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코요츄]계절의 한 조각

문스독/츄야른 2017. 6. 10. 22:04

오자키는 집에서는 항상 마루와 연결되는 큰 창을 열어놓는다. 그 사이로는 계절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또렷하게 수 있는데, 그는 유독 장마철이 끝난 여름의 저녁부터 가을이 넘어가는 계절에 마루에 앉아 풍경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항상 단아한 차림으로 마루에 앉아 뜨거운 차를 내려 다과와 함께 앉은 그의 뒷모습은, 마치 그 계절에 녹아든 풍경 그 자체였다. 츄야는 항상 그런 그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 그를 불렀다.

“오라버니.”

그는 츄야의 기척을 알면서도 막연히 그녀의 부름을 기다렸다. 그리고 츄야가 조심스레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가득 쌓인 목소리로 그를 부른 뒤에야, 그는 츄야를 돌아보았다. ‘오늘은 조금 늦었구나.’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물은 그는 곁으로 오라는 듯, 츄야에게 손을 내밀어 보였다. 그러면 츄야는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아 그를 일으켜 주었다.

“조금. 역시 시내를 나갔다 오면 해질녘에나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고개를 끄덕거린 오자키는 그녀를 마주보며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츄야는 그런 그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기다렸어요?’라고 물었다. 잔망스러운 그녀의 웃음에 마주 미소 지은 오자키는 ‘당연한 것을 굳이 묻는 구나, 배고프지는 않고?’라며 그녀를 부엌 쪽으로 이끌었다.

“그전에, 다녀왔습니다.”

츄야는 자신을 잡아 이끄는 그의 손을 당겨 그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인사를 건넸다. 오자키는 그의 말에 알아들었다는 듯이 미소를 띤 얼굴을 그녀에게 숙여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스스럼없이 그의 뺨에 입 맞춰오고는 두 뺨을 복숭아 마냥 붉히며 먼저 부엌으로 쏜살같이 가버렸다.

“아직도 적응을 못해서야...”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저으며 말하던 오자키는 그녀가 입 맞춰준 뺨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천천히 부엌으로 향했다.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건지 냉장고에서 채소를 꺼내던 츄야는 ‘그게 익숙해질리 없잖아요... 부끄럽다고요.’라고 반박하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그래. 츄야가 익숙해 하면 이제는 내가 적응을 못할 것 같구나.”

츄야는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 ‘익숙해 질 거거든요? 오라버니도 진짜.’ 라고 대답하며 차갑게 흐르는 물에 배추와 표고버섯 등을 깨끗이 씻어 헹궈내었다.

“오랜만에 스키야키네.”

미리 사다둔 고기를 꺼내놓으며 오자키가 말하자,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제 가을도 거의 끝나가잖아요.’라고 대꾸했다. 오자키는 ‘이제 마루에 창문을 열지 못하려나.’라고 물으며 그녀가 씻은 야채들을 정갈하고 능숙하게 썰어내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찬장을 열어, 전골냄비를 꺼내고는 그곳에 잘라놓은 야채와 고기를 가지런히 담아내었다.

“츄야, 곤약도 사다뒀는데.”

오자키가 깜빡했다는 듯 이야기하자,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냉장고를 열어 곤약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가 곤약을 찾아 건네자, 오자키는 그것도 같이 냄비에 넣고 만들어둔 육수를 부어넣은 뒤, 천천히 전골을 끓였다. 전골냄비는 금세 끓는 소리를 내며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츄야는 기대가 되는지, 계란을 꺼내서는 노른자를 따라내 작은 그릇에 담았다. 어수룩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실력에 노른자는 터졌지만, 그녀는 저번보다 깔끔히 해내지 않았냐며 그에게 자랑해 보였다.

“그러게, 저번보다 잘 분리했는데?”

오자키는 작은 인덕션을 꺼내고는 그녀가 분리한 노른자를 보며 웃었다. 츄야는 그의 쓰다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다음에는 안 터지게 해봐야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오자키는 어느 정도 끓은 전골냄비를 식탁으로 옮겼다. 빨갛게 불이 오른 인덕션이 냄비에 의해 가려지자, 냄비는 언제 불에서 떨어졌었냐는 듯 다시 끓어올랐다. 츄야는 기대되는 마음으로 냄비를 열었다. 따뜻하게 끓어오른 채소와 고기가 함께 익어가는 모습은 먹음직스러웠다.

“스키야키를 먹어야 겨울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자리에 앉은 츄야가, 젓가락을 건네는 오자키를 보며 말했다. 오자키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겹창을 놓고 문풍지를 다시 바를 때가 되었다는 말이지?’라고 하며 마루 쪽을 바라보았다. 츄야는 ‘아쉬워요 오라버니?’라고 물으며 먼저 야채를 끓는 육수사이에서 건져내었다.

“뭐... 계절이야 항상 돌아오니 괜찮지만... 내가 아쉬운 건 혼인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츄야 쪽인걸.”

츄야는 그 말에 노른자를 가득 묻힌 고기를 입에 넣다 말고 ‘그게 왜요. 오라버니도 츄야라고 부르시잖아요.’라고 대꾸했다. 코요는 채소와 고기를 천천히 건져 앞 접시에 담고는 ‘내가 다르게 부르면 먼저 기겁하는 아가씨가 누구였지?’라고 그녀에게 되물었다. 츄야는 반박조차 하지 못한 채로 음식을 우물거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물론 등 뒤에서 오라버니라고 부르는 츄야의 목소리도 좋지만.”

아까 자신을 부르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각나는지, 코요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 자신에게 온 12살 때부터, 그녀는 항상 자신의 뒤를 쫓아다니며 그를 불러대고는 했다. 아직도 애티가 벗겨지지 않은 그녀의 얼굴이 그 옛날을 상기시키는지, 코요는 대답을 피하려 입 안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는 그녀를 응시하며 미소를 띠었다. 츄야는 힐끔거리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입 안의 것을 전부 삼킨 뒤, ‘왜 그렇게 봐요. 나 안 말할 거예요.’라고 대꾸했다.

“츄야가 원하는 대로? 그럼 다음 해까지 기다리면 되려나.”

다시 고기를 건져내던 츄야는 그의 말에 입술을 비죽이며 ‘아니... 뭐 그렇게까지...’라고 웅얼거렸다. 코요는 그녀의 비죽이는 얼굴에 소리 내 웃으며 ‘그럼 오늘 밤은 기대해도 좋으려나.’ 라고 혼잣말 하듯 말했다. 츄야는 일부러 대답을 회피하며, 그에게 죽을 끓일 거니 어서 먹으라고 재촉했다. 코요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뗬다. 고기와 채소 국물이 우러난 곳에 다진 표고버섯과 하얀 쌀밥을 넣어 끓인 죽은 여느 때 먹는 죽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츄야는 연신 ‘이것 때문에 스키야키를 먹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몫의 죽을 전부 비웠다.

“디저트 먹을 배는 따로 남겨두고 먹었어야 할 텐데.”

코요의 말에 츄야는 ‘당연히 그건 따로 있죠.’라고 대답한 츄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 먹은 그릇을 치웠다. 어느새 져가는 노을은 이미 산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부엌 창문으로 보이는 밤하늘을 보던 츄야는 ‘낮이 짧아졌네...’라 중얼거리며 접시를 전부 개수대에 쌓아올렸다.

“이제 겨울이잖니. 츄야가 좋아하는 코타츠도 꺼낼 수 있겠구나.”

천천히 차를 우려낸 코요는 조린 밤이 들어간 아기자기한 화과자를 꺼냈다.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화과자는 이제 마지막 가을 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는듯, 떨어지는 단풍의 색을 띄고 있었다.

“오라버니가 좋아하는 가을이 가버려서 어떻게 해요.”

그의 허리에 팔을 감고 화과자를 구경하던 츄야가,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코요는 그의 물음에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고는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며 대답했다.

“츄야와 함께하는 계절이라면 어떤 계절이든 상관없단다.”

그의 대답에 벙찐 표정을 한 츄야는, 그가 자신의 표정을 보고 웃자 붉어진 얼굴을 감싸며 웃지 말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붉어진 얼굴은 쉬이 진정되지 않는지, 그가 쟁반을 들고 거실로 나갈 때까지도 발그스름했다.

“진짜, 날이 갈수록 능글맞아지시네.”

‘별로? 나는 맞는 말을 할 뿐인걸.’ 여유롭게 차를 따른 그는 화과자를 그녀의 앞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먼저 우러난 옅은 녹차를 먼저 그녀에게 건네고는, 자신은 좀 더 우려낸 녹차를 잔에 따라내었다.

“그래서, 겹창은 언제 꺼낼 거예요?”

아름다운 모양의 화과자를 천천히 자르던 츄야가 코요에게 물었다. 오자키는 열어둔 창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코타츠는 역시 다음 달에 꺼내야 하지 않겠니?’라는 우문을 내뱉었다.

“아니, 겹창 말이에요. 내가 언제 코타츠를 물었어요?”

코요는 그녀의 반박에 소리 내 웃으며 ‘돌려 말한 줄 알았잖니. 어릴 때 곧잘 그랬으니까.’라고 대답하며 차를 홀짝였다. 츄야는 속마음이라도 들킨 듯이 미간을 좁히고는 ‘여...여보는 무슨 내가 코타츠만 찾는 어린애인 줄 알아.’라고 대답하며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코요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도 안 되는 호칭에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아예 그에게서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지만 발갛게 물든 목 근처와 귀가 그녀가 한껏 부끄러워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 여보는 겹창을 물었는데, 내가 잘못 들었나보네.”

코요는 자신도 정말 오랜만에 써보는 그녀를 부르는 호칭에 가슴께가 간질거렸다. 차의 열기 때문일까, 조금 붉어진 뺨에 손등을 대던 코요는 더욱 붉어져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츄야를 보며 ‘여보?’라고 그녀를 다시 불렀다.

“아, 진짜! 못하겠어요!”

몸을 한껏 웅크리며 소리친 츄야는, 얼굴을 작고 하얀 두 손으로 가려버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코요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중에, 더 츄야가 익숙해지면 하자꾸나.’라고 말하고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는 한참 손에 얼굴을 묻은 채로 있었다.

“츄야, 보고 싶네, 갑자기.”

코요의 말에 마지못해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고개를 든 츄야는 ‘얼굴 엉망이야...’라고 뭉개지는 발음으로 중얼거렸다. 오자키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술이 있을법한 그녀의 손 위에 가볍게 입 맞추고 떨어지고는, ‘화과자는 마저 먹어야지.’라고 말했다.

“오라버니 때문에 못 먹어요...”

손을 떼어낸 츄야는 한껏 새빨개진 얼굴을 드러내었다. 코요는 그런 츄야가 익숙한지, 포크를 손에 쥐어주며 ‘먹여주길 원하는 걸까, 우리 츄야는.’이라 말하며 그녀를 재촉했다. 츄야는 그의 말에 포크로 화과자를 떠내 한입 먹었다. 그런 츄야를 바라보던 코요는 ‘츄야의 얼굴이 단풍이나 다름이 없으니 내가 가을을 그리워할 새가 없구나.’라고 말하고는 그녀를 빤히 응시하였다. 츄야는 그를 흘겨보며 입에서 녹아내리는 화과자를 삼키고는 입술을 떼었다.

“나는 온 계절이 다 있는 것 같은데.”

그녀의 말에 눈을 크게 뜬 채로 그를 바라본 코요는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츄야는 그의 환한 미소에 시선을 피하며 화과자를 포크로 찍어내어 입으로 가져갔다. 달달하게 조려진 밤이 입 안에 굴러다는 것을 핑계로 아까 발음했던 호칭을 되새기던 츄야는, 뺨을 스쳐지나간 코요의 시원한 손에 그를 응시하며 마지못해 베시시 웃어보였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한 발자국 다가오는 늦가을이었지만, 이곳은 눈이라도 덮여진 듯 포근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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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