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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유리창에서 침대에 그대로 내리 쬐는 햇볕이 눈을 찌르듯이 츄야를 괴롭혔다. 츄야는 미간을 찡그리며 이불을 덮어 쓰고는 ‘프랜시스... 저것 좀 어떻게 해봐...’라고 웅얼거리며 그가 누워있을 자신의 옆자리를 더듬거렸다. 하지만 옆자리에서 만져지는 것은 그저 시트의 감촉뿐이었다. 츄야는 의아하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아무도 없이 비어있는 옆자리는 누가 있었던 흔적마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츄야는 잠결에 흐트러진 머리를 헤집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츄야, 왜 그래.”
그가 그렇게 찾던 프랜시스는 샤워가운을 걸친 채로 여유롭게 양 손에 머그컵을 들고 들어왔다. 츄야는 그런 그를 보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당신?’이라 물으며 비몽사몽한 얼굴로 그가 들고 온 머그컵을 하나 받아 들었다.
“나는 항상 출근하니까 이정도 시간에 일어나는 걸?, 츄야가 늦게 일어나는 편이지.”
‘푹 자는 걸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프랜시스는 다시 자신의 자리에 걸터앉으며 그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츄야는 적당하게 씁쓸한 커피의 향에 잠이 깨는지 아까보다는 멀쩡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 오늘 가서 블라인드부터 사야겠다. 왜 처음 이사 올 때는 바보같이 그 생각을 못했지? 저 망할 유리창이 침대 바로 옆에 그것도 양 쪽으로 있는데.”
츄야는 그를 바라보며 연신 투덜거리고는 다시 커피를 홀짝였다. 프랜시스는 그의 까치집이 된 머리칼을 쓸어주며 ‘그거야 츄야가 이 펜트하우스를 제일 마음에 들어 했으니까? 우리가 둘러봤던 곳 중에서 가장 좋아했잖아.’라고 대답했다.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하면서도 ‘그래도 이런 햇빛을 아침부터 받는 건 너무하다고.’라고 하며 머그컵을 침대 옆 베드 테이블에 내려두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이사한 것도 오랜만이고 이제 집 정리도 다 됐으니 파티라도 할까.”
‘무슨 정신없게 파티야. 그냥 밥이나 먹어.’ 츄야는 뒤늦게 좋은 아침이라 인사하고는 그의 뺨에 입맞춰주며 대꾸했다. 프랜시스는 그의 반응에 ‘단 둘이서 하는 파티도 정신이 없으려나?’라고 물으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뺨에 마주 입 맞췄다. 츄야는 단 둘이라는 말에 혹 한 것인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짐 정리도 끝났고 이제 주방만 대충 정리하면 이사는 전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랜만에 둘의 시간이기도 하고 새 집에서 어떻게 놀지 생각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주방부터 정리해야해. 당신이 전부 뜯어 고쳐서 나 잘 모른단 말이야.”
프랜시스는 츄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나도 당신이 드레스 룸을 전부 뜯어 고쳐서 고생 깨나 했지.’라고 대꾸하고는 피식 거리며 웃었다. 츄야는 그의 대답에 놀리는 거냐고 물으며 웃는 그를 밀어내고는 자기 넥타이 정도는 알아서 찾을 줄 알라며 소리쳤다. 프랜시스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내가 찾아오고 츄야가 매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라고 말하고는 등짝이라도 맞을 세라 재빠르게 침대위에서 일어났다. 츄야는 그런 그를 보며 ‘내가 언제 매준데? 진짜 혼자 다 해먹네.’라고 말하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
“우리 언제 이렇게 후라이팬을 많이 샀어? 나 포트메이슨 그릇 세트 밖에 산 기억이 없는데.”
‘게다가 이 나이프 세트는 뭐고. 내가 레스토랑에서 쓰는 것만큼 종류가 많잖아.’ 츄야는 정리된 주방으로 바라보며 하나하나 꼬집듯이 그에게 물었다. 프랜시스는 ‘당신이랑 맛있게 요리해 먹으려고 산거지? 그리고 저건 프로용이 아니라 가정용이라고 당신 나이프랑 비교하면 슬프지.’라고 대답하며 나무 도마 위에 오른 고기에 후추와 소금 한 꼬집을 뿌렸다. ‘말이나 못 하면.’ 츄야는 그런 그의 옆에서 감자를 씻어 내어 그의 도마 옆에 놔두고는 자신은 샐러드라도 만들 생각인지 양상추를 꺼냈다. 프랜시스는 아까까지 츄야가 말한 후라이팬들 중 하나를 꺼내 불 위에 올리고 달궈진 팬 위에 올리브 오일을 부었다.
“츄야, 그 감자들 얇게 슬라이스 좀 해줄 수 있겠어?”
새 도마로 씻은 야채들을 먹기 좋게 자르고 그릇에 옮긴 츄야는 그의 말에 ‘그라탕 하게?’라고 묻고는 감자를 능숙하게 슬라이스 하기 시작했다.
“응, 슬라이스만 해주면 내가 할게. 당신이 좋아하잖아.”
츄야는 그의 말에 ‘뭐... 잘 먹긴 하지.’라고 중얼거리고는 붉어진 뺨을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살짝 틀어 후라이팬에 기름을 골고루 두르고 있는 그에게서 얼굴을 감췄다. 흥분해서있지 그의 칼 놀림은 더욱 빨라져 도마를 탕탕 내려칠 정도로 소리가 커졌다.
“츄야,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 도마까지 자르는 건 아니지?”
프랜시스는 그를 살짝 돌아보며 말하고는 달궈진 팬 위로 고기를 얹었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 고기는 맛있는 향을 내뿜었다. 츄야는 그런 고기의 향에 다 썬 감자를 내버려두고는 그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후라이팬을 바라보았다.
“흐응... 새로 산 후라이팬이 좋기는 좋은 가본데?”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험하다며 그가 고개를 내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고기를 뒤집고는 칼등으로 으깨놓은 마늘을 넣고 미리 따다 둔 로즈마리도 넣은 뒤 흘러나온 기름을 계속해서 고기위로 끼얹었다.
“당신은 요리를 어디서 배웠다고 했지?”
능숙하고 여유롭게 기름을 고기 위로 끼얹는 그에게 츄야가 물었다. 프랜시스는 그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어릴 때 이것저것 해볼 때?’라고 대답하고는 다 익은 듯한 고기를 접시위로 옮겼다. 츄야는 ‘쉐프를 했어도 잘 어울렸을 것 같은데.’라고 말하며 자신이 썬 감자 쪽으로 다가가는 그를 따라갔다.
“그랬다면 지금쯤 츄야와 이렇게 매번 시간도 안 보내고 요리 연구에 열중하고 있지 않았을까?”
츄야는 그라탕 그릇을 꺼내며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그를 프랜시스를 바라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에게 ‘그래서 그렇게 땡땡이를 치셨나, 회장님?’이라 말하며 그의 옆구리를 찔러대었다. 프랜시스는 그가 웃으며 하는 말에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못한 채로 감자를 차곡차곡 그릇 안에 정리해 넣으며 같이 웃었다.
“당신이면 충분히 잘 빠져나와서 날 만나러 왔을 거야. 물론 같은 레스토랑이었다면 시도 때도 없이 주방에서 싸웠겠고.”
츄야는 양파 줄기를 다져 넣는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동의 하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파슬리와 통후추 몇 알을 넣고는 파마산 치즈를 두 스푼 뿌리고 그 위로 조심스레 우유를 부었다. 그가 오븐에 들어갈 그라탕의 준비를 마치자, 츄야는 그것을 자신이 만든 것인 양 오븐 안에 넣고는 도마를 치우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집에 오면 요리하기 싫던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 간장 등을 꺼내 샐러드드레싱을 만들던 츄야는 고기를 먹기 좋게 썰어 그릇에 담는 그에게 말했다. 프랜시스는 ‘그게 프로와 취미로 하는 사람의 차이 아닐까.’라고 하며 다 쓴 도마를 싱크대에 넣고는 그의 정수리에 입 맞춰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드레싱이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쉐프님께서 휴일에 직접 만들어 주시는 거지?”
츄야는 그의 말에 웃으며 팔꿈치로 그를 툭 치고는 ‘당신이 좋아하는 건 내가 잘 아니까.’라고 대꾸했다. 그리고는 아까 만들어둔 샐러드 그릇에 드레싱을 부어 샐러드를 섞었다.
“나도 당신이 좋아하는 건 꿰고 있는데 말이야. 이정도면 우리 참 잘 맞는 커플 아닌가?”
츄야는 마치 18세 남고생이나 할 법한 대사를 치는 그를 바라보며 소리 내 웃고는 능글맞게 웃는 그의 얼굴을 밀어 내었다. 그러면서 ‘그런 말은 어릴 때나 해대지 왜 지금 와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고는 허리에 팔을 두르고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목에 팔을 감아 가볍게 입 맞추고 떨어졌다. 프랜시스는 같이 소리 내 웃으며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어릴 때는 츄야가 없어서 못했지.’라고 대꾸했다. 그리고 만들어둔 스테이크 소스와 고기를 식탁에 올려두며 그를 부르고는, 와인 샐러를 열어 와인을 꺼냈다. 샐러드, 감자 그라탕, 스테이크와 둘 다 선호하는 가벼운 와인까지 준비한 둘은 자리에 앉았다.
“대접 받는 기분인데? 마음에 들어.”
‘이래서 손님들이 우리 레스토랑에 오는 건가 본데.’ 츄야는 냅킨을 허벅지 위에 덮어두고는 반짝이는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프랜시스는 ‘그건 츄야의 음식이 맛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고 말하며 그가 만든 샐러드부터 자신의 접시에 한가득 옮겨 담았다. 츄야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맛없으면 왜 먹겠어. 당신도 자주 오잖아. 아, 근데 올 때마다 나 좀 그만 불러. 일하는데 방해돼. 처음에는 컴플레인인 줄 알고 싸우러 갈 뻔 했잖아.’라고 투덜거리며 그릇에 떠놓은 그라탕을 떠먹었다.
“그래서 쉐프 모자도 벗고 나온 거야? 무서운데.”
그는 말과 다르게 웃는 얼굴로 말하고는 소스를 찍은 고기를 한 입 물었다. 츄야도 매우 만족스러운지 ‘당신도 은퇴하고 할 일 없으면 주방으로 올래? 와서 고기 좀 구워.’라고 하며 다시 고기를 포크로 찍었다. 프랜시스는 고개를 저으며 ‘침대에서도 감당이 안 되는 애인의 체력을 주방에서 까지 느끼기는 싫어서. 그리고 은퇴까지 하고 또 일을 하라고? 나는 싫은데.’라고 말하고는 피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츄야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당신도 예전에 비해서 좀 덜하지?’라고 비꼬며 대답한 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을 응시하였다.
“그런 말은 아니었는데... 오늘 시험해 봐야 알지 않을까?”
프랜시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츄야는 ‘일단 밥은 다 먹고. 이거 안 먹으면 당신의 팔팔한 어린 애인도 기절한다고.’라고 대꾸하고는 그에게 어서 더 먹으라는 듯 손짓했다. 프랜시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프랜시스는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썰어 맛있게 먹는 그를 보며 귀여운지 눈을 떼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반쯤 마신 와인 잔을 살짝 기울이며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 말하기 시작했다.
“요즘 당신 레스토랑, 무척 유명세를 타고 있던데... 걱정하던 것 치고는 잘 안착했네?”
츄야는 갑작스럽게 묻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뭐, 입소문 잘 타면 이 동네는 그래도 괜찮을 테니까. 오래 자리만 잡고 있으면 소용이 없잖아.’라고 대꾸하고는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냐며 그에게 물었다.
“아니, 우리 이제 같이 오래 살기도 했고... 당신도 초창기보다는 안정적이게 되었으니까. 결혼 할까했지.”
마치 ‘내일 아침에는 된장국이 좋겠어.’ 라고 말하는 듯한 그의 말은, 다소 충격적인 말이었다. 츄야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사례가 들렸는지 가슴을 쳐대며 기침했다. 그의 반응에 놀란 것은 프랜시스였다. 그의 등을 쳐주며 괜찮은지 묻던 그는 ‘당신 미쳤어? 아니 잠시만 그거 프러포즈 맞는 거지? 죽을래?’라고 소리치는 그에게 진정하라는 듯이 등을 쓸어주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잖아. 아, 반지라면 저 안에 미리 사둔 게 있는데. 당신이 저번에 식상하게 프러포즈하면 죽여 버린다고 으름장을 놔서 무서워서 안 꺼냈어.”
‘그래도 그렇지 언질이라도 좀 넣으라고! 사람 놀라게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등을 토닥여주는 그의 가슴팍을 퍽퍽 치던 그는 진정된 듯 한숨을 내쉬며 그를 흘겨보았다. 프랜시스는 ‘자, 이혼 경력은 있지만 나는 츄야에게 좋은 남편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츄야도 나에게 과분한 남편이지만 말이야.’라고 말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츄야는 ‘진짜...저 입을 꿰맸어야 하는데...’라고 중얼거리고는 눈높이를 맞춰 숙인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럼 당신이 하는 그런 말에 ‘싫은 데요?’라고 할 줄 알았어? 빨리 반지나 가지고와 이 아저씨야!”
프랜시스는 자신을 때리며 소리치는 그의 말에 활짝 미소 짓고는 그의 이마에 입 맞춰주었다. 츄야는 소리치다가 그가 입 맞추려는 듯 고개를 숙이자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의 입술이 닿는 곳이 자신의 입술이 아닌 것을 깨달고는 그를 밀어내며 목에 팔을 둘러 안고 끌어당겨 그의 입술에 도장을 찍듯 입 맞췄다.
“프러포즈 하고 거기다가 입 맞추는 사람이 어디 있어... 바보야?”
프랜시스는 입술을 떼며 중얼거리는 그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금 피식 소리를 내며 웃고는 그의 입술에 여러 번 입 맞춰 오며 그를 끌어안아 들었다. 츄야는 갑자기 들린 몸에 무슨 일이냐는 듯이 그를 바라보며 ‘어...어디가 밥 먹어야지!’라고 말하며 버둥거렸다.
“반지는 침대에서 받아야지?”
츄야는 그의 말에 밥도 안 먹고 이러는 것이 어디 있냐고 소리치며 그의 품에서 버둥대었다. 하지만 프랜시스는 아이를 달래듯 ‘그래, 이제부터 여기 있다고 하면 되겠네.’라고 대꾸하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문이 닫히면서 츄야의 소리침은 그에 의해 묻혀 들어갔는지 점점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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