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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는 오랜만에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든 나카하라를 아침 내내 응시하고 있었다. 피곤했던 것인지 미동도 없이 자는 나카하라를 쓰다듬어보던 다자이는, 점점 다가오는 출근시간을 확인하고는 답지 않게 나긋한 목소리로 그를 깨웠다.
“츄야, 일어나야해. 회장님이 지각하면 어떻게 해.”
“시…끄러워……. 오늘 휴가 냈어.”
응? 휴가? 의문스러운 표정이 된 다자이는 그에게 영문을 물었지만, 나카하라는 대답도 해줄 새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평소라면 휴가 낼 때 미리 말해줬을 텐데 왜지...? 다자이는 이럴 줄 알았다면 여행이나 데이트 계획이라도 짜 둘 걸 그랬다고 중얼거렸다. 나카하라는 오전 내내 잠에 빠져 일어나지를 못했다. 다자이는 그런 나카하라를 옆에서 한참 지켜보다가, 결국 침대 밖으로 나와 그와 함께 먹을 아침 겸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버터대신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식빵을 올리자마자, 불이 붙어버렸다.
“짜증나게…….”
다자이는 익숙하게 안내 책자에서 본 대로 불이 타오르는 프라이팬에 마요네즈를 짜 넣었다. 그러자 불길이 한층 잡히며 사그라졌다. 불이 꺼진 프라이팬을 그대로 싱크대에 넣은 다자이는 손톱을 잘근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제 장을 뭘 봤더라. 가만히 냉장고를 들여다보고 있던 다자이는 결국 어제 큰마음을 먹고 산 양상추를 뜯어 물에 씻기 시작했다. 샐러드라도 만들어야지. 가볍게 즐기기 좋으니까. 아까 태웠던 토스트를 잊고 상쾌한 마음으로 다시 요리를 시작한 다자이는 샐러드를 전부 씻어두고 드레싱을 만들기 위해 각종 양념과 국자를 꺼냈다. 일단 간장, 그리고 설탕, 어……. 간장 한 숟갈 더. 매운 것을 좋아하니 시치미 세 스푼. 저번에 돈코츠 라멘을 먹을 때도 이정도로는 매운 맛이 부족하다 했으니까 고추기름도 한 스푼. 그리고 어……. 감칠맛을 위해 액젓도 한 숟갈. 아, 된장도 넣자. 다자이가 만든 드레싱은 드레싱이라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국그릇과 같은 그릇이 점점 가득 차는 것을 보던 다자이는 양 조절이 힘들었다고 중얼거리며 사약과도 같이 생긴 드레싱을 휘저어 섞었다.
“야, 너 또 그 큰 국자 들고 뭐해.”
“뭐하긴. 우리 츄야 줄 아침 만들고 있지.”
그게 아침이라고? 사약인데? 어느새 잠이 깨 내려온 나카하라는 그가 국자로 휘젓고 있는 무언가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드레싱이야.’ 다자이가 당당하게 말하자, 나카하라는 그의 옆에 서서 그가 만든 것의 내용물을 한번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았다. 나카하라는 입 안에 퍼지는 알 수 없는 불쾌함에 얼굴을 찌푸리려다가, 다자이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표정을 관리했다. 스스로가 비위가 강한 편이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던 그는, ‘일단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 그건 내버려 둬,’라고 하며 그를 식탁에 앉혔다.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만들어둔 드레싱을 주방 한쪽으로 밀어두고 빠르게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프라이팬을 꺼내 계란을 반숙으로 익히고 토스트는 토스트기로 바삭하게 구웠다. 식빵 위로 계란을 올려두고 양상추를 옆에 놓은 그는, 간단하게 쯔유 간장만으로 드레싱을 대신했다.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느라 고생 많았는데 먹어.”
“칫……. 내가 해주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다자이에게 ‘아서라, 어제 준 도시락이 고마워서 주는 거니까 그냥 먹어. 누구를 독살시키려고…….’라고 말했다. 다자이는 바삭하고 촉촉한 식빵과 잘 어울리는 반숙 계란을 나이프로 썰어 입에 넣었다. 녹진하게 퍼지는 맛이 분명 맛있었지만, 일을 나가는 나카하라에게 요리까지 시킨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츄야, 나 요리 학원 다닐까봐.”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말에 잠시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패턴은 1년 전과 비슷한데. 약 1년 전,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요리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말에 사카구치의 인맥과 정보까지 사용하며 요리 학원을 고르고 골라 그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나카하라는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는 다자이의 노력이 가상하다고 여겼지만, 그가 참여한 첫 수업부터 불이 나버려 모든 수업은 중단 되었다.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요리에서 무엇이 문제일까 라는 생각을 접었다. 신이 전부를 주시지 않는 것과 같이, 다자이도 요리에 재능이 없는 것뿐이었다.
“아니다. 요리 학원은 됐고…과외처럼 배워보는 건 어떻냐? 그, 가정부로 오는 사람한테 요리도…….”
“아니, 가정부는 필요 없어, 내가 집안일도 하면서 내조 할 수 있다니까.”
“야, 내조는 관두고 전처럼 주식이나 해……. 집안 말아먹는 게 내조냐.”
참다 참은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쏘아 붙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자이는 의기소침해진 표정으로 나카하라가 만든 아침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토라진 듯한 다자이의 태도를 예상한 것인지, 나카하라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침을 먹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거의 다 먹어갈 때쯤, 그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커피를 타서 건네주고는 다시금 설득하는 투로 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안고네 남편이 요리를 잘 하더라고. 요리가 취미기도 한다니까 한 번 배우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면 좋잖아. 같이 면접 보자.”
“그럼 나는 어디서 뭐해.”
“요리만 하지 말고 다른 집안일은 다 해. 그리고 주식도 좀 하고. 취미를 요리 말고 다른 곳으로 늘려,”
단호하게 말한 나카하라는 얼마 전 그가 부러트린 밀대를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요리를 안 한다는 게 어디인가. 조금 신나진 나카하라는 ‘조금 있다가 온다고 하니까 나쁘게 대하지 말고.’라며 그를 타일렀다. 분명 면접을 왔던 희망자들은 다자이의 면접을 통해 전부 나가떨어졌었다. 나카하라는 이번에는 제발 그러지 않기를 빌며 커피를 홀짝이는 다자이를 바라보았다.
“안고랑 결혼한 사람이라니. 분명 성격 나쁠 것 같은데.”
“네가 그런 말 하니까 웃기다 야.”
나카하라는 다자이의 투덜거림에 웃으며 대꾸하고는 알맞게 식은 커피를 마셨다. 이 결혼의 모든 것을 계획한 것도 다자이었고, 어울려준 것을 자신이었다. 그래서 이 피곤한 회장일도 떠맡은 거고 말이지. 한숨이 나올 만큼 복잡한 집안 사정이었지만, 이제 나카하라는 다자이 가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뮬론 자신의 옆에 남은 저 골칫덩어리 남편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래서 언제 온다고 하는데?”
“아까 내려올 때 메시지 보내뒀으니까... 아, 곧 온다네.”
분명 손을 떨면서 다자이에 대해 대비할 것들을 알려주고 있을 사카구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나카하라는 금방 도착할 것 같다는 사카구치의 메시지를 다자이에게 보여주고는 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자며 아침 식사를 끝낸 식탁을 치웠다. 다자이가 투덜거리며 설거지를 하고(물론 대부분의 접시가 이가 나갈 뻔할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카하라가 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을 무렵 초인종이 울렸다. 나카하라는 다자이가 먼저 현관으로 나가기 전에 현관문을 열었다.
“이렇게 휴일에 뵈니 조금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
“나는 엄청 반가운데 말이다.”
서로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던 나카하라와 사카구치는 집에 드나든 것이 한 두 번이 아닌지,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나카하라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숙여 보이며 ‘오다 입니다.’라고 인사하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완전 크네. 가만히 그를 응시하던 나카하라는 ‘저는 나카하라 츄야, 그리고 저쪽은 제 남편인 다자이 오사무 입니다. 오다 씨 맞으시죠?’라고 마주 인사하며 자신과 다자이를 소개했다. 나카하라를 따라 나온 다자이는 나카하라와 인사를 나누는 오다의 모습을 보며 놀람을 금치 못했다.
“어? 저번에 슈퍼에서…….”
“아, 그 때 카레를 만드신다고 했던 분이시군요. 그날 맛있게 드셨습니까?”
뭐야, 그 냄비 가득한 독극물이 카레였다고? 나카하라는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며 요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오다와 다자이를 바라보며 멍한 표정이 되었다.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어 보이는 건 사카구치도 마찬가지였다. 나카하라와 사카구치는 가만히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다자이와 오다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은 요리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그때 슈퍼에서 골랐던 재료에 대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카하라는 다자이와 요리 이야기가 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었기에, 더욱 그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다자이 씨는 즐거운 요리사이신 것 같습니다.”
“에이, 오다사쿠 씨야 말로 무척 전문적이신 걸요.”
누구 마음대로 오다사쿠라는 거야. 사카구치는 자신과 나카하라가 없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정신을 차린 나카하라는 안에 드립 커피를 내려두었으니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 나카하라는 이미 저번에 사카구치가 가져온 도시락만으로 합격을 주고 싶었다. 거기에 다자이와 친근하게 요리 대화가 가능한 알파라니.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 중, 가장 이상적인 가정부가 아닐까. 나카하라는 커피를 따라 건네며 오다에게 ‘다자이와는 그럼 마트에서 뵌 건가요? 제 남편이 장 보는 걸 좋아해서 말입니다.’라고 말하며 첫 만남에 대한 대화를 열었다.
“카레를 하신다는데 닭고기와 돼지고기 중에 고민을 하시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 무척 즐거웠습니다. 두부도 직접 만들어 드신다고 들어서 더욱 기대가 됩니다.”
아, 그 사람 죽일 수도 있을 것같이 딱딱했던 거. 그거 두부였구나. 그래도 다자이가 만든 것 중에 가장 맛있긴 했지. 나카하라는 저번 달쯤 다자이가 만들어온 누리끼리한 하얀 색 벽돌을 기억했다. 식칼로도 잘리지 않아 망치로 살살 부숴 먹어보았던 그것은, 고소한 맛이 있어 다자이의 요리치고 성공작에 들 만한 요리라고 칭찬하기까지 했다. 물론 더 이상 부서지지 않아 버렸지만 말이다.
“아, 오다사쿠 씨. 제가 만든 카레 드셔보시겠어요?”
“영광입니다.”
사카구치는 사양하지 않는 오다의 말에 크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가렸다. 나카하라는 점점 참기 힘들다는 듯이 자신에게 눈짓하는 사카구치에게 손을 내어 보이며 괜찮다는 듯이 그를 저지했다. 물론 자신도 야근으로 인해 그가 만든 카레를 제대로 먹어본 적은 없지만, 아직까지 그의 음식을 먹고 병원에 실려 간 적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다자이는 의기양양하게 카레를 밥과 함께 그릇에 담아왔다. 카레는 평범하게 노란빛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안에 든 내용물들은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이상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사쿠노스케 씨, 저는 먹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안고는 조용히 하게. 나도 회심의 역작이라 생각하는 음식이니까. 이번만큼은 성공일 거라고.”
오다를 만류하던 사카구치에게 쏘아붙인 다자이는 숟가락을 든 오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다는 걱정이 가득한 사카구치에게 ‘나는 어떤 카레든 좋아하니 괜찮다, 안고.’라고 말하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카레를 잘 비벼 한 숟가락을 입에 넣은 오다는 점점 씹는 속도가 줄어들어 잠시간 입에 카레를 문 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몇 분간 음식을 물고 있던 그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며 다시 음식을 씹었다. 그리고 그는 입에 물고 있던 음식을 어렵게 삼키는 듯 보였다. 오다는 카레를 삼키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 잠시간 멍하니 카레 그릇을 바라보다, 다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카레를 숟가락으로 뜬 오다는, 바들거리던 손에 들린 숟가락과 접시를 놓치고 그대로 식탁위에 쓰러졌다.
“사쿠노스케 씨!”
“오다사쿠 씨!”
다자이와 엉망으로 널브러진 접시와 그가 입으로 가져가려던 숟가락이 바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사카구치와 다자이는 식탁위로 쓰러져버린 오다를 흔들며 그가 완전히 정신을 잃지 않도록 그를 불렀다. 나카하라는 ‘아, 다자이 녀석 음식은 어디까지 가는 거냐고…….’라고 중얼거리며 의료팀에 응급 전화를 넣었다. 왁자지껄한 상황에서도 나카하라는 저 냄비 가득한 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며 잔뜩 화가 난 사카구치에게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다자이 씨, 이제는 사람도 죽이십니까?”
“이럴 줄 알았다면 안고나 먹일 것을 그랬어.”
혀를 차며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말하는 다자이의 말에 이를 갈며 화를 내던 사카구치는 침실로 옮겨지는 오다를 따라갔다. 그 와중에도 미안하다며 손을 모으고 있는 나카하라에게 ‘회장님은 이따가 따로 뵙겠습니다.’라고 살벌한 한마디를 남긴 그는, 이틀 뒤 오다가 깨어날 때까지 출근하지 않았고, 나카하라는 유급휴가와 함께 그의 집에 모든 몸 보신용 자양강장제를 보내두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 시켰다. 물론 사카구치가 제대로 화를 풀어낸 것은 다자이의 진심이 담긴 친필 사과문과 그가 요리를 아예 자제하기로 했다는 계약서까지 함께 받고 난 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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