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츄]십이국기AU.2

문스독/다자츄 2017. 5. 1. 20:09

피 냄새가 진동을 해 머리가 아파왔다. 츄야는 어질한 가운데 손을 뻗어 흐릿한 눈앞을 더듬었다. 만져진 인영은 가만히 그를 안아주었다. 따뜻한 품에 무의식 적으로 매달리듯 안긴 츄야는 ‘폐하... 피 냄새가 왜이리...나는 겁니까...’라고 말하며 구역질이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츄야의 머릿결을 쓸어주며 토닥여 주었다. 츄야는 몰려오는 역함에 고개를 저으며 벗어나고 싶다는 듯 버둥거렸다.

“츄야, 이제 곧 끝나네.”

츄야는 자신의 귓가를 파고 든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그리고 ‘다자이...?’라고 이름을 부름과 동시에 눈앞을 매우는 섬광과 함께 눈을 떠버렸다. 츄야는 먹먹한 귓가를 매만지며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방안에는 츄야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렸다.

“꿈인가...”

츄야는 자신의 얼굴을 더듬으며 핏자국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악몽에, 사령들이 창밖에 모여들었다. 츄야가 손을 뻗자 조그만 사령이 다가와 그의 손에 얼굴을 부볐다.

“내가 너희를 놀라게 만들었구나.”

그러면서 다가온 사령들을 보듬어주고는 그대로 다시 창밖으로 내보내었다. 츄야는 놀랄 만치 아프게 뛰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츄야는 마지막 들렸던 목소리가 다자이었던 것을 기억하며 혀를 찼다. ‘그 새끼는 나올 곳 안 나올 곳 구분도 못하냐...’라고 중얼거린 츄야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 가 앉았다. 아까 자신이 쥐고 온 꽃잎이 멀쩡하게 책상 위를 나부끼고 있었다. 츄야는 조심스레 꽃잎을 쓸어보았다. 보드라운 감촉이 손끝으로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렇지만 마냥 붉은 색이, 마치 핏방울을 떨어트려 둔 것 같았다. 이런 광경을 보고 지낸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았다 생각하니, 등어리에 식은땀이 흘렀다.

“맞아, 구해준건 너였지.”

피 냄새가 낭자하게 펼쳐지던 어두운 방안에서 자신을 구했던 것은, 그가 분노할 만치 치를 떠는 다자이 오사무였다. 자신의 황제였던 전 황제의 악치를 지켜보고 이 나라를 다시금 일으켜 세운 것도, 실도로 인해 죽기 직전까지 갔었던 자신을 정성껏 돌보아 온 것도, 모두 다자이 오사무였다. 츄야는 한숨을 쉬며 꽃잎을 살살 어루만졌다.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

눈앞이 흐려지게 만드는 사랑이라던가, 짓밟혀 질것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것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츄야는 꽃잎을 들고 일어났다. 그런 뒤, 창문을 열어 그대로 꽃잎을 날려 보냈다. 하늘하늘 바람을 따라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던 츄야는, ‘나도 저리 떨어졌다면, 니 자식 마음 따위 아무 이유를 대지 않고 무시해버렸을 텐데.’라고 중얼거렸다.

***

츄야는 더 쉬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다자이의 애정 어린 편지에도 불구하고, 기린의 할 일을 수행했다. 그가 아침 조정에 나갈 때 같이 나가 신하들과 그가 대화를 나누며 나라의 일을 진행 시키는 것을 바라보며 그것들이 이치에 맞는 일인지 확인하고, 점심을 먹으며 왕에게 올라갈 상소들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츄야는 오랜만에 하는 업무에 뻐근해진 어깨를 스스로 주물렀다. 나라는 이상할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상상 했던 것보다 다자이는 체계적으로 나라를 일으키고 사태를 정리해 버렸다.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흘러가는 나라의 일들을 보던 츄야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시종을 보며 피식 웃었다. 츄야는 밖에 앉아있는 다자이가 보낸 궁녀들에게 ‘다과를 작게 준비해줄 수 있겠는가.’라고 묻고는 바로 돌아오는 긍정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궁녀가 검은 엿과 깨를 잔뜩 묻힌 떡, 그리고 기름져 보이는 유과를 가져왔다. 작게 준비하라 했더니 한 상을 차려온 것을 응시하던 츄야는, 그 어린 궁녀에게 손을 내밀어 보라 말했다. 궁녀는 영문을 모른 채로 손을 내밀었다. 혼이라도 나는 걸까, 겁이 나는지 조금 떨던 그녀의 손에, 츄야는 그릇에 있는 검은 엿을 전부 쥐어주며 ‘밖에 있는 친구와 나눠 먹도록 하거라.’라고 한 뒤, 그녀를 내보냈다. 궁녀는 이러한 일은 난생 처음이라는 듯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과 츄야를 번갈아보며 당황스럽다는 듯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어서 나가보거라.’라고 하는 츄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뒷걸음질로 방을 나갔다. 츄야는 그런 궁녀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아직도 작은 머리통을 흔들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시종을 불러 깨웠다. 츄야가 자신을 부르자 마치 자지 않았다는 듯, 번쩍 눈을 뜬 아이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타이호님.’이라 말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고개를 들고, 어서 이리 와서 이 많은 것들 좀 처리 하거라. 너무 달아 머리가 어지럽구나.”

시종은 츄야의 말에 반상에 차려진 다과들을 보며 의뭉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츄야는 그런 아이에게 호령하듯 ‘어허... 내가 어서 처리하라고 하였는데?’라고 말하고는 아이의 쪽으로 상을 밀어주었다. 아이는 아직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이것을... 어찌 할 까요?’라고 물으며 츄야의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츄야는 시종의 말에 다과를 하나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기름진 과자가 입 안에서 부서지며 달콤하게 들러붙었다. 츄야는 그것을 끝까지 먹으며 시종을 바라보고는 입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삼킨 뒤 웃는 얼굴로 말했다.

“먹고 싶은 만큼 먹어 처리하면 될 거 아닌가. 어서 처리 하거라.”

시종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가 먹었던 유과를 하나 들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점점 손이 빨라지며 사라져가는 다과들을 보던 츄야는,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며 마지막 상소를 잘 말아 두고는 시종 쪽을 보며 ‘그 상을 정리하면서 차를 가져다 줄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아이는 그의 말에 대답하며 반상을 들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츄야는 상소들을 전부 모아 두고는 이것을 가지러올 신하가 올 시간이 되었나를 가늠하였다. 어릴 때는 항상 신하가 자신이 상소를 읽는 것을 기다려주곤 했었는데, 이제는 이리도 능숙하게 읽는 모습에 스스로 피식 소리를 내며 웃던 츄야는 갑작스레 머리를 조아리며 황제폐하라는 말이 들리는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가 문 앞에 서자, 츄야는 그대로 자리에서 빠르게 일어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방으로 들어온 이는 자신이 생각했던 이가 맞았다. 다자이는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더 쉬라고 일렀는데 이리도 일을 하는 것을 보아하니 짐의 말이 그리 위엄이 없었나보오.’라고 말하며 그의 앞에 섰다. 츄야는 그런 다자이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제가 원해서 한 일이니 너무 마음 상해하시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 또한 나라를 위한 일 아니겠습니까.’라고 받아치고는,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를 비켜주며 앉으라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다자이는 그가 비킨 자리에 앉아 그에게도 어서 앉으라는 듯 손짓하였다. 츄야는 아까까지 아이가 다과를 먹던 자리에 앉아 그의 말을 기다렸다.

“자네가 보고 싶어서 온 거라네. 물론, 그 참에 상소도 가지러왔고 말이야.”

츄야는 그런 다자이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거기 쌓여있는 것들이 전부 네가 읽어야할 상소고, 나는 네놈 낯짝 별로 궁금하지 않으니 어서 돌아가.’라고 쏘아붙였다.

“무정하군. 그래도 많이 생각하지 않았나. 오늘 조정 회의 때도 그리 뜨거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으면서.”

츄야는 그의 말에 미간을 좁히며 ‘그럼, 조정회의에서 왕을 바라보지 않는 기린도 있냐?’라고 묻고는 상소들을 전부 챙겨 그의 품에 안겨주었다. 다자이는 그런 그의 행동에도 웃음기를 잃지 않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츄야는 뭐든지 꿰뚫어 볼 듯한 그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바로 시선을 거두고 그에게 ‘어서 상소를 처리해주시길 바랍니다, 폐하. 나라가 울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하며 그에게 나가라 독촉했다.

“그럼, 내일은 내 집무실에서 봐야겠군. 아, 이건 부탁이아니라 황제로써의 어명이니 안 올수는 없겠지?”

‘나의 기린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츄야는 사심으로 어명을 내리면 안 된다 첨언하려다, 덧붙여 말하는 그의 말에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리고는 마지못해 ‘내일 그럼 찾아 뵐 터이니 이제 나가주시겠습니까. 오늘 하루 무리를 해서 몸에 여독이 쌓였습니다.’ 라고 답하고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진정시켰다. 다자이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특유의 호선을 그리는 눈을 만들어 웃고는 문 앞에 섰다.

“그럼 내일, 점심 후 오게나, 츄야.”

다자이는 스스로 문을 열고 나가면서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츄야는 문이 닫히고도 잠시 동안 발걸음을 떼지 않는 그의 그림자를 응시하다가, 점점 희미해지는 그림자가 사라지자 바로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언제나 농간당하는 기분은 좋지 않은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자리에 앉은 츄야는, 서운하다는 듯 말하는 다자이의 표정이 다시 떠오르자 고개를 저으며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대어 앉았다. 츄야는 피곤한 기운에 고개를 숙여 자신이 앉아있는 방석을 응시했다. 화려하게 수놓아진 방석이, 황제의 옷을 입고 있던 그만큼 익숙하지 않아, 연신 무늬를 따라 그리며 눈에 익혔다.

'문스독 > 다자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자츄] 옥상, 도시락, 그리고 고백  (0) 2017.06.09
다자츄 결혼 축의금  (0) 2017.05.07
[다자츄]십이국기AU.1  (0) 2017.05.01
[다자츄]2P  (0) 2017.02.07
[다자츄ts]인간의 삶과 부서진 하이힐  (0) 2017.01.17
posted by 송화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