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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빠, 파파. 오늘 무슨 날이야?”
1년에 몇 번 올까 말까한 레스토랑 라운지를 둘러보던 레이카는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에 손을 대길 앞서, 먼저 입술을 뗐다. 레이카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유채 소스를 곁들인 와규 안심 스테이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응시했다.
“왜 그러지? 레이쨩이 제일로 좋아하는 레스토랑이잖아.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프랜시스는 그녀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레이카는 그의 말에 더욱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은채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피츠제럴드 가족 중 자신만이 좋아하는 이 레스토랑에, 저 두 사람이 먼저 가자고 말해주는 것은 거의 자신의 생일이나, 특별한 경우 빼고는 거의 없었던 터였다. 레이카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풀지 못하고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서... 평소에는 여기에 관심도 없던 두 분이 여기 오자고 하는 거면 다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무슨 사고를 치신 거예요?”
‘하하, 설마 동생이라도 생겼다거나-. 농담도.’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저은 레이카는, 정말 말도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해 말하며 두 번째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레이카의 앞에 앉은 두 사람의 표정은 심상치 않아 보였다. 레이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둘을 보며 씹던 고기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 때문인지 막히는 목에 가슴을 치며 물을 들이키고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둘을 응시하며 ‘설마 그거야?’라고 물었다.
“응, 동생. 생겼더라.”
그녀의 물음에 먼저 답한 것은 츄야였다. 레이카는 그런 그의 대답에 남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웨이터가 들어와 물을 다시 채워주고 나갈 때까지, 잠시간의 정적이 이어졌다.
“저기... 두 분? 내가 몇 살이지? 이제 성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요? 그런데 뭐? 동새앵?”
레이카는 둘을 바라보며 쏘아대듯 말하다가 다시 고기를 썰어 입에 넣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입안에서 사르르 녹던 고기가 껌처럼 질겅질겅 입 안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었다. 츄야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그래도... 생겨버린 걸 어떻게 하냐. 그냥 그러려니 해.’라고 대답하며 등을 편히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좀 계획적이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두 분 성생활에는 관심 없는데 이렇게 알아버려야 하겠냐는 말이죠. 그래서 저번에 제가 응? 그랬잖아요?”
미소 지으며 말하던 레이카는 다시 입에 큼지막한 고기를 썰어 넣고는 ‘콘돔 좀 잘 쓰라니까...’라고 중얼거리며 둘을 흘겨보았다. 츄야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한숨을 쉬며 ‘저 애는 무슨 못 하는 말이 없냐...’라고 중얼거리고는 옆에 앉은 프랜시스를 응시했다.
“그래서 레이쨩은... 동생이 싫니?”
‘아니, 완전 좋아. 근데 내가 5살 때 동생 가지고 싶다고 할 때는 어쩌고 지금 이렇게 오냐고. 응?’ 레이카는 연신 그에게 쏘아붙이며 입 안에 든 고기를 오물거렸다. 프랜시스는 그런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는 것인지 헛기침을 하며 ‘레이쨩, 사람 일이란 게...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다.’라고 말하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여튼. 동생 생겼다. 야, 그리고 그런 말부터 하기 전에 축하하는 것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츄야는 입술을 비죽이며 레이카를 바라보았다. 마치 삐지기라도 한 듯한 츄야의 표정에, 레이카는 흠칫 놀라며 ‘아니... 축하는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빠 축하해...?’라고 말하고 앞에 놓인 그의 손을 잡았다. 츄야는 그런 레이카의 손을 잡으며 ‘나라고 안 놀랐겠냐? 오늘 알고 기절초풍 했다고.’라고 하며 오늘 낮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근데 솔직히... 내가 본 분위기로만 봐도. 동생이 안 생기는 게 이상했지.”
디저트를 시킬 요량인지, 메뉴를 뒤적거리던 레이카는 둘을 메뉴판 너머로 바라보며 말했다. 츄야는 그녀의 눈초리를 피하며 ‘아니... 너 낳을 때 너무 아파서 다시는 안 낳으려 했어.’라고 말했다. 프랜시스는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지, 고개를 저으며 ‘엄청 조심했지.’라고 중얼거렸다.
“그럼 지금은 안 아플 것 같아? 아빠 얼굴은 동안이어도 나이 들어서 힘들 거라고.”
아픈 곳을 찌르는 레이카의 말에 ‘너...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젊었을 때보다야 힘들기야하겠지만 할 수는 있다고.’라고 받아친 츄야는 프랜시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여차하면 그의 머리채를 잡으면 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츄야가 말하면 뭐든 진담 같다니까. 방금 조금 무섭기까지 했어.”
식은땀을 닦는 시늉을 하며 웃은 프랜시스는 그의 반응에 키득거리는 레이카를 보며 마주 웃었다. 츄야는 그런 둘의 웃음에 ‘진담인데?’라고 말하며 잘라낸 새우테린에 칠리소스를 묻혀 입으로 가져갔다. 그의 한마디로 식탁의 분위기는 묘하게 흘러갔다. 순간 싸해진 분위기를 뚫고 나온 것은 레이카였다.
“파파... 힘내? 레이쨩은 동생이 보고 싶어.”
‘이번에는 아빠를 닮았으면 좋겠다. 나는 파파를 닮았으니까.’ 산딸기 밀푀유를 주문한 레이카는 턱을 두 손으로 괸 채 츄야를 바라보며 말했다. 순간적으로 넘어간 분위기에 프랜시스와 레이카를 번갈아 보던 츄야는, ‘그러게. 나도 보고 싶네. 츄야를 닮은 아이.’라고 말하며 미소 짓는 프랜시스의 표정에 피식 웃었다.
“둘 다 진짜... 됐어. 나만 볼 거야.”
낯간지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힌 츄야는 고개를 돌린 채로 뺨을 긁적였다. ‘응? 아니지, 나와 함께 봐야지? 평생 함께 할 텐데.’ 능글거리는 말투로 그의 턱을 그러잡아 돌린 프랜시스는 큰 손에 한 번에 잡힌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 귀엽다는 듯이 이마에 입 맞춰주었다. 그 둘을 앞에서 보던 레이카만이 ‘아... 저 바퀴벌레 부부.’라고 중얼거리며 밀푀유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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