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하나]산앵두가 굴러왔구나.5

마츠하나 2017. 1. 16. 20:39

하나마키는 마츠카와가 따로 챙겨 준 사탕 병을 품에 꼭 안은 채 방으로 향했다. 마츠카와가 쓰다듬어 준 머리를 매만지던 하나마키는 궁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궁녀에게 뛰어갔다.

“오다가 길이라도 잃으면 안 되잖니.”

하나마키에게 퍽 다정하게 말한 궁녀는 하나마키의 묶인 머리칼을 매만지며 물었다.

“어머, 머리가 풀어졌었니?”

의아하다는 듯이 연신 하나마키의 머리를 보던 궁녀는 바로 알아챘는지 ‘이건 마츠카와 궁의 궁녀들 솜씨잖아, 그쪽 궁인들은 머리 손질은 재능이 없는 편이지.’이라 말하며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어쩌다가 풀어진 거니? 단단히 묶었다고 생각했는데.”

궁녀의 물음에 하나마키는 마츠카와의 방에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궁녀는 하나마키의 말을 들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아이노라는 분이 찾아왔는데...조금 무서웠어요.”

아이노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궁녀의 눈은 산속 깊이 사는 호랑이만큼 매섭게 뜨였다. 하나마키는 그런 궁녀의 눈빛에 무언가 잘 못 말했나 싶어 긴장했다.

“그...아니다. 그 분은 사랑의 신령이신데... 우리 궁에서는 그다지 환대 받으시는 분은 아니셔.”

궁녀는 이야기가 자세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하나마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궁녀의 옆에서 걸으며 자신의 방이 있는 궁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많이 피곤했을 텐데, 어서 씻고 바로 자도록 하자. 욕간에 물을 받고 올 터이니 기다리렴.”

궁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하나마키는 방으로 들어가 겉옷을 벗어 걸어두었다. 그런 뒤, 품에 안고 있던 사탕 병을 창가 옆에 놔두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일도 이것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하나, 나오렴.”

궁녀의 부름에 한달음에 나간 하나마키는 내일도 산책 도중에 마츠카와를 마주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타카히로라고 이름 지었다고 들었는데. 꽤 좋은 이름이잖아? 공물 온 아이에게 줄만한 이름은 아닌데 맛층?”

하나마키를 보낸 마츠카와는 그대로 서재로 향해 남는 서류나 서책들을 처리했다. 마츠카와가 남은 것들을 꽤나 해치웠을 무렵, 오이카와가 서재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내 수하에 있는 아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그리고 사랑 받는 아이라고. 별궁의 궁인들이 전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걸 보니, 귀한 아이였을 거야.”

마츠카와의 말에 아무렴 어떠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인 오이카와는 ‘많이 아끼나 보네.’라 말하고는 웃어보였다.

“그래서, 츠츠지와는 달라?”

오이카와의 말을 예상이라도 한 것인지 피식 웃던 마츠카와는 오이카와를 돌아보며 말했다.

“츠츠지와는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까 너희도 내가 츠츠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 좀 버렸으면 좋겠네.”

오이카와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재의 의자를 끌어와 마츠카와가 서있는 책장 앞에 앉았다.

“그래도 맛층. 약 100년 전까지의 맛층은 좀 무서웠다고. 이와쨩도 나도. 그걸 막고 싶을 뿐이야.”

‘혹시 또 모르잖아? 맛층이 누구랑 또 눈 맞았는데 또 그 사람이 사라질지.’ 오이카와의 걱정 어린 듯 장난스러운 말에 마츠카와는 웃으며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말라했다. 오이카와는 ‘만약이지 만약.’이라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안 그래. 그래봤자 돌아오지 못하니까. 게다가 다 잊었어.”

마츠카와가 속 시원하다는 듯이 말했다. 오이카와는 다행이라며 박수를 쳤다. 그렇게 일이나 서책, 인간 세상 이야기를 하던 중, 오이카와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이쨩이 어제 왔다고 들었는데.”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의 말에 바로 미간을 좁히며 한숨을 쉬었다. 오이카와는 순간 마츠카와의 얼굴을 보고 놀라며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아니... 하나와 방에 있었는데,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왔었다. 이제 네 말도 안 듣는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

마츠카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오이카와는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요즘 상제께서 아이쨩만 찾으셔. 그래서인지 총애가 엄청나더라고. 아이쨩 이야기만 해도 뭘 더 못해줘서 안달이니까. 신령이면서 궁을 가지고 있는 것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신령이면 신의 궁에서 사는 게 맞는 거잖아. 오이카와의 투덜거림에 마츠카와는 머리를 싸맸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고 상제의 총애인데 어쩌겠냐 말하며 꺼내 놓은 서책을 책꽂이에 꽂았다. 오이카와도 골머리를 썩고 있는지 아이노의 이름만 나와도 이야기가 술술 터져 나왔다. 마츠카와는 그런 오이카와의 쌓여있는 한탄을 풀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아-. 안되겠어. 맛층, 나 오늘 맛층네 궁에서 자고갈래. 이와쨩도 여기 있지? 어서 불러줘!”

오이카와의 칭얼거림에 아랑곳 하지 않은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에게 자고 가는 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와이즈미는 인간계에 내려갔어.”

마츠카와의 말에 눈을 크게 뜬 오이카와는 자신도 내려가고 싶다고 다시금 떼를 썼다. 마츠카와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쌓아둔 인간계의 생사명부를 오이카와 옆에 올려주었다.

“야하바가. 네가 분명 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나에게 맡기고 간 건데. 인간계에 갈 거라면 일단 여기서 이거 처리하고 가라.”

마츠카와가 준 생사명부를 본 오이카와는 입을 꾹 닫고 사뭇 토라진 표정으로 의자에 무릎을 안으며 앉았다.

“그럼 내가 저번에 사둔 눈꽃 사탕이라도 먹을래...”

마츠카와는 비척비척 일어나 궁녀를 부르러 일어난 오이카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미안. 그거 하나가 좋아하기에, 내가 전부 줬어.”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의 말에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어 그대로 서재 소파에 가서 누워버렸다.

“오이카와씨...아무것도 못해...”

마츠카와는 조용해진 오이카와를 보며 ‘그래, 좀 쉬어.’라 말하고는 빠르게 일을 처리해나갔다.

posted by 송화우연