들어 있었다.

“제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하세요! 빙빙 돌려 이야기하지 말고요. 저 지금 답답해 죽을 것 같거든요?”

하나마키는 언제 울먹거렸냐는 듯 소리쳤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더욱 격양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가 좋다면서요! 좋아한다! 이 말을 했으면 된 거잖아요. 뭐가 더 필요한건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사장님은 좋다면서 왜 피해요? 거짓말이에요?”

하나마키가 탁자를 탕탕 치며 소리치자 그대로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갑자기 막힌 손에 으브브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눈은 여전히 삐죽 날서있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저돌적인 면에 그대로 휘말려 버린 거겠지. 일단 진정하라 말하자 하나마키는 자리에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분은 안 풀리는지 식식대는 그를 앞에 두고, 고민했다. 더 이상 뭐라 말을 하던 거짓말 밖에는 답이 없었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감정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나도 네가 좋아. 정말, 진짜 거짓말 아니야.”

자신의 말에 하나마키는 놀란 듯이 눈을 키웠다. 그리고는 다시 의심 가득한 눈이 되어 ‘진짜에요...?’라고 물었다.

“진짜야. 그리고 내가 너와 사귈 수 없는 것은... 너가 나를 좋아하는 만큼...내가 너를 신경 써주기에는 내가 너무 나이가 들었어.”

무언가 마음 안에 줄이 뚝하고 끊긴 기분이었다. 아아, 마츠카와 잇세이. 벌써 그렇게 늙은 거냐. 막상 말로 뱉어내니 자기 자신이 찌질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는 바보에요...? 지금 늙었다고 신세 한탄하는 거예요?”

하나마키는 아까보다 더 격양된 목소리로 따지듯이 물었다. 이쯤 되면 무슨 말을 하던 간에 혼날 것 같은데.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아니야.’ 라고 말하는 데도 하나마키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쳤다.

“어떻게 그렇게 소심해요? 와 진짜 새로운 모습이네요. 아니 근데 짜증나게 왜 귀엽지? 180도 훌쩍 넘고 얼굴은 노안인데?”

그래...나도 알지...혼나듯 하나마키가 쏘아 붙일 때마다 고개가 숙여졌다. 한참을 말하던 하나마키는 자세를 바꿔 의자 위에 무릎으로 앉았다. 그리고는 반쯤 서서 그대로 팔을 탁자위로 올려 지탱하며 자신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사장님 저 싫어요? 좋아요? 그 둘 중에 하나로 대답해요.”

하나마키의 물음에 아차 싶었다. 이제 도망갈 구멍조차 없구나. 싫다고 하면 그를 가지고 놀아버린 나쁜 어른이 된 것이고, 좋다고 한다면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사귀게 될 것이라. 마츠카와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른세수를 했다. 이제 정말 어쩔 수 없구나.

“좋아해, 하나. 이건 진심이야.”

자신의 말에 하나마키는 콧방귀를 끼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그럼 이제 된 거네요.’라고 말했다.

“잘 부탁해요 사장님. 이제는 사장님 말고 마츠카와씨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

하나마키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하나마키는 자신이 피식 거리며 바라보자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거짓말이라고 하면 진짜 화낼 거예요.’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 모습도 귀여워 보이는 거면 확실히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겠지.

“그래, 좋아한다. 좋아해. 엄청 좋아한다.”

포기하듯 시인해 버리며 ‘잘 부탁한다.’라고 말하자 하나마키는 씰룩거리는 입가가 주체가 안 되는지 입을 가려왔다.

“저도요... 잘 부탁해요, 마츠카와씨.”

귀 끝까지 붉어진 하나마키의 얼굴이 생소하게 느껴져 눈을 뗄 수 없었다. ‘왜 자꾸 쳐다보는 거예요.’라며 얼굴을 가리는 그를 보며 ‘새로운 얼굴이어서.’라고 말하며 웃었다.

“어제 좋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물론 제가 좀 귀여워야죠.”

수줍어하면서도 당당한 하나마키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손을 뻗어 연신 머리를 쓰다듬어보자, 그도 싫지는 않은지 가만히 쓰다듬도록 내버려두었다. 반질거리는 머리를 바라보다가 자신을 빤히 응시하며 눈웃음을 치는 하나마키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고맙네. 좋다고 따라다녀 줘서. 이제는 내가 따라다닐 테니까 화 풀고”

방년이라 말하기에는 나이 들어버린 29세 마츠카와 잇세이, 저돌적인 애인이 생겼다.

posted by 송화우연

[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5

마츠하나 2017. 1. 16. 20:39

하나마키는 마츠카와가 따로 챙겨 준 사탕 병을 품에 꼭 안은 채 방으로 향했다. 마츠카와가 쓰다듬어 준 머리를 매만지던 하나마키는 궁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궁녀에게 뛰어갔다.

“오다가 길이라도 잃으면 안 되잖니.”

하나마키에게 퍽 다정하게 말한 궁녀는 하나마키의 묶인 머리칼을 매만지며 물었다.

“어머, 머리가 풀어졌었니?”

의아하다는 듯이 연신 하나마키의 머리를 보던 궁녀는 바로 알아챘는지 ‘이건 마츠카와 궁의 궁녀들 솜씨잖아, 그쪽 궁인들은 머리 손질은 재능이 없는 편이지.’이라 말하며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어쩌다가 풀어진 거니? 단단히 묶었다고 생각했는데.”

궁녀의 물음에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방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궁녀는 하나마키의 말을 들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아이노라는 분이 찾아왔는데...조금 무서웠어요.”

아이노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궁녀의 눈은 산속 깊이 사는 호랑이만큼 매섭게 뜨였다. 하나마키는 그런 궁녀의 눈빛에 무언가 잘 못 말했나 싶어 긴장했다.

“그...아니다. 그 분은 사랑의 신령이신데... 우리 궁에서는 그다지 환대 받으시는 분은 아니셔.”

궁녀는 이야기가 자세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궁녀의 옆에서 걸으며 자신의 방이 있는 궁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많이 피곤했을 텐데, 어서 씻고 바로 자도록 하자. 욕간에 물을 받고 올 터이니 기다리렴.”

궁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하나마키는 방으로 들어가 겉옷을 벗어 걸어두었다. 그런 뒤, 품에 안고 있던 사탕 병을 창가 옆에 놔두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일도 이것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나, 나오렴.”

궁녀의 부름에 한달음에 나간 하나마키는 내일도 산책 도중에 마츠카와를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타카히로라고 이름 지었다고 들었는데. 꽤 좋은 이름이잖아? 공물 온 아이에게 줄만한 이름은 아닌데 맛층?”

하나마키를 보낸 마츠카와는 그대로 서재로 향해 남는 서류나 서책들을 처리했다. 마츠카와가 남은 것들을 꽤나 해치웠을 무렵, 오이카와가 서재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 수하에 있는 아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그리고 사랑 받는 아이라고. 별궁의 궁인들이 전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걸 보니, 귀한 아이였을 거야.”

마츠카와의 말에 아무렴 어떠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인 오이카와는 ‘많이 아끼나 보네.’라 말하고는 웃어보였다.

“그래서, 츠츠지와는 달라?”

오이카와의 말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피식 웃던 마츠카와는 오이카와를 돌아보며 말했다.

“츠츠지와는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까 너희도 내가 츠츠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 좀 버렸으면 좋겠네.”

오이카와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재의 의자를 끌어와 마츠카와가 서있는 책장 앞에 앉았다.

“그래도 맛층. 약 100년 전까지의 맛층은 좀 무서웠다고. 이와쨩도 나도. 그걸 막고 싶을 뿐이야.”

‘혹시 또 모르잖아? 맛층이 누구랑 또 눈 맞았는데 또 그 사람이 사라질지.’ 오이카와의 걱정 어린 듯 장난스러운 말에 마츠카와는 웃으며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말라했다. 오이카와는 ‘만약이지 만약.’이라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안 그래. 그래봤자 돌아오지 못하니까. 게다가 다 잊었어.”

마츠카와가 속 시원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이카와는 다행이라며 박수를 쳤다. 그렇게 일이나 서책, 인간 세상 이야기를 하던 중, 오이카와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쨩이 어제 왔다고 들었는데.”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의 말에 바로 미간을 좁히며 한숨을 쉬었다. 오이카와는 순간 마츠카와의 얼굴을 보고 놀라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아니... 하나와 방에 있었는데,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왔었다. 이제 네 말도 안 듣는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

마츠카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오이카와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요즘 상제께서 아이쨩만 찾으셔. 그래서인지 총애가 엄청나더라고. 아이쨩 이야기만 해도 뭘 더 못해줘서 안달이니까. 신령이면서 궁을 가지고 있는 것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신령이면 신의 궁에서 사는 게 맞는 거잖아. 오이카와의 투덜거림에 마츠카와는 머리를 싸맸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고 상제의 총애인데 어쩌겠냐 말하며 꺼내 놓은 서책을 책꽂이에 꽂았다. 오이카와도 골머리를 썩고 있는지 아이노의 이름만 나와도 이야기가 술술 터져 나왔다. 마츠카와는 그런 오이카와의 쌓여있는 한탄을 풀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아-. 안되겠어. 맛층, 나 오늘 맛층네 궁에서 자고갈래. 이와쨩도 여기 있지? 어서 불러줘!”

오이카와의 칭얼거림에 아랑곳 하지 않은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에게 자고 가는 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와이즈미는 인간계에 내려갔어.”

마츠카와의 말에 눈을 크게 뜬 오이카와는 자신도 내려가고 싶다고 다시금 떼를 썼다. 마츠카와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쌓아둔 인간계의 생사명부를 오이카와 옆에 올려주었다.

“야하바가. 네가 분명 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맡기고 간 건데. 인간계에 갈 거라면 일단 여기서 이거 처리하고 가라.”

마츠카와가 준 생사명부를 본 오이카와는 입을 꾹 닫고 사뭇 토라진 표정으로 의자에 무릎을 안으며 앉았다.

“그럼 내가 저번에 사둔 눈꽃 사탕이라도 먹을래...”

마츠카와는 비척비척 일어나 궁녀를 부르러 일어난 오이카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미안. 그거 하나가 좋아하기에, 내가 전부 줬어.”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말에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어 그대로 서재 소파에 가서 누워버렸다.

“오이카와씨...아무것도 못해...”

마츠카와는 조용해진 오이카와를 보며 ‘그래, 좀 쉬어.’라 말하고는 빠르게 일을 처리해나갔다.

posted by 송화우연

[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4

마츠하나 2017. 1. 15. 21:44

 

하나마키는 이제 전부 기력을 되찾은 듯 했다. 궁녀들이 성심성의껏 돌봐, 기력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궁녀들과도 친해져 이제는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해줄 사이가 되어있었다. 뒤뜰 정원에서 산책도 하고 오이카와가 궁녀를 통해 전해준 서책을 읽기도 했다.

“있지요, 메이누나. 이 저택은 그럼 마츠카와님 것이에요?”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와 첫 대면을 한 뒤로 하루에 몇 번은 마츠카와에 대해 궁녀에게 물어왔다. 그가 대지의 신인 것이라던가, 신은 무엇을 하는지 궁녀에게 꼬치꼬치 물어댔다.

“그렇지. 이 신전 전체가 마츠카와님의 것이란다. 하나가 좋아하는 정원도 마츠카와님께서 직접 가꾸시던 곳이야.”

아이의 여러 가지 질문에도 친절히 답해주는 궁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하나마키는 걷던 정원을 다시 훑어보았다. 보기 좋게 자란 나무들과 신전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들, 그리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자신을 ‘하나.’라고 부르던 마츠카와를 떠올렸다.

“꽃을 좋아하시나...”

하나마키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궁녀와 천천히 정원을 걸었다. 그러자 조금 뒤 궁녀가 갑자기 궁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츠카와님이시네.”

마츠카와는 일이 막 끝났는지 입에 담뱃대를 문 채 멍하니 서있었다. 오래 걸리는 일을 한 듯 눈 밑이 까맣게 되어 피곤해 보였다. 궁녀들은 그런 마츠카와의 얼굴이 일상다반사였던 것인지 ‘오늘까지인 일이 있으셨나보네.’라 말하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나마키만이 멈춰서 마츠카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나, 어서 오렴. 이제 정원 끝자락이야.”

궁녀의 부름에 하나마키는 궁녀 쪽을 향해 돌아보았다. 하지만 돌아 본 것은 하나마키 뿐만이 아닌 듯 했다.

“하나인가.”

마츠카와는 물고 있던 담뱃대를 빼내고 연기를 흘려내었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하나마키에게 손짓을 하자, 하나마키는 당황한 것인지 멀어져 가는 궁녀와 마츠카와를 번갈아 보았다.

“하나.”

다시 한 번 마츠카와가 하나마키를 부르자, 그가 오지 않아 다시 돌아온 궁녀가 하나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서 가봐야지, 하나.”

하나마키는 궁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츠카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마다 점점 가까워지는 마츠카와의 시선에 하나마키는 긴장했다. 하나마키가 계단을 다 올랐을 무렵, 마츠카와는 재떨이를 열어 재를 털어내고 담뱃대를 치우고 있었다. 하나마키는 옷을 털어내 냄새를 없애는 마츠카와를 인기척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아, 벌써 다 올라왔었군. 잠시 들어왔다 가거라.”

마츠카와가 고개를 들어 하나마키에게 방을 가리켰다. 곧바로 궁녀에게 저번에 오이카와가 사둔 과자와 차라도 가져오라 명하고 먼저 들어가 침상 옆 의자에 앉았다.

하나마키는 자연스럽게 마츠카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마츠카와는 가만히 하나마키를 뜯어보았다. 궁녀들에게 사랑받고 지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이라 그런 건가 싶었지만, 이제 보니 천성이 애교스러운 것 같았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이 쳐다보기만 하자, 아이는 꼼지락 거리기 시작했다.

“지내는데 어려움은 없느냐.”

마츠카와의 물음에 하나마키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아이는 뭔가 생각하는 듯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말했다.

“누나들도 무척 잘 대해주시고... 맛있는 것들도 항상 나와서 지내는데 아주 좋아요.”

하나마키가 또박또박 말하자 마츠카와는 ‘다행이군.’이라며 끄덕였다. 때마침, 궁녀들이 들어와 상 가득 간식들을 올려두고 차를 내려 앞에 놓았다. 하나마키는 형형색색의 과자들에게서 눈을 뗄수 없었다.

“오이카와가 이런 주전부리를 좋아하다 보니... 많이 있으니 여기서 먹고 싶은 만큼 먹고 후에 별궁으로 가서 궁녀에게 말하면 더 가져다 줄거다.”

마츠카와의 말에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서 먹어보라는 마츠카와의 말에 감사의 인사를 한 하나마키는 바로 앞에 놓인 반짝거리는 사탕을 하나 입에 넣었다. 그대로 입안에서 녹아버리는 설탕의 달콤함에 하나마키는 마음에 들었는지 한두 개를 더 들어 입에 넣었다. 마츠카와는 한동안 하나마키가 먹는 것만을 바라보았다. 단 것이 취향에 맞는지 하나하나 집어 먹는 하나마키를 바라보던 마츠카와는, 옆에 놓아둔 책을 펼쳐들어 한 장 한 장 넘겼다. 그러다 접어둔 페이지가 나오자 잠시 읽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에게 말했다.“네 이름을 정해주고자 들어오라 한 것인데...새로운 것도 알게 되었군. 궁녀들이 단 것을 좋아한다는 말은 안 해 줬던 것 같았는데.”

‘사탕이 정말 맛있다’는 하나마키의 마음을 드러내는 듯 한 바닥을 보이는 나무그릇을 보며 마츠카와는 말했다.

“부족하면 더 가져오라 하겠다. 그리고 네 이름을 지었는데...”

책을 넘겨보던 마츠카와가 책 너머로 하나마키를 바라보니, 하나마키는 입 안 가득 사탕을 문 채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그 모습이 퍽 귀여웠는지 피식 웃었다.

“타카히로(貴大)가 어떨까 싶은데.”

마츠카와가 책 너머로 하나마키에게 ‘어때.’라고 물었다.

“귀하고 크게 될 사람이라는 뜻이다. 너는 사랑받는 아이니 말이지.”

마츠카와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하나마키는 얼굴을 붉히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니라 반박했다.

“별궁 궁녀들이 누군가를 그렇게 챙기는 것을 본게 벌써 200년 전인데 말이지... 네게는 무척 잘해주는군.”

하나마키는 200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눈이 사탕만큼 커졌다. 그리고는 입안에 있던 과자를 씹어 삼키고는 마츠카와에게 물었다.

“그...그럼 마츠카와님께서는 도대체 나이...아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하나마키의 물음에 난감하다는 표정이 된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에게 기다리라 한 뒤 옆에 쌓아둔 책 더미를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한숨을 쉬고는 하나마키에게 말했다.

“너무 나이가 많아 세다가 포기했었다. 그러다 오이카와가 저번에 적어 주었는데, 그 책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는 구나. 자주 쓰던 공책이었는데 말이지.”

혀를 차며 아쉽다는 듯이 말하던 마츠카와는 ‘나중에 생각나거나 하면 알려주겠다. 그래도 너보다 몇 천살은 많을 것이다.’라 말하며 싱긋 웃었다. 하나마키는 ‘몇 천살이라니...’라 중얼거리며 사탕을 입으로 가져갔다.

“이정도 살면 나이같은 건 그냥 잊게 되더군.”

하나마키의 중얼거림에 마츠카와가 말하며 미소 지었다. 하나마키는 아직도 가늠이 되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마츠카와는 서책을 덮었다.

“타카히로, 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 하거라.”

마츠카와는 거의 비워져 가는 과자 그릇들을 보며 묻자 하나마키는 맛있게 먹던 하얀 사탕의 마지막 조각을 집어 보였다.

“이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마츠카와는 아무 말 없이 끄덕이며 밖에 있는 궁녀를 불러 사탕을 더 가져오라 말했다. 하나마키가 마지막 조각을 입에 넣고 굴리며 뭘 먹을까 궁리하는 표정으로 그릇들을 보자, 마츠카와는 뭔가 귀엽다는 생각에 손을 뻗어 하나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하나마키는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놀라게 했다면 미안하군.”

마츠카와가 먼저 사과해오자 하나마키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말씀해주시고 만지신다면야... 저는 괜찮아요. 그냥... 갑자기 만지셔서 놀란 것뿐이에요.”

하나마키의 말에 마츠카와는 ‘그럼 쓰다듬어도 되겠느냐.’라 물어왔다. 하나마키는 긍정의 뜻인지 머리를 좀 더 가까이 숙였다. 궁녀들의 합작인지 가지런히 빗겨진 긴 머리칼을 하나로 묶어놓은 하나마키의 머리를 마츠카와는 정수리부터 쓸어내렸다.

“이와이즈미가 왜 그리 말했는지 이해가 가는 군...”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에게도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머리카락을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헤쳤다. 가지런히 묶여있던 머리칼이 어깨를 따라 흘러내렸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하나마키가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들어 마츠카와를 바라보았다.

“아...”

마츠카와는 자신의 행동이 조금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했다. 마츠카와조차도 자신의 행동에 놀랐는지 커진 눈으로 하나마키를 바라보다가 손을 거두었다.

“미안하군...궁녀가 공들여 묶어준 것일 터인데...내 궁녀를 시켜 다시 묶어주도록 하마.”

마츠카와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하자 하나마키가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묶으면...’이라 말하며 머리를 대충 모아 머리끈으로 묶으려 했다.

“아니다. 그 편이 내가 별궁 궁녀들에게 덜 혼날 듯하니... 묶고 가도록 하거라.”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의 손을 저지했다. 하나마키는 부드럽고도 완강히 말하는 마츠카와의 말에 끄덕이며 머리카락을 풀어내었다.

“마츠카와님, 사탕을 가지고 왔습니다.”

궁녀가 문 밖에서 말하자, 마츠카와가 들어오라 답했다. 궁녀는 아까보다 조금 더 큰 그릇에 사탕을 가득 담아 가지고 왔다. 하나마키는 그 양을 보고 당황해하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많이는 먹지 못 할 텐데...”

하나마키가 손사래를 치자 마츠카와가 ‘천천히 많이 먹고 가거라. 갈 때는 남은 것도 싸줄 터이니 걱정 말고.’라며 하나마키를 안심시켰다. 하나마키는 그 말에 마지못해 끄덕거리며 사탕을 입에 넣었다.

“타카히로라는 이름... 생각보다 부르기에는 길 군. 하나라는 쪽이 애칭이 되겠는걸.”

하나마키는 안 그래도 이름을 많이 불린다며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챈 마츠카와는 피식 웃었다.

“별궁 궁녀들은 예쁘지 않으면 그다지 반기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게 외모가 되었든 심성이 되었든 이름이 되었든 간에 말이지. 마츠카와가 이어 말하며 하나마키를 보자 하나마키는 고개를 기울이며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예쁘다하기엔 저는 사내인걸요.”

마츠카와는 ‘그건 그녀들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어.’라며 고개를 저었다.

“별궁 궁녀들이 좋아하는 사람이라야... 오이카와보다는 이와이즈미 쪽이지. 아, 츠츠지도 꽤나 따랐었고...”

마츠카와는 무의식중에 내뱉은 이름에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그래, 그 정도군.’ 이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하나마키는 그 이름이 누구인지 묻고 싶었으나, 갑자기 들려온 궁녀의 목소리에 물을 수 없었다.

“마츠카와님, 아이노님께서 오셨습니다.”

마츠카와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잠시 하나마키를 보며 고민했다. 그리고는 궁녀에게 말했다.

“지금은 손님이 있으니 잠시 기다리라 전하도록해라.”

궁녀는 알겠다며 물러났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다시 와서는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쁘시니 지금 오시지 않으신다면 직접 찾아뵙고 싶다고 하시온데... 어찌하시겠사옵니까?”

궁녀의 말에 이번에는 깊이 한숨을 쉰 마츠카와는 그녀를 불러오라 말했다. 궁녀는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마츠카와가 이야기를 바꿔 하나마키에게 말했다.

“요즘 서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였는데...”

마츠카와가 말하는 도중, 문이 열리며 부채로 얼굴을 가린 미인이 천천히 방으로 들어왔다. 마츠카와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아이노, 네 주인이 적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 하지 않았느냐. 무례하군.”

하나마키는 미간을 좁힌 마츠카와가 위협적이라 느꼈다. 마츠카와를 보다 뒤를 돌아보자, 하늘하늘한 옷을 바닥에 끌며 천천히 들어오던 여자는 부채를 접었다.

“잇세이님께서 이번에 들이셨다는 아이와 같이 계시다기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왔습니다. 제가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을 잇세이님께서도 아시지 않으십니까?”

아이노가 일부러 마츠카와를 이름으로 부르며 가까이 다가왔다.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표정에 불안해지는지 마츠카와와 아이노를 연신 번갈아 볼 뿐이었다. 아이노는 하나마키가 자신을 쳐다 볼 때 눈을 마주했다. 그러고는 놀라 눈을 키우며 하나마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아이인가 보군요...”

아이노는 하나마키에게서 한동안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에는 조금 당황한 듯 해보였지만 점차 처음에 보였던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

“다음에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강령하시옵소서. 거기... 아이도 건강하거라.”

아이노는 마지못해 하나마키에게도 인사하며 방을 나갔다.

“쯧... 무례하고 제멋대로야...”

혀를 차며 고개를 저어오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에게 말했다.

“놀랐느냐. 내가 대신 사과하마.”

하나마키는 고개를 저으며 ‘아름다우신 분이시네요.’라며 그녀가 나간자리를 계속 응시했다.

“사랑의 신령이다 보니...사랑받고 자라서 오만방자해졌지. 상제의 말만 듣는 것을 보면 꼬리를 숨긴 여우가 따로 없더군.”

마츠카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사탕을 입으로 가져갔다. 자신을 빤히 보던 그녀의 눈빛이 어쩐지 매우 시리다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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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3

마츠하나 2017. 1. 13. 21:12

마츠카와X모브녀가 요소가 있습니다. 싫어하시는 분들은 주의해 주세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마츠카와님, 이번에도 진달래가 한가득 피었어요.”

분홍색의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츠츠지가 돌아보았다. 현실감이 없어 꿈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지만, 그녀가 잡아끄는 손을 뿌리치고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진달래가 펴있는 소나무 밑으로 자신을 이끌었다. 마츠카와는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자각하기 힘들었지만, 자신을 보는 츠츠지의 표정에 같이 웃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뛰어가는 속도에 자신이 맞추지 못해 손을 놓쳐 버리자, 그대로 그녀는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기분 나쁨이 온 몸을 엄습해, 꿈에서 깨버렸다.

“헉...!”

마츠카와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상체를 일으킨 그는 숨을 몰아쉬며 자기 직전까지 보고 있던 창밖을 내다보았다. 잠들기 전까지는 밝았던 하늘이 어두워진 뒤였다.

“맛층 왜 그래.”

복도를 지나가던 오이카와가 숨을 고르던 마츠카와를 보고 창 안으로 고개를 넣어 물었다. 마츠카와는 멍하니 숨을 고르다 오이카와를 보고는 말했다.

“아니야...그냥 악몽을 꿔서.”

생생했던 꿈에 입을 가리고 숨을 천천히 내쉬던 마츠카와는 그대로 일어났다. 마츠카와가 좀 진정된 듯 보이자 오이카와는 손님이 왔다며 마츠카와에게 말했다.

“아이노가 찾아왔어.”

마츠카와는 오이카와를 보며 알아들었다는 듯이 끄덕였다. 저번에 상제께서 부탁하셨다는 일을 전해주러 온 그녀는 오이카와 밑에 있는 사랑의 신령이었다. 마을의 인연들을 모아 가져다주면 그들이 가정을 꾸리고 나가는 데 있어 조금 더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마츠카와의 일이었다. 마츠카와는 금방 가겠다 말하고는 도포를 챙겨 입고 침실을 나왔다.

“오랜만이군요. 마츠카와님.”

아이노는 자신의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마츠카와를 바라보았다. 마츠카와가 서재의 문을 닫자마자 부채를 접은 그녀는 입 꼬리를 올려 웃었다.

“못 본새 얼굴이 더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아이노가 마츠카와의 어깨에 손을 올려 쓸어내린 뒤 그를 올려다보았다. 마츠카와가 그런 그녀를 떨쳐내지 않은 채 그저 가져온 것은 어디 있는지 찾는 데도 그녀는 그저 마츠카와를 보며 어깨에 팔을 걸쳐왔다.

“아이쨩, 장난이 심하면 마츠카와한테 물린다?”

오이카와가 장난 섞인 듯한 타박을 주자, 아이노는 마지못해 팔을 내리면서도 ‘한 번 물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지 모르겠네요.’라 말했다. 마츠카와를 향해 미소 지으며 부채를 펼친 아이노는 마츠카와에게 서책을 하나 건넸다.

“이번에는 확실히 마츠카와님께서 잘 관리 해주셨던 것인지 많은 인연들이 이어졌네요. 바빠지시겠어요.”

‘확실히 풍년의 연속이긴 했지.’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츠카와는 서책을 펼쳐보며 투덜거렸다.

“이건 무슨 저번 가을보다 더 하잖아.”

서책을 내려두며 쌓여있는 일에 한숨을 쉬던 그는 끄덕거리며 ‘되도록 빨리 해보도록 하지.’라 말하며 아이노를 바라보았다. 아이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나저나, 오이카와님의 말을 들으니 꽤나 재미있는 것을 데려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노는 무언가를 아는 것인지 서재의 책상에 앉아 궁녀가 준비해둔 차를 따라 오이카와와 마츠카와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어서 말해달라는 투로 말하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은 마츠카와는 그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흘려 말했다.

“그저 공물로 데려온 아이다. 오이카와가 조금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해서... 그저 잠시 동안만 머물다 다시 내려 보낼 것이니 그리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아니지.”

그의 말에 아이노는 뭔가를 아는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상제께서 요즘 통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하여 서운해 하시던데... 한 번쯤은 가보시는 게 어떻겠사옵니까?”

마츠카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 한 번 뵙겠다고 전해 드려라.’라고 말하며 서책을 좀 더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그럼 나중에 차라도 한 잔 마시러 오겠나이다. 혼자 지내시는데 적적하게 두시면 안 되니 말입니다.”

아이노의 말에 오이카와가 ‘내 신령이면 나와 마셔야 하지 않나 아이쨩?’이라며 그녀가 던진 추파를 무마시켰다. 아이노는 그러한 오이카와의 말에는 웃으며 ‘당연히 오이카와님과도 같이 마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지. 항상 상제께서 불러내서 오이카와와도 같이 못 있는 듯하니, 언제 한번 셋이서 차라도 여유롭게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마츠카와의 말이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린 아이노는 그대로 서재를 나갔다. 오이카와는 아이노가 나가자마자 한숨을 쉬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정말, 내 신령이긴 하지만 적응이 안 되는 여자야.”

오이카와가 투덜거리며 말하자 마츠카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자신이 아름다운 만큼의 도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누구누구씨처럼.’ 마츠카와는 오이카와를 빤히 보며 말했다. 오이카와는 금방 자신을 보며 하는 말인 것을 알아채고는 마츠카와에게 자신은 저 정도는 아니라며 소리쳤다.

“나는 그래도 대놓고 추파는 안 던지거든요-.”

오이카와가 마츠카와의 말에 반박하자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에게 물어보겠다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오이카와는 안 된다며 마츠카와를 따라 나섰다.

posted by 송화우연

[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2

마츠하나 2017. 1. 12. 13:53

“그래,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안 죽어있어서 데려왔다?”

이와이즈미의 살벌한 목소리에 오이카와는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말했다.

“맛층이 이미 가마를 열어버려서 데려올 수밖에 없었는걸!”

이와이즈미는 이마를 짚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마의 창문은 장식이냐, 함부로 신전까지 인간을 데려오면 어떡하냐, 등등.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잔소리들을 들으며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듯해 손만 꼼지락 거릴 뿐이었다. 마츠카와는 신전의 궁녀에게 아이를 맡기며 씻긴 뒤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보살피라 명했다. 어찌됐던 자신의 손까지 온 공물이니 신의 도리정도는 해야 한다 생각하며 서재로 들어오자, 이와이즈미에게 흠씬 맞고 있는 오이카와가 징징대는 소리로 마츠카와를 불렀다.

“후우,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숨을 고르며 말한 이와이즈미는 꽤나 상기된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마츠카와는 아무 말 없이 소파에 앉아 잠시 생각하는 듯, 한 곳을 응시했다.

“일단 클 때까지 데리고 있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마츠카와의 대답에 이와이즈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서 하라는 이와이즈미의 말에 끄덕이던 마츠카와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다른 신들한테도 말해야 하니까 회의를 소집해야하나.”

커진 눈으로 말하는 마츠카와를 보던 이와이즈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괜히 일 키우지 말고 그냥 서신이라도 써서 보내. 상제께도 하나 보내고.”

이와이즈미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쉰 마츠카와는 먹을 꺼내 천천히 갈기 시작했다. 자신이 안고 들어 온 아이를 생각하며.

***

하나마키는 하루 밤을 푹 자고 일어났다. 궁녀들이 지극정성으로 돌봐서인지 아픈 곳 하나 없었다. 하나마키는 일어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려진 미음과 반찬에, 순식간에 그것들을 전부 먹어치웠다. 하나마키는 먹으면서도 주위를 둘러보며 낯선 환경에 자신이 어딘가로 끌려오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미음을 다 먹은 하나마키는 겁먹은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 있던 궁녀에게 말했다.

“살려주세요...”

궁녀는 처음에는 당황한 듯 하다 미소 지으며 하나마키를 안심시켰다.

“아무 일 없을 겁니다. 곧 마츠카와님이 오셔서 전부 설명해 주실 거예요.”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행동에 어머니가 생각나는지 울먹거리던 하나마키는 궁녀를 꽉 안았다. 궁녀도 그런 아이를 떨쳐내지 않고 안아주며 진정될 때까지 토닥거려 주었다.

“마츠카와님께 고했으니 이제 곧 오실 겁니다.”

울음이 거의 그친 하나마키에게 궁녀가 말하자 하나마키는 마츠카와가 누구인지 물었다.

“마츠카와님은 대지와 숲을 관장하시는 신이세요. 요새 산짐승들이 자주 민가를 습격한다 하여서 마을마다 공물을 올린다고는 하였었는데, 이렇게 데리고 오신 건 처음이네요.”

궁녀의 말에 하나마키는 자신이 공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가마 안에서 몇날며칠을 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잠시 잊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에 기억이 났다.

“깨어났나.”

방문을 열고 들어온 녹빛 도포를 입은 남자는 일어나 궁녀에게 안겨있는 하나마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움츠린 하나마키는 고개를 숙였다.

“몸에도 이상이 없다 어의께서 말씀하셨고, 미음도 조금 드셨나이다.”

궁녀가 마츠카와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 마츠카와는 궁녀에게 나가있으라 지시했다. 하나마키는 궁녀를 보며 제발 나가지 말아달라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궁녀는 방문을 닫고 나갔다. 마츠카와는 하나마키가 누워있던 침상 앞에 앉았다. 하나마키는 이불을 꽉 쥐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마츠카와는 그 모습이 작은 산짐승 같다고 생각하며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쓰다듬음에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맛층! 일어났다며?”

큰소리로 방문을 열며 들어온 오이카와의 등장에 하나마키는 움찔하고 놀랐다. 마츠카와는 그런 하나마키를 감싸 안으며 오이카와에게 조용히 다니라 경고했다. 오이카와는 ‘벌써부터 감싸 도는 거야?’라 투덜거리며 마츠카와의 옆에 앉았다.

“마츠카와 앞으로 온 공물이잖아.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곧이어 나타난 이와이즈미의 단호한 말에 ‘그래도 내가 먼저 발견했다고?’라 받아치며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무서운가봐.”

마츠카와가 하나마키를 연신 쓰다듬으며 말하자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가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이카와가 아이가 앉아있는 침상에 걸터앉아서는 마츠카와 품에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야, 이름이 뭐니?”

오이카와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돌려 고개를 빼꼼히 내민 아이는 웅얼거리듯이 말했다.

“하나마키...하나마키...그리고...이름이...”

아이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성(性)인 듯한 하나마키라는 이름만 계속해서 중얼거리다가 울먹이더니 왈칵 눈물을 쏟아내었다.

“야...야! 얘 왜 우냐.”

이와이즈미가 우는 하나마키를 보며 당황해 질문을 한 오이카와의 등을 강하게 때렸다. 오이카와도 놀랐는지 자신을 때리는 이와이즈미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츠카와만이 하나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뭇 다정하게 말했다.

“생각이 나지 않으면 후에 떠오를 때 말해줘도 괜찮다.”

마츠카와의 말에 하나마키는 먹구름에서 떨어지는 장대비같이 흘러내리던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신 하나마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마츠카와는 하나마키를 보며 미소 지었다.

“하나(花 )라니, 예쁜 성이구나.”

‘나는 소나무인데.’ 마츠카와의 미소에 하나마키가 울음을 그치고 마츠카와를 올려다보았다. 오이카와가 그런 마츠카와의 모습이 생소했는지 놀라 뭔가를 말하려 함과 동시에 이와이즈미에게 입을 틀어막혔다.

“쿠소카와...지금 애 안 우니까 그냥 조용히 있어라.”

이와이즈미의 속삭임에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그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에게 넌지시 물었다.

“맛층이 이름 지어주는 건 어때?”

오이카와의 말에 마츠카와가 하나마키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래도 괜찮겠니.”

마츠카와의 말에 가만히 고민하던 아이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아이의 마음을 대강은 짐작했는지, ‘나중에라도 지으면 되니 조급해하지 말거라. 지금은 그냥 하나라 부르겠다.’라 말하며 안심시켰다.

“그...그래 하나. 예...예쁘네 하나. 머리색도 꼭 꽃같다.”

마츠카와의 말에 당황한 듯한 오이카와는 말을 더듬었다. 그러다가 이와이즈미가 옆구리를 찌르자 단말마를 연상시키는 신음과 함께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런 오이카와를 알아차리지 못한 하나마키는 오이카와의 칭찬에 부끄러운 듯이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이카와는 그런 하나마키를 쓰다듬어주며 이와이즈미에게 어서 뭐라도 말해보라는 듯이 눈짓을 하자 이와이즈미가 어색하게 말했다.

“어...어! 예쁘네, 하나. 분명 새 이름도 이것만큼 예쁠 거다.”

어색하게 아이의 머리를 한번 쓸어준 이와이즈미는 어색함을 숨기기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세 명이 하나마키를 연신 쓰다듬어주자 긴장이 풀린 하나마키도 웃으며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웃음에 다들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식사시간이옵니다.”

아까 나갔던 궁녀의 목소리에 ‘알겠다.’ 답한 뒤 마츠카와는 아이를 침상에 다시 앉혀두었다.

“식사 맛있게 하거라. 그리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궁녀들에게 부탁하고...나를 부르고 싶으면 이것을 쓰거라.”

마츠카와는 나뭇잎 모양의 호각을 품에서 꺼내 하나마키의 목에 걸어주었다.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짝이는 은색 호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궁녀가 하나마키의 앞에 상을 차리는 것까지 보고 나온 마츠카와는 방에서 조금 떨어진 곳까지 오자 오이카와에게 추궁 당했다.

“맛층, 너무한 거 아니야? 공물로 온 아이라지만 너무 잘해주잖아?”

오이카와의 비아냥거리는 말에 피식 웃은 마츠카와는 오이카와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산 짐승 같잖아. 토끼라던가 노루라던가.”

“츠츠지 때문이 아니라?”

이와이즈미의 물음에 마츠카와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갔다. 오이카와는 놀랐는지 ‘어이쿠,’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이와이즈미의 뒤에 숨었다. 이와이즈미는 마츠카와의 굳은 표정에 굴하지 않고 다시금 질문했다.

“츠츠지랑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츠츠지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너도 어서 빨리 저 아이에게서 관심 끊어. 저 아이가 너와 인연이라 하더라도, 츠츠지 대신은 될 수 없으니까.”

이와이즈미의 단호한 한마디에 마츠카와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와이즈미가 마츠카와를 지나쳐 서재로 들어가자 오이카와도 이와이즈미를 따라 들어갔다. 마츠카와는 얼빠진 표정으로 이와이즈미가 있던 곳을 응시하다가 코웃음을 쳤다.

“츠츠지가 여기서 왜 나와...”

마츠카와는 이와이즈미가 들어간 서재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금 하나마키가 있는 방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다시 가서 그 아이의 얼굴이 츠츠지와 닮았는지 하나하나 뜯어보고 이와이즈미에게 절대 그런 것이 아니라 해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분홍머리...”

마츠카와는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침실로 갔다. 이와이즈미의 한마디에 대해 고작 몇 분을 생각하는데도 이렇게 진이 빠졌다. 그녀의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던 터라 더욱 당황했을 것이다. 마츠카와는 창 쪽에 있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팔로 눈을 가리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게 잠이라도 자자고 생각하며 마츠카와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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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

[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 왔구나.1

마츠하나 2017. 1. 6. 11:25

 

기억했다. 별이 우수수 떨어질 것처럼 뜨던 마을도 그 날만 되면 별 하나 없이 보름달만 덩그러니 떠있었다. 항상 달빛에 의지해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는, 그날따라 엄숙한 표정으로 대화하는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며 마당 구석에서 나뭇가지로 그림자를 따라 그리며 놀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십분,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빠른 걸음으로 가자, 그녀는 아이의 입에 설탕과자를 물리며 말했다.

“아가, 목욕하자.”

오랜만에 하는 밤 목욕에 고개를 끄덕거리던 하나마키는 달달한 향이 나는 욕간에 들어가 앉았다. 아이의 어머니는 그가 씻는 것을 바라보며 머리를 연신 쓸어주었다. 욕간에 띄워놓은 꽃잎들로 장난치듯 물장구를 치자 어머니는 미소 지으며 그의 몸 구석구석을 닦아내었다.

“어머니, 오늘은 무슨 좋은 날이어요?”

하나마키가 해맑은 목소리로 묻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매일매일 같은 나날이지. 우리 예쁜 히로.’ 라고 답해주었다. 몸을 씻은 하나마키는 부드러운 명주 천으로 몸이 닦여졌다. 그리고 부드러운 피부에 기름을 잘 펴 발라 피부가 맨질맨질 해지도록 한 뒤, 평소 입던 옷과는 다른 비단옷들이 겹겹이 입혀졌다. 그의 어머니는 옷을 입히며 입술을 연신 깨물었다.

“어머니?”

그는 옷을 보며 머리를 갸웃했다. 평소 입던 옷이 아닌 펄럭이는 비단 옷. 게다가 금실로 수놓아진 무늬까지 화려하여, 아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여기 어서 앉아 보거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이를 끌어 앉혀서는 얼굴에 분칠을 하고 눈에 색 분을 얹었다. 붉은 색의 분이 그의 분홍빛 머리와 잘 어울렸다. 화장까지 마친 아이의 머리카락을 곱게 묶고 틀어 올려 다시금 묶은 뒤, 소나무 가지같이 뻗어 올라간 비녀를 꽂았다. 그러고는 그녀가 하던 분홍빛 자개가 박힌 뒤꽂이를 빼내어 같이 꽂아주었다.

“내 아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가.”

그녀의 울음 섞인 말에 일어나 그녀를 마주보았다. 가만히 안겨있던 아이도 자신이 무슨 상황에 놓였는지 짐작하는 것 같았다. 들어올 때 보였던 대문 앞에 꽂힌 푸른색 화살이 그 이유였을 것이라. 아이는 연신 울음을 삼키는 어머니를 토닥여 주었다.

***

시간이 지나 자정이 되자, 대문 밖으로 푸른색 가마가 하나가 왔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를 배웅하며 가마에 오르는 것을 도와주자 하나마키가 미소 지으며 어머니의 볼을 쓰다듬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저는 돌아올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삼키던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녀의 눈물을 연신 닦아주던 하나마키는 출발하는 가마에 손을 거뒀다. 그리고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뒤를 바라보았다. 가마는 마을을 떠나 산 속으로 들어섰다. 산을 하나 넘고 두 개를 너머서면서도 가마꾼들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이때까지 보았던 나무 중에서 가장 큰 나무의 앞이었다. 가마꾼들은 가마를 나무 앞에 놓고는 돌아갔다. 하루 반나절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이동한 하나마키는 눈앞이 희끄무레했다. 게다가 가마는 밖에서 열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구조여서 인지 혼자 빠져나갈 수도 없었다. 하나마키는 그저 천천히 호흡에 집중했다. 가마의 조그만 창밖으로 숲의 향기가 느껴졌다. 청량한 향에 가만히 눈동자를 굴려 밖을 바라보지만 산짐승 하나 기척이 없어 한숨만을 내쉬며 가마 벽에 기대었다. 몸은 많은 천들에 감싸여있어서인지 답답했고 기력이 없어 손가락 하나 까닥 할 수 없었다. 하나마키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잠을 청하는 일 뿐이었다.

***

“맛층, 인간들이 너를 너무 사랑하나 본데. 또 뭘 보냈어.”

‘이게 벌써 몇 명 째야.’ 나무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오이카와의 말에 나뭇잎을 접어 풀피리를 만든 마츠카와라 불린 사내가 나무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냥 내버려둬. 이번에도 굶어 죽게. 그게 그 아이에게도 좋을 걸.”

마츠카와는 자신이 만든 풀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들리는 풀피리 소리를 들으며 오이카와는 가마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럴 운명이 아닌 것 같은데.”

오이카와의 중얼거림이 들리지 않았는지, 마츠카와는 풀피리만 계속 불어댈 뿐이었다. 오이카와는 소맷자락에서 꺼낸 천도복숭아를 베어 먹으며 가마에서 흘러나오는 아이의 기척을 읽었다. 마츠카와가 풀피리에 흥미를 잃고 산 짐승들을 돌보거나 책을 읽다 졸음이 찾아올 무렵, 아이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오이카와는 하늘로 돌아가자는 마츠카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맛층, 내일도 여기 올 거지?”

오이카와의 물음에 마츠카와는 잠시 생각하다가 끄덕였다. 오이카와는 그에게 잠시 기다리라 말하고는 나무 밑으로 내려가 가마 안으로 천도복숭아 두 개를 넣어주었다.

“죽지 마렴. 네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야, 꼬맹이.”

낮선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뜬 아이에게 웃어준 오이카와는 다시 나무위로 올라가 마츠카와가 열어둔 하늘 문으로 들어갔다.

“답지 않게 인정이라도 생긴거냐, 오이카와?”

마츠카와의 물음에 ‘오이카와씨가 자비롭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라며 너스레를 떨던 오이카와는 은 접시에 담긴 살구를 집어 한 입 베어물었다.

“네가 나에게 온 공물을 챙기는 건 처음 봐서.”

마츠카와가 서책을 뒤적이며 말하자 오이카와는 흘리듯이 그에게 말했다

“신기한 운명 이길래, 조금 눈여겨봤어.”

“무슨 운명 이길래.”

오이카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들어온 사내가 오이카와에게 되물었다.

“이와쨩! 엿들은 거야? 그런 취미 별로 좋지 않다고-.”

오이카와의 타박에 아랑곳 하지 않으며 가지고 온 서책들을 책상위에 차곡차곡 쌓아둔 이와이즈미는 오이카와에게 말했다.

“네가 관심이 가면 뭔가 불길하다고.”

오이카와는 싸늘한 그의 말에 볼을 부풀리며 아이처럼 그에게 매달렸다.

“이와쨩-. 나 이래봬도 운명의 신이라고? 너무한 거 아니야-?”

칭얼대는 목소리로 말하며 이와이즈미의 목에 팔을 감아 안자 이와이즈미는 거슬린다는 듯이 팔꿈치를 그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이와이즈미, 너무 그러지마. 나는 오이카와가 저렇게 관심을 가지는 건 너 이후로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흥미로운데.”

마츠카와가 읽던 서책을 덮고 이와이즈미가 쌓아둔 책 위로 올려두며 말했다. 이와이즈미는 혀를 차며 ‘그게 뭐 좋은 거라고 흥미를 가지냐. 악취미네.’ 라 중얼거리고는 책 안 쪽에 도장을 찍었다. 오이카와는 둘의 대화에, 너무하다는 말을 하곤 융단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래서 무슨 운명이냐니까.”

천도복숭아를 와작소리를 내며 먹은 이와이즈미가 오이카와에게 다시 물었다. 오이카와는 안 말해 줄 거라며 혼자 토라진 듯이 소파의 벽 쪽을 보며 있다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다시 돌아 누웠다.

“내 눈에는 운명의 실이 보여. 그 사람이 얼마나 살지, 누굴 만날지, 누구와 사랑할지, 내 물레에 돌려보면 대충 각이 선단 말이지?”

오이카와의 설명에 이와이즈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만 몇 번을 말하는 거야. 살면서 수 백번은 들었을 거다.’ 라 말했다. 오이카와는 그의 말을 넘기며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우리는 신이잖아? 그러니까 실도 은 색 실로 되어있고, 영생을 살아가니까 더 많은 정보를 내포하고 있어. 그리고 우리는 운명의 상대도 은색실로 이어져 있고 말이지.”

오이카와는 연설을 하듯이 큰 동작으로 자신이 말하는 것에 집중시켰다. 물론 다들 별로 관심 없다는 듯이 오이카와를 바라보며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건 네가 줄곧 설명해서 우리도 알아.”

‘그래서 그 아이는.’ 마츠카와가 재촉하듯이 묻자 오이카와는 몸을 편하게 돌려 누웠다.

“그 아이도 은색 실이었어.”

놀란 눈을 한 마츠카와와 이와이즈미를 보며 ‘꽤 흥미로운 일이지?’라 말하며 웃은 오이카와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아이의 가마에 천도복숭아를 넣어두고 왔어.”

오이카와의 폭탄선언에 이와이즈미가 들고 있던 다 먹어 가는 천도복숭아를 떨어트렸다. 마츠카와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오이카와의 발언에 멍하니 오이카와를 바라보다가 헛웃음만 낼 뿐이었다.

“야! 죽으면 그 아이 운명이라 치지만 은색 실이라며! 그러면 우리가 데려와야 하잖아!”

이와이즈미의 고함에 오이카와는 잔소리 듣기 싫다는 듯, 귀를 막았다. 그러고는 손사래를 치며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이와쨩, 아무리 은색 실이라지만 천도복숭아를 먹고 버틴 ‘사람’은 없다는 거. 알잖아? 우리에게만 그냥 복숭아지 사람들에게는 독이 든 열매 같은 거라고-.”

‘그냥 내림굿을 아직 받지 않은 무당일 수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말자고~’ 태평하게 이야기하는 오이카와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이와이즈미는 마츠카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공물이잖아. 그럼 그 아이의 은색 실이 너와 이어져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겠네.”

이와이즈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마츠카와는 코웃음을 치며 ‘아이가 살아 있을 리 없잖아 이와이즈미.’라며 손사래를 쳤다. 마츠카와의 말에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 두 사람은 무언의 동의를 하며 그저 한숨만 푹 내쉬었다.

***

그 시각 하나마키는 새벽의 추위에 눈을 떴다. 옷을 아무리 겹겹이 입고 있다 해도 느껴지는 숲의 추위는 무척이나 매서웠다. 하나마키는 손을 마주 비비며 옷자락을 더욱 여며다가 옷 위에서 나뒹굴던 열매를 발견했다. 어두운 가마 안에서 작은 창을 열어 새벽빛을 받는 열매를 확인했다. 복숭아처럼 발갛게 익은 열매에 하나마키는 열매를 몇 번 매만지더니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달달한 물이 입 안 가득 퍼지고 아삭거리는 과육을 씹자 허기가 심히 느껴졌다. 하나를 다 먹어갈 무렵 다시 보이는 다른 복숭아를 빈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다 먹은 씨앗을 창문 밖으로 버렸다. 하나마키는 손에 쥐고 있는 복숭아를 보다가 그것을 소매 안에 넣어 두고는 몸을 웅크렸다. 허기가 조금 가시자, 피로한 몸을 누르듯 잠이 몰려왔다. 하나마키는 꾸벅거리며 졸다가 무릎에 머리를 기대어 잠을 청했다.

***

하나마키를 깨운 것은 낯선 목소리들이었다. 웅성거리는 목소리에 하나마키는 게슴츠레 눈을 떴다. 하늘빛 도포를 걸친 남자가 짙은 녹색 도포를 입은 남자에게 어서 열어보라는 듯이 부추기고 있었다. 녹색 도포를 입은 남자는 마지못해 머리를 긁적이다가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발견하자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야, 오이카와. 복숭아 벌써 먹었다.”

마츠카와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오이카와는 ‘어디어디?’하고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풀잎사이로 보이는 큰 복숭아 씨앗에 오이카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죽었겠네. 묻어줘야 하니까 어서 열어봐 맛층.”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의 말에 내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잔뜩 좁힌 채 가마 문을 열었다. 하나마키는 가마의 문이 열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는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을 끔뻑이며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세요...?”

그런 하나마키의 한 마디에 마츠카와와 오이카와의 낯빛은 흙색으로 물들었고, 당혹감을 숨길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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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