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츄]우당탕탕 회장님!

문스독/다자츄 2018. 8. 2. 00:48

오메가 나카하라 츄야 회장과 그의 알파 연하 애인 다자이. 연상연하 안 같은 연상연하 입니다. 후에 2가 나올 가능성 다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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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야, 오늘 저녁은 뭐가 좋아?]

나카하라는 전화너머로 해맑게 묻는 다자이의 물음에 쉬이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금 장을 보고 있다며 어서 말하라고 채근하는 다자이의 말에, ‘네가 한 걸 누가 먹어.’라는 말을 차마 던지지 못한 나카하라는 자신을 부르는 사카구치의 목소리에 급하게 회의를 들어가야 하니 네가 먹고 싶은 걸 해놓으라 대충 얼버무리듯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카하라의 떨떠름한 표정에 ‘다자이씨입니까?’라고 물은 사카구치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미는 그에게 회의 자료를 건넸다.

“저녁을 한다고 하네.”

“먹을 수는 있는 겁니까?”

사카구치의 물음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나카하라는 언제 한 번 그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하고는 자리를 나섰다. 그의 전화로 인해 소요된 시간 때문인지 시계를 연신 확인하던 나카하라는 ‘전부 기다리고 있겠지?’라고 물으며 뒤따라오는 사카구치를 돌아보았다. 사카구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방금 전부 도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대답하고는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거 부담스러운데.”

회의실 앞에 도착한 나카하라는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게 중얼거리며 옷매무새를 바로 했다. 그리고 나카하라와 사카구치가 회의실로 들어서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이게 싫어서 회의실에 제일 먼저 와있는데 말이지. 속으로 중얼거린 나카하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회의 안건을 발언하기 시작하는 진행자를 바라보며 자료를 넘겼다.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회의는 금세 끝났다. 나카하라는 이런 회의는 자기들끼리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곱씹으며 미소를 지은 얼굴로 앉아있는 모두에게 오늘도 힘내라는 인사치례의 응원의 말을 남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장님, 다자이씨는 잘 계십니까? 뵌 지 오래 된 것 같군요.”

다음 일정을 살피는 사카구치와 나카하라의 사이로 그들의 최측근에 앉아있던 이사가 말을 걸었다. 나카하라는 ‘안사람이야 뭐. 항상 그렇듯이 집을 들었다 놨다 하지. 자네는 잘 지냈나?’라고 물으며 그와 대화를 이어갔다. 다음 일정까지 가는 시간은 촉박했지만, 나카하라는 따로 그의 대화를 끊어내지 않고 회의실에서 나올 때까지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저희 아내가 다자이씨와 요리 이야기를 나누는 게 무척 즐겁다고 하더군요. 다음번에 뵙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카하라는 그의 말에 잠시 멈칫 하더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겠지. 자네 아내에게도 안부 전해주라고.’라며 호탕하게 말하고는 그를 뒤로하고 다시 회장실로 향했다. 사카구치는 이사와 멀어짐과 동시에 ‘웃기지도 않는군.’이라고 중얼거린 나카하라에게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어보였다.

“다자이씨에게도, 회장님에게도 잘 보이려면 저렇게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본데요. 단단히 잘 못 짚었지만요.”

나카하라는 ‘짚어도 단단히 잘 못 짚었지. 아니면 아내가 정말 다자이급으로 요리를 못하던가.’라고 대꾸하고는 목을 조여 오는 넥타이를 가볍게 풀어내었다. 그가 잠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자, 쉬지 말라는 듯이 묶여있는 서류 더미들을 나카하라의 책상에 쌓은 사카구치는 전부 읽어봐야 한다며 그를 채근했다. 하는 수 없이 나카하라는 쉴 틈도 없이 종이뭉치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요새 야근이 잦아서 다자이가 바가지 긁는 다고.”

“회장님이 야근 하시면 저도 야근 합니다만. 그리고 다자이씨야 한번 날 잡고 풀어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벌써 한권을 다 읽고 메모를 남기고 있던 사카구치의 말에 나카하라는 고개를 저으며 ‘심술나서 괴롭히면 정말 일주일 내내 고생한다.’라고 대답하고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지 몸을 의자에 기대며 한숨을 내뱉었다. 사카구치는 그가 평소 먹던 건강 보조제를 챙겨 그에게 건네고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야근은 안 된다고 못을 박아두듯이 이야기했다.

“아서라, 나도 오늘 저녁 해놨는데 늦게 들어왔다고 잔소리란 잔소리는 다 듣기 싫으니까.”

‘아니, 예전에는 주식도 잘 하드만 왜 취미가 집안일이 된 거냐고.’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연신 넘기며 중얼거린 나카하라는 다 읽은 서류철 위에 만년필로 사인하고는 다시 다른 서류철을 읽기 시작했다.

***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서류의 산도 전부 마무리가 되었다. 마음 편히 정시에 퇴근한 나카하라는 오랜만에 직접 차를 운전해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해가 떠있을 때 돌아온 게 얼마만인지 생각하던 그는, 현과 앞에서 앞치마를 매고 ‘다녀왔나 츄야. 뭘 먼저 하겠나? 목욕?식사? 아니면 나?’라고 말하며 자신을 반기는 다자이의 모습에 당연히 저녁이라 말하고는 겉옷을 옷걸이에 걸었다. 나카하라는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초토화가 되어있을 주방을 생각하며 내일은 청소 서비스를 불러야겠다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자기야. 오늘은 좀 잘 된 것 같아.”

“그래, 네가 언제는 안 된적 있었냐.”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다자이의 모습이 퍽 귀엽다고 느낀 나카하라는 피식 웃으며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그가 만들어둔 음식 앞에 앉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정성스럽게 만들었다고는 보기 힘든 모습의 계란과 밥, 그리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반찬 두 가지를 보던 나카하라는 그래도 계란이랑 밥은 알아볼 수는 있는 것에 의의를 두며 젓가락을 들었다.

“야, 솔직히 말해봐. 너 회사 운영 니가 하고 싶지.”

“엑, 난 회사와 안 맞는다고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하나 츄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음식을 나한테 먹이려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지 물으려던 나카하라는 형체를 알수 없는 반찬을 젓가락으로 휘저어 보며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다자이가 자신만만하게 우엉과 시금치라고 대답을 하자마자, 나카하라는 그에게 ‘그냥 시켜먹자.’라고 대답한 뒤 그가 만든 성의를 보아서 반찬을 하나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와, 이렇게 만드는 것도 능력 아닐까.”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려던 말을 그대로 입 밖으로 꺼낸 나카하라는 다자이에게 맛은 본 건지 물어가며 다른 반찬도 한 번씩 맛보기 시작했다. 다자이는 나카하라의 말에 꼬박꼬박 대답해가며 맛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지 물었다.

“일단, 가정부 구하자.”

“그건 절대 안 돼. 이렇게 참한 알파가 집에서 집안일을 하겠다는데 츄야는 왜 말리는 건가?”

‘네가 네 음식 먹어보고 이야기해라.’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나카하라는 엉망진창인 상태를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는 듯 구석으로 밀어둔 더러운 접시들과 식기들을 바라보며 ‘다른 건 이제 많이 늘었는데. 요리는 아니니까.’라고 대꾸하고는 배달 음식점을 몇 가지 추려내어 그에게 메뉴를 물었다. 자신의 음식을 먹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맛이 없다고 말해버려서인지 잔뜩 이골이 난 표정을 하던 다자이는, 나카하라가 그 스스로가 만든 음식을 맛보라며 입에 넣어주자 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나카하라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며 중얼거리고는 전화를 걸었다.

posted by 송화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