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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계절의 한조각을 잘라내었다,' 라는 진단에서 나온 사과 무스와 오늘 진단의 말차 몽불랑을 넣어 글을 썼습니다. 오다안고 제발 행복하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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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주는 눈인사와 작업 중인 자신을 힐끔거리는 눈빛, 그리고 그 다음 주의 첫 날은 아망드 쇼콜라. 두 번째 날은 레몬 마들렌, 세 번째 날은 피스타치오 마카롱과 라즈베리 마카롱, 그리고 벌써 찾아 온지 한 달이 된 지금은 온전한 케이크 한 조각이 서비스로 나왔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듯 보이는 무스케이크를 가만히 바라보던 제철인 사과 무스라며 설명을 해주는 알바생을 보던 사카구치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다시 알바생에게 접시를 건넸다.
“저... 항상 챙겨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이러면 제가 죄송해서 면목이 없습니다.”
“에이, 선생님께서 항상 찾아와 주셔서 사장님도 기쁜 마음에 준비하시는 걸요. 죄송해하실 필요 전혀 없어요!”
밝게 웃으며 손을 내젓는 알바생은 사카구치의 은근한 사양에도 불구하고 접시를 그대로 그의 앞에 둔 채로 카운터로 돌아갔다. 오늘은 조금 이르게 주방 일을 마친 것인지 카운터에 나와 있던 사장은 알바생이 밝게 웃는 것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사카구치는 건네받은 사과 무스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철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캐러맬 때문인지 장식 된 슬라이스 사과는 보기 좋은 금빛을 띄고 있었다. 사카구치는 뭔가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라도 된듯 마음이 무거웠다. 알바생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사장이라는 남자는 자신의 무거운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 가만히 사과 무스를 바라보던 사카구치는 차마 무스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카운터 쪽을 힐끔거렸다. 그러다가 눈이 마주친 남자는 특유의 옅은 미소를 띤 채로 고개를 까닥여 인사했다. 그런 그에게 서비스직의 미소를 지으며 마주 고개를 까닥인 사카구치는 심란해진 마음으로 포크를 들었다. 아삭거리는 슬라이스 사과를 포크로 조심히 입으로 가져간 그는, 겉에 입혀진 캐러멜이 사과를 더 돋보이게 한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디저트를 음미했다. 부드러운 커스터드와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사과 조각,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바삭한 크럼블의 조화가 잘 어울려진다고 생각하던 그는, 무스의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다시 한 조각을 잘라내 입에 담았다.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이 아쉬울 무렵, 눈이 마주친 남자는 가만히 디저트를 먹는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카구치는 마주친 눈을 피할 새도 없이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마주하는 시선을 먼저 피한 것은 그 남자 쪽이었다. 남자는 무안하게 시선을 밑으로 깔고는 사카구치의 시선이 거두어질 때까지 이리저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던졌다. 사카구치는 어린 아이처럼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그의 모습이 답지 않게 귀엽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 남자가 자네에게 수작 부리는 것 같다고?”
“아니...수작까지는 아니고... 그냥 관심은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야, 그 사람도 그 사람인데 니도 관심 있는 것 같은데?”
‘뭐... 관심정도야 가벼운 거죠.’ 오랜만에 모인 나카하라와 사카구치, 다자이는 맥주를 홀짝이며 서로의 근황을 주고 받았다. 그 와중에 그들의 시선이 모인 곳은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카구치의 새로운 연애 근황이었다. 사카구치는 그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손을 내저어 보였지만, 그 한순간을 놓치지 않은 하이에나들은 그에게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잘 생겼나?”
“네 취향이냐? 아니 근데 너도 취향이라는 게 있었구나.”
“그거 실례입니다만.”
사카구치는 그들의 집요한 질문에 한숨을 내쉬며 마지못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집 근처에 연지 1년이 넘어가는 카페의 주인이었는데, 사카구치가 작업을 하기위해 방문 할 때마다 주문한 음료 외에 서비스를 많이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생각보다 별거 없는 이야기에 다자이는 사카구치가 전혀 잘 못 짚었다는 듯이 손을 내저어 보였다. 다자이는 ‘그 정도는 단골이라면 충분히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안고도 이런 거에 두근거리면 어쩌자는 건가?’ 라고 말하고는 관심이 떨어졌다는 듯이 안주로 나온 마른 오징어를 질겅거렸다. 나하라는 그런 다자이의 불량한 태도에 더 들어보기라도 하자며 그의 어깻죽지를 아프지 않게 때려 그를 일으켰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그런 서비스를 한 달 내내 주는 가게는 본 적 없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
첫 일주일은 그저 마주치면 눈인사를 하는 정도였다. 매일 같은 시간 나오는 구운 과자들과 케이크들을 진열하던 그는, 사카구치가 들어오면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큰 덩치에 검은색 린넨 앞치마를 걸친 것도 잘 어울리던 남자는, 그가 오면 직접 원두를 갈아 드립커피를 내려 주었다. 원래 직접 전부 하시는 거냐고 물을까 했으나, 주방에서 나온 알바생이 ‘사장님, 지금 머랭이 죽어가는 데요?’라는 말에 허둥지둥 주방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원래 그가 있을 곳은 주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네가 오면 항상 카운터에 나와 있다는 거지? 거참 얼굴 좀 보고 싶네.”
사카구치는 나카하라가 구운 오징어를 가위로 석둑석둑 잘라내며 하는 말에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보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라고 물었다. ‘뭐 내가 어쩔게 있나, 그저 우리 안경 선생이 좋다는 남자 얼굴만 봐도 흑자지.’라고 대꾸한 나카하라는 자신이 대신 말을 전해줄까라고 묻는 다자이에게 허튼 훼방 놓지 말라 경고했다. 사카구치는 그런 둘을 바라보며 연애가 전부 이렇다면 절대 사양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새 맥주 캔을 땄다.
“뭐, 만일 그게 안고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해도 안고가 좋다면 한번 밀어보는 것도 좋지 않나?”
‘그러다가 몸정 먼저 들 수도 있지만-.’ 손이 심심했던 것인지 땅콩을 하나하나 까기 시작한 다자이가 태평하게 이야기하자 나카하라가 그의 등짝을 아프게 내려쳤다. 안고는 잘했다며 더 때리라고 말하고는 ‘그게 쉬웠으면 벌써 사귀었습니다.’라고 무던하게 대꾸했다. 특히나 사람 만나는 일이 적은 작가이다 보니 항상 만나는 사람만 만나는 그였다. 새로운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걸었던지 기억을 더듬어보던 사카구치는 업무 차원이 아니라면 그런 일은 있지도 않았던 지라 생각을 빠르게 접었다.
“뭐... 그래 너도 좀 사람 만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렇게 방구석 폐인이 안 되려고 밖에 나가서 작업하는 거 아니었냐?”
나카하라는 흘러내린 앞머리를 아무렇게나 묶어 올린 사카구치를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정곡을 찔린 사카구치는 나카하라에게 ‘그래도 일은 빈틈없습니다. 마감도 꼬박꼬박 맞추는데 작가의 소양은 이정도면 합격 아닙니까.’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나카하라는 맞는 말에는 동의를 해주어야 한다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래도, 좋은 글을 위해서 경험한다고 생각하지 안고?”
“제가 뭘 쓰는지는 알고 하는 소리입니까, 다자이씨.”
인기 미스터리 수사물 작가 사카구치 안고는 ‘그 남자가 다음 용의자로 점찍어둔 남자입니까.’라고 장난스레 물으며 피식 웃었다. 사카구치의 답지 않은 장난에 같이 키득거리며 웃은 나카하라는 후속 작품으로 연애 소설이라도 써보라며 그를 부추겼다. 사카구치는 나카하라의 시시껄렁한 말에 웃으며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손을 내저어보였다. 사카구치는 거의 빙가는 맥주를 홀짝거리며 진짜 연애 소설을 쓰기 전에 그 남자와 단판이라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은근하게 넘어간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다자이와 나카하라의 말을 경청했다.
***
“오늘은 좋은 밤이 들어와서 말차 몽블랑이시라고 하시네요. 저도 아까 먹어봤는데 밤이 정말 맛있어요!”
사카구치는 특유의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설명하는 알바생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또 뭔가 거창한 게 나왔다. 사카구치는 그가 건네는 접시를 바라보며 이걸 어쩌면 좋은지 부터 생각했다. 보드라워 보이는 아래 케이크의 위에는 진한 말차의 색을 담고 있는 크림이 꽤나 정성을 들인 것인지 가지런한 모양으로 쌓여 있었다.
“저... 성함이...”
“아, 나카지마입니다.”
꽤나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던 알바생은 ‘부탁하실 일이라도 있으실까요?’라고 사카구치에게 되물었다. 사카구치는 가만히 접시에 담긴 몽블랑을 바라보다 마음을 다잡기라도 하는 듯 결의에 찬 표정으로 다시 나카지마를 올려다보았다.
“사장님 좀 불러주시죠.”
나카지마는 사카구치의 부탁이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그런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카구치는 당황하여 자신의 말을 확인하려는 듯이 ‘네?’라고 반문한 나카지마에게 다시 사장님을 불러 달라 부탁한 뒤, 몽블랑 접시를 자신의 앞에 놓았다. 나카지마는 최대한 빠르게 주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사카구치가 커피를 홀짝이고 있을 무렵, 주방 안에서는 조금 큰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지 굳이 돌아보지 않은 사카구치는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생각하며 가을 낙엽이 조금씩 흩어지고 있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부르셨다고 하셔서 왔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무던했다. 사카구치는 급하게 나온 것인지 뺨 안쪽에 미처 지우지 못한 밀가루 자국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사카구치가 앉으라고 이야기하자,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의 앞자리에 조심스레 앉았다. 남자는 안절부절 못하는 눈치였다. 그저 카운터 쪽 나카지마만이 시선을 던지는 그에게 응원의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사카구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짙은 초록빛의 말차 몽블랑을 응시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시다면... 제가 바꿔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몽블랑이 문제라고 생각한 것인지 죄인처럼 앉아있던 그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사카구치는 그런 그의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몽블랑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로 ‘성함, 어떻게 되실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남자는 불안함에 모으고 있던 큰손을 꼼지락거리며 ‘오다 사쿠노스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오다씨, 제가 여기서 먹은 디저트 값만 해도 꽤 나가겠더군요. 오다씨의 솜씨가 나쁜 것도 아니어서 더 죄책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려고 드린 것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사카구치는 뒤의 말을 잇지 못하며 마치 혼나는 아이라도 된 듯 고개를 숙이는 오다를 바라보며 정말 답지 않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커피를 홀짝이던 사카구치는 포크를 들어 과감하게 말차 몽블랑을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 말차가 섞이지 않아 흰 부분의 크림이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아 내렸다. 안고는 역시 맛있다며 중얼거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고수하려 하며 그에게 ‘그래서 그런데, 언제 퇴근 하시나요? 식사라도 같이 하고 싶어서 여쭙는 겁니다.’라고 먼저 선수를 치듯이 물었다. 오다는 그의 질문에 놀란 듯이 고개를 퍼득 들었다. 안고는 다시 몽블랑을 크림과 가득 떠 입에 넣고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야...카페가 끝나면...아니 지금도 될 것 같습니다.”
귀를 이쪽으로 집중하고 있던 것인지 나카지마가 멀리서 그에게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다녀오라고 그에게 전하는 모습을 힐끔이던 오다는 그에게 ‘저는 언제든지 괜찮습니다.’라고 대답을 바꾸었다.
“제 이름은 사카구치 안고입니다.”
그가 만든 단 것에 길들여지기라도 한 건지 움직이는 포크를 멈추지 못하고 말한 사카구치는, 오다를 마주보며 ‘주신만큼 식사를 대접할 생각이니까 사양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했다. 경고조인 말투였지만 그의 표정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오다는 손을 뻗어 그의 입가에 묻은 크림을 닦아내 주고는 ‘저야말로 사양하기 싫습니다만.’이라 대꾸하며 평소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순간 가까워진 얼굴과 큰 손에 놀란 것인지, 다른 두근거림 때문인 것인지 얼굴을 붉힌 사카구치는 ‘무엇을 드려도 잘 드셔주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라는 오다의 말에 대답 없이 몽블랑 안의 밤을 한입에 넣어버렸다. 포슬포슬, 가슴에서 흩어지는 조각들이 무엇인지 알아가던 그는,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에 입을 열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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