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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결국은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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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하라와 다자이는 생각지도 못한 당사자의 연락에 나온 지 벌써 30분이 흘러가고 있었다. 앞에 놓인 커피를 바라보며 석고대죄라도 하는 것일까, 다자이는 정적을 참다못해 ‘오다사쿠, 무슨 일이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 오다는 그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녹아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컵을 손에 쥔 채 고민하던 그는, 답답하다며 어서 말하라는 나카하라의 추궁에 굳게 닫혀있던 입술을 겨우 떼었다.
“내 생각이지만... 안고가 요즘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불렀다. 둘은 안고와 같은 학교이니 힘든 일이 있으면 쉽게 알 수 있지 않나?”
오다의 진지한 말에도 불구하고, 나카하라는 어련하겠냐는 표정을 지은 채로 한숨을 내쉬며 빨대를 잘근거렸다. 다자이는 차마 겨우 그것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있었는지 물을 수 없어 그에게 ‘안고? 별일 없는 줄 알았는데. 오다사쿠가 알아챌 정도면 무슨 일이지?’라고 되물었다. 오다는 다자이의 물음에 한숨과 함께 천천히 몇 가지 정황을 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카구치는 비록 아침과 점심은 회사를 다니는 오다와 먹지 못하니 수업이 끝나고 저녁만큼은 그와 같이 먹곤 했는데, 요즘은 계속해서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며 식사 자리를 피해 다녔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사왔다고 말해도 눈길 한번을 안 주고, 자신이 들어오지도 않은 초저녁인데 먼저 잠자리에 들어버린 적도 횟수가 많아지고 있으며, 게다가 주말마다 어딘가 가기 시작한 듯한데, 행선지를 물으니 얼버무리며 나간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다자이와 나카하라는 마치 드라마에서나 봤던 바람피우는 애인의 정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그의 설명이 믿기지 않는지 잠시간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켰다.
“오다사쿠...그게... 내 생각에는 안고가...”
“바람피우는 거 아니냐.”
선수 치듯 다자이보다 먼저 말한 나카하라의 말에 미간을 좁히던 다자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고지식한 사카구치가 그런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셋 중 아무도 없었지만, 늦바람이 무서운 것이니 나카하라와 다자이는 말을 아낄 뿐이었다. 오다는 둘의 대답에 놀란 듯 보였지만, 그저 ‘안고가 그럴 리가. 분명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거겠지.’라고 대답하고는 장난을 받아주듯 가볍게 웃어보였다. 나카하라와 다자이는 자신들의 말을 장난이라는 듯이 받아치며 웃는 그의 모습에 더욱 심각해져갈 뿐이었다. 분명 오다가 말한 정황들은 그런 오해를 하고도 남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저 자신의 연인을 굳게 신뢰할 뿐인 오다의 마음에 금이 가게 하기는 싫었던 다자이는 ‘그래, 바람일리 없지. 무엇하면 안고에게 물어보게나.’라고 말하며 지어지지 않는 미소를 억지로 지어보였다.
“너희들도 바쁠 텐데 내가 실례했군. 그래 다자이, 네 말대로 직접 물어보는 편이 훨씬 간단할 것 같다.”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속 시원한 표정이 된 오다는 둘에게 연신 고맙다며 인사했다. 비록 그의 이야기를 들은 둘은 마음에 천근만근이 된 뒤였지만 말이다. 나카하라는 ‘야... 이런 일로 다시 불러내면 알아서 해라 진짜...’라고 대꾸하면서도 속에 담아놓은 말을 꺼내지 못해 답답한 것인지 입술을 잘근거렸다. 오다가 회사 일로 먼저 돌아가고, 둘은 시선을 마주치자마자 누가 먼저랄 새 없이 사카구치를 봐야겠다며 핸드폰을 꺼냈다.
***
“오늘은 안 됩니다.”
단호한 것이 평소의 사카구치와 다름이 없었다. 다자이는 ‘정말? 오늘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까 했는데.’라고 말하며 천연덕스럽게 그를 불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카구치는 전화상으로도 그의 시커먼 속내가 느껴지는 것인지 ‘다자이씨, 당신이랑은 뭐가 되었든 안 먹습니다.’라고 대꾸하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급하게 찾아봐야할 자료 때문에 도서관으로 가던 그는, 뜨겁게 내리쬐는 땡볕에 닿지 않도록 최대한 그늘로 돌아서 길을 걸었다. 사카구치는 원래도 체력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요새 들어 쉽게 지치는 탓에 할 수 있는 한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도서관에 거의 도착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사카구치는 졸업 논문 때문인 건지 두꺼운 책들을 양팔 가득 끼고 있는 나카하라의 모습에 ‘나카하라씨가 도서관에서 보이시니 익숙지가 않네요.’라고 인사대신 장난 가득 섞인 말을 던졌다. 나카하라는 시비조가 아닌 장난이 가득한 그의 말에 피식 웃으며 ‘그러는 너야말로 도서관 밖에서 보는 게 얼마만이냐.’라고 받아쳤다.
“점심먹자고 전화했는데 계속 통화 중이더라?”
“말도 마세요. 다자이씨가 무슨 속셈인지 자꾸 저녁먹자 해서 혼났습니다.”
둘은 도서관 로비 앞에서 두런두런 얼마 남지 않은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시간 더위를 피했다. 나카하라는 손부채질로 땀을 식히며 졸업 논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카구치에게 ‘오다는 잘 지내냐?’라고 물으며 화제를 바꿨다. 사카구치는 그의 물음에 이상한 낌새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소 지었다.
“요새 자주 일찍 들어 와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오기 전에 와있다니까요.”
애인자랑을 섞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사카구치의 모습에 나카하라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최대한 정리하려 힘썼다. 오다의 걱정과는 전혀 다르게 사카구치는 서로의 관계에 동요하지도 않는 모양새였다. 나카하라는 설마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 미묘한 차이는 자신이 알아채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나카하라가 생각을 구겨 넣은 이불과 같이 정리 했을 무렵, 사카구치는 그에게 다자이와는 잘 지내는지 물었다. 나카하라는 그의 물음에 잠시 버퍼링이라도 걸린 화면과 같이 그를 바라보다 겨우 웃음 섞인 대답을 꺼냈다.
“나? 나야 언제나처럼 지내지. 우리는 그렇게 싸우면서도 잘 지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라. 너야 말로 무슨 일 있으면 꼬박꼬박 말해. 오다한테 못 말하겠으면 나한테라도 말해도 되니까 담아두지 마라.”
그의 마른 등을 토닥이며 말한 나카하라는 시간 뺏은 거 아니냐며 그를 어서 도서관에 들어가게 했다. 사카구치는 의외로 든든하게 와 닿는 그의 말에 고맙다며 작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천천히 도서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카하라는 자신이 이상해보이지는 않았을까, 자꾸 캐묻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을까 걱정을 쌓아가며 그와 등져 걷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오늘 오다에게서 들었던 말을 그에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을 하며 걷던 그는, 갑자기 뒤에서 붙잡는 인영에 놀랄 틈도 없이 고개를 돌렸다.
“하아...나카하라씨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그 짧은 거리를 뛰는 데도 숨이 찬 것인지 천천히 숨을 고르던 사카구치의 물음에 나카하라는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시간이 있다는 대답을 했다. 사카구치는 그럼 저녁이라도 먹자고 나카하라에게 제안하며 자료 조사가 끝나면 전화라도 달라며 그에게 전화기를 가리켜보였다. 나카하라는 이게 잘 된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도서관에 들어가는 사카구치를 응시했다.
***
사카구치와의 식사는 대부분 서로의 연인을 대동하여 먹는 저녁식사였다. 이렇게 단 둘이 먹은 식사는 손에 꼽았는데, 나카하라는 그래서인지 사카구치의 의도를 파악하기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말을 꺼냈는데 속이 안 좋아져서 그만...”
나카하라는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죽 메뉴판을 바라보며 자신도 죽을 좋아하니 상관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 이제 저녁 먹으면서 은근슬쩍 오늘 있던 일을 꺼내면 되는 거야. 속에 꼭꼭 담아두는 것은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는 다고 생각하던 나카하라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만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제가 요즘 고민이 있어서요.”
나카하라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었을 무렵,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머뭇거림과 함께 입을 뗀 사카구치의 이야기에 나카하라는 ‘응?’이라고 되물었다. 다자이와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었나. 다시금 혼란스러워지는 나카하라의 머릿속은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은 방이나 다름이 없었다.
“알아. 근데 우리 나이 때에는 그런 사람 많잖냐.”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갔다. 나카하라가 후회하고 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나카하라는 스스로의 입을 차마 때리지는 못하고 더는 이상한 말을 뱉지 않도록 입술을 잘근거렸다. 하지만 그의 대답이 정곡을 찌른 듯이 놀란 얼굴을 한 사카구치는, 그에게 ‘알고 있으셨던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나카하라는 말라가는 입 때문인지 물을 연달아 두 번을 따라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괜찮아. 우리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까, 오다한테만 잘 설명하고 정리하면 되지.”
달래듯이 이야기하는 나카하라의 말에, 사카구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차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숙였다. 나카하라는 그 모습이 괘씸하면서도 벌써 몇 년 째 오다와 사귀어왔을 그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를 다독여 주었다.
“나카하라씨는...제가 임신한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그래서 너 그 알파는 언제부터 만난 거냐?”
서로 동시에 입을 떼어 질문했다. 겹쳐 들린 단어 사이사이가 더욱 둘을 어지럽게 만든 것인지, 둘은 누가 먼저랄 새 없이 무슨 말인지 되물어왔다. 사카구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나카하라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제가 임신한 거 알고 계신 거 아니었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나카하라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었잖아, 망할 다자이! 속으로 다자이를 욕하며 얼버무릴 말을 찾던 나카하라는 ‘혹시 다자이씨도 알고 계신 겁니까?’라고 재차 물어오는 사카구치의 물음에 고개를 거세게 저어보였다. 사카구치는 그의 대답에 안심이라도 한 것인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앉아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더 확실해지면 말하고 싶었습니다. 아직 졸업도 못했고... 약하다는 말도 많이 들어서 처음에는 유산될 줄 알았으니까요.”
허심탄회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안고의 모습에 의심했던 자신 스스로를 때리고 싶다고 까지 생각을 한 나카하라는 ‘그래, 많이 먹고 힘내라. 그래도 오다한테는 빨리 말하는 게 좋겠다. 걱정하니까.’라고 말해주며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사카구치는 안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말하려 했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자신이 직접 말하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입도 뻥긋하지 말아 달라 나카하라에게 협박성이 짙은 부탁도 했다. 나카하라는 알겠다고 말하면서도 아직까지 그가 바람을 피운 흔적을 찾아 헤매는 다자이를 생각하다 한숨을 내뱉었다. 무거운 비밀 덩어리가 가슴에 얹어진 기분이었다.
***
사건은 결국 넷이 만나기로 한 술자리에서 벌어졌다. 물론 부른 것은 넷이었지만, 사카구치는 남은 일이 있다며 불참한 자리였다. 오다는 ‘졸업 논문 때문에 이래저래 바쁜 모양이더군.’이라 말하며 그가 나오지 못한 것을 재차 설명했다. 나카하라는 답지 않게 건강을 챙긴다며 쪽잠을 자며 하는 그의 모습이 기억나는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에-. 만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시킨 칵테일을 휘휘 저어대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한 다자이의 물음에 나카하라는 심장에 돌덩이가 더 얹어진 기분이었다. 저 화상이. 오다는 ‘다자이,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난 거 아닌가?’라고 말하며 그의 악의 담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기도 전에 그를 저지했다. 물론 나카하라도 그의 옆에서 생사람은 잡지말자며 다자이가 더는 말하지 못하게 말렸다.
“하지만 오늘 낮에 안고가 다른 남자랑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봐서 그런지 계속 의심되는걸.”
“야, 너 진짜... 의심할 걸 의심해라. 걔 진짜 아니야.”
나카하라는 도가 지나쳐 가는 다자이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나카하라의 부정에도 다자이는 ‘서로 이야기 나누다가 언제 다시 보자고 하던데, 이번에는 학교 밖에서 보자고 하더라고?’라고 자신이 본 장면들을 오다에게 술술 불어대었다. 나카하라는 답답하다는 말로도 모자라게 꽉막혀있는 가슴을 치며 전부 뱉어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제발 함구해 달라고 말하던 사카구치의 부탁 아닌 부탁이 떠오르며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는 것으로 스스로를 달랠 뿐이었다.
“또 누가 알아. 둘이 이미 사귀고 있을 줄. 그치, 오다사쿠?”
다자이가 놀란 얼굴로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오다에게 흑심 가득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과 동시에, 나카하라의 맥주잔이 테이블에 놓여있던 다자이의 손을 아슬아슬하게 빗겨지나가 테이블에 큰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야! 내가 아니라고 하잖아! 왜 자꾸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다니는 거야 그 자식 진짜 오다밖에 모른다고.”
“그러는 츄야도 저번에는 나랑 같이 의심하더니, 뭐라도 본거야?”
나카하라는 정곡을 찌르며 치고 들어오는 다자이의 물음에 입에 꿀이라도 발라 붙인 듯이 입술을 닫아버렸다. 아무런 대답을 못하는 나카하라의 모습에 ‘봐, 츄야도 딱히 믿는 구석은 없는 거 아니야?’라고 대꾸하고는 오다에게 자신이 가진 심증을 더욱 내비치기 시작했다.
“에이씨... 야, 진짜 아니라고. 정말이라니까? 야, 오다 니도 쟤 말만 듣지 말고 뭐라고 좀 해봐!”
“근데 츄야는 어디서 뭘 봤기에 자꾸 아니라고 하는 건가? 궁금하네.”
나카하라는 깐죽거리는 말투로 ‘응? 뭐 더 확실한 거라도 본 건가? 아니면 그냥 든 생각인건가? 설마 후자는 아니겠지?’라고 연신 자신에게 묻는 다자이의 미간에 주먹을 꼽아 넣고 싶다 생각하며, 말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에 머리를 헤집으며 앓듯이 신음했다.
“응? 츄야, 신빙성이 없으니 꼭꼭 숨기며 아무런 말 안하는 거 아닌가?”
이젠 사카구치의 문제를 떠나 다자이와 나카하라의 싸움같이 되어버렸다. 오다는 사이에서 둘을 저지할 생각이었지만, 이미 불이 붙을 대로 붙은 기름을 멈출 수는 없었다. 나카하라는 진정하듯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오겠다며 자리를 잠시 떠났다. 오다는 ‘네가 심했다. 다자이.’라고 말하며 반쯤 남은 술을 그대로 한입에 털어 넣었다.
“야, 둘 다 따라 나와.”
술기운 때문인 것인지, 다자이의 놀려서인지 열 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던 나카하라는 오다와 다자이에게 따라오라 말하고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오다와 다자이는 영문도 모른 채 그를 따라가며 그저 궁금증만을 키워갈 뿐이었다.
***
“아니, 술 먹고 헛소리하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전부 데리고 오신 겁니까. 참 고맙습니다.”
“야, 그래도 네 약속 안 깼다? 나, 입도 벙긋 안했다고.”
오다와 다자이는 영문 모를 말들을 하며 투닥거리는 나카하라와 사카구치를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나카하라가 둘을 데려온 곳은 오다와 안고가 같이 사는 빌라였다. 오다는 연신 나카하라와 투닥대는 사카구치를 바라보다 그를 부르며 일단은 자리에 앉혔다. 그가 중재하자, 언제 투닥대기라도 했었냐는 듯 둘은 조용해 졌다.
“일단... 내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며칠 전, 다자이와 나카하라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던 이야기, 그리고 서로 나누었던 말들을 그에게 전했다. 그에 대한 상황 설명과 더불어 의심한 것마저 사과한 오다는 ‘안고, 내게 말 할 것이 있다면 숨기지 말아줘.’라고 말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모은 손을 꽉 쥔 사카구치를 가만히 응시했다. 사카구치는 마음을 먹었다는 듯이 심호흡을 하고는 잠시 물건을 가지러 가겠다며 일어났다. 그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다자이가 뭔가 있다며 중얼거린 탓에 나카하라는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치며 입을 다물게 했다. 오다가 들고 나온 것은 수첩과 작은 막대였다. 산부인과에서 처음으로 나눠준 임신수첩과 검사 스틱. 오다와 다자이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 튀어나와서인지 그저 그것과 사카구치를 번갈아 볼 뿐이었다.
“처음 갔었을 때, 착상이 제대로 안 되서 유산 할 거라기에 말을 안 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잘 뱃속에 있다고 합니다.”
앞뒤를 다 잘라먹고 한 말임에도 그들 중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오다는 그대로 그를 끌어안으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을 반복할 뿐이었고, 다자이는 ‘츄야만 이렇게 큰일을 알고 있었던 거라니 좀 자존심 상하는데.’라고 투덜거리며 사카구치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평소 행실을 생각하세요, 다자이씨.”
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오다를 토닥이던 사카구치는 다자이에게 쏘아붙이며 바로 앞에 보이는 그의 이마에 입 맞춰 주었다. ‘설마 우는 건 아니죠?’ 장난기가 섞인 말투로 말하며 웃은 사카구치는 고맙다와 미안하다를 연신 중얼대는 오다에게 ‘저도 늦게 말해서 미안해요. 많이 사...사랑하니까 뭐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진 채로 웃어보였다. 오다는 그가 웃는 모습에 그대로 입술에 입 맞춰오며 그를 더욱 가까이 끌어안았다. 둘의 기쁨에 젖은 애정표현을 같이 기쁜마음으로 바라보던 다자이와 달리, 나카하라는 이럴 거였으면 사람 답답하게 숨기지 말고 그냥 말하지 왜 사람을 고생 시킨 것인지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그저 둘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소파에 기댄 채로 행복해 보이는 둘을 바라보며 다 잘 되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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