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츄]유채꽃

문스독/츄야른 2017. 4. 24. 01:00

“파파 오늘 꽃구경 가요?”

프랜시스는 하얀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흔들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에게 ‘레이카, 지금 파파가 머리 하는데 그렇게 움직이면 안 되지?’라고 하며 아이의 고개를 다시 바르게 만들었다. 아이는 ‘그래도-. 궁금하니까 그렇죠.’라고 하며 연신 거울로 자신의 머리가 땋아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금발이 여러 가닥에서 한데 모여져 오른쪽 어깨로 떨어졌다. 아이는 그 광경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마술사 같다며 머리끈을 찾는 그에게 연신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아이는 ‘머리끈은 이걸로!’라고 말하며 푸른색 리본이 달린 머리끈을 프랜시스에게 건네었다. 프랜시스는 그 머리끈을 받아들고는 아이의 머리끝을 장식해 주었다. 레이카는 푸른 눈동자를 연신 굴리며 거울 속 자신을 뜯어보다가, 그를 돌아보며 자신이 예쁜지 연신 물어보았다.

“예쁘네. 우리 딸.”

프랜시스는 그런 아이를 거울 너머로 바라보다가, 그 동그란 정수리에 입 맞춰 주었다. ‘고마워요 파파.’ 자신이 땋은 머리를 가만히 매만지던 레이카는 몸을 틀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 빼고 뭐하나 했더니... 레이 머리 예쁘게 했네?”

그 순간, 츄야의 목소리와 함께 프랜시스의 허리에 팔이 감겼다. 프랜시스는 자신의 허리를 감은 츄야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옆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그에게 ‘공들였어. 물론 우리 딸이니 예쁠 수밖에 없지만.’이라 말하며 웃었다.

“아빠, 파파가 머리 예쁘게 땋아줬어요. 아빠도 해봐!”

‘응...? 나?’츄야는 자신을 보며 말하는 아이의 말에 고개를 기울이며 ‘아빠는 안 해도 돼’라고 대답했다. 레이카의 말에 프랜시스마저도 ‘어서 앉아봐, 당신도 땋아 줄 테니까.’라고 하며 아이가 일어난 자리에 츄야를 끌어 앉혔다.

“아빠도 레이카만큼 머리 기니까-. 분명 예쁠 텐데.”

레이카는 그렇게 끌어 앉혀진 츄야를 올려다보며 눈꼬리를 휘고 베시시 웃었다. 츄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프랜시스와 그녀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프랜시스는 그런 츄야의 머리를 빗어주며 ‘딸이 아빠를 저렇게 생각하는 데 말이지. 예쁘게 하고 나가야지 츄야.’라고 하고는 머리카락을 한데 모았다. 츄야는 프랜시스의 말에 ‘그럼 평소에는 안 예뻤어?’라고 물었다. 프랜시스는 그의 물음에 피식 웃고는 고개를 숙여 자신을 올려다보는 츄야의 입술에 입맞춰주었다.

“당연히 예쁘지, 이건 그냥 내가 츄야 머리카락을 만지고 싶어서 구실을 만든 거잖아?”

츄야는 프랜시스의 능청스러움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고는 ‘그게 뭐야.’라고 혼잣말 하듯 말했다. 그런 츄야의 머리를 조금 모아 잡은 프랜시스는 ‘그러니까 이제 움직이면 안 돼.’라고 그를 주의시켰다. 그리고 차근차근 긴 쪽으로 머리카락을 점점 엮어 내렸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나자, 츄야의 머리는 하나로 묶여질 정도로 가지런히 땋아졌다. 가만히 땋아진 머리카락을 바라보던 츄야는 마지막 마무리를 하는 프랜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한테 이런 재주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배웠지, 예쁜 따님과 어울리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니까.’ 라고 대꾸하고는, 레이카가 건네준 에메랄드 빛 벨벳 리본을 그의 머리에 묶어주었다. 츄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반쯤 숙이고 있던 그의 볼에 입 맞춰주고는 ‘고마워.’라고 인사했다.

“파파, 고마워요.”

츄야의 인사에 레이카도 따라 인사하고는 그에게 안아달라는 듯이 팔을 벌려보였다. 프랜시스는 ‘이정도야, 둘 다 예쁘니까 나까지도 보람차군.’이라 말하고는 아이를 안아들었다.

“이제 갈까? 꽃 보러 가야지.”

츄야는 자기가 더 신났는지 문을 나서며 프랜시스를 돌아보았다. 프랜시스는 레이카의 원피스를 털어주며 고쳐 안고는, 먼저 가는 그에게 ‘당신, 너무 서두르는데.’라고 하며 방을 나섰다. 들뜬 츄야의 모습에 아이도 신이 나는지 ‘꽃밭이 있어요? 무슨 색이에요?’라고 연신 종알대며 프랜시스에게 질문했다. 프랜시스는 그런 아이에게 하나하나 대답해주며 츄야의 뒤를 걸어갔다.

***

“노란 색이네. 마치 햇빛이 파도가 된 것 같아.”

도착한 유채 꽃밭을 바라보던 아이는 손을 잡고 있는 츄야에게 ‘그렇지 아빠?’라고 되물었다. 츄야는 그런 아이를 보며 웃고는 ‘그러게, 레이카 말이 맞아.’라고 맞장구를 쳐주고는 아이를 안아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꽃들 사이로 지나갔다. 레이카는 그런 츄야의 품에 안겨 아래로 손을 뻗었다. 산들산들 흔들리는 부드러운 꽃잎이 손가락 사이를 스쳐지나가자, 레이카는 간질거리는 느낌이 좋은지 연신 손을 내저었다. 프랜시스는 그런 둘의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자신의 행복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지금 저 둘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그는, 주머니 안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어 둘을 불렀다.

“츄야, 레이.”

둘은 거의 동시에 프랜시스가 있는 뒤를 바라보았다. 프랜시스는 그런 둘의 모습을 바로 찍고는 ‘예쁘게 나왔네.’라며 둘에게 웃어보였다.

“파파-. 사진은 준비하고 찍어야 하는데!‘

‘맞아, 셋은 세고 찍어야 하는데.’ 레이카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츄야는 다시 찍어달라는 레이카의 말에 눈 꼬리를 휘며 웃는 얼굴로 프랜시스를 바라보았다. 프랜시스는 할 수 없다는 듯, 다시 휴대 전화를 들어 둘의 모습을 카메라 안에 담아내었다.

“하나, 둘, 셋.”

레이카가 말한 대로 숫자까지 센 프랜시스는, 사진 안에 담긴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츄야는 그런 그의 모습에 ‘당신도 들어오지 그래?’라고 말하며 그에게 손짓해보였다. 프랜시스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천천히 둘에게 다가갔다. 츄야는 다가오면서도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는 그를 보며 피식 웃고는 가까이 다가온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날 봐야지. 그 사진은 내가 없을 때나 보라고.”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프랜시스를 올려다본 츄야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프랜시스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프랜시스는 그의 말에 소리 내어 웃고는 ‘츄야, 질투인가?’라고 말하며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어 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안겨있는 레이카의 이마에도 입 맞춘 뒤, ‘알겠어. 신경 써 드려야지.’라고 하며 그의 허리에 팔을 걸쳤다.

“파파, 레이가 없을 때만 사진 봐야 해요.”

레이카는 츄야의 어깨에 뺨을 대고 안겨있는 채로 프랜시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츄야는 자신과 같은 말을 하는 그녀의 말에 ‘그렇지? 파파는 참 뭘 몰라.’라고 말하며 프랜시스를 바라보며 샐쭉 웃었다. 프랜시스는 그런 장난스러운 그의 모습에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둘은 정말... 레이가 누굴 닮은 건지는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라고 말하고는 천천히 꽃이 만발한 길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

“당신 닮았지 뭐.”

츄야는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프랜시스를 올려다보았다. 프랜시스는 그런 츄야의 묶인 머리칼에서 흘러나온 노을빛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내가 아니라 당신 판박이인데?’라고 대꾸하고는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종알대며 주고받던 둘은 결국 ‘나는 파파랑 아빠 둘 다 닮았어.’라고 말하는 레이카의 말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그들의 하늘에는 주황빛 노을이 물감을 섞은 듯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황금빛을 띄던 유채꽃 밭은 그런 하늘을 반사라도 하는 듯, 점점 빛으로 물들며 바람에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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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화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